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 부근의 아는 사람은 알고, 유명하다면 유명한, ‘커피 볶는 곰다방’. 커피 향미를 찾아 떠도는 커피생활자에겐 나름 ‘잇 플레이스’였다. 주인장이자 커피 볶는 아저씨, 박준호 씨의 결이 고스란히 묻은 커피하우스였다. 지난 6월말 문을 닫았다. 나 역시 커피 만드는 사람으로서, 가슴 아팠다. 슬펐다. 이건, 아니지 싶었다. 이 커피아저씨는 “장사도 안 되고 지겨워서 문 닫았어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한겨레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그 덤덤한 말에 묻은 어떤 아픔. 동업자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자영업자로서 느끼는 동감이기도 하고.
고가의 로스터 아닌 통돌이로 커피콩을 볶고, 에스프레소 기계 없이 핸드드립만 했던, 커피와 함께 쉴 수 있는 시공간을 주고 싶었던 아날로그 세상, 커피 볶는 곰다방.
『골목사장 분투기』의 저자 강도현의 표현에 의하면 ‘업(業)의 본질’을 추구한 곳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아날로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야속한 세상. 거대 프랜차이즈 혹은 대기업의 ‘돈질’에 놀아나는 더러운 세상. 그네들에게 커피는, 모르긴 몰라도, 탐욕을 채우기 위한 검은 액체에 불과할 뿐. 돈질 하는 작자들, 커피를 둘러싼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세계의 정치경제나 커피농민(노동자)에 대한 착취구조도 관심 밖이다. 혹은 마케팅으로만 활용하거나. 획일적인 몰취향을 조장하는 건 어떻고. 취향과 기호를 평준화시키며 다채로운 커피 향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했다. 식민지의 시대는 끝났지만, 이들은 취향, 기호, 맛을 식민지화한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이 두부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커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겠다.
“한 브랜드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지금의 한국 포장두부 시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은 두부의 맛보다는 두부의 포장지에 찍힌 브랜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다.”(
『한국음식문화박물지』, p.202) 획일화된 맛의 브랜드를 그네들이 내세우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들은 (원두)커피시장의 파격적인 성장을 들어, 은퇴자 등을 자영업자 대열에 들어서도록 유혹한다. 정작 돈 버는 것은 가맹점주가 아닌 프랜차이즈 본사밖에 없으면서.
지난 10월11일, 서울 대학로 ‘벙커원’에서
“자영업을 구하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빚지고 태어나 빚 갚다 죽는 우리 시대 골목 사장님들을 위해 김용민, 선대인, 강도현이 나섰다. 임대료 권리금 보증금 못 견디고 나자빠지는 개인카페들을 위한 ‘씻김굿’(?)을 펼쳤다. ‘자영업 푸어’라는 신종 개념을 푸어시리즈에 편입시킨, 건강하지 못한 사회를 이야기한 시간. 공정무역 커피하우스를 운영하는 커피노동자로서 완전 공감에 또 공감. 커피와 먹을거리에 대한 존중과 자연과 인간의 노동에 대해 거듭 사유하고 성찰할 수 있었다. ‘나는 왜 커피를 하는가’를 다시금 확인했다. 12월19일, 투표 잘해야겠다.
강도현, 김용민, 선대인, 자영업을 말하다!
(김용민, 이하 민) 주변에 동종 사업자들(카페) 많지?
(강도현, 이하 현) 매장 앞에 대형 프랜차이즈 2개가 있다. 책에 그 카페 이야기를 했다. 돈을 벌고 있을까 궁금했다. 비슷한 기준으로 조사해서 추정치를 썼다. 이틀 내내 사람 숫자를 매겼다. 하루에 4번 회전하면 8시간이 꽉 차는 것이다. 헌데, 오전 10시 오픈하면 오후 2시까지는 사람이 차지 않는다. 4번 회전은 실은 무리한 가정인데, 고소당하지 않기 위해, 관대하게 했다. 평일 3번, 주말 4~5번 회전으로, 10억을 초기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은행이자보다 100~150만원 더 번다는 게 나의 결론이었다. 미디어오늘에서 이걸 기사로 썼는데, 연예인 얼굴이 나온 사진을 쓴 거야. (한예슬!) 카페OO에서 전화가 와서, 연예인 사진만 내려달라고 했다는 얘길 들었다. 그건 추정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거지. 실제로는 적자를 벗어나기 힘들지 않을까? (웃음)
(민) ‘스타빡스’처럼 왜 짝퉁짓을 하나 했는데, 브랜드가 그렇게 중요하나?
