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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서현진 아나운서, 오래 버티면 이긴다

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 서른 상상 북토크 서현진 아나운서와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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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여성이 남자보다 취업하기 어려운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이 좀 더 사회에 진출하기 쉽도록 하는 방법은, 들어간 조직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다. 여성인 50대 선배, 40대 선배가 많아야 후배들도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넓어진다.

6월 18일 KT&G 서대문타워에서 MBC 서현진 아나운서가 독자를 만났다. 이날 행사는 예스24, 상상 유니브, 글담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장마를 알리는 비가 내렸지만 서현진 아나운서를 만나기 위해 50여 명의 독자가 자리를 빛냈다. 초대 손님으로 평소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김동영 작가가 함께했다. 김동영 작가는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저자로, 두 사람 모두 서른에 성장통을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선망하는 직업은 존재한다. 아나운서가 그 중 하나다. 시사, 교양, 예능 등을 넘나들며 때로는 주인공으로, 때로는 감초로 활약하는 그들을 많은 사람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서인지 공중파 방송국 아나운서 공채 경쟁률은 보통 수천 대 일이다.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려울 것 같은 관문을 서현진 아나운서는 통과했다. 이 정도면 성공했다고 스스로 평가할 만하지만 그녀는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성공한 인생이라는 건 없습니다.”

 

 

사실이 그렇다. 성공은 행복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주관적이다. 일단 성공은 제쳐두자. 성공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더 긴급한 문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다. 서현진 아나운서는 미리 준비한 강의 자료를 청중에게 보여주며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그녀는 문제를 4가지로 정리하며 문제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섞어 특강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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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왜 모를까

 

첫번째 문제,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안정된 직업을 갖고 싶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막연하게 생각한다. 서현진 아나운서도 처음에는 그랬다.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 반해 무용을 시작했지만, 대학에 와서 업으로써 무용을 하겠다는 마음은 버렸다. 그렇지만 무대에 서고 싶다는 결심은 버리지 않았다. 무대에 서겠다는 결심은 방송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어머니까지 말렸지만 미스코리아에 도전한 이유도 방송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문제, 하고 싶은 건 있는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다. 혹독한 몸 가꾸기를 견디고, 가족이 말렸으며, 미스코리아에 나간 사실 때문에 친구 사이에서 따돌림까지 당했지만 그녀가 미스코리아에 도전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방송을 위해서였다. 미스코리아 출신이 방송에 많이 나왔고, 서현진 아나운서는 그 점을 염두에 뒀다. 서현진 아나운서도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으나, 결심이 선 뒤에는 어떻게든 방송을 위한 행동에 착수한 셈이다.

 

세번째 문제, 인생에 멘토가 없다. 그녀에게도 멘토가 없었다. 멘토, 네트워크에 대한 중요성을 알았다면 좀 더 현명하게 준비를 했을 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방송을 하기로 했다면 최소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라도 찾아갔어야 했는데, 그녀는 그렇게까지 하지 못했다. 멘토가 있고 없고 차이는 크다. 서현진 아나운서는 청중에게 멘토를 찾을 것을 주문했다.

 

네번째 문제, 대박 인생을 꿈꾼다. 그녀는 자신을 예로 들었다. 미스코리아 출신 공중파 아나운서, 미국 유명 대학교 유학 등 다른 사람이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그녀도 반복되는 일상을 견뎌야 하는 보통의 사람이다. 해가 갈수록 신입 아나운서가 들어오고, 주변 친구는 결혼하는데 자신은 아직 혼자, 방송을 하고는 있지만 자신이 하는 업무가 다른 누군가가 절대로 대체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러한 고민이 합쳐져서 그녀는 서른에 돌연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 유학을 결정했을 때, 주변 사람이 말렸다고 한다. 돈만 쓰고 돌아올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유학을 감행했다. 인생을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박 인생을 노리지 말고 인생을 길게 보자.

