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온 남편, 이제 제가 도와줘야죠” - 문재인 대통령 후보 아내 『정숙씨 세상과 바람나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더 잘됐으면 좋겠다.” 어쩌면 퍼스트레이디 정숙 씨, 음악과 바람난 날
“남편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대접받는 사회, 사람이 돈이나 권력보다 먼저인 사회, 그래서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기 위해서 애쓰는 분이 누굴까 생각해봤습니다. 슬플 때 머리를 기댈 수 있는 사람, 기쁠 때 나를 더 기쁘게 해주는 사람, 조용히 있고 싶을 때 조용히 나에게 뭔가를 해주는 사람을 찾는 게 문화예술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분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남편이 다시 앞으로 달려갈 때 내가 그 모습을 쳐다만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여전히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이다. 보고 있어도 그리운 그런 사람. 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그와 내가 꿈꾸는 세상을 위해서 내가 할 일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일이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싶었다.”(p.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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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니 세상이 바뀌었더라’고 누가 그랬지? 요즘은 그 말을 한 주인공을 붙잡고 수다라도 떨고 싶은 심정이다. 나 역시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바뀌었다. 바뀌었지만 그대로이다. 어느 날 남편은 대선후보가 되었지만, 그는 나의 남편이고, 나는 여전히 그의 아내니까.”(p.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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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힘들죠?
많이 힘들어요. 남편이 저지른 일이 커서 뒤치다꺼리도 힘들어요. 나는 먼지처럼 살아요. 남편이 돌아오면 편안하게, 신경 예민하지 않게 있다 보니 부유물처럼 있어요. (웃음) 밤에 잘 땐, 충분히 자야 내일 일할 것 같아서, 침대 끄트머리에 매달려서 자요.
같이 피곤할 텐데, 그래도 문재인이 좋아요?
그래도 그 사람이 좋아요. 문재인과 살면서 자존심이 더 강해졌어요. 인간이 어떻게 사느냐, 어떻게 남을 도와주면서 살까, 그렇게 살아왔어요. 바깥사람이 그래서 그걸 좇아가다 보니, 나도 잘 사는 것 같아요. 생일에는 꽃도 사주고, 와인도 먹고, 밥도 먹고 그래요. 그런데, 노래는 안 해요. 꽃 사준 남편이 귀여워서 내가 노래해주죠. (웃음)
<나꼼수>에 문 후보 모셔서 30번을 졸랐는데, 노래는 끝내 안 하시더라. 싸우기도 했나요?
결혼 초에 싸웠어요. 경상도 남자-서울여자, 극 과 극이거든. 부산 가서 인권변호사 하겠다고 해서 쫓아 내려갔어요. 밥 굶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거든요. 남편은 어려운 사람과 노동자 위해서 살겠다고 했고, 나도 흔쾌히 내려갔어요. 그렇게 갔는데, 둘째를 임신했어요. 일요일이었는데, 몹시 피곤해서 큰 아이 좀 봐달라고 했더니, 들은 척도 안 해요. 또 말했더니, 날 물끄러미 보더니, 마 엎어져 자라, 그러는 거예요. 울었어요. 그 다음 한다는 얘기가, 마 그럼 디비 자라. 울다가 정말로 디비 잤어요. (웃음) 동네 아줌마한테 얘기했더니, 엎어져서 자고, 뒤집어져서 자면 된다는 거예요. 사투리에 적응이 안 돼서 크게 몇 번 싸웠어요.
“남편이 월급을 갖다주면서 그러더라고요. '나는 앞으로 인권변호사, 노동변호사를 할 것이다. 다른 변호사처럼 높은 수임료를 원하지 말고 이 봉급으로 살도록 해라.' 하지만 그게 적은 돈은 아니었기 때문에 '좋아요'하고 살았죠. 다른 변호사들보다 돈을 못 번다고 해서 제가 주눅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세상이 참 재미있었거든요. 대학 때도 산전수전 다 겪고 결혼했는데 그 이후로 변호사가 돼서도 늘 역사의 파도 끝에서 살았어요.… 만약 다른 사람하고 살라고 하면 전 지금도 제 남편을 택할 겁니다.”(pp.291~2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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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면 누가 사과를 먼저 하나요? 문 후보 집에서 말이 많은 편 아니죠?
끝까지 말하면 안 돼요. 내가 성질이 급하니까, 싸우면 이틀 밤을 못 넘겨요. 그래서 딸에게 얘기했다. 부부싸움 뒤에 먼저 말 하지 말라고. 말은 내가 많이 시켜요. 단답형만 얘기해서 나중엔 의견을 말하도록 해야겠다며 말을 유도했어요. 그래서 (문 후보의) 말이 늘었어요.
양산집의 풍산개 이름이 뭐죠? 세간에는 그 개새끼 이름이 조현호라고? (전원 폭소)
이름이, 마루에요. 어릴 때 다른 곳에서 데리고 왔는데, 밤새도록 우는 거예요. 그러다 마루 밑으로 찾아가더라고요. 거기서 안 울고 잘 자는 거예요. 그래서 마루라고 지었어요.
