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시집 읽으며 소설의 소재를 떠올린다”
『파과』 구병모 작가와의 만남
지난 8월 27일의 여름의 끝물, 서울 서교동 자음과모음 강연장에서는 『파과』 출간 기념 구병모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삶의 정글에서 부서져 사라지는 운명에 대한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라는 책 소개와 함께 문학평론가 이경재의 사회로 진행됐다.
“한때 정도가 아니라 40대 중반을 넘어서기 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그녀는 업자들 사이에서 가명 대신 기억하기 더 쉬운 손톱으로 불렸고 애당초 가명인 조각부터가 손 실장의 아버지보다도 앞서 있었던 첫 번째 실장이 붙여준 이름이었다.”(p.51) | ||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는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되었다. 정확하게는 한때 과일이었던 것. 수명이 다한 것, 분해되어 형태와 본질을 잃고 일부 흔적만이 자기가 왕년에는 그 무엇 또는 그 누구였음을 강력히 그러나 사뭇 안쓰럽게 주장하는 유기화합물에 대한 시선의 발아는.”(p.334, 작가의 말 중에서) | ||
“아이보리 면 모자로 잿빛 머리를 가리고 작은 꽃무늬가 인쇄된 티셔츠에 수수한 카키색 바람막이 점퍼와 검정 일자바지 차림을 하고 짧은 손잡이의 중간 크기 갈색 보스턴백을 팔에 건 이 여성은 실제 65세이나 얼굴 주름 개수와 깊이만으로는 일흔 중반은 넘어 보인다.”(p.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