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는 없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체력을 기르십시오” - 김난도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천 번을 흔들리며 끊임없이 자라나야 하는 이 시대의 ‘어린 어른들’에 대한 말걸기
“저도 누구 못지 않게 우리 청춘들이 가지고 있는 열악한 일자리, 열악한 대우, 말도 안되는 착취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대안도 고민하고 있고요. 반면에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여전히 있다는 거죠. 사회적 구조가 변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니까, 여전히 우리가 준비하고 노력해야 될 부분은 있다는 겁니다. 그 부분이 바로 자라나라는 것입니다. 거기서 살아남으려는 젊은이들에게 성장하라고 답변을 주고 싶은 것이죠.”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이 시대의 아픈 청춘들을 위로하고 격려한 김난도 교수가 1년 반만에 흔들리는 어른들을 위한 신작으로 돌아왔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는 제목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갖고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면서도 이 시대의 어른들은 계속 흔들리며 아파한다. 이 길이 맞는지, 다른 길은 없는지 수없이 곁눈질하고 자신의 꿈과 주변의 기대 사이에서 갈등하며 혼란을 겪는 젊은 어른들.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이 시대 청춘의 멘토가 된 김난도 교수가 펴낸 두 번째 에세이는 천 번을 흔들리며 끊임없이 자라나야 하는 이 시대의 ‘어린 어른들’에 대한 말걸기다.
흔들리며 휘청대는 어린 어른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었습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후 바로 그 다음 세대인 사회초년병들을 대상으로 한 에세이를 쓰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지금 교수를 15년째 하고 있거든요. 지난 10년 동안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가정을 꾸리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한테 상담을 청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친구들은 사회에 나가서 몸으로 사회를 경험하는 친구들이에요. 이 친구들이 고민의 깊이도 깊고 빈도도 많습니다. 대학교 졸업해서 취직하고 결혼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 친구들의 고민을 집중적으로 같이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그래서 제가 찾아낸 키워드가 ‘어른’입니다.
이 책을 쓰면서 나 자신은 과연 어른일까 자신할 수 없을 때가 많더라고요. 우리가 언제 어른이 되는 것일까 언제 비로소 우리가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어른이라는 것은 특정한 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는 과정을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어른들이 경험하는 흔들림의 내용을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사회초년병들은 예전에 비해서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오래 준비해서 사회에 진출하는데도 더 많이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본질적인 문제이고요, 하나는 시대적인 문제입니다. 시대적인 문제부터 이야기하면, 오히려 준비를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고민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들어요. 우리 시대의 특징 중 하나가 고민이 유예된다는 것입니다.
대학교만 들어가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를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한 적이 있는데요, 14세에서 19세까지 소위 사춘기에 겪어야 되는 여러 가지 자연스러운 문제들이 많이 있고 그때 그걸 앓고 넘어가야 되는데 그런 문제를 대학 입시 이후로 이월시키고 유예시킨 거죠. 그런 문제가 대학에 들어가서야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취업이 워낙 힘들다보니까 대학시절에 해야 할 수많은 고민과 갈등들을 다시 취업 이후로 미루는 거죠. 취업 경쟁이 치열하다보니까 자기 적성이나 진로를 따지지 않고 무작정 취업부터 하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나서 그동안 유예됐던 문제들이 폭발을 하는 것이죠. 지나친 과잉경쟁 사회에서 유예된 고민들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본질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공자님께서 사십이면 불혹이라고 하셨는데, 막상 제가 사십이 돼보니까 그렇지 않더라고요. 불혹은커녕 여전히 자주 혹하고 흔들린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게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고 어른이 돼도 여전히 고민이 많고 흔들리는 것이 평생을 가는 화두라는 걸 알게 됐어요. 본질적인 문제와 시대적인 문제가 겹쳐져서 많은 사람들이 현대사회를 살면서 흔들리고 고민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진로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와 선택지가 있는데다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한 이유겠죠?
젊은이들이 그런 노력을 하더라도 사회적 편견이 계속되는 한 외롭고 힘든 싸움일 텐데요.
