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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를 13번 던진 여자, 모태 상담녀 ‘줄리’

나의 첫 다이어리 북 『고민의 발견』 저자 줄리 잠시 이별 중이거나, 재회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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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에 대해 딱히 정답이 나오지 않을 때, 글로 써보면 조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과 글로 정리하는 것은 다르다. 『고민의 발견』이란 독특한 책이 나온 까닭이다.

고민을 발견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지겨운데 발견까지? 『고민의 발견』은 직접 쓰는 셀프-라이팅 북(Self-Writing Book)으로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고민들을 정리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으로 그 해답을 발견하는 다이어리 북(Diary Book)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고민을 분석하기 전에 일단 모든 사실을 수집하라고. 두 번째는 모든 사실의 장단점을 살펴보는 일이다. 세 번째는 결정한 후엔 자신 있게 행동하기, 마지막은 고민이 무엇이었나 되돌아 보기다. 공동 저자 줄리와 유지는 “이런 과정을 따르다 보면 혼자 끙끙대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기한 책  『고민의 발견』를 쓴 저자 줄리의 프로필은 가히 놀랄만하다. 서른을 갓 넘겼을 때 이미 13번의 사표를 던졌고, 10번의 진로 변경을 해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민 경력’을 보유했다. 처처음 본 사람도 몇 마디 나누다 보면 어느새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고 해서 ‘모태 상담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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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많은 여자들이 ‘남자친구가 잠수 탔다’로 고민하고 있다


책이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올해 초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혼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도 마음 정리가 되질 않더라고요. 잘한 결정이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아파서, 혼자 끄적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왜 그 애를 좋아했을까, 우리는 왜 이별했을까’ 등 적다 보니 조금씩 치유가 되더라고요. 같이 일하는 후배 역시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 있어서 같이 서로의 일기장을 꺼내며, 고민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리스트를 보니, 사랑, 회사, 다이어트 등 직면하는 고민들이 매년 반복되는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개인의 성격이나 취향 때문에, 어떤 상황이 반복될 수는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미리 포기한 행동이나, 스스로 상처 받지 않으려 성급히 내린 결정 같은 방법으로만 해결했던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이런 내용들을 정리해서 출판사에 ‘마음 정리 노트’라는 콘셉트로 제안했고, 편집자의 긍정적인 평가가 있어서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사표를 13번이나 쓸 수 있나요? 어떤 직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셨는지, 그토록 많은 사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요. 제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어떤 위대한 능력이 있던 것도 아니어서 사업할 생각은 없었고요.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십 년 동안 한 것 같아요.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덕에, 고민을 오래하고 방황을 좀 해도 나이가 아직 서른 즈음이더라고요. 남들 스펙 쌓을 기간에 저는 직종 변경 8건, 재입사 5건의 경력을 가지게 되었어요.
 
22살 때 인턴으로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혼자 배낭여행을 40일 정도 했었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좀 더 큰 회사로 이직했고요. 1년 뒤에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25살이더라고요. 광고회사 기획자, 출판사 편집자, 출판디자이너, 출판 마케터, 유학원 상담원, 영어 선생님, 도서관 사서 등의 진로 변경도 있었어요. 재취업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면접 때마다 저의 요란한(?) 이력을 변호사처럼 하나씩 설명해야 했고, 처음 보는 면접관들한테 ‘끈기가 없다’는 쓴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한번은 제가 또 회사를 그만뒀다고 하면 부모님이 너무 상심하실 것 같아서, 출근하는 척하며 도서관에서 한 달을 버틴 적이 있습니다. 그 한 달 동안 열 군데 넘는 면접을 봤어요. 저의 취업 일기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네이버 실검 1위에 뜬 사건도 있었고, 웃픈(?) 에피소드가 많아요. 
 