 

서현진이 했던 것, 하지 못한 것

 

이렇게 그녀는 4가지로 문제를 요약했지만, 그녀는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이 자리에서 함께 고민하자고 그녀는 제안했다. 이어서 그녀는 20대와 30대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20대의 서현진은 도전하고 놀고, 일했다. 앞서 언급했듯, 그녀는 미스코리아에 아나운서에 도전했다. 아나운서가 된 뒤에는 원 없이 놀고, 원 없이 일했다. 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언젠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열심히 놀았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리고 30대, 미국 유학을 결심.

 

그녀가 이 시기에 하지 못했던 것도 있다. 우선 여행. 업무로 외국에 몇 차례 간 적은 있으나 혼자서 오롯이 여행을 즐긴 적은 없다고 한다. 만약 아직 취직을 하지 않은 20대라면 꼭 배낭여행을 시도해보라고 서현진 아나운서는 당부했다. 한국의 현실이 그렇다. 취업하면 길게 휴가를 낼 수 없다. 길어야 1주일이다. 결혼하면 국내여행이라도 배우자와 함께해야 한다. 아이까지 태어나면 더 할 수 없다. 베낭여행과 함께 멘토를 찾지 못한 것도 이 시기에 이루지 못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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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을 꿈꾸는 그대에게

 

이날 행사에는 미래 방송인을 꿈꾸는 청춘이 많았다. 서현진 아나운서는 이들을 위해 격려와 당부를 덧붙였다. ‘방송’이라는 화려한 면에만 현혹되어서 막연하게 동경을 품어서는 곤란하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방송인을 꿈꾼다면 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약하고 싶은지 정해야 한다. 방송에도 아나운서, 기자, PD, 작가,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이중에서 자신이 잘하는 건 뭔지,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은지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방송은 취미가 아니라 생업이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단순히 좋다고 계속 도전하는 것은 좋지 않다. 세상에는 방송 외에도 다른 일이 많다. 방송 쪽 아니면 다른 일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위험하다. 인생을 걸 만큼 절실한 사람만 지원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아직은 여성이 남자보다 취업하기 어려운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이 좀 더 사회에 진출하기 쉽도록 하는 방법은, 들어간 조직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다. 여성인 50대 선배, 40대 선배가 많아야 후배들도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넓어진다. 육아도 중요하지만 결혼한 뒤 관둬버리면 후배가 들어올 문을 닫아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걸 만한 사람만 지원했으면 한다는 설명이다.

 

“지금 당장 잘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오래 버티면 이긴다.”

 

서현진(이하 서) 아나운서의 특강이 끝난 뒤에는 생선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김동영(이하 김) 작가가 출현해 청중과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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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 아나운서와 김동영 작가가 답하다

 

Q. 방송에서 잘린 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가 성공했다. 만약 책이 실패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 것 같나.

 

: 우연하게 책이 성공했다.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모든 돈을 털어 미국으로 여행간 걸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여행 중에 만난 친구가 그러더라. 산처럼 높아질 수 있지만 바다처럼 넓어질 수도 있는데, 너는 바다라고. 이 말이 와 닿았다. 내가 했던 여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여행은 나를 넓게 만들었다. 책이 안 팔렸더라도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Q. 서현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굿모닝 FM 서현진입니다’를 듣는다. 아침인데도 목소리가 굉장히 유쾌하다. 비결이 있나?

 

: 아침 5시에 하루가 시작된다. 정신이 없을 만하지만 방송 경력이 10년이 되어 간다. 이제는 나 자신을 고조시키는 게 힘들지 않다. 이러한 행동이 연기라고 말한다면 차마 부정은 못하겠다. 방송이니까 몸이 안 좋은 날, 목소리가 안 나와도 해야 한다. 신기한 게, 분위기를 올리려는 노력을 하면 내 기분도 올라간다. 이게 반복되면 성격으로 굳어지더라. 어떻게 보면 방송이 내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다른 비결이라면, 운동을 열심히 한다. 체력이 중요하다. 체력이 없으면 아프고, 아프면 짜증이 난다. 짜증이 나면 목소리가 유쾌하게 나오겠나. 어떤 사람은 내가 몸매를 위해 운동한다고 하는데, 아니다. 순전히 체력을 위해서다.

