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충식 “스티브 잡스, 윤종신, SM, 모두 경쟁자”
베테랑 광고쟁이의 크리에이티브한 기획 이야기 『기획은 2형식이다』 펴낸 ‘싱어송 아이디어 라이터’ 기획의 핵심은 심플의 미학이다
광고인 남충식은 스스로를 두고 ‘싱어송 아이디어 라이터(singer song idea writer)’라고 칭한다. 글로든, 가사로든 어떤 수단으로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일이 가장 즐겁기 때문. 냉철한 크리에이티브 플래너로서, ‘풀래닝 코드’라는 특별한 기획론을 전파하고 있는 그가 첫 책 『기획은 2형식이다』를 펴냈다.
직장인들에게 끊임없이 따라 붙는 숙제가 바로 ‘기획력’이다. 회사는 언제나 새로운 기획을 원하고 직원들은 퍼뜩 떠오르지 않는 아이디어에 한숨을 쉰다. 어떤 분야보다 창의적이어야 할 광고계에서 14년을 기획자로 산 『기획은 2형식이다』 저자 남충식은 “사색은 없고 검색만 있는 지금 시대에 우리 한국 기획자들은 지나치게 심각하고 진지하다”고 지적한다.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기획력이 없으면 제자리걸음이다. 기획자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심플의 미학’. 『기획은 2형식이다』 에서 저자는 ‘2개의 본질 코드’ P코드, S코드로 ‘기획’을 말한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TBWA KOREA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남충식 저자는 현재 이노션(INNOCEAN) 더캠페인랩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SK텔레콤, 소니, 피자헛, 모토로라, 네슬레, 팬택,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신세계, 이마트, 삼성전자, UNITAS CLASS, 서울디자인재단 등 기업체 및 교육기관에서 ‘플래닝 코드’적 창조기획을 전파하고 있다. 뮤직 프리젠테이션 〈썸네일 프로젝트thumbnail project〉의 인디 뮤지션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남충식 저자는 “‘기획’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김 과장들을 위해 『기획은 2형식이다』를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돌 음악 아닌, 조규찬 음악 같은 책
책이 독특하게 편집됐다. 여백도 많고, 문장 배열 형식도 평범하지 않다.
기존에 나온 크레에이티브에 관한 책과는 다르게 쓰자고 생각했다. 편집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 현재 강의하고 있는 제목이 ‘플래닝 코드’인데, 책의 제목으로 쓰기엔 난해할 수 있어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은 2형식이다’를 제목으로 정했다.
‘기획’에 대한 책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광고인이 썼기 때문에 아무래도 마케팅 관련 종사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은데, 『기획은 2형식이다』의 주 타깃은 어떤 독자인가?
책을 준비하면서 북 트레일러도 함께 만들었는데, 맨 처음 나오는 카피가 ‘대한민국의 모든 김 과장님에게’다. 대한민국 보통의 기업에서 5년 정도 일을 하면 과장이 되는데, 어느 정도 조직생활에 적응해가면서도 기획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한 것 같다. ‘난 왜 이렇게 기획을 못하지?’ 이런 분들이 읽으면, 피와 살이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돌 음악보다는 조규찬 음악 같은 책? 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웃음). 대학생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난주에 있었던 대학생 포럼에서 소개했더니 의외로 재밌어 하고 반응도 좋았다. 기획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핵심은 ‘기획은 심플해야 한다’인 것 같다. 아이디어가 많은 것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는데.
생각이 많은 건 좋지만,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 쥐약이다. 일을 하다 보면 생각을 너무 복잡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늘 결과물이 통상적이다. 기존의 성과를 답습하는 결론이 나와 버린다. 고수일수록,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일수록 의외로 심플하다. ‘심플’은 기획의 원리가 아니라, 인생의 원리일 수도 있다. 이 책을 쓰면서 스티브 잡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 사람의 모토도 ‘심플’이다. 심플하려면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군더더기, 부수적인 것은 많이 버려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것들을 포기 못하니까 본질에서 벗어나 버린다.
