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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족> 결국 하고 싶었던 얘기는 밥상머리 얘기

밥 한 번 먹으면서 시작된 영화 <고령화 가족> 송해성 감독과 천명관 작가가 함께한 토크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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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저녁, 왕십리 CGV에서 송해성 감독, 천명관 작가가 함께하는 영화 <고령화 가족>의 토크 시사회가 있었다. 이미 20년 동안 알고 지냈다는 송해성 감독과 천명관 작가는 서로의 작업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있었다. 독자들은 영화 <고령화 가족>을 다 함께 관람한 후, 원작자 천명관 작가와 송해성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지난 5월 7일 저녁, 왕십리 CGV에서 송해성 감독, 천명관 작가가 함께하는 영화 <고령화 가족>의 토크 시사회가 있었다. 이미 20년 동안 알고 지냈다는 송해성 감독과 천명관 작가는 서로의 작업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있었다. 독자들은 영화 <고령화 가족>을 다 함께 관람한 후, 원작자 천명관 작가와 송해성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끼니와 밥상

천명관 작가는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했는데. 이미 그때 서로 인연이 있던 걸로 안다.

천명관 작가 : 그렇다. 송 감독하고는 알고 지낸 지 20년 정도 되었다. 충무로에서 데뷔하기 전에 여러 자리에서 봤고 인연이 있었다. 이후에 송 감독은 쭉쭉 승승장구하시면서 데뷔를 순조롭게 하고 유명 감독이 됐고, 나는 충무로를 떠난 지가 이제 10년 됐는데 이렇게 만나니까 정말 감회가 새롭다.

송해성 감독 : 천명관 작가가 영화감독을 했다면 내 작품 수가 분명히 한두 작품은 줄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천 작가가 소설 쪽으로 나간 것에 대해 고마움을 갖고 있다.

꽤 많은 공백이 있다가 고령화 가족으로 만났는데, 처음에 어떤 얘기를 했는가.

송해성 감독 : 천명관 작가의 단편들이나 그전 책들도 다 읽었다. 『고령화 가족』은 캐릭터들이 조합되어 있는 표지가 참 좋았다. 앞장의 ‘아직도 깜깜한 부엌에서 밥을 짓는 엄마에게’라는 말을 보고 울컥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 영화에서 흥행스코어의 문제로 가족 영화는 점점 사라져가는 장르가 됐다. 소설에서 나타난 가족의 밥상의 느낌을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천명관 작가에게 전화했고, 일산 모 카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고령화 가족>이라는 영화가 시작되었다.

천명관 작가 : 송 감독하고 같은 일산에 살지만, 오랫동안 못 보던 사이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쳤다. 당시 송 감독이 무적자라는 영화를 했을 때인데, 반가워하며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렇게 우연히 마주치고 일주일 후에 연락이 왔다. 밥 한 번 먹자고. 그러고는 동네에서 만났는데, 송 감독이 『고령화 가족』을 읽어보니 이 얘기가 마치 내 이야기 같아 본인이 하고 싶다고 했다. 송 감독의 이전 영화들은 선 굵은 남성 서사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소소한 얘기일 수 있는 『고령화 가족』을 하겠다는 게 굉장히 의외였다. 그런데 송 감독이 <파이란> 얘기를 했다. 최민식 씨가 연기했던 <파이란>의 한물간 삼류건달이 마치 오한모와 흡사하다고. 그래서 이해가 됐고, <고령화 가족>이 시작이 되었다.

『고령화 가족』의 첫머리에도 끼니라는 말이 나오고, 송해성 감독의 전작 <무적자>에서도 형제가 둥그런 상에 앉아서 같이 밥 먹는 장면이 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긴 시간을 보냈지만 묘하게 끼니, 밥이라는 것에서 어쩌면 송 감독과 천 작가가 만나는 지점이 있지 않나.

송해성 감독 : 오인모는 10년간 영화 한 편을 찍고 전화번호부로 영화를 찍어도 이거보다 더 잘 찍을 것이란 평을 들었던 인물이다. 영화에는 흥행이라는 숙제가 있다. 그 흥행이 실패로 끝났을 때, 가장 큰 의미로 위로해줄 수 있는 건 엄마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에 대한 부분들이 소설에서 가장 주요한 정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꼭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소설과 영화는 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소설 속의 오한모는 52살에 120kg이지만, 실제로 상업영화의 세계에서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캐스팅이다. 하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얘기는 밥상머리 얘기다. 식탁에서 밥을 먹는 것과 앉은 머리 밥상에서 가족들이 밀착하면서 밥 먹는 느낌이랑은 굉장히 다르다. 이 영화를 보고 돌아갔을 때, 관객들이 식탁이 아닌 상을 꺼내놓고 서로 다 앉아서 밥을 먹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먹는 것이 포인트이다 보니 먹는 장면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사실 천 작가 소설은 이 영화보다 먹는 장면이 더 많이 나오고, 메뉴들도 다양하다.