물론 아직도 사람들은 어디 다니고 어느 학교 나왔는지부터 물어봅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지금 청춘들, 초보 어른들이 자기 전성기를 맞을 때쯤이면 굉장히 달라져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부터 30년 전을 돌이켜 생각하면 우리 사회에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존중과 다양성이 변화되는 크기와 속도를 보면 굉장히 빨리 변했거든요. 사회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2, 30년 후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얘깁니다. 내가 어디를 나오고 어디에 소속되어 있느냐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역량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에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어요.
물론 구조적인 문제가 대단히 많이 있어요. 그걸 바꾸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저 외에도 그런 문제를 지적하신 분이 많습니다. 금년에 선거까지 있어서 정치를 하시는 분, 평론가들 학자들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많은 해법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해법이 나오더라도 그 안에서 모든 개인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여지는 여전히 있다고 생각해요.
암을 가지고 있으면 건강해지기 어렵죠.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암 덩어리를 제거하고 나서도 본인이 건강해지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항암치료를 견뎌내는 과정도 필요한 것입니다. 외과 의사들께서는 암을 제거하자고 하시는 거고 저는 환자가 다시 일어나려는 노력도 아울러 해야 된다는 얘기를 하는 거죠. 두 가지가 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아버지이자 선생님의 입장에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이 책은 거기에 관한 책이니까요.
계속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역경을 이기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우리 사회가 완벽하기 때문이라는 취지가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이나 고통이 개인이 모자라기 때문이라는 것도, 사회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도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서는 일단 격려를 드리고 싶었어요. 한 책에서 지나치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책의 초점을 흐릴 수도 있으니까요.
책을 쓰시면서 많은 젊은이들의 사연을 접하셨고 실제로 그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고 또, 500여명의 독자 모니터단으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반영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부분이 반영되었는지요.
독자 모니터단을 구성해서 같이 읽고 고민하는 기회를 갖자고 한 건 오래된 생각이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썼을 때도 초고를 복사, 바인딩해서 수십 명의 젊은 친구들에게 피드백을 받았었습니다. 좋아하는 글은 뭔지, 동감할 수 없는 글은 무엇인지, 동감할 수 없는 글은 왜 동감할 수 없는지에 대해 적어달라고 했죠. 그렇게 50명 이상의 피드백을 받아서 고쳤고요, 이번에는 출판사 도움을 받아 500명으로 확대할 수 있었죠. 저만의 교조적인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이 글을 읽을 세대와 같이 호흡하려고 노력했던 것이죠.
혼자 글을 쓰면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오류가 있기 마련이에요. 팩트를 틀리게 쓰는 경우가 있고요, 의도와 달리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고요. 제가 스스로 깨달을 수 없는 그런 부분들에 대한 지적을 받은 거죠. 제언도 많이 받았습니다. 챕터마다 시구나 속담을 ‘제사’로 썼는데 그중에 끝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있었지만 독자분들이 좋은 시구를 제안해주셔서 바꾼 경우도 있고요. 글이 통째로 빠진 것도 두 꼭지 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이 더 내밀하고 직접적인 소통을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요구를 글쓰기에 반영하신 것이죠?
트랜드를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람들의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입니다. 옛날에는 일대다 커뮤니케이션이었지요. 그때는 위인전을 읽었습니다. 일방적으로 배웠죠. 하지만 이제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분이라도 제가 트윗을 날릴 수 있고 그분이 제게 답 멘션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의사 소통이 평등해진 것이죠.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어요. 내가 필요한 것은 위인전이나 영웅전에 나오는 롤모델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바로 이 문제를 같이 얘기해줄 수 있는 누군가입니다. 그런 사람을 요즘 멘토라고 부르는 것이고요.
SNS의 발달이 모든 면에서 영향을 주고 있지만 젊은이와 기성세대의 소통의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같은 책을 읽지만 자기의 이야기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요, 책에서도 거울 같은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표현도 했는데 그러자니 제 어려움이나 흔들림에 대해서도 공감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사실은 제 얘기를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받는데요, 나름대로 절충을 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있다고 보시면 돼요.
선생님 책은 글이 참 술술 잘 읽힙니다. 잘 읽히는 글쓰기의 비결이 있는지요?