(현) 프랜차이즈 문제 심각하다. 프랜차이즈가 시장 붕괴를 가져오는 단초가 되고 있다고 본다. 독점과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측면에서다. 시장 방해요소가 독점이다. 독점을 하면 소비자가 무조건 손해를 본다. 독점은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헌데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주 간에 독점 계약을 하는 것이다. 가맹주가 이런저런 프랜차이즈와 계약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그때 발생하는 문제가 정보의 비대칭이다. 가맹점주는 어떤 프랜차이즈가 더 좋은지 판단할 수가 없다. 거래 상대방이 같은 정보를 갖고 있어야 공정한 계약인데, 가맹점주는 어느 프랜차이즈가 좋은지 알 수도 없고, 정보 역시 공개 않는다. 그래서 과점이 발생한다. 여러 프랜차이즈가 있어도 하나의 프랜차이즈가 있는 것과 같다. 특히 불공정 계약도 곳곳에 있다. 한 편의점을 인터뷰 했더니 계약상 5년인데, 장사가 안 돼서 3년 만에 문 닫으려고 하니까, 1억 원을 내놓으라고 했다더라.
노력하면 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정부가 강력히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고, 정보 비대칭을 없애기 위해 매장당 매출현황을 계약서에 넣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주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 프랜차이즈 간에 경쟁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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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에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용어가 있다. 쉽게 설명해서 거래하는 사람들이 각각 다른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고 결국 정보가 부족한 사람이 더 불리한 가격에 거래를 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시장 중 하나가 부동산이 아닐까 생각한다.”(p.9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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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이하 인)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을 모집할 때 장밋빛으로 포장한다.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환상을 준다. 그런데 인테리어를 수시로 바꾸라고 한다. 가맹점주가 돈을 들여서. 주로 베이커리가 그런 짓을 많이 한다. 다 독점 계약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민) 카페 바인이 망한 것에 대해 선 소장은 임대료 때문이라는데, 차별화 전략은 없었나?
(현) ‘소셜 카페’를 표방하면서 운동가 중심의 카페를 생각했는데, 운동가들이 안 오더라. 그분들은 비정규직보다 더 돈이 없어. (웃음) 생각해보니 객기였다. 자본주의 최첨단에서 승부하겠다는 허황된 꿈이었다. 카페를 시작하자마자 위기였다. (웃음) 우리만 그런 건 아니었다. (카페를 하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그렇다는 거다.
(민) 커피 맛으로 승부하면 손님들이 모이지 않겠는가?
(현) 천만의 말씀이다. 그러면 왜 카페 베네를 가겠나? 내가 브랜드를 고민하는 이유다. 물론 입맛은 사람마다 다르고 커피는 굉장히 민감한 음료다. 사실 나도 원래 커피를 안 좋아했는데, 하다 보니 커피를 많이 마시고, 민감해졌다. 커피 맛으로 승부한다? 임대료가 50만원이면 괜찮은데, 커피 맛으로만 승부하겠다는 건 나이브한 생각이다.
