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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고추장 만드는 비법, 궁금하세요?

『숨 쉬는 양념ㆍ밥상』 장영란 저자 강연회 자연을 닮은 밥상을 나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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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9일, 건강한 부엌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쿠킹클래스가 열렸다. 이날은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자연을 닮은 음식을 만들어 온 장영란 씨의 새 책『숨 쉬는 양념·밥상』의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15년 전 남편과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는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밥상을 차리는 일을 가장 큰 공부이자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여러분은 쿠킹클래스 가보신 적 있으세요? 전 사실 오늘이 처음이에요.” 요리 선생님인 장영란 씨가 말문을 열었다. 스스로 요리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녀는 오늘 배울 것들도 그저 집에서 차려온 평범한 밥상일 뿐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자연에서 갈무리한 재료들로 만든 자연식초, 효소차, 고추장, 된장, 토마토소스까지. 그녀의 책을 살펴본 사람이라면 평범하다는 말에 쉽게 수긍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니 쿠킹클래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참가자들은 금세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밥을 한 끼 나누어 먹는 사이가 얼마나 소중한 사이인지 모른다는 장영란 씨의 말에 각자 쿠킹클래스에 오게 된 사연도 들려주었다. 일에 바빠 제대로 음식을 챙기기 힘들었다는 워킹맘, 건강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사람, 새로운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와 김치볶음밥밖에 할 줄 모른다는 여자, 결혼을 앞둔 딸과 엄마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었다.

한층 다정해진 분위기에서 쿠킹 클래스가 시작되었다. ‘쉽고 편하게 해먹는 자연양념과 제철밥상’이라는 책의 콘셉트에 맞게 처음 도전할 음식은 고추장 만들기였다. ‘10분 만에 만드는 고추장’이라는 설명이 참가자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전문가의 솜씨가 필요한 만들기 어려운 음식이라 생각했던 고추장을 10분 만에 만든다니. 하지만 장영란 씨는 김치나 장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한민족의 DNA 속에 들어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대충 기억을 더듬어 만들어도 먹을 만한 것이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그녀의 말에 용기를 낸 참가자들이 고추장 만들기에 도전했다.


전통 고추장 10분 만에 담그기

준비물(한 되짜리 꿀 병 하나를 채울 양) : 쌀조청(투명한 물엿이 아닌 검붉은 100% 쌀조청)1컵 반, 청주 1컵 반, 메줏가루(또는 청국장가루)1컵~1컵 반, 고운 고춧가루 3컵(고운 고춧가루가 없으면 김치용 고춧가루를 2~3시간 펼쳐 바삭하게 말린 뒤, 체에 쳐서 고운 가루만 모으거나 믹서에 간다.), 굵은 소금 두어 줌, 매실효소차 원액 1컵.

1) 물기 없는 냄비에 청주를 따른 뒤, 미지근할 정도까지만 데운다. 여기에 쌀조청을 넣고 저으며 푼다.(쌀조청 만드는 법에서 설명했듯이 엿물이 졸아들어 쌀알만한 거품이 일어나면 고추장조청이고 여기서 더 졸아 조개만한 거품이 일어나면 저장성 있는 쌀조청이 된다. 쌀조청은 좀 되기 때문에 끓인 물을 부어 묽게 해야 한다. 물 대신 곡주를 넣으면 고추장이 상하는 것을 막아 주어 좋다)

2) 1)에 청국장가루를 고운체에 쳐서 넣으며 젓는다.

3) 2)에 고춧가루를 고운체에 치면서 넣는다.

4) 잘 저으면서 소금을 넣고 간을 본다. 오래 저장할 게 아니니 조금 싱겁게 해도 좋다. 다만 굵은 소금이 쉽게 녹지 않으니 잘 저은 뒤 간을 본다. 여기까지 하면 고추장 담그기는 끝.

5) 물기 없는 유리병에 담아 아구리에 천을 씌운다. 이걸 서늘하고 공기가 통하는 곳에 일주일 두어 바람을 쐰다. 그 뒤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한 달 정도 숙성시킨 뒤 먹는다.

