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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4인방, 그들의 서른은 어떠했나?

『똑같이 다르다』 만화가열전 4인4색, 김성희·박건웅·앙꼬·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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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6일, 서울 상수동의 이리카페는 충만했다. 다르지만 괜찮아. 다르니까 더 좋아.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 읽기를 멈추지 않는 작가들이 함께였기 때문일 것이다. ‘똑같이 다르다 사계절만화가열전 4인4색’을 채운 네 명의 작가, 김성희, 박건웅, 앙꼬, 최규석이 독자들과 만났다.

삽질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울기엔 좀 애매한 시절을 보내고 계시지요?
최규석, 박건웅, 앙꼬, 김성희 네 작가가 들려주는 나의 ‘삼십 살’ 그리고 나의 만화이야기.
지금은 없는 이야기가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4인4색의 똑같이 다른 만화 작가들이 모인 겨울밤은 그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너무 오래가는 하 수상한 시절,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는 시절, 나이 먹는다고 마냥 달라지지 않을 삶이기에 네 명의 작가들을 호명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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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서른은 안녕하신가?

서른 살을 전후해서 이런저런 일에 공감하는 것도 많을 텐데, 작가들 중에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 작가도 있다. 한 해 넘어가는 기분이 남다를 텐데, 해가 넘어가는 즈음 어떤 생각이 드는지, 서른 살은 어땠는지 듣고 싶다.

앙꼬 : 『삼십 살』을 그렸을 때가 서른이었고, 내년이면 서른둘이다(웃음). 서른이 되면 어른이 돼 있을 줄 알았다. 돼 보니 어렸을 때 내 모습이 그대로더라. 뭔가 서른 살 같지도 않고. 그래서 ‘서른 살’이라고 않고 ‘삼십 살’이라고 제목을 지었다.

박건웅 : 『삼십 살』을 처음 보곤 삼겹살로 읽혔다(웃음). 식욕 돋는 제목이었다. 앙꼬 작가가 내 결혼식 때 축가를 불러줬다. 연애담을 말했더니 가사로 옮겨 축가를 부르더라. 난리가 났다. 집안사람들이 며느리 삼고 싶다고(웃음). 이후 축가 섭외가 계속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

앙꼬 : 그때 되게 가난했었다. 다른 사람들 결혼식 가서 세 달 정도 결혼식 축가를 불렀다. 10만원씩 받아서 되게 고마웠다.

김성희 : 우리가 기억하던 삼촌, 이모의 서른과 나의 서른은 너무 달랐다. 서른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부족한 것 같고, 나는 왜 삼촌, 이모와 다를까 고민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알았던 삼촌, 이모는 사회로 나오는 것이 우리보다 좀 더 빨랐던 거다. 우리는 사회로 나오는 유예기간이 길어서 늦되고 퇴행하면서 성장통을 더 겪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마흔에 왔는데, 마흔도 나름 애환이 있다. 내가 알던 삼촌과 이모의 나이가 되더라도 그때와 같지 않고, 나일 수밖에 없음을 알아서 나를 다독이게 되고 그렇게 마흔도 맞기로 했다. 『똑같이 다르다』에서 생각한 것은 약자들끼리 유대, 비슷함을 확인했으면 싶었다. 너무나 커 보이는 세상에서 나는 너무 작은데, 또 다른 약자를 만나고, 그런 두 친구가 공감대를 이루고 약자들끼리 연대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그림을 그렸다. 그게 마흔을 맞이하는 내 마음이기도 하고.

최규석 : 이십대까지 반지하방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다. 서른에 전세방을 얻었고, 무섭게만 생각했던 세상이 만만해 보였던 시절이다. 그 이후 점점 더 무서워보여서 만만하진 않지만. 어릴 땐 어른이 되면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옛날엔 어른으로 살아가기가 좀 더 쉬운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삶의 단계마다 책임져야할 것이 있는데, 옛날엔 단선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세상이다. 어른으로서 후배나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사라졌다. 80년대 대학을 다닌 분들이 지금 대학을 다니는 자식들에게 이래야 돼 저래야 돼 하는 말은 다 틀린 말이 됐다. 어른이라는 말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최규석 작가는 드디어 웹툰 작가가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제목이 <송곳>인데, 언제부터 시작되고 어떤 내용인가?