 

Q. 자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 나는 나이가 들어도 존엄성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글을 많이 쓰려고 한다. 방송 쪽으로는, 예전에는 예능이 좋았다면 지금은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이 좋다. 교양이나 시사 쪽.

 

Q. 2013년이 가기 전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 어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어머니에 관한 책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집필을 위해 인터뷰를 여러 차례 했는데, 어머니의 소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는 것이었다. 그 소원을 내가 대신 풀어드리려 한다.

 

: 연애할 거다. (웃음) 연애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남자, 좋은 여자 만날 수 있다. 연애는 쇼핑이랑 비슷하다. 많이 사 본 사람이 좋은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산다.  쇼핑은 환불할 수 있지만 연애는 환불도 할 수 없지 않나. 그러니 연애는 많이 해야 한다.

 

Q. 살다 보면 남들과 비교당하는 일이 많다. 어떻게 극복하나?

 

: 내 노력으로 따라잡거나 추월할 수 있다면 노력하면 된다. 그렇지만 집안 환경이나, 외모 등 본인의 노력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없다면 그냥 부러워하는 데에서 끝낸다. 나와 비교되는 사람에게 부럽다고 칭찬도 해 준다. 그리고 나만의 장점을 찾아본다. 이렇게 하면 비교는 콤플렉스가 굳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 글을 잘 쓰는 다른 작가에 질투심이 많다. 그렇지만 서현진 아나운서가 강의 중에 말했듯, 지금 잘하는 것도 좋지만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지치지 않고 하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

 

Q. 앞만 보고 살았더니 어느덧 서른이고 주변에 아무도 없더라. 외롭다고 느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질문자가 남자라서 어려울 수도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남자가 먼저 말 걸면 집적거리는 걸로 오해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일단 인사를 건네 봐라. 여행과 같은 상황에서 먼저 인사를 한 뒤, 적정한 선에서 대화를 시도해라. 인사하는 게 쉬울 듯하지만 굉장히 어렵다.

 

: 칭찬도 좋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다. 그런데 이런 걸 부담스러워 하거나 이상하게 본다면 그 사람과는 안 친해지면 된다. 세상에 사람은 많다.

 

마지막 질문은 아나운서를 꿈꾸는 대학생으로부터 나왔다.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열심히 학교 다니면서 책 많이 읽고, 친구 많이 만나고, 방송 쪽 아르바이트도 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렇지만 하나에 모든 걸 걸지는 말라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하라고 덧붙였다. 삶에는 다양한 길이 있고, 지금 당장 잘하는 것보다는 끝까지 버티는 게 이긴다는 가르침이 이날 행사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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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 서른 서현진 저 | 글담
유독 여성들에게 민감하게 다가오는 나이, 서른. 넘어서는 안 될 선 같은 나이이자 묘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애매한 숫자다. 『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 서른』은 서른 즈음의 여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 서른』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을 것만 같은 서른이라는 나이를 맞이한 동료들 혹은 서른 살을 겪어낼 후배들과 나누고 싶은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대중의 눈으로 바라본 정형화된 모습의 ‘아나운서 서현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서른 살 여자 서현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며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공감과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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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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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 저8,960원(0% + 5%)

“서른의 나,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나운서 서현진이 서른 즈음 여자들과 나누고 싶은 솔직한 이야기 유독 여성들에게 민감하게 다가오는 나이, 서른. 넘어서는 안 될 선 같은 나이이자 묘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애매한 숫자다. 『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 서른』은 서른 즈음의 여자들에게 들려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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