[TIP] 처음 고추장을 담그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병에 담기 전에 4)의 상태로 반나절 가만 놔둔다. 그러면 가루들이 불고 소금이 녹으면서 재료가 잘 어우러진다. 그 다음 다시 잘 저으며 농도와 간을 맞추는 게 좋다. 이 때 되직하다 싶으면 매실효소차 원액을 넣는다. 즉석에서 만드니 아무래도 곰삭은 맛이 나기 어렵다. 고추장에 어울리는 발효식품인 매실효소차의 도움을 받자.

[TIP] 바싹 마른 고추장을 햇고추장처럼 만드는 방법
청주나 소주를 부어 며칠 재운 뒤 잘 저어 둔다.
고추장을 만드는 동안, 장영란 씨는 시판 되는 고추장의 문제점을 들려주었다. 많은 고추장들이 저렴한 수입산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과 함께 단맛을 내는 물엿에 대해 지적했다. 전통방식에서 단맛을 내기 위해 쓰던 조청을 대신하는 물엿은 수입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해 만들어진다. 여기에 산을 넣어 당화한 정체불명의 것이 바로 물엿이라는 이야기였다. 본래 이름은 물엿이 아니라 ‘산당화엿’인데 그 재료나 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고 음식에 넣으면 빛깔이 예쁘고 잘 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평소 먹던 음식의 양념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메모를 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고추장이 완성되었다. 방금 만든 고추장은 메줏가루의 맛이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고소하면서 단맛이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발효되는 과정에서 한 번 더 맛이 바뀌겠지만, 만들어서 바로 먹어도 그 나름의 풋풋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10분 만에 만들어진 고추장이 신기한지 계속해서 맛을 보았다.

다음 메뉴는 된장 주먹밥이었다. 장영란 씨가 주먹밥에 넣을 재료라며 시골에서 막 뜯어온 달래를 보여 주었다. 다들 돌아가며 달래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향긋한 봄내음을 맡으며 참가자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았다. 그 흐뭇한 얼굴에서 건강한 제철밥상에의 힘이 느껴졌다.


된장 주먹밥 만들기

준비물 : 주먹밥용 밥(쌀 4컵, 다시마 4~5조각, 소금 약간, 참기름 1큰 술), 자연식초 1큰 술, 고명으로 넣을 된장 1큰 술, 매실장아찌, 견과류(호두, 잣, 땅콩 등).

1) 쌀을 씻어 체를 밭쳐 물기를 쫙 뺀 다음 맑은 물로 밥물을 잡는다. 고두밥을 원하면 물을 조금 적게 잡고 보통 밥을 원하면 보통으로 물을 잡는다. 밥을 할 때 물기를 한 번 뺀 뒤 새로 물을 잡아 밥을 하면 밥맛이 깨끗하다.

2) 밥물을 잡은 뒤 여기에 다시마 4~5조각, 소금(밑간용으로 약간), 참기름 한 숟갈을 넣고 평소대로 밥을 짓는다. 이렇게 밥을 지으면 밥이 기름지고 구수하고 밑간이 되어 주먹밥이나 김밥을 쌀 때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3) 밥이 다 되면 고루 풀어 준다. 김이 한소끔 빠진 뒤에 깨소금을 넣고 다시 한 번 비빈다. 봄이라면 달래를 송송 썰어 넣어서 향긋한 주먹밥을 쌀 수도 있다.

4) 주먹밥에 넣을 고명을 준비한다. 날된장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잡균을 중화하고 밥이 상하지 않도록 자연식초를 한 숟갈 넣고 고루 젓는다. 매실장아찌는 된장주먹밥과 아주 잘 어울리는 고명이니 되도록 준비한다. 여기에 견과류인 호두, 잣, 호박씨를 한둘 고명으로 넣으면 더욱 영양만점인 주먹밥을 만들 수 있다. 견과류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다.