기획의 본질 코드로 ‘P코드’ ‘S코드’를 말했다. P는 ‘문제problem’, S는 ‘해결solution’이다.
기획의 고수들이 복잡한 정보 속에서 기회를 알아보는 비결이 바로 P코드와 S코드다. 두 개의 통찰 코드를 늘 안경처럼 쓰고 다니기 때문에 해결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양심 냉장고> 김영희 PD도 ‘시청자들이 쉽게 공감할 만한 공익 소재’를 찾다가 새벽에 귀가하던 중, 문득 빨간 신호등을 발견하고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가 본 건 빨간 신호등이 아니라, ‘해결의 기회’였던 거다. 『미생』 윤태호 작가도 ‘직장인들의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지?’라는 문제를 생각하다가 점심시간에 똑같은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쏟아져 나오는 샐러리맨을 보고 『미생』을 쓰게 됐다. ‘똑같은 그들을 각자 다른 색깔의 의미 있는 인생들로 채색해보자’고 결심한 거다. 이들이 복잡한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문제와 해결, 단 두 개의 기획의 근본을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기획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을까?
우선 태도가 다르다. 열정, 진정성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떠한 프로젝트를 해결하겠다는 열정과 태도가 기획의 8할이고, 나머지가 기획의 원리다. 기획을 잘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특히 관찰을 많이 하고 겸손하다.
노력해도 센스가 잘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지 않나? 무조건 노력하면 기획력도 생기나?
상대방이 보기엔 센스가 없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당사자가 센스를 기르기 위해 노력할 태도와 준비가 되어 있느냐다. 만약 그 사람이 센스가 떨어지지만 바꾸고 싶은 열정이 있다면 나는 같이 일하고 싶다. 하지만 “저는 원래 그래요”라면서 포기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그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 태도가 중요하다.
본질을 건드리는 책을 읽어야 기획력이 생긴다
광고회사에서 AE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기획력이 뛰어나진 않았을 텐데, 어떠한 노력을 했나?
나는 완벽히 트레이닝으로 기획력을 쌓은 케이스다. 회사에서 철저하게 훈련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기획력은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철저하게 후천적인 것이 ‘기획력’이다. 예전에 선배들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책상 앞에 앉아 있지 말고 그냥 퇴근하라고 했다. 이를 꽉 깨물고 다른 생활을 하고 놀다 보면, 언젠가 떠오른다고. 몸의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잘 부르려고 노력하면,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심사위원들도 힘을 빼는 도전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한국의 경직된 조직문화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긴장을 풀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근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광고인으로서 인상 깊었던 공약이나 캐치프라이즈가 있었나?
아쉽게도 이번 선거에는 눈에 띄는 기획이 없었다. 메시지가 너무 많아 본질을 꿰뚫지 못했다. 대중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못 준 것 같다. 2012년에 한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내세웠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터치를 받았던 것 같다.
‘아이디어 발상법’, ‘아이디어맨 되기’와 같은 책은 읽지 말라고 조언했다.
절대 읽지 말라는 게 아니고, 이런 책들이 본질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개 스킬 같은 건 배울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기획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통로가 될 수는 없다. 본질을 건드리는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생각의 탄생』, 『틀 안에서 생각하기』 등이다.
그렇다면 『기획은 2형식이다』도 본질을 건드리는 책인가?
물론(웃음). 본질을 건드리고 싶어서 쓴 책이다. ‘기획’에 관한 책은 오래 전부터 많이 나왔는데, 그런 책보다 내 책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기획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보통의 책에서는 기획을 가르치려고 하는데, 기획은 절대 가르치는 게 아니다. 기획자 안에 창조의 거인은 이미 존재한다.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할 몫은 그 창조의 거인이 있다는 걸 일깨워주는 자극을 주는 거다. 책 제목을 작게 쓰고, 판형을 독특하게 작업한 것 모두가 창조에 대한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올해로 광고인생 14년차다.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무엇인가?