문 후보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난 뒤 고초를 겪는 것을 봤습니다. 남편이 정치하겠다는 결정,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결정은 남편이 했죠. 나는 따랐고. 많이 반대했고, 내키지 않았어요. 꿈에라도 청와대 생활 같은 것을 꿈꿔보지 않았어요. 나하고 안 맞는 것 같고. 그래서 지금, 힘들어요. (전원 박수)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문재인 이 사람, 대통령감이 맞나요?
남편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나로서도 마음의 결정을 해야 했고, 어떻게 밀어줘야 하나 생각해봤어요. 단단하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갑작스런 증오와 분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안고 가야 하는데, 감정노출 없이 감당하더라고요. 단단한 자존심이 바탕이 안 됐다면, 동요 없이 그 일을 치러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집에서는 많이 울고 힘들어했어요. 일을 처리할 때는 단호하고 겸손하게 잘 치렀어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안 쓰러지고, 하고자 하는 일은 꼭 하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봉사,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 소통력과 공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람,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집에 감나무가 있어요. 꽤 연령이 돼서 감은 안 열리고 잎만 무성했어요. 조바심이 나서 내가 거름도 주고 정성스레 가꿨어요. 그런데 감이 2년째 안 나서 3년째에 감나무가 안 열리면 자를 거라고 했어요. 이 남자, 내가 머리카락 자른 건 몰라도 가지 친 것은 알아봐요. 그래서 으름장을 확실히 놨죠.
그러던 어느 날은 문 후보가 감나무를 쓰다듬고, 싸안고, 또 어떤 날은 감나무에게 중얼중얼하는 거예요. 왜 저러나 그랬는데, 그해 감나무에 감이 3개가 열렸어요. 남편이 그래요. 내가 감나무에게 가서 ‘내가 너를 사랑한다’, ‘감이 안 열리면 나의 아내가 널 자른단다’ 이랬다는 거예요. (웃음) 나무 자르는 것도 자기 팔 자르는 것처럼 아파하는,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봤죠. 이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보니까, 준비한 사람이에요. 청와대에 5년 있었는데, 넥타이 맬 때마다, 남편 눈이 참 예쁜데, (내게) 좋아한다는 말은 쑥스러워 못하는데 눈으로는 얘기해요. 내가 그의 눈빛을 읽는데, 아침마다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가, 국가에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를 경건하게 5년 내내 생각하더라고요. 이 사람, 공직에 있으면서 결심한 것을 실천하면서 국정을 했습니다.
한편으로 또 의심이 되는 거예요. 대통령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이 사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요. 30년 동안 소수자와 노동자 편에 서서 권력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소통의 능력을 갖고 있어요. 낮은 자세에서 이야기를 듣는 훈련이 돼 있고, 균형 감각도 있습니다. 지금은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들을 줄 아는 능력과 자세가 있어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대통령에 나선 것에 환영 안했지만,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글이 무척 좋았어요. 전업주부로 살아온 것으로 아는데, 책을 위한 공부를 했는지요?
잘 봐줘서 고마워요. 남편과 사는 과정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사는 과정이었어요. 기사를 보고 물어보면 책 읽고 얘기하라는 거예요. 남편은 책 한 권을 다 읽는데, 나는 앞뒤로 보거나 좋은 책이 읽으면 독파도 하고 그랬어요. 그게 글 쓰는 것과 연관은 없는 것 같은데, 좋게 봐줘서 고맙습니다. 남편과 대화를 하려면 책자락이라도 잡지 않으면 안됐어요.
현재 퍼스트레이디가 잘하고 못한 것 하나씩과, 퍼스트레이디가 돼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글쎄, 그런 것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생각 안 해봤어요. 퍼스트레이디를 소화해내는 게 힘들고, 소화하는 게 건성 아닌 매일매일을 비우는 것이라 힘들 텐데, 깊게 생각은 안 해봤어요.
건강관리 어떻게 하며 특별히 내조하는 방법이 있는지요?
남편이 해산물을 좋아해서 밥상에 오르고,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편하게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밥을 먹고 좋게 먹는 것보다 편하게 쉬는 것이 더 좋은 휴식이자 건강 관리법이라고 봐요.
지금 세상은 남편 뒤에 서 있는 여성상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남편 뒤에 다소곳하게 있기보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신문을 많이, 세세하게 읽습니다. 남편에게 내 생각은 이렇다며 기사를 읽어보라고 권하면, 남편이 곧잘 듣고 스크랩도 해요. 뒤에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고 만나는 역할을 합니다.
사실 양산에 가면서 안락하고 여유 있는 노년을 누리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었어요. 그랬는데, 남편이 세상에 나왔어요. 나도 나와야만 했고요. 너무 두려워요. 그런데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매일매일 밑에서의 힘을 느낍니다. 어려운 일인 줄 알지만, 책을 냈고, 착하고 잘 살아온 사람이라 도와주고 싶었어요.
“남편 옆에 서는 일이 싫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남편이 사람들이 바라는 세상을 여는 ‘문’이라면 나는 그 문의 고리라도, 아니 문이 열릴 때 옆에서 ‘삐거덕’소리라도 내는 그런 뭔가 나만의 역할을 찾고 싶었다.”(p.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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