저자의 프로필이 궁금합니다. 필명 ‘줄리’는 어떻게 나온 이름인가요?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만든 영어 이름입니다. 사람들이 제 한국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서 영어 이름이 있냐고 묻더군요. 단순히 예쁜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서 ‘줄리’라고 했어요. 성을 붙이면 ‘줄리 리’가 되는데, 그 이름이 평생 갈 줄 몰랐습니다. (하하) 제가 외모에 관심이 없었고 어릴 때부터 보이시한 스타일을 추구했는데 제 무의식 중에는 ‘예뻐지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거죠. 그때 더 예뻐지고, 뽐내도 될 나이였는데 스스로가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위축되어 있었어요. 또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고민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모태 상담녀’라고 하셨는데요. 요즘 주변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여성들은, ‘뿌염(머리 염색)을 얼마 만에 할지’ ‘옷을 계속 사는데 입을 옷이 없다’와 같은 소소한 외모 고민부터 ‘상사와 어떻게 지낼지’ 와 같은 인간관계, 그리고 ‘썸남과의 연락 문제’와 같은 연애 관련 등등이 있습니다. 그 중 29세부터 34세에 집중적으로 가장 큰 고민은, 외외로 ‘남자친구가 잠수 탔다’였습니다. 예전에는 잠수를 타거나 자신의 동굴로 들어가 버리는 남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있다 해도 범죄자, 유부남 등 잠수를 탈만한 특징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남자 분도 여자 분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이런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또 타인 앞에 대놓고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잠수 탄 남자친구한테 연락하고 싶었지만,  『고민의 발견』을 보면서 참았고, 결국 남자친구한테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몇 건 접했습니다. 그런 기념으로 가면 하나 만들었어요. 가면을 쓰면 조금이나마, ‘나 아프다’ ‘그의 연락을 기다린다’라고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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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저자님의 지금 고민은 무엇인가요?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만족하시나요?


제가 세계 14개국을 혼자 여행하고, 회사도 자주 옮겨서 ‘내 맘대로’ 살 것 같다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언제나 고민이 많습니다. 전혀 쿨하지 않아요. 몸과 마음이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이런 이력을 보유한 것 같아요. 또 변덕이 심한 사람이라, 결혼하면 이혼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먼저 듭니다. 결혼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혼이라니! 그래서 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 직장은 제가 세 번째 재입사한 곳이에요. 년도별로 입사 동기가 있고 또 그들이 저보다 직급이 높기도 하고요. 가끔 제가 복학생 느낌도 들 때가 있지만, 매우 감사한 마음으로 잘 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에게  『고민의 발견』을 추천하고 싶나요?


잠시 이별 중이거나, 재회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새벽에 그의 연락을 기다리기 보다, 좀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을 권해드려요. 회사생활 스트레스를 좀더 색다르게 해소하고 싶은 분께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삶은 버티는 것이 맞지만, 조금씩 서서히 변하고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것이, 나 스스로를 더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주변에 ‘답정너’ 같은 분들이 있다면, 선물용 도서로도 좋을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최근 재밌게 읽은 책 3권을 추천해주세요


평범한 사람도 책을 낼 수 있다는 『김병완의 책쓰기 혁명』을 읽고 용기를 내었어요. 책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게 되고,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출판까지 연결되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이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20살 때 박민규 사인회에서 알게 친구가 있는데, 20대 중반에 작가로 등단을 했고 최근에 『나를 숨 쉬게 하는 것들』이란 책을 냈어요. 요가를 하면서 명상하고 수련한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녀가 작가가 되기 까지 과정, 그리고 작가로서 산다는 것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와 닿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지요? 지금까지 고등 교육을 받으면서 접했던 지식, 책을 통해 알아갔던 지식들이 ‘구슬’이라면, ‘지대넓얕’이 구슬들을 꿰어주는 끈 같았습니다. 책은 정말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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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발견 줄리 앤 유지 저 | 이콘
고민의 발견은 사회가 정해놓은 길을 살아가기에는 아쉬운, 그렇다고 나만의 개척하기에는 두려운, 어쩌면 너, 나, 우리와 같은 두 여인의 기록이다. 사춘기면 끝난다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아직도 거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중심을 잡고자 하는 아름다운 몸부림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두 여인의 고백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도 서슴없이 꺼내놓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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