지금 ‘2014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인데, 나의 첫 광고주가 SK텔레콤이었다. 붉은악마의 ‘대한민국’ 박수를 가지고 캠페인을 벌였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원래 있던 박수였지만, 광고가 나가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다. 우리가 한 것은 발견해서 알려준 거다. 이처럼 창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고, 몰랐던 것을 발견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또 예전에 ‘레이저’를 출시하면서 했던 ‘모토로라 캠페인’도 기억에 남고, 팬택의 ‘베가’는 내가 이름을 짓기도 했다. 규정하는 걸 좋아해서 네이밍에 관심이 많다. 현대자동차 ‘벨로스터’를 출시하면서는 기존의 평범한 론칭쇼에서 벗어나서 ‘벨로스타 클럽’을 지어서 론칭쇼를 했는데 큰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 프로젝트에서 4D 극장 광고를 제작한 것도 재밌는 작업이었다.
기획자가 된 후부터 생긴 습관이 있을 것 같다.
두 가지인데, 남들이 보면 “미친 놈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웃음).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시인의 재능은 자두처럼 하찮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아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기획자도 다르지 않다. 시인(poet)의 어원을 찾아보면, ‘새롭게‘ 만들어 내는 사람’ 즉 ‘창조자(poein)’ 라는 말에서 나왔듯이, 크리에이티브도 그렇다. 지금 내가 삼다수 물병을 보고 있는데, 이 물병 하나로도 한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이런 짓(?)을 해보는 게 정말 도움이 된다.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날 때, 그냥 ‘물이 넘실거리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양하게 자기 관점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두 번째 습관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났을 때,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버릇이다. 예전에 ‘기저귀 프로젝트’를 할 때는 젊은 엄마들을 이해하려고 놀이터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엄마들에게 가서 “아이 기저귀를 실제 차본 적이 있냐?”고 물어서 뺨을 맞기도 했다(웃음). 처음 보는 사람이 대뜸 황당한 질문을 하니까, 다들 어이없어 했다(웃음).
가수 윤종신의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최근 문화계에서 본 최고의 기획으로 손꼽았다. ‘월간 윤종신’에서 발견한 P코드는 ‘불규칙한 음악 발표 주기’라는 문제였고, S코드는 ‘윤종신의 디지털 월간 음악 잡지’라는 솔루션이다.
‘월간 윤종신’은 최근 5년간 봐왔던 모든 카테고리 중에서 최고다. 모든 면에서 완벽했고 탁월하다. 기획에는 카테고리 구분이 없다. 김태호 PD, 스티브 잡스,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기획자도 우리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 기획에서 이론은 20%에만 해당된다. 나머지는 태도, 목적의식, 열정이다. ‘월간 윤종신’은 가수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었고, 음악인의 열정에서 나온 자구책이다. 윤종신은 우리에게 기획력은 ‘능력’이 아니라, ‘태도’라는 걸 다시 한 번 상기해줬다. 우리가 기획자 윤종신에게 배워야 할 본질은 ‘월간 잡지’라는 포맷 아이디어나 ‘다양한 작가와의 콜레보레이션’ ‘홍보 전략’ 등 S코드적 화두가 아니라, ‘가수 윤종신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P코드적 사고와 그것을 실천해나가는 열정과 끈기, 결국 P코드다.
‘월간 윤종신’이 처음부터 큰 반응이 있지는 않았다. 골수 팬들만 반응했다. 꾸준함이 지금의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2010년 4월부터 지금까지 발행하고 있으니,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결 같은 꾸준함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점이다. 사실 기획은 실현했다고 해서 바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내가 비염 때문에 병원에 가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하고 나니 바로 숨이 쉬어졌다. 그런데 3개월 반 만에 다시 도루묵이 됐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한의원을 찾아갔는데 치료 기간이 오래 걸렸지만 결국 치료가 됐다. 기획도 마찬가지다. 일시적으로 뭔가 해결되는 게 아니고, 시간이 갈수록 기획이 발전하면서 성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많이들 오해하는 게, 기획이 좋으면 반응이 바로 올 거라는 착각이다. ‘월간 윤종신’ 역시 점점 발전하고 꾸준했기 때문에 더 나아진 거다.
