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찬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가수 조규찬이 미국 일리노이에서 보내온 편지 12월 25일 콘서트 <메리 컴백 조규찬>으로 관객들 만난다
가수 조규찬이 오는 12월 25일, <메리 컴백 조규찬> 콘서트로 팬들을 만난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재즈학을 공부하고 있는 조규찬이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아래 기사는 가수 조규찬 씨와 <채널예스>가 서면으로 주고 받은 인터뷰 내용을 편지글 형식으로 각색했습니다. 조규찬 씨가 보내온 답변과 문체를 그대로 살렸음을 알려드립니다. |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가수 조규찬입니다.
저는 현재 미국 일리노이 주의 샴페인에 위치한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곧 유학 생활을 마치게 되죠.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행복한 시간은 앞으로도 쉽게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 저는 유학생활에 진심으로 만족합니다. 왜냐하면, 그 짧지 않았던 유학 기간 동안 저와 아내 그리고 아들, 저희 식구가 언제나 함께 서로에게 집중하며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재즈라는 장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재즈 전공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실용음악 전반의 이론적 기반이 가장 잘 체계화 되어 있는 것이 재즈 이론과 커리큘럼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학 생활은 딱히 ‘결심’했다기 보다는 오래 전부터 계획해 온 일을 적당한 때라고 판단될 때, 진행했던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일상에서 가장 즐거울 때는 아들과 놀 때입니다. 2013년 마지막 학기 전 방학 동안, 아들과 낚시를 몇 번 했는데, 저보다 아들이 더 큰 매기를 잡았답니다.^^ 또 아들과 함께 상당히 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음악과 그림은, 나의 안에 있는 무형의 것을 나의 밖에 어느 곳에 유형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과 그것이 주는 도전 의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제 아들은 이제 8살 꼬마가 되었어요. (아내의 말에 따르면) 아들에게 저는 아빠 같은 친구입니다. 아빠, 엄마가 모두 음악을 했으니, 음악에 소질이 있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음악 ‘교육’을 딱히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단지, 드럼에 관심을 보이고 연주하고 싶어해서(상당히 집요하고 꾸준한 드럼 레슨 요청을 아들로부터 받았습니다) 드럼 레슨을 보내 주기는 했습니다. 피아노의 경우도 아들이 싫어할 때는 억지로 시키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런 적은 있습니다. 아들에게 교본의 악보 내용을 가르쳐 준 다음, 교본에는 없는 반주를 옆에서 함께 연주해 주기는 했습니다. 모두가 교육’이라는 의식보다는 ‘즐거운’ 아들의 어린 시절을 위한 활동들이었다고 여겨집니다.
많은 분들이 향수병을 느끼지 않았냐고 물으시는데, 사실 향수병을 가질 여유가 없었습니다.^^; 해야 할 공부와 아이 교육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으니까요. 이 곳에 있는 동안 저에게는 한국에 대중음악계나 연예계에 관한 정보와의 연결고리를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동료 가수의 새 음반 소식을 들었다면 상당히 기뻤을 것입니다. 여기에서의 동료가수는 예능 출연을 많이 하여 잘 알려진 분들이 아닌(물론 그 분들의 음반 발표도 축하 드리지만^^) 미디어의 혜택을 받지 못한, 동료 ‘가수’를 특별히 의미합니다.
유학생활 중에도 습작은 늘 했습니다. 하지만, 작곡보다는 어떻게 improvisation(즉흥 솔로 가창)을 할 것인가, 그것의 이론적 토대는 무엇인가, 그 이론적 토대 위에 실질적이고 음악적인 솔로가 구현 가능한 것인가, 등에 관하여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보컬 앙상블의 편곡에도 적잖이 빠져 들었던 것 같습니다.
작곡과 작사의 매력을 어떻게 다르게 느끼냐고요? 이 질문은 너무나도 방대한 범주의 것들을 논해야만 대답에 도달할 수 있는 ‘엄청난’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생각해 보자면, 작곡과 작사 모두가 창작의 범주인 만큼, 건강한 음악적 영향이나 영감과 다른 이의 아이디어를 부지불식간에 사용하게 되는 일을 잘 구분해 내고 방지하는 일이 모든 작사, 작곡가들에게 상존하는 어려운 점일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곳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재즈 퍼포먼스 보컬 전공을 통해 다른 아티스트들의 곡들을 많이 부르게 되면서, “어떤 곡을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부르느냐”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가수다>와 <놀러와>에 출연한 까닭인지, 간혹 귀국한 후에도 예능 프로그램에 계속 출연할 계획인지를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건, 일단 귀국하여 공부(?)를 해 봐야 선호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올 것 같습니다. 단지, 예능 출연을 한다 해도, 과연 저에게 발언의 기회가 올 지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 지난 번 휴학 당시, 잠시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고정 패널)에서는 아무도 제게 말을 걸지 않으셔서, 경청하는 게 습관인 저는 거의 무대 장치나 소품의 역할만 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 분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독한 말과 자극적 행동을 하지 않으면 존재감 자체가 지워져 버리는 예능의 특성을 보았을 때, ‘조규찬이라는 사람이 과연 그 환경에 맞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가끔 한국으로부터 저의 처제인 가수 소이 씨의 소식을 듣곤 합니다. 이제 조규찬과 소이는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죠? 소이의 곡들을 듣게 되면, 저보다 훨씬 음악을 오래 해 온 작곡가를 만난 느낌, 혹은 한국이 아닌 먼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살아온 작곡가(가수)의 곡을 듣는 것 같은, 가요에서는 만나보지 못한 ‘새로움’을 자주 마주합니다. 멋 부리지 않는 순박함이 있는 소이의 창법도 저에게는 언제나 신선함으로 다가옵니다.
곡을 주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냐고요? ‘누구’에게 곡을 주고 그 곡이 ‘타이틀’이 되느냐의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이상야릇한 가요계 전반의 분위기에 젖어, 저도 그러고 싶어 했던 적도 있습니다만, 순서가 바뀐 것 같습니다. 좋은 곡이 먼저 나와야 하고, 그 곡을 부를 가수는 그 곡과 인연이 닿아야 합니다. 누구에게 곡을 주고 싶다는 생각은, 그래서 아직 들 수가 없습니다.
관련태그: 조규찬, 메리 컴백 조규찬, 달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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