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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8글자, 과거에 모든 해답이 있다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사마천의 『사기』속 천금 같은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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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the Biz 신촌센터에서 김영수 저자의 출간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새로 출간한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은 사마천의 사기 속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각 고사성어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상에서 자주 써먹을 수 있는 사자성어, 고사성어를 정리해주는 책을 바랐다면 김영수 저자의 책이 유용할 것이다.

김영수 저자는 중국 전문가로 학계와 문화계에서 활약하는 국내의 몇 안 되는 중국 전문가다. 중국 소진학회 초빙이사이자 중국 사마천 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중국사를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여러 번역서와 연구서를 펴냈다.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 『난세에 답하다: 사마천의 인간탐구』,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가 바로 그 예다. 이번 강의에서는 중국이 바라보는 역사와 사마천의 『사기』 속에 나오는 고사성어에 담긴 의미와 이야기를 들려줬다.




중국의 지혜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

중국은 과거사를 중시한다. 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이 가장 잘 만드는 영화는 ‘SF’다. 그에 비해 중국은 역사가 가미되어 있는 무협영화를 잘 만든다. 미국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로 가고, 중국은 과거로 간다. 중국은 모든 답이 역사에 있다고 생각하고 과거를 통해 지혜를 얻고 해결책을 찾는다. 미국은 300년의 역사밖에 되지 않으므로 계속해서 미래로 간다. 역사학자나 사회학자는 미국이 로마의 마지막 모습, 즉 몰락단계에 있다고 보고, 중국은 발전해나가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앞으로 100년 이내 중국의 세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언했다. 실제로 제2외국어마저도 이미 많은 사람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어서 김영수는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는 정치, 중국의 지도체제다. 중국에서 상무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대 20년을 인증과 검증을 받지 않으면 상무위원이 될 수 없는 체제다. 70세 이상은 상무위원이 될 수 없으므로 알아서 나가고, 그렇게 돌고 도는 순환체제로 잘 이루어져 있다. 둘째도 정치적인 측면이다. 전 정권이 차기 정권을 위해 모든 설거지를 해주고 떠난다. 그에 비해 한국은 복잡한 문제를 다음 정권에까지 남긴다. 셋째는 여성의 지위문제다. 중국이 세계 5위 정도 해당하며 그냥 5위가 아니라 국민소득을 따지지 않고 5위인 것이다. 최고지도자 중 30퍼센트가 여성이며 경제 쪽도 마찬가지다.


주극생난(酒極生亂)

이번 강의의 제목은 ‘주극생난’이다. 도가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난리가 난다는 뜻이다. 저자는 ‘낙극생비’라는 말도 설명했다. 즐거움도 도가 지나치면 슬퍼진다는 뜻이다. 저자 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중학교 교사를 3년 동안 한 적이 있다. 20대 중반이고 펄펄 뛰어다닐 때였으니 다른 선생들과 술을 정말 자주, 많이 마시곤 했다. 하루는 집에서 술에 취한 채로 자다가 물이 생각나서 깼다. 미닫이 문을 열면 마당으로 이어지는 턱이 한 뼘도 안 되는데, 그만 발을 헛디뎌 데굴데굴 굴렀다. 그리고는 눈물이 났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하면서 말이다. (웃음) 이렇듯 사마천은 기가 막히게도, 8글자로 인간의 삶의 문제, 지나침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독자들에게 사마천을 언급한 내용의 시 몇 개와 영화 <넘버3>의 일부 장면이 편집된 영상을 보여주었다.

사마천
                                         -박경리

그대는 사랑의 기억도 없을 것이다.
긴 낯 긴 밤을
멀미같이 시간을 앓았을 것이다.
천형 때문에 홀로 앉아 글을 썼던 사람
육체를 거세당하고
인생을 거세당하고
엉덩이 하나 놓을 자리 의지하며
그대는 진실을 기록하려 했는가.
박경리 시인의 시 중에서 사마천을 언급한 시가 몇 개 있다. ‘옛날의 그 집’이라는 시에는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는 구절이 있다. 김영수 저자가 보여준 영상에는 영화 <넘버3>의 장면 몇 개가 담겨있는데, 말할 때 사자성어 쓰는 버릇이 있는 ‘염쟁이’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염쟁이’가 호텔 인수 건으로 거래하면서 내뱉는 고사성어들은 스크린 위에 모두 한자로 적힌다. 영화 <넘버3> 제작자는 이 장면에 어울릴 사자성어를 고민하다, 김영수 저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사자성어에는 압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사기에 나오는 사자성어만 600항목에 이르고 속담이나 격언, 명언 등을 합치면 1,200항목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만큼 사기는 대단한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영수 저자는 고사성어의 매력을 이렇게 8가지로 정리했다.

