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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국가에 손 벌리기 전에 자신의 힘으로 서야”

위기의 보수, 책에서 길을 묻다 열린 보수의 공부, 『공부하는 보수』 미국과 한국 정치 속 보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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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비판적 보수주의자라 불리는 이상돈 교수가 독자를 만났다. 그는 『공부하는 보수』를 통해 보수 정권의 실패 속에 잊혀진 ‘진정한 보수’를 이야기했다

이상돈 교수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사안에 따른 합리적 발언을 한다는 점에서 ‘비판적 보수주의자’로 불린다. 그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국민소송단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2012년에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였고, 현재 보좌진 문제 등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부하는 보수』는 이상돈 교수가 ‘보수의 실패’를 겪으며 읽어온 책들을 자신의 생각과 함께 소개한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독자가 진정한 보수의 정책과 철학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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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복지는 빈곤과 좌절의 함정

 

이상돈 교수는 튤레인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기, ‘공공주택단지’의 문제점을 직접 보며 살았다. 슬럼화된 공공주택단지의 모습은 복지의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튤레인 대학과 다운 타운 사이에는 연방 정부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세운 공공주택단지가 있었습니다. 이미 슬럼화되어 완전히 거대한 게토가 된 곳이죠. 값이 싸니까 한번 들어오면 사람들이 나가지를 않습니다. 공공주택단지 뿐만 아니라 푸드 스탬프라는 것도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더 값싸게 팔아 술이나 담배를 샀습니다. 또 남편이 없고 애가 많은 집에는 별도의 복지금이 나왔기 때문에, 남편은 일하는 대신 집을 나가고 부인은 생계 수단으로 애를 낳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로 많이 알려진 뉴올리언스의 공공주택단지 역시 취지와 달리 빈곤과 좌절의 함정이 되고 말았다. 이상돈 교수는 이러한 미국의 실패를 근거로 우리 나라의 공공 임대 주택 정책을 비판했다.

 

“당시 뉴올리언스의 공공주택단지의 모습에 모두들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 시기 빈곤계층에게 제공된 뉴올리언스 공공주택단지는 완전한 게토가 되어 있었죠. 이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저는 공공 임대 주택을 싸게 제공하려는 우리 나라 정책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보통 아파트를 살 때는 누가 주인인지, 누가 월세고 전세인지를 모릅니다. 하지만 공공 주택 단지가 생기면 표가 나요. 낙인이 찍히는 것이죠. 그리고 주택 값이 싸지면 사람들은 계속 그 곳에 머물려고 합니다. 이러한 복지 정책은 개인의 자립 정신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돌보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자립할 수 있는 사람에게 베푸는 시해는 오히려 독입니다.”

 

이상돈 교수는 『공부하는 보수』에서도 ‘과연 공공주택이 필요한가’라는 챕터를 통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공주택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주택을 개인이 소유하면 유지 관리를 잘하지만, 정부가 공공주택을 관리하면 비용은 많이 들고 관리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정부가 보조하는 값싼 공공임대주택에 살게 되면 타성이 생겨서 빈곤이 체질화되고 마는 것이다. 정부 보조는 성과에 대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빈곤이라는 필요에 의해 주어지기 때문에 빈곤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사기를 꺾기 마련이다. (…) 이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빈곤을 떨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저렴한 주택에서 산다고 해서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공부하는 보수』 p. 385

 

미국 정치에서 찾은 보수의 힘

 

이상돈 교수는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로널드 레이건, 윌리엄 버클리, 폴 볼커 등을 언급했다. 그는 지미 카터 및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연방준비은행 은행장을 지낸 폴 벌커를 ‘80년대 미국 경제를 살린 장본인’이라 칭했다.

 

“레이건 대통령 집권 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맡은 폴 볼커는 80년대 미국 경제를 살린 장본인입니다. 그는 정치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정책을 고집했죠.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레이건 대통령은 폴 볼커를 신임했고, 20% 이자율을 버텼습니다. 집값이 떨어지고, 아주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 있었습니다. 오일달러가 미국에 들어왔고, 미국 자동차 회사는 이제 팔리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97년 IMF 이후에 이자율이 높았습니다. 그걸 미국은 더 오래 간 거예요. 우리 나라도 구조조정을 더 오래했으면 경제 체질이 지금보다 나아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돈 교수는 80년대를 영국과 미국의 보수 전성기로 회상했다.

 

“80년대는 레이건 대통령과 마가렛 대처 수상의 시대였습니다. 영국은 그 당시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 때까지도 석유 대신 연탄을 썼는데, 연탄이 좋아서가 아니라 석탄 탄광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죠. 당시 영국 총리가 ‘영국은 이제 개도국이 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말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79년 영국 공화당의 승리로 마가렛 대처가 수상이 되면서 모든 상황이 변했습니다. 수상으로서 대처가 제일 먼저 한 것이 공무원 대량해고였습니다. 탄광 노조 파업에도 강경하게 대처했습니다. 80년대는 영국과 미국의 보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동유럽 공산독재체제 종식에 기여한 것으로 유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이다.

 

“레이건 대통령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매우 친했습니다. 둘은 교황의 모국인 폴란드와 동유럽을 어떻게 해방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동유럽이 무너진 이유는 고르바초프의 영향도 있지만, 역시 그 뿌리는 폴란드입니다. 교황 바오로 2세가 폴란드의 자유노조를 지지해주었으며, 당시 미국 CIA 국장도 가톨릭 신자였죠. 이에 대해 ‘Holy Alliance’, 신성한 연대라고 표현한 책도 있습니다. 교황은 자기 조국을 해방시켜야만 동유럽에 인권과 자유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고, 그 뜻을 레이건 대통령과 공유했죠.”

 

이상돈 교수는 공화당 내 개혁파였던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 ~ 1919)도 언급했다. 부통령이었던루스벨트는 윌리엄 매킨리가 암살되면서 그 임기를 이어받았다.

 

“1901년 공화당 내 개혁파 시어드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됩니다. 원래 록펠러 등 재벌은 시어드 루스벨트의 개혁을 막기 위해 그에게 권한 없는 부통령 자리를 줬었죠. 그런데 매킨리 대통령이 취임 1년 후 암살된 겁니다. 이렇게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는 준비된 대통령이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Let’s get started’, ‘자, 이제 일을 시작하자’ 이렇게 말했죠. 그리고 독점금지법을 시행했습니다. 이 덕분에 미국이 혁명 없이도 건전한 자본주의를 세울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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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기본 철학은 책임과 자립

 

미국과 한국의 보수 정치 이야기를 들려준 이상돈 교수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보수의 철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국 교수가 이명박 정부 시기에 ‘한국의 보수진영 사람들에게 미국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본받으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보수의 가치는 영화 <룸메이트(roommates, 1995)>에 더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살아가는 내용으로, 보수의 기본 철학, 즉 ‘자신은 자신의 힘으로 서는 것’을 보여줍니다.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국가에 손을 벌리기 전에 자신의 힘으로 서는 것이죠. 요즘 야당 정책을 보면, 사안은 없고 ‘모든 것은 국가와 정부가 해야 한다’는 기조만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보조도 필요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설 수 없는 사회는 역동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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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보수이상돈 저 | 책세상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임을 자처했던 미국의 자본주의와 군사력은 상처를 입었고, 세계 곳곳에서는 그 패권에 대항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구의 화약고 중동에서는 과격 이슬람 조직 IS가 살인과 테러를 일삼으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14억 인구의 중국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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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노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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