만약 제 초고를 보시면 이 사람이 쓴 글이 맞냐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저는 일단 써놓고 “천 번을” 고쳐서 읽기 좋게 만듭니다. 그렇게 해서 가장 읽기 좋은 형태로 다듬은 다음에 주변에 가까운 분들에게 나눠드린 다음에 읽게 해서 피드백을 받고 다시 고칩니다. 이번엔 오백 분한테 나눠드리고 피드백을 받아 다시 전부 고쳤고요. 그 과정에서 출판사 편집자하고 의논을 하면서 어려운 것,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을 고쳐서 독자가 쉽게 읽으실 수 있도록 수정을 합니다. 그러면 다소 과장이겠지만 “천 번”은 수정을 하는 셈이 되지요.
처음에 원고를 봤던 분들은 이 책을 보고 깜짝 놀랐을 거예요. 완전히 책이 달라졌으니까요. 사실 글 쓰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정말 고통스러운 건 고치는 과정입니다. 자기가 쓴 글을 백 번씩 읽으면서 조사가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하면서 고민하면서 고쳐내려가고 에피소드를 통째로 갈아엎기도 하고. 그림은 고칠수록 나빠진다고 하지만 글은 고칠수록 좋아진다고 믿어요.
대학을 가고 직장을 갖고도 고민이 계속되는 건 미래가 보장된 안정된 길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요, 그런 현실에서 개인만 계속 성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저는 에스컬레이터를 기대하지 말자고 얘기합니다. 한번 올라타면 내가 원하는 성공과 안정이 보장된다는 그런 건 이제 없습니다. 인생이 계단 같아졌죠. 차근차근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체력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한번은 굉장히 화가 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아르바이트생의 돈을 떼먹고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제가 청춘을 착취해도 된다는 취지로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했거나 천 번을 흔들리라고 말한 건 아니거든요. 아주 못된 일부 사람들이 이런 제 격려를 청춘의 착취에 대한 도구로 합리화하는 걸 봤습니다. 저도 누구 못지않게 우리 청춘들이 가지고 있는 열악한 일자리, 열악한 대우, 말도 안 되는 착취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대안도 고민하고 있고요. 반면에 사회적 구조가 변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니까, 여전히 우리가 준비하고 노력해야 될 부분은 있다는 겁니다. 그 부분이 바로 자라나라는 것입니다. 거기서 살아남으려는 젊은이들에게 성장하라고 답변을 주고 싶은 것이죠.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개인의 성장도 그 방향을 잘 설정해야 성공할 수 있을 텐데요, 어떻게 하면 급변하는 세계의 트렌드를 읽고 자신의 길을 잘 찾을 수 있을까요?
많은 정보를 계속해서 얻으라는 건데요, 추천하는 매체는 신문입니다. 거기 나오는 팩트나 현상에 대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렇다면 이것이 나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고민해보자는 거죠. 아주 작은 차이 하나로도 많은 걸 일궈낼 수 있는 세상이 됐거든요.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주 작고 독창적인 것입니다. 그건 끊임없이 내 고객들을 관찰하고 신문을 읽으면서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이런 변화들이 나에게 던지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고민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트렌드를 읽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이 전 세계를 움직이는 제3의 혁명을 생각해내자는 것은 아니고요, 우리 주위에서 생겨나는 작은 변화들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죠.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성공의 길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니까 청춘, 흔들리면서 성장하는 어른, 그 다음 독자 타깃은 신혼부부인가요? 중년인가요?
아직 제가 큰 계획은 세우지 않았습니다. 고민 좀 해볼 생각이고요. 올해로 제 연구년이 끝나기 때문에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어져요. 시간이 좀 많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제 주위의 분들이 갖고 있는 분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 뭔지 같이 고민하고 그런 생각들이 고이면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전작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한국을 넘어 중국, 일본, 태국, 대만, 네덜란드 등 세계 각지로 수출하며 멘토 열풍을 불러온 김난도 교수는 신작에서 사회초년생들이 힘겨워하는 문제와 딜레마 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함께 고민한다. 어렵게 입사한 첫 직장과 진짜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제자, 이런 고민조차 해볼 기회가 없는 취업준비생들, 이밖에도 이직, 연애, 결혼 등 무수한 삶의 화두 앞에서 흔들리는 '어른아이'들이 나만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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