5) 1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밥을 꾹꾹 눌러 보통 크기로 주먹밥을 만들어서 여기에 된장 1/2작은 술, 매실장아찌 하나, 그리고 견과류를 박으면 된장주먹밥 완성! 주먹밥을 상추,깻잎, 취 잎 등에 말면 맛도, 영양도 좋으며 하나씩 집어 먹기도 좋다.

참가자들은 재료를 꼭꼭 눌러 동그랗게 밥을 빚었다. 달래와 매실이 먹음직스럽게 담긴 현미밥이었다. 간단한 조리법이었지만 자연의 소박한 맛을 담고 있었다. 함께 음식을 만드는 동안 참가자들은 한 뼘 더 가까워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장영란 씨가 말한 ‘밥을 나눠 먹은 사이의 소중함’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된장주먹밥은 특별히 튀는 화려한 맛은 아니었지만, 꼭꼭 씹을수록 구수한 현미와 된장이 어우러져 깔끔한 한 끼로 손색이 없었다. 게다가 상큼한 매실 장아찌, 사이사이 박혀있는 잣, 그리고 봄내음 가득한 달래가 어우러진 맛이 조화로웠다. 누군가는 매실 장아찌 위에 방금 만든 고추장을 얹어 먹기도 했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었다.

보통 요리를 배울 때, 가장 마지막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게 바로 양념이라고 한다. 일품요리처럼 한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념은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된다. 음식이 전체적으로 달거나 짜거나 매운 것은 양념의 탓일 확률이 높다. 좋은 양념을 쓰는 것은 좋은 음식을 만드는 첫 걸음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숨 쉬는 양념ㆍ밥상』은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기초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집에서 만들어 먹던 밥상’을 소개하는 것뿐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그 조리법 역시 전문가의 것과 달리 간단한 편이다. 집에서 손쉽게 만드는 방법을 담았기 때문이다.

쿠킹클래스를 마치며 장영란 씨는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하며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저는 마음인 것 같아요. 이 음식을 맛있게 먹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요. 그래서 시골 할머니가 자식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면서 조미료를 조금 넣는다고 그게 몸에 나쁠까하고 생각해요. 반면에 최고급 유기농재료로 만들어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음식이 몸에 더 좋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 말을 들으며 어쩌면 특별히 요리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 그녀의 요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바로 그 ‘마음’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자연이 만든 재료들을 그대로 담아 밥상을 만들고, 그 밥상을 나누려는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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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양념ㆍ밥상 장영란 저/김광화 사진 | 들녘
『자연달력 제철밥상』, 『자연 그대로 먹어라』의 책을 통해 바른 먹을거리와 자연요리법을 소개해온 저자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자연스럽고 건강한’ 밥상 노하우를 전한다. 이 책은 단순히 계절에 나는 재료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 곡식을 먹어야 할 철과 궁합이 잘 맞는 체질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더운 여름에는 추운 겨울을 난 밀과 보리를, 추운 겨울에는 여름의 기운이 담긴 팥을 먹어서 몸의 균형을 맞추는 게 좋다며 여름 밥상으로 보리밥과 호박잎쌈, 겨울 별미로 팥칼국수와 팥떡국을 소개한다. 1년 내내 입뿐만 아니라 몸까지 즐겁게 해주는 지혜로운 조리법 47가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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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연빈

북극곰이 되기를 꿈꾸며 세상을 거닐다.
어지러운 방에 돌아와 글을 씁니다.

숨쉬는 양념 · 밥상

<장영란> 저/<김광화> 사진16,200원(10% + 5%)

『자연달력 제철밥상』, 『자연 그대로 먹어라』의 책을 통해 바른 먹을거리와 자연요리법을 소개해온 저자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자연스럽고 건강한’ 밥상 노하우를 전한다. 모든 맛의 기본인 양념 만들기와 밥상의 중심인 밥 짓기에 초점을 맞춰 쉽고 소박한 요리법을 담은 책이다. 1년 내내 입뿐만 아니라 몸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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