1. 압축의 묘미
2. 역사와 문화의 축적
3. 현장성과 드라마적 요소
4. 가치개념을 내포한 귀중한 팩트(FACT)
5. 지적 욕구와 지적 호기심 충족
6. 인간 본질에 대한 성찰
7. 중국(인) 이해의 지름길
8. 언어의 소금(비유, 과장, 대비, 대구, 운율)

고사성어에는 압축의 묘미는 물론이고 4글자, 8글자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으며 자아 성찰의 계기를 준다. 중국인의 사유체계와 심리를 제대로 알려면 고사성어를 배워 그 의미를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




우리나라 정치권의 문제, 인문학에 무관심

김영수를 찾는 곳은 주로 대기업이 많다고 한다. 처음 갔던 곳이 삼성이었고 지금까지도 강연을 진행한다. 반면저자를 한 번도 찾지 않은 곳은 정치계. 자신이 펴낸 책에 싫은 소리, 쓴소리만 있어서일 것이라고 이유를 추측했다. 청와대의 높은 곳에 자리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중국방문을 하는데, 방명록에 적을 만한 글을 알려줄 수 있을까?’ 하고 조언을 구한 적은 있다. 그래서 국무상강무상약(國無常强無常弱)이라는 7글자를 알려주었다. 한비자가 한 말이며, ‘영원히 강한 나라도 없고,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는 뜻이다. 대한항공 광고에도 나온 말이다. 이 7자로 중국인들에게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한마디 덧붙여 쓰라고 했다. ‘문화야말로 진정한 국력이다’. 이것이 한국이 안고 있는 가장 구조적인 문제다. 뒤떨어진다. 인문학 강의의 중요성을 알고 수 백만 원을 들여서라도 가장 빠르게 강연회를 마련한 곳은 대기업뿐이었다. 그들이 무엇이 중요한지 먼저 알아차린 것이다.

문제에 직면할 때 과거를 통해 지혜를 얻는 중국과 더 나은 미래만 계획해가는 미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느림의 미학’이라고 했던가? 지금은 비록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듯 보여도 저자의 예언대로 곧 중국이 강대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또한 중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사기』는 읽는 나이에 따라 그 느낌과 반응이 다르다고 합니다. 10대 때 읽으면 재미난 이야기에 넋을 빼앗기고, 대학 시절에 읽으면 사마천의 문제와 시대를 관통하는 기풍에 흠뻑 빠져들고, 중년 이후 좀 더 차분한 마음으로 읽으면 인정(人情)과 세상사 이치의 본질을 곱씹으며 마치 지금의 내 모습을 2,000년 전 미리 예견하기라도 한 것 같은 사마천의 통찰력에 탄복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가, 언제 읽든 시공을 초월하여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사기』 의 주옥 같은 고사성어(故事成語) 가 가진 맛일 것입니다.“ (7p. 저자서문)

Tip, 『사기』 읽는 방법

사기는 5체제로 이루어져 있다. 근본의 되는 기록의 뜻인 12권의 제왕절기 ‘12본기’, 그리고 중국 시대사의 연표‘10표’, 국가제도와 문물을 전문적으로 기록한 논문과 같은 ‘8서’, 제후들에 관한 기본적인 기록인 ‘30세가’, 사회 각계각층 사람들의 위대한 행적을 기록한 ‘70열전’, 이렇게 5체제다. 130권 가운데 70권이 ‘열전’이며 보통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반 이상 담았다. 중국 역사나 지리, 왕들에 대한 기록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12본기’부터 읽는 것이 맞고, ‘세가’와 ‘열전’을 이어서 읽으면 이 시대에 이 제국, 이 인물이 위대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5체제로 이루어져있지만 각각 독립적인 체제, 그면서도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One for All, All for One’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처럼 사기는 각 체제들이 상당히 유기적이다.


(※ 이미지는 2012년 3월 26일 인터뷰 사진으로 본 강연과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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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사기 본기 1 사마천 저/김영수 역 | 알마

사마천의 「사기」는 꼭 읽어야 하는 동양고전의 목록 중에서 빠지지 않는 타이틀 가운데 하나이다.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누구나 완독할 수 없는 「사기」를 20년 넘게 연구하고, 「사기」의 완역본을 위해 고민을 거듭한 학자 '김영수'의 『완역사기본기』가 출간되었다. 역자는 고전이라는 부담감에 선뜻 읽을 결심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사기」를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누구나 쉽게 본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장치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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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민

닉네임은 가젤. 눈망울이 가젤을 닮았다고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다. 실제로 잘 뛰어다니며, 벌려놓은 일에 쫓기기도 한다.
인생 최대의 목표는 '재미'다. 문화와 예술,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학습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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