(민) 그렇다면 임대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현) 홍대 앞에서 하다가 동교동으로 옮겼다. 더 이상 다음 달 임대료를 낼 수가 없어서 집주인에게 사정해서 계약기간을 남기고 나와야 했다. 우리와 비슷한 콘셉트의 카페가 동교동에 있었는데, 소셜 카페로서 2년의 노하우를 살려보고자 합쳤다. 홍대에선 2층에 있다가 동교동에선 1층에 자리 잡았다. 평수도 더 넓고 1층인데, 임대료가 똑같다. 사람이 별로 안 다녀서라고 하는데, 홍대 유동인구는 허수가 많다. 홍대 임대료가 비싼 이유로 유동인구를 드는데, 홍대는 낮에는 별로다. 밤 10시부터 새벽4시, 그것도 목금토에 사람이 가장 많다. 그래서 비싸다. 동교동은 엄청난 사람들은 없지만, 계속 사람이 지나간다. 홍대는 상권이 갖고 있는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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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주변에 카페나 괜찮은 음식점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실제 유효 고객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가파른 임대료 상승에 있다. 술장사 외에 그 높은 임대료를 버틸 수 있는 업종은 거의 없다. 그러니 대형화, 프랜차이즈화가 되고 만다.”(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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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권리금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권리금 제도를 금지 시키면 저항이 있을까?
(인) 권리금을 주고받는 당사자가 너무 많다. 권리금을 많이 주고 온 입장에서는 이를 금지하면 큰일 나지. 권리금은 자본소득이라고 볼 수 있는데, 파악이 안 되니까 세금도 못 물린다. 내가 알기론 다른 나라엔 없다. 시설권리금이라고 시설에 대한 투자를 인정해줄 수 있는데, 목이 좋다며 권리금을 준다. 이런 것은 승계된다는 보장도 없고, 경제학적으로 합리적 기초가 없다고 할까. 한국에서 권리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추정이 불가능하다.
(현) 토지정의시민연대 조성찬 박사가 쓴 글을 책에 인용했는데, 그 분 주장에 동의한다. 임차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2년마다 계약 갱신인데, 집주인에게 쫓아낼 권리가 있다. 그러니 권리금 형태가 과도하게 발생한다. 2년 안에 권리금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니, 권리금 형태로 발생한다. 한 번 계약하면 5~10년 쫓아내지 못하게 임차권을 강화해주면서 권리금 관행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인) 유럽에서는 공정임대제라고 5~10년의 계약 기간을 인정해준다. 세입자 권리가 굉장히 강하다. 그런데 우리는 집 갖고 땅 갖고 있으면 장땡이다. 집주인 위주로 제도화 되어있다. 집 주인이나 땅 주인은 많이 남겨먹고 튀겨먹는다. 그러면서 세금은 제대로 안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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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래 전부터 권리금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논의가 미흡한 것은 조성찬 박사의 지적대로 그 해결책이 필연적으로 임차권 보호로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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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상가임대료도 추락할 수 있나?
(인)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보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떠받친다. 특히 아파트. 상가 임대료엔 이상한 흐름이 있다. 자영업이 안 되면, 임대료가 떨어져야 정상인데, 그렇지 않다. 이유는 고용구조가 워낙 불안해서다. 정규직은 50대 초반이면 쫓겨난다. 한창 일할 나이이고, 돈은 한참 많이 들어가는 시긴데, 재취업이 안 되니,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하다. 지금도 자영업 과포화 상태인데, 자영업이 계속 는다. 이게 30년은 갈 것이다. 매장이 망해도 퇴직금 받아서 또 들어오니 임대료는 안 떨어진다. 슬프고 잔혹한 현실이다.
(현) 이미 시장이 기능을 잃었다. 자영업 시장 수익이 낮은 걸 알면서도 계속 굴러가는 건 시장이 붕괴됐다는 거다.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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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자영업자의 수가 이미 한계를 넘었는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이 없고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도 자영업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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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한국 사회의 리트머스 종이
(민) 다음 정부, 자영업 정책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인) 임대료를 떨어트리게 중요하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사람값이 떨어진다. 임대료가 오르는 만큼 사람을 적게 쓰거나 싸게 써야 한다. 비정규직이 늘거나 실업이 지속된다. 당장 부동산 투자자에겐 도움이 될지 몰라도 길게 보면 경제 생태계를 죽이는 거다. 장사가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자영업이 늘어나는 건 다른 퇴로가 없어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10년 후엔 이건희 오뎅, 이재용 오뎅이 나올 거다. 서민 경제가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작게는 건강보험료도 재산 기준으로 내는 등 정비해야 할 게 굉장히 많다. 대기업에겐 고용투자 세액공제라고 인력을 뽑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면서 자영업자에게 못해줄 건 뭔가. 자영업자에게 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자영업은 그런 혜택이 없다.