마흔은 두 번째 스무살
개인적인 질문을 해보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건, 광고인이 되기 위해서였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신문에 광고인에 대한 기사가 크게 났는데,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광고를 하고 싶은데 “뭐를 전공하면 좋냐?”고 물으니, 어른들이 “광고가 마케팅 아냐? 그럼 경영학과”라고 하더라. 그래서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경영도 여러 분야가 있지만 난 마케팅만 생각했고 졸업 후 입사할 때도 광고회사만 지원했다. 그런데 광고계의 다른 동기들은 그렇지 않다. 그 때 나는 외골수라 ‘광고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선택만은 아니었다. 광고가 세상의 전부인 것도 아닌데, 좀 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시도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인생은 장기적인 게임 아닌가? 대학생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늘 강조하는 게,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보라는 점이다.
〈썸네일 프로젝트thumbnail project〉의 인디 뮤지션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음악은 취미 활동인가?
중학교 1학년 때, 무한궤도가 우상이었다. ‘88년도 대학가요제’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대학에 간 이유가 ‘대학가요제’에 출연하기 위해서였다(웃음). 스윗소로우 인호진과 중학교 친구인데, 같이 대학가요제에 나갔다가 최종 예선에서 아쉽게 떨어졌다. 호진이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타면서 가수로 데뷔했고. 살면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다. 광고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두 가지 중에 무얼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취미로 갖고, 두 번째로 좋아하는 광고를 직업으로 택했다.
‘연애도 기획’이라는 말도 했다. 두 딸의 아빠인데, 남다른 프러포즈로 아내의 마음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아쉽게도 특별한 프러포즈는 없었다(웃음). 아내와는 사내 커플이었다. 최근에 한 후배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여자가 이 후배를 남자가 아닌 오빠로만 생각한다고 하더라. 어떻게 고백하는 게 좋겠냐며 조언을 구하길래, 우선 편지는 절대 쓰지 말라고 했다. 편지는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을 너무 많이 준다. 남자로 여기지 않는다고 하니, 직접적인 고백을 하는 것이 훨씬 남자다워 보일 수 있다. 남자들은 대개 풍선, 촛불, 뮤지컬 등 이벤트를 펼치는 걸 여자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데, 케이스마다 다르겠지만 뭐든지 문제를 진단하는 게 우선이다. 여자가 왜 나에게 마음을 열고 있지 않는지, 그 문제에 따른 해결방안을 찾는 게 현명한 기획이다.
올해 마흔이다. 마흔을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여긴다고 헸다.
팀원들에게도 지겹게 이야기한다. 33세 후배에게 “넌 아직 태어난 게 아니다”라고, 38세 후배에게는 “인생의 시작은 마흔”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100세 시대 아닌가? 곧 120세 시대도 찾아올 거고. 마흔이 인생의 진짜 시작을 열 수 있는 나이인 것 같다. 조금 철이 든 게 스무 살이고, 좀 더 철이 든 나이가 마흔인 것 같다.
스스로를 ‘싱어송 아이디어 라이터’라고 부르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요즘은 카피라이터를 ‘아이디어 라이터’라고 부른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 생각을 글로 쓰는 걸 좋아한다. 그게 가사이든 기획서이든. 여러 가지 툴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생각을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게 여전히 흥미롭다. 직업이란 형태로 규정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인생의 모토로 삼는 글귀가 있나?
비틀즈의 앨범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명반 <화이트 앨범(The Beatles)>에 좋아하는 곡이 있다. 일명 ‘원숭이 노래’라 불리는 이 곡은 소위 펑크록의 효시로 알려진 신나는 노래다. 이 가운데 한 소절이 내가 말하고 싶은 플래닝 코드의 비밀을 말해 주고 있다. “The deeper you go the higher you fly, The higher you fly the deeper you go.” 나는 절대 가볍고 싶지 않다. 화려한 것을 좇지 않고 언제나 본질적인 것, 기본적인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할 거다. 그래야만 멀리 점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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