천명관 작가 : 소설의 앞부분에 언제나 텅 비어있는 컴컴한 부엌에서 우리의 모든 끼니를 마련해준 어머니에게라는 헌사를 썼다. 어릴 때 농촌에서 자랐다. 학교 갔다 집에 돌아오면 집에 아무도 없었다. 부엌에 들어가 보면 정말 먹을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어머니는 어떻게 6남매를 굶기지 않고 키웠을까? 한 끼도 굶은 적은 없었는데. 그게 신기했다.




또 다른 형태의 <고령화 가족>의 구성원

원작에서 오인모는 몸도 팔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벗겨져 가는 48살이고, 오한모는 강간범이기도 하고 정신 불구에 거대한 괴물이라는 묘사까지 있었다. 그렇게 묘사했던 인물이 박해일과 윤제문, 두 배우로 표현되었는데.

천명관 작가 : 얼마 전 포스터가 처음 나왔을 때, 『고령화 가족』 책 표지의 일러스트와 비교를 해봤다. 정말 격차가 크다. 그런데 이러면 정말 좋아할 사람이 별로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 포스터를 보면 영화가 정말 산뜻해졌다. 등장인물들이 소설보다 훨씬 산뜻해져서 기분이 좋다. 소설이 너무 어둡고 칙칙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만족한다.

윤여정이란 배우가 그 중심에 있지 않았다면 이런 화합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생각을 해봤다.

송해성 감독 : 그런 점 때문에 윤여정 씨를 캐스팅했다. 윤여정 선생님은 본인에게 배역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더라. 그 당시에 윤여정 선생님이 <넝쿨째 굴러 온 당신>이라는 드라마로 국민 엄마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러나 원래 배우 윤여정이 가진 이미지는 세다고 생각했다. 배우 윤여정이 엄마를 하면, 자식들이 싸웠을 때 서로의 진술서를 받아야 하고, 자식들보다 자식들 일정을 더 잘 아는 엄마가 된다. 그렇지만 그런 엄마가 그렇지 않은 방목형 엄마를 하면 멋진 연기 변신이 아닐까 생각했고, 귀여운 엄마를 표현하고 싶었다. 소설은 소설로, 영화는 영화로 봤으면 하는 부분들이 있다. 전에도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영화화한 적이 있는데, 그 소설에 나오는 사형수라는 주인공도 소설에서는 160cm대의 단신에 안경을 쓰고 뽀글뽀글한 머리의 인물이었다. 거기에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출연해서 공지영 작가에게 “캐릭터가 너무 변했죠” 라고 하니 “잘생기니까 너무 좋지 않으냐’는 작가의 답을 들은 적도 있다. 그랬던 것처럼 천 작가 혹은 『고령화 가족』의 원작 팬들도 또 다른 형태의 고령화 가족의 구성원들을 보는 것으로 이해를 해주시면 좋겠다.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오인모가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든가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는 대목 등이 사라졌다. 작가로서 애착이 있었던 부분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천명관 작가 : 사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이 집 빤스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안다”라는 대사였다. 그것만 살았으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나와서 다른 불만은 없다.

송해성 감독 : 소설에서 오인모가 항상 방황하는 장소가 저수지이고, 소설을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던 부분 중 하나도 저수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었는데, 영화에선 다 생략됐다. <고령화 가족>을 촬영할 장소를 찾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실제로 촬영했던 주 무대는 삼육대 근처 묵동인데, 크랭크인 들어가기 바로 전에나 찾을 수 있었을 정도였다. 요샌 지방도 소설에서 나오는 그런 장소가 없다. 그래서 장소 섭외의 문제로 못했던 부분들이 매우 안타까웠다.

감독님이 소설을 영상화할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이 부분만은 꼭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장면이 있었는지.

