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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솔로 여가수로서 성실히 자리를 지켜오다

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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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넓은 팬 층을 가지고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타켓으로 하는 층은 딱히 없고요. 지금까지도 여고생이랑 70대 팬 분까지 골고루 팬레터를 받아요. 지금 제 팬덤이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만족하고 있거든요. 작은 바람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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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 블루스」, 「청사포」 등 노래 제목을 보고 린(LYn)에게 이런 한국적인 감성이 있나 생각했다. 그동안 들려준 세련된 그러나 약간은 패턴 화된 발라드를 떠올려보면 집시와 탱고를 품은 곡도 마찬가지다. 고혹적인 재즈로 보컬의 완숙함을 드러내고 있기에, 새롭게 지향하는 영역이 그와 어우러질 수 있었다. 린의 9집 < 9x9th >는 이처럼 처음의 낯설음을 걷어내고 자연스레 스며든다.

 

2000년대 가수들의 복귀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시대부터 꾸준히 노래해온 린의 활동기가 새삼 '길게' 다가온다. 공백을 크게 가지지 않으며 차곡차곡 쌓아낸 앨범은 이즘 리뷰에서도 볼 수 있다. 9집까지 마친 뒤 그가 가진 생각, 작년 한 해 드라마 < 별에서 온 그대 > 사운드트랙으로 중국에서 사랑받은 것 등 근황도 궁금했다. 솔로 여가수로서 성실히 자리를 지켜온 가수, 린을 홍대 부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느 덧 9번째 앨범이다. 이번 앨범의 주안점은 뭐였나


20살 무렵부터 에고-래핑(Ego-Wrappin')이라는 재즈 혼성 듀오를 좋아했어요. 그 팀이 부른 '색채의 블루스(色彩のブル?ス)'를 제가 아주 오래 들었는데요. 이 곡에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사를 이해하고 들은 것도 아닌데 분위기에 끌렸던 거 같아요. 일본 재즈곡은 완전한 정통 재즈가 아니라, 뽕이 적절히 섞여서 특유의 엣지나 색깔이 있거든요. 제가 어릴 때부터 구성진 멜로디를 좋아해서 예전부터 이런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감미로운 발라드나 아기자기 팝에서 다른 시도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이전의 음악과 이질감이 들까봐 고민했지만, 할 수 있는 걸 다 못 보여준다는 아쉬움이 더 컸기에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차트 100위권에서 3일 만에 없어지더라고요. 예전 곡들이 10위 안에 있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저조한 성적이죠. 반응이 크지는 않아도 제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오랫동안 사랑 받길 바라는 앨범이에요.

 

전체적인 앨범은 변화했지만 역시나 타이틀곡은 '린 스타일'이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은데.


정말로 벗어나고 싶어요. 하지만 그런 곡들이 제 기반이고 제 정체성이라 쉽게 바꿀 수 있을 거 같진 않아요. 예전부터 실험을 해오기는 했지만 그 곡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이기도 하고요. 이번에도 재즈를 가져왔는데, 대중가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해서 가요 느낌을 적절히 섞어냈어요.

 

어느 곡이 마음에 드는지


저는「주정블루스」요. 제가 또 술을 좋아하기도 해서요. (웃음) 처음 제 머릿속에 있던 음반의 색깔과 가장 일치하는 곡이고 제일 먼저 녹음한 곡이기도 해요. 사실 이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었는데, 재즈 블루스 쪽으로 움직였다고 이걸 내걸면 너무 예상 가능한 거 같아서요.

 

(후렴 왜 사랑이 변하고 그래요 멜로디가 좋았다는 이야기에 린은 이 대목을 직접 불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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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를 오래 전부터 좋아했나. 「청사포」라는 노래도 리메이크했다.


정말 좋아해요. 2003년 라디오 < 컬투 쇼 >에서 처음 뵈었는데 그 때 코너 제목이 '신구(新舊)의 조화'였어요. 워낙 하늘같은 선배님이시고 저희 아빠보다 더 연배 있으셔서 떨렸지만, 무심한 듯 쓰시는 경상도 말투나 스타일이 멋지셨어요. 「청사포」를 라이브로 불러주셨거든요. 당시 제가 23살이었는데 노래가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어요. 선생님께서 그 때 어린 친구가 무슨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우냐고 전화번호도 여쭈어 봐주시고, 그 뒤로 제가 연락도 드리고 그랬죠.