최규석 : 오늘 밤 12시 전에 업로드될 거다. 네이버 화요 웹툰인데, 언제까지 연재하게 될지는 기약이 없다. 소재는 노조 이야기다. 약간 더 정의감 있고 약간 용감하나, 자기 성격이 싫은 주인공이 어쩔 수 없이 노조 활동을 시작한다. 내 목표는 꼴찌는 하지 말자인데, 밑에서 세 단계 정도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박건웅 작가는 지난 총선 직후에 『삽질의 시대』를 냈다. 블로그에 계속 풍자만화를 올리고 있는데, 『삽질의 시대』를 낼 때 두렵다고도 했다. 타임머신 없이도 70년대로 회귀 가능한 시대가 됐다는 말을 했는데, 연재하면서 위협 같은 걸 받아본 적 있는지, 지금 희망을 보고 있나?

이런 작품을 하다보면, 풍자라고 하지만, 시대가 하도 뒤숭숭해서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도 들었지만, 그렇게라도 책이 많이 팔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많이 보진 않더라. 사실 더 무서운 건, 자기 검열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작가로서 생명이 끝난다고 보니까. 70~80년대 활동한 선배 만화가들 말씀을 들으면, 당시 심의나 검열이 심해서 시나리오를 미리 요구하는데, 시나리오 그대로 해야지,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못하게 했다더라. 그래서 자기 검열에 빠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더라. 그러니 작품 할 때마다 나 자신과 싸우게 된다. 서른 살 때를 한 번씩 생각해보게 되는데, IMF 등도 있어서 뒤숭숭했다. 나는 군대를 늦게 갔다. 제대하니 스물여덟이었는데, 군대 가기 전 학점이 올 ‘빵꾸’였다. IMF 때 자영업자들이 많이 생겨서 인테리어 비용을 아낀다고 벽화로 그리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 아르바이트를 2년 동안 하면서 틈틈이 만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하고 싶은 이야기로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영화는 돈이 많이 들고, 만화가 싸게 먹히더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게 됐는데, 그때가 서른 즈음이었다.

돈벌이도 안 되지만, 만화가로서 계속 살고자 하고 있다. 무슨 매력이 있기에 만화가의 길을 계속 가려고 하는지 듣고 싶다.

최규석 : 만화가, 안 좋다. 혼자 창작하는 예술 분야 중 노동량이 가장 많다.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되고, 건강이 받쳐줘도 금방 건강을 잃게 된다. 어릴 때는 영원히 건강할 것 같아서 멋모르고 시작하나, 서른 중반 넘어서 빵 터지지 않는 이상, 힘든 일이다. 중간에 많이 빠져나가기도 하고. 그래도 매체 자체의 매력이라면, 혼자 할 수 있고, 협소한 영역의 재능이 집중적으로 발휘될 필요는 없다.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쓸 필요는 없다는 거지. 그림이나 글 어정쩡하게 못해도 된다. (일동 폭소) 애매한 사람들이 하기에 굉장히 좋은 장르다.

김성희 : 나는 반대 의견이다(웃음). 애매한 것은 없다. 나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형인데, IMF때 졸업을 했다. 무역학과 출신이다. IMF가 갑자기 왔는데 누구도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러니 취업도 안 되고... 내가 열심히 10년 투자해서 할 수 있을 것을 선택하려고 했고, 그때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림도 지금보다 잘 못 그렸는데, 1~2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도 많이 했다. 이후 만화가 즐겁기 시작했는데, 먹고살기 힘들고, 매일 마음을 다독여야 했다. 내가 갖고 있는 글과 그림을 잘 조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퍼즐 맞추기 같은 거지. 창작이란 게 선이 있는 게 아니다. 그림도 글도 잘 하는 작가, 그림도 글도 못하는 작가도 있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지 않나 싶다. 자기만의 조합이 있다.

박건웅 : 내가 만화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10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가져왔는데, 살아지게 되더라. 지금 보면 만화가가 남들과 똑같다면 남들이 가치를 인정해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드러낼 때 세상이 내 만화를 인정해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없는 이야기와 소재를 만들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예전부터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았다. 학력고사 세대인데,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우리가 알지 못한 근현대사의 숨겨진 이면이 많았고, 제대한 후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렸다. 『노근리 이야기』도 그래서 나왔다. 한 번은 광우병 촛불시위 나갔다가 맞아서 병원에 실려 갔다. 그때 뇌진탕 후유증이 생겼다. 잠을 많이 자게 되더라. 졸리기만 하고 무기력하게 반년 가까이 갔다. 그러다가 꿈을 꿨는데 천국과 지옥이 뒤바뀌는 꿈이었는데, 이야기가 잡히면서 풍자만화라는 영역으로 넘어오게 됐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인생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만화가는 세상에 창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하더라. 앞으로 무슨 작업을 할지는 모르겠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앙꼬 작가가 처음 등장할 때 천재 만화가가 나타났다고 그랬다. 해외에서도 각광 받고.