(현) 자영업을 시작할 때, 평균 4개월 준비한다는데, 말이 안 된다. 자기 확신에 빠진 건 아니고, 그럴 수밖에 없다. 시간 비용이 너무 높다. 자녀 학원비 등 때문에 더 준비하지 못하고 뛰어든다. 이건 복지와도 연관된다. 최소 1년 이상 준비하게 정부가 보조금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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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를 기업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 자영업의 위기는 사람의 위기다. 물론 시장이라는 다소 기계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영업 대책은 ‘복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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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정부 차원에서 프랜차이즈를 할 수 없을까? 옛날에 근대화 체인이라고 있었는데.
(인) 정부가 직접 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서울시가 얼마 전 자재나 재료를 상대적으로 싸게 동네 슈퍼에게 공급하는 사업을 하더라. 그런 것은 공공영역에서 하면 좋겠다. 실업보험은 지금 기간이 짧고 금액이 적으니 급하게 준비를 한다. 실업보험을 강화하면 차분하게 다른 활로를 모색하고 준비할 수 있으니 실패 확률이 줄지 않을까?
(현) 사회적기업을 키우는 방안이 있는데, 지금은 고용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은 가게들 유통이 취약해서 경쟁을 할 수가 없다. 특정 목적을 갖고 사회적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지금 고용만 하라는 사회적기업은 (방법으로서) 아니다. 어떻게 하면 소자본 창업자를 도와줄 수 있는지 구조적 문제를 따져서 사회적기업 정책을 펼쳐야 한다.
(민) 돈 벌 생각만 있다고 했을 때 어떤 자영업을 하고 싶나?
(현) 돈을 벌 목적으로 사업하면 분명 망한다. 자영업의 특성 중 하나가 부침이 심하다. 매출이 들락날락한다. 위기가 찾아와서 3~4개월 계속되면 죽는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혁신의 동력이 뭐냐. 책에 말했는데, 업의 본질을 구현해야 한다. 업의 본질을 구현하는 게 목적이면 계속 아이디어가 나온다. 프랜차이즈는 업의 본질에 관심이 없어서 위기가 찾아오면 망한다. 이것을 통해 내가 구현하고자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뭣인지 고민해야 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장사를 시작한 분들도 버티기 힘들다. 내적 동력을 위해 먼저 업의 본질과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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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운영자 나름대로 업의 본질을 꿰뚫고 해석해서 구현하는 것이 자영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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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외국의 자영업도 위기인가?
아니다. 미국에 친구들이 있어서 물어보니, 자영업자들 힘들지 않다. 어느 가게가 잘 되면 우리는 옆에 또 내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의 경우를 윤리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 먹고 살 것이 없는데 어떡하겠나. 자영업자와 자영업자의 간격, 그게 중요한데, 미국은 그런 게 잘 유지가 된다고 하더라. 우리나라처럼 이렇지 않다.
책에서 예를 든 ‘라피자’ 경우, 좋아하는 손님이 꽤 많았는데도 망했다. 12평에서 월 1700만원까지 매출을 올렸다더라. 그정도 하려면 12시간 동안 한 번도 안 쉬었다는 거다. 그러니 쉐프가 지쳐 나가고 매출이 떨어지는데, 맛도 문제지만,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취약한 게 서비스다. 매출이 올라갔을 때 유지하는 것도 비용이 든다. 대부분 그런 걸 모르고 시작한다. 장사가 잘 되면 그걸 관리하도록 투자를 해야 하는데, 바빠서 그걸 못한다. 책에 자세히 써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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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와도 망하더라고요.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하고 음식이나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거든요. (너무 많이 와서 망했다는 얘기는 매출이 많아지는 게 정말 문제라는 뜻이 아니라 매출의 증감이 일정치 않고 변동이 심하면 그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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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과 나눈 Q&A
혁신동력을 설명하면서 업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좀 더 자세하게 말해 달라.
