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에게 주목하는 이유
대한민국에서 ‘개그맨’으로 산다는 것 <개그콘서트>의 위엄, 어디까지?
한 번의 시도가 실패했다고 해서 예능 유망주로서의 기회를 잃는 건 아니다. 이것이 중요하다. <개그콘서트>는 말하자면 스타크래프트에서 소위 ‘본진’이라 부르는 근거지라 할 수 있다. 치열한 예능계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해야 하지만 그 중심에는 탄탄한 ‘본진’이 필요하다. 현재의 <개그콘서트>가 믿음직한 ‘본진’이라면 단순히 시청률 20퍼센트를 기록해서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10년 이상 누적된 서사가 있다.
“<개그콘서트>가 왕이야, 왕. 예전에는 MC란 타이틀이 있어야 레벨이 위인 거 같았는데 지금은 <개그콘서트>에서 한 자리 하면 끝난 거 같아.” KBS <인간의 조건> 팀의 숙소에 놀러온 유세윤은 자신과 김준호 중 누가 더 위냐는 논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역시 <개그콘서트> 출신이자 버라이어티에 대한 위화감을 공공연히 밝히던 유세윤의 입에 발린 말일까. 하지만 멤버 교체 후 과거의 영광을 아직은 불러오지 못하는 <1박 2일>과 꾸준한 팬덤에도 불구하고 화제의 중심에선 물러난 <무한도전>, 강호동의 복귀 프로그램임에도 몇 달 되지 않아 폐지 수순을 밟은 <달빛프린스> 등의 부진 속에서 여전히 시청률 20퍼센트의 공고한 벽을 지키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위엄은 굉장한 것이다. 물론 <개그콘서트>가 공개 코미디의 대세를 넘어 예능의 대세가 된 건 2011년부터라고 볼 때, 이러한 상찬은 새삼스러울 수 있다. 중요한 건,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아니라 유세윤이 말했듯 ‘<개그콘서트>에서 한 자리 하’는 개그맨의 위상이다.
앞서 인용한 말이 <인간의 조건>에서 나왔다는 건 그래서 흥미롭다. 비록 김준호의 새해 바람처럼 시청률 13퍼센트를 기록하고 있진 못하지만 MBC의 <아빠 어디가?>와 함께 2013년 신작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최근 폐지가 결정된 <남자의 자격>의 과거 전성기를 보는 느낌이다. 요컨대 남자 커뮤니티 특유의 허물없는 태도와 농담을 통해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웃음이 이 프로그램에는 있다. 쓰레기 없이 살기, 자동차 없이 살기 같은 미션의 공익적 성격은 오히려 부차적이다. 재밌는 건 이러한 멤버간의 화학작용이 첫 회, 아니 파일럿으로 방영하던 시절부터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개그콘서트> 최고참이기도 한 박성호와 김준호는 서로의 어색한 관계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화해를 시도했고, 양상국의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왔을 때 다른 멤버들은 편하고 살갑게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으로 인사를 드렸다. 이것은 그동안 <개그콘서트>라는 울타리 안에서 코너 안과 바깥에서 그들이 쌓아온 관계의 시간 덕분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개그맨, 더 정확히는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관련태그: 개그맨, 개그콘서트, 개콘, 인간의 조건,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前 엔터테인먼트 웹진 <10 아시아> 기자. 현재는 비정규직 마감 노동자, 혹은 동네 글 좀 쓰는 형.
<박성호>,<김준호>,<김원효>,<최효종>,<신보라>,<위근우> 공저11,700원(10% + 5%)
우리는 사람이 아니무니다. 개그맨이무니다! ‘사람이 아니무니다’ ‘안녕하십니까불이’ ‘안 돼~’ ‘어렵지 않아요’ 같은 유행어를, 그리고 ‘용감한 녀석들’의 노래를 한 번쯤 따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매주 안방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콘서트」는 수많은 유행어와 히트 코너, 스타 개그맨들을 배출한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