 

그래서 저한테는 이 신보가 최백호 선생님이랑 저희 아빠 마음에 들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그리고 두 분께 모두 칭찬받아서 기뻤어요. 선생님은 내년에 40주년이신데 같이 듀엣 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고, 아빠는 백 마디 말 안하시다가 저한테 엄지를 척 해주시더라고요. 딸이 아주 어릴 때부터 해왔던 일인데, 점점 제 스타일이 생길 때 마다 좋아해주고 계세요.

 

애절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밝고 편하게 불렀다.


결혼하고 내는 첫 앨범이에요. 밖에서는 결혼한다고 문제도 되고 그랬지만 실제로 아주 편하고 좋았거든요. 곳곳에 그런 감정들이 들어있고요. 나중에 들어도 신혼 때가 떠오를 거 같아요.

 

「나 하나만 남겨줘요」는 수록곡 중 가장 달콤하게 불러서 마치 아이유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유도 최백호 선생님이랑 작업했고, 방향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던데.


저도 가볍게 부르는 것이 편하더라고요. 댓글에 요즘 린이 아이유를 파나보다 이렇게 올라온 적도 있었어요. (웃음) 아이유 노래를 따로 집중해서 찾아본 적은 없었는데, < 꽃갈피 >를 좋게 들었거든요. 그 친구의 행보를 후배 가수로서도 팬으로서도 지지해요. 저도 어린 나이 때 어떤 음악을 할지 스스로 제시할 수 있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가수가 되어있었을 거 같아요. 제가 하지 못한 부분이기에 부럽기도 하고. 지금 아이유의 보컬에 연륜과 드라마가 쌓이면 다른 느낌으로 이어질 거 같아 기대가 되요.

 

드라마 ost에서 강세를 드러내면서 린에게 2014년은 특히 바쁜 해였다. 「My destiny」를 부른 드라마 < 별에서 온 그대 >가 중국에서 인기가 폭발했고 ost도 덩달아 호응을 얻은 덕에, 지난해 중국 음악시상식 'QQ 뮤직 어워드'에 참석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한류 관계자들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중국에 K팝 가수를 바로 진출시키기가 어려워, 새로운 형태의 시도가 요구되고 있는 현실에서 드라마 ost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라는 점을 설명하고 그 사례로 린을 든다.

 

린은 이전의 < 해를 품은 달 >에서도 ost 「시간을 거슬러」를 불러 역시 중국에서 만만찮은 인기를 얻었다. 이 때문에 그는 8집을 한국과 중국 동시에 발매했고 타이틀곡인 「보고 싶어... 운다」는 중국에서 제법 알려지는 성과를 안았다. 린은 “드라마 ost를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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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는 < 해를 품은 달 > ost 「시간을 거슬러」로 음원 차트 1위를 했다. 한동안 린을 잊고 있었는데 드라마 ost로 되는구나 싶었다


맞아요. 제가 당시 주춤했었고, 그게 오래 되어서 저 스스로도 이제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무덤덤해질 무렵이었죠. 제가 아주 오랜만에 1위를 하니까 동료 가수들이 굉장히 좋아해주시더라고요. 팬들과 가요계 선배님들께서도 축하해주셨어요.

 

< 별에서 온 그대 > 삽입곡 「My destiny」 는 어떻게 부르게 된 건가


저도 휴식할 때 드라마를 자주 보고, 특히 이 작품은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요청이 왔을 때 하고 싶다고 했어요. 진명용 드라마 음악 감독님께서 저한테 여러 곡을 보내주셨는데, 처음에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다보니 빠르고 귀여운 노래를 받았었거든요. 그 때부터 감독님하고 상의를 하고 여러 곡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로 다시 골랐어요. 가사도 새롭게 다듬고 수정을 거쳐서 만들게 되었죠.

 

이 곡이 중화권에서도 뜨고 러브콜이 왔다. 중국 'QQ 어워드' 상황을 스케치해달라.


중국 좋았어요. 많이 기다리고 그런 것만 제외하면 방송 시스템도 마음에 들었고요. 다만 시간에 대한 엄격함이 한국이랑 달라서인지, 생방송인데 3시간씩 지연되더라고요.

 

한국에서 참석해볼 일이 없었던 레드카펫이나 시상식도 신기했고, 그 때 초청가수로 갔는데 행사장에서 관객들이 저를 잘 모르시는 거예요. 처음 보는 가수니까 당연히 모르시겠죠. 나중에 무대에서 You're my destiny 이 후렴이 나오니까 따라서 불러주시고, 앞에 계신 중국 가수 분들도 기립박수를 쳐주셨어요. 그 때 이 노래가 가진 힘을 느꼈던 거 같아요. 한류가 지금 정점에 있고, 제가 작은 부분을 맡아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던 귀한 경험이었죠.