앙꼬 : 나는 좀 이상한 사람이다(웃음). 뭔가를 말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데 말을 못한다. 그게 억울해서 만화를 그렸다. 상상이 필요하고 말이 필요하면 만화를 그린다. 말을 못해서 억울하니까. 술 먹으면 말을 한다. 그래서 술을 먹는다. (일동 폭소) 비가 엄청 온 어느 날, 개울가에서 술 먹다가 뒤로 자빠져서 물에 빠지기도 하고 술 먹고 거리에서 자고 그래서 술을 끊었다. 나는 해녀가 꿈이다. 필리핀에 가서 번 돈 다 쓰면서 6개월 살았다. 스킨스쿠버도 하고.

이어 앙꼬 작가의 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앙꼬 작가는 동생과 함께 ‘앙꼬 밴드’로 활동했으나 사정이 생겨 이날 혼자 노래를 불렀다. 첫 곡은 자작곡 「거짓말은 안 돼」. 거짓말을 했다가 밤새 잠 못 들고 만든 노래라고 했다. 둘째 노래 역시 자작곡으로 할머니 생신에 다녀와서 쓴 「할머니 생신날」. 최규석 작가가 깜짝 놀랄만한 추임새를 넣으며 흥을 북돋았다. 이어진 노래는 자신의 주제가라고 생각하고 만든 「나는 만화가」. 독자들의 뜨거운 앵콜 요청으로 앙꼬 작가는 준비된 앵콜곡, 「나는 강아지」를 독자들에게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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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과의 대화

제대한지 열흘이 됐다. 군대에 오래 있다보니 사회에 대한 감각이 많이 없어졌다. 뉴스를 볼 때 어떤 관점으로 봐야할지 모르겠더라. 적응하고 싶은데, 어떤 책을 보면 나아질까?

최규석 : 내 삶에서 도움이 됐던 책은, 군대 있을 때 읽은 책인데,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다. 큰 감동을 받았다. 기준을 세워주는 책이 있다. 자기 기준을 세우는 책들을 보면 자기만의 판단을 만들 수 있다. 최근 좋았던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마이클 샌델을 ‘까는’ 책은 아니다. 누군가를 비판을 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잘 나와 있다.

박건웅 : 내가 군대를 제대했을 땐 사람들이 날 기다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도 기다리지 않더라. 제대한지 얼마 안 됐으니 세상을 좀 더 편하게 바라봐도 좋을 것 같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신중하게 세상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김성희 :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는 우선 자신의 고민에 집중하면 좋겠다. 인간 본연으로서, 나로서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차분히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세상에 어떤 질문을 갖고 있는지 구체적인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애니메이션과 출신으로 그림을 그린다. 만화를 보면 상상을 통해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작가도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최규석 : 나는 두 가지 경우에 다 해당되는 것 같은데, 자기 이야기를 할 땐 마음은 편하다. 다만 자기를 속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따라 다닌다. 자신은 자기를 속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더 파고들면 속이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앙꼬 작가가 놀라운 건, 자기를 희화화시키든 고민을 드러내는 부분이든, 부끄러워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넘어선다. 자기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해 본 사람은 남 이야기를 할 때 공포가 더 커진다. 가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거지. 그래서 남도 나와 비슷하겠거니 가정을 한 뒤 작업을 한다.

앙꼬 : 『삼십 살』은 아무도 안 볼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재밌으려고 그렸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을 그리면 내가 재밌는 거지. 그런 감정은 다음날 기억이 안 나고, 그걸 만화로 그리니 재밌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건, 다른 직업을 갖는 느낌일 것 같다. 나를 많이 들여다보고, 일단 아무도 안 볼 거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한다.

박건웅 : 나는 여태껏 타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나를 거쳐서 이야기를 드러내는 방식이었는데, 점점 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더라. 작가의 스타일과 성향에 따라 여러 가지가 가능하다.

김성희 :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와 어떤 지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자기 이야기이든, 상상을 하든,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닌 것 같다. 그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진심의 여부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다른 세 명의 작가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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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다르다 김성희 글,그림 | 사계절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나’는 임시 계약직으로 장애아동 통합 보조교사로 일하게 된다. 세상 사람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만 나눠 생각하던 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뉘는 또 다른 사회에 눈뜨게 되는데…….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책은 서로 똑같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아야 우리 모두가 자유로울 수 있음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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