(현) 나는 운동가적 성향이 강한데, 내가 생각하고 들은 바, 한 종목만 갖고 승부해선 힘들다. 융합해야 한다. 카페를 예로 들면, 커피 전문성에 플러스알파. 그것을 위해 자영업자는 스타가 돼야 한다. 스타의식도 있고. 자기 때문에 고객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 시스템은 장사를 못한다. 있긴 하다. 상수동 이리 카페는 바리스타가 아닌 공간 때문에 간다. 소셜 카페 가운데 주목 받는 곳을 찾아다닌 책이 11월에 나온다. (웃음)
업의 본질을 설명하자면, 충정로에 있는 ‘비진도 해물뚝배기’를 들고 싶다. 이 가게에는 ‘야, 이모, 삼촌, 아줌마 등을 쓰지 마라’고 써 놨다. 명찰의 이름을 불러달라고 한다. 이게 본질이다. 주인장은 밥에 대한 철학이 있는 분이다. 밥이 나와 당신을 연결하고 있다는 철학이 있지 않고선 이런 걸 할 수 없다. 여긴 매출도 공개하고 시급이 9천원이다. 밥이 무엇인지 철학적으로 엄청 고민한 것이다. 연남동의 도깨비 커피집도 업의 본질에 집중한다. 장사하기 힘든 곳에 있는데, 에스프레소 기계는 없고 손으로 직접 내리는 커피만 판다. 커피의 다양성을 지키겠다는 자부심과 함께 커피가 자기한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도깨비 같다는 생각 때문에 가게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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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프랜차이즈를 답갑잖게 생각하는 것은 앞서 설명한 구조적 모순 때문이기도 하지만 업의 본질을 공부하고 구현해내는 노력을 프랜차이즈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는 일종의 성공(생존) 매뉴얼을 제공하고 그대로 따라할 것을 강요한다.”(pp.14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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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장에서 쾌적한 곳에 가지, 자영업자들 가게엔 안 간다. 집 근처 조그만 가게들 많은데, 망하는 건지, 생겼다 없어지면 가격이 오른다. 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 꾼이 실제로 많다. 마지막에 당하는 사람은 누구냐가 관건이지. 폭탄 돌리기인데, 마지막 사람은 재기할 수 없게끔 망한다. 권리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프랜차이즈가 직영점만 운영하면 300미터마다 생길 수가 없다. 가맹점이라서 그렇게 곳곳에 생기고 리스크를 전부 가맹점에게 지게 한다. 가맹을 못하게 했다면 카페 베네가 지금처럼 클 수 있었을까? 이렇게 급성장한 건 대량해고에 따른 지속적인 수요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점주들만 지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문제는, 리스크를 공동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점주들만 진다. 표준 가이드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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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가 총체적으로 집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누구나 자영업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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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 사장 분투기 강도현 저 | 인카운터
이 책은 자영업을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커피를 아무리 팔아도 도무지 수익을 낼 수 없는 카페 이야기, 달콤한 말로 편의점 창업을 꼬여놓고 망하면 어마어마한 돈을 본사에 약탈당하는 구조, 음식이 날개 돋친 듯 팔려도 망할 수밖에 없는 고정 비용 문제,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상담해주던 부동산 업자들은 모두 건물주 편이었다는 것, 법으로 보호받지도 못하는 무지막지한 권리금과 수익 이상을 요구하는 임대료 계산법, 빚 내서 시작하다 보면 빚 갚다가 망할 수밖에 없고, 다시 시작하는 것은 꿈도 못 꾸는 현실적인 문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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