 

드라마 ost로 인기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요. 제가 음악감독이거나 연출자라면 목소리가 튀거나 도드라지는 가수를 섭외하고 싶지 않을 거 같아요. 영상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배우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제가 이런 말을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그런 것을 잘 구현하고 최적화된 가수라고 생각은 해요. ost에서는 더 잔잔하게 부르려고 하고, 이런 서정적인 분위기는 한국과 중국 차이 없이 모두 좋아하시더라고요.

 

9집까지 마치고 주변 이야기를 종합해서 린은 이런 가수인 거 같다, 스스로를 정의한다면.


저는 지금까지 되게 얇고 길게 왔던 거 같아요. 스스로를 '회색 가수'라고 생각했거든요. 제 음반을 쭉 들어보면 욕심이 느껴지지도 않고, 화려하거나 무대에서 뛰고 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노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많은데, 정작 제 자신은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라 이걸 고민하는 과정에서 외로웠던 거 같아요.

 

음악적 조언이나 고민을 나눌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린의 이야기에, 앞으로의 앨범을 두고 대화가 이어졌다. 평소 린의 노래에서 느낄 수 있었던 여성스러움이 대답과 어조에서도 담겨있었고, 상냥하게 귀 기울여주었기에 자연스레 10집에 대한 상호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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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의 많은 노래 중에 이 곡 하나만은 정말 감사하다고 꼽아본다면.


2집 타이틀곡이었어요. 「사랑했잖아」(2004). (린하면 그 노래죠) 사실 이 곡이랑 「My destiny」, 「시간을 거슬러」 합쳐서 세 곡으로 매번 행사하고 그래요. (웃음) 무대 위에서 춤추기도 어렵고 그래서 좋은 곡이 필요한 시점이고요.

 

말한 대로 린에게는 「사랑했잖아」 외의 결정적인 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곧 나오게 될 10집은 숫자로서 의미도 있고, 앞으로의 가수 생활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그게 곧 저를 만든 거니까 부인하고 싶지는 않은 거예요. 내 자식 같은 노래들인데 모른 척하면 안 되고. 그래서 10집은 린의 음악과 제가 원하는 것, 모두를 통틀어서 완전 린 표 발라드를 하고 싶어요. 오케스트레이션도 넣고 웅장하게요.

 

아니면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요즘 음반으로는 수익을 얻기 어렵지만 그마나 저는 사람들이 노래를 들어주고 거기에서 나오는 작은 돈으로 생활이 되는, 그런 가수에 속한다고 생각 하거든요. 그런 소소한 지지나 수입이 줄더라도 무엇보다 제 마음에 드는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제 스타일도 곡으로 녹여보고 싶고요.

 

린은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저는 넓은 팬 층을 가지고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타켓으로 하는 층은 딱히 없고요. 지금까지도 여고생이랑 70대 팬 분까지 골고루 팬레터를 받아요. 지금 제 팬덤이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만족하고 있거든요. 작은 바람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죠.

 

어렸을 때 음악으로 이끈 노래는 뭐였나


이미자 선생님도 많이 들었고요. 아빠 꿈이 가수셨는데, 저도 옆에서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장희, 심수봉 선생님 음악까지 접할 수 있었어요. 학생 때는 심수봉 선생님 버전 「개여울」을 (원곡 정미조) 들으면서 버스에서 감동해서 울고 그랬어요. 이게 무슨 가사인지도 모르고 노래만 듣고 그렇게 울었어요. 그런 곡들이 바탕이 되어서 지금 제 음악이랑 이번 앨범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2001년에 데뷔한 뒤로 단독공연은 몇 번 했는지


작게라도 해오다보니 단독공연은 매년 해왔어요. 3년 주기로 매진이 되는데 안 그런 때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진행해서, 사실 공연으로는 돈을 벌어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매년 콘서트를 하는 여가수가 거의 없어서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에이미 와인하우스 다큐 영화 < 에이미 >가 곧 개봉하는데 보기를 권한다. 충분히 슬퍼보기도 우울해보기도 하고, 그런 것에서 오는 명암이나 사연을 앨범에 담으면 좋을 것 같다


저한테 이런 조언을 해주신 곳도 많이 없었고, 그래서 이야기하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 임진모 이수호 정유나
사진 : 이한수
정리 : 정유나
2015/11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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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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