송해성 감독 : 천 작가 소설은 사실 영화로 만들기 굉장히 어렵다. 소설과 영화가 다른 지점 중 하나가 엄마의 죽음이다. 나는 엄마를 차마 진짜 못 죽이겠더라. 이 영화는 인생에 실패했지만, 엄마의 한 통의 전화에 구원되고, 엄마의 집에 들어가서 엄마가 주는 끊임없는 밥을 먹고 힘을 내서 다시 밖으로 나가는 자식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 자식들의 처지에서 엄마가 만약에 죽었다면 이들이 다시 들어올 수 없지 않은가. 차라리 엄마가 살아서 자식들이 또 패배하더라도, 다시 나갈 힘을 주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을 했다. 원작이라는 게 참 어렵더라. 소설이 가지고 있는 『고령화 가족』의 장점,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고령화 가족>의 의미를 분류해서 영화를 봐줬으면 하는 게 연출자의 욕심이자 바람이다.

천명관 작가 : 나는 영화로 만들기 어려운 원작을 주로 쓰는데, 이상하게도 그걸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라는 소설도 영화로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늘 제작자나 팀을 만나면 막상 영화로 만들려고 하니까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송 감독이 작업하는 걸 보면서 정말 고민이 많을 거라는 것을 알아서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삭제된 장면이 있다면?

송해성 감독 : 굉장히 유쾌한 배우들과 정말 유쾌하게 영화를 찍었다. 이 영화를 다 찍었을 때 2시간 13분 정도의 시간밖에 안 나왔다. 각 장면을 빼기가 싫었다. 한 가지 편집하면서 아까웠던 장면은 수자와 인모와 안면도에 간 대목이다. 인모가 수자에게 섹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대한 말을 한다. 소설대로 장면은 찍었었는데, 시사회를 해보니 오인모가 못된 놈으로 인식되어버렸다. 여성 관객들도 그 말들을 굉장히 싫어했다. 박해일이라는 배우로부터 그런 대사가 나오니까 인모가 계산적이고 나쁜 놈이라는 얘기가 많아서 그 부분은 안타깝게도 뺐다. 이 장면을 빼면, 뒤에서 인모가 약 장수에게 맞으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얘기하는 부분이 느닷없게 느껴질 수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인모를 나쁜 놈으로 만들지 말자는 판단이 더 커서 그 장면을 뺐다.

오한모라는 캐릭터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캐스팅을 보고 처음에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었다. 캐스팅 과정에서 다르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는지?

송해성 감독 : 솔직하게 말하자면 투자에 문제가 있다. 캐스팅이라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도 소설의 오한모를 좋아하는 성향이지만, 영화에선 오한모가 많이 순해지고 착해졌다. 소설의 오한모보다는 순종적인 오한모가 될 수 있는데, 내 입장에서 펼칠 수 있는 가족에 대한 또 다른 오한모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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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미 재미를 다 봤다

영화에 미련이 없는지? 작품 중에 영화로 직접 만들고 싶은 게 있다면?

천명관 작가 : 미련을 갖기엔 너무 나이를 많이 먹었다. 내 작품의 연출 제안을 받은 적도 있지만 거절했다. 왜 안 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난 이미 소설을 쓰면서 재미를 다 봤다. 보통 소설 쓰면 길게는 2년 정도 걸리는데 그러면서 실컷 창작의 재미라고 하는 걸 다 느꼈다. 다시 반복한다고 생각하니 전혀 흥미가 안 생겼다. 만약 영화를 만든다면 오리지널 창작 시나리오로 할 것이다. 영화 촬영 도중에 송 감독한테 전화가 왔었는데 밖을 보니까 매우 추웠다. 나는 커피 마시면서 느긋하게 책을 읽고 있는데. 열심히 찍고 있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참 다행이란 기분도 살짝 들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송해성 감독 : 며칠 전에 어린이날이 끝났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로봇은 이제 그만 사고 가족들과 함께 <고령화 가족>을 같이 관람해준다면 한없는 기쁨이 될 것 같다.

천명관 작가 : 영화화 과정을 옆에서 봐서 너무 잘 알고 있다. 많은 분이 참여하고 수고하며 이야기를 담아냈는데 보람 있는 일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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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저 | 문학동네
기존 소설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어 소설의 경계를 저 멀리 밀어내버린 문제작으로 높이 평가받았던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고래』의 작가 천명관이 두번째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고래』가 하나의 이야기가 또다른 이야기를 낳고, 그 이야기가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며 한바탕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장’을 펼쳐 보였다면, 『고령화 가족』은 한 가족 안에서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벌이는 온갖 사건사고와 그들간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유쾌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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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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