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청춘의 아픔을 따듯하게 보듬고 격려해 30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작가 김난도 교수가 2011년 트렌드를 분석?정리하고 2012년 트렌드를 예상한 『트렌드코리아2012』를 출간했다.
김난도 교수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아동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소비트렌드를 연구하고 있다. 김난도 교수가 발표하는 트렌드 분석은 매년 큰 반향을 일으키며 급변하는 시장경제사회의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이죠. 과거에는 신문과 방송, 잡지를 보는 정도였지만 현대에는 매체도 다양해지고 인터넷으로 말미암아 사회의 흐름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최근에는 SNS나 스마트폰이 가세해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죠. 비견한 예를 들면, 길거리에 비디오 가게가 없어지는 걸 보십시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트렌드를 역행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그래서 현대에는 트렌드가 한시적인 유행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생존전략’이 되었다. 하지만 시대의 격랑 속에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운 현대인들이 변화의 파도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김난도 교수는 누구나 쉽게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도록 10가지 주요 키워드를 뽑아 2006년부터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해왔다.
“우리의 트렌드 추적 작업은 1년 내내 이뤄집니다. ‘트렌더스날’이라는 자원봉사 트렌드 헌터그룹이 있어요. 이 헌터그룹에 속해있는 분들이 생활하면서 느낀 새로운 변화를 양식에 맞춰서 A4 한 장 분량으로 보내주시고, 서울대학교 트렌드분석센터의 연구원들이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각종 트렌드 정보와 데이터를 축적해놓습니다.”그렇게 모인 자료를 바탕으로 김난도 교수와 연구진은 워크숍을 개최해서 수일에 걸쳐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그런 긴 과정을 통해 10개의 트렌드 키워드가 산출된다. 이러한 트렌드 키워드 산출과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매년 ‘트렌더스날(Trendersnal)’이라는 일반인 트렌드헌터 그룹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관련사항은
『트렌드코리아2012』 맨 뒷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올해도 10개의 트렌드 키워드가 산출됐다.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는 ‘드래곤 볼(DRAGON BALL)’이다.
“아시다시피 ‘드래곤 볼’은 만화입니다. 드래곤 볼을 다 모으면 용이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주죠. 매년 그렇겠지만 2012에는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분이 특히 많으실 거 같아요. 게다가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 한해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드래곤 볼과 2012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김난도 교수의 말처럼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정치의 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고, 소비에 미칠 파장도 크다. 2012년엔 정치적인 트렌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인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플랜 B 마이너(minor)’입니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상표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약해졌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싸거나, 더 좋거나, 더 색다르다고 하면 기존에 써오던 대기업의 메이저 브랜드를 쉽게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었죠. 이러한 현상이 2012년 정치에서도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진정성’이라는 문제입니다. 이는 2011년에 굉장히 중요하게 부각된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SNS와 종편 등을 비롯한 각종 매체가 늘어나면서 누가 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로 부각될 것입니다.”각종 매체의 증가로 후보자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폭로되는 시대가 되었다. 몇 년 전에 했던 말들이 새로운 논쟁거리가 되기도 하고, 가족관계는 물론 즐겨 다니는 피부관리숍까지도 화제가 된다. 매체의 양적인 팽창이 질적인 진정성의 문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김난도 교수는 무엇보다 ‘설득’과 ‘공감’의 능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2011년에 가장 탁월한 ‘설득’과 ‘공감’의 능력을 보여준 장본인이 바로 김난도 교수다. 김난도 교수에게 그 비법을 물어보았다.
“제가 가장 탁월하다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웃음). 저는 소비자학 전공자예요. 소비자학이라는 학문의 기본적인 전제는 소비자 위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인간관계에 대입해서 말씀드리면 역지사지하는 자세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예요. 현대사회에는 자기 이야기만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배려해주는 게 중요하죠.”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설득’과 ‘공감’의 능력과 함께 중요한 것이 진정성의 문제다. ‘진정성’이란 전달하기도 어렵지만, 구별해내기 또한 어렵다. 진정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별해내는 안목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진정성에선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하나는 그 사람의 핵심역량이 얼마나 발휘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맡은 일의 핵심가치에 얼마나 충실한가를 보는 것이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욕망과 보이는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A를 욕망하면서 B라는 행동을 보여주면 진정하지 않거나 위선적이라고 보일 수 있지요.”김난도 교수는 2011년에 가장 진정성 있었던 인물로 가수 임재범을 꼽는다. 임재범은 꽃미남이거나 옷을 화려하게 입거나 춤을 잘 추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수의 핵심 가치인 노래를 잘한다. 사람들이 그 핵심가치에서 진정성을 느껴서 임재범에 열광했다는 것이다. 즉 어떤 사람의 진정성을 파악하려면 우선 그 사람이 맡은 일이 무엇인가를 이해해야 하고, 그 일의 핵심가치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는가를 봐야 한다. 2012년엔 이런 진정성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할 것이다. 외부적인 이미지 홍보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정치인의 핵심가치인 민생안정에 주력하는 정치인을 말이다.
이처럼 진정성 있는 정치인을 뽑고자 하는 것도, 소비를 통해 욕망을 충족하려 하는 것도 결국은 행복해지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의 행복지수는 여전히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전후 시대와 비교하면 소비도 폭발적으로 늘었고 물질적으로도 풍족해졌는데 왜 행복지수는 오르지 못하는 것일까.
“많은 분께서 성취를 많이 할수록 더 행복해진다고 믿고 계십니다. 물론 그런 측면도 조금은 있습니다. 그리고 흔히 성취라고 하면 돈을 많이 번다든지, 승진해서 지위가 높아진다든지, 유명해져서 명성을 쌓는다든지 하는 것들이죠. 그런데 정작 행복에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만이 아닙니다. 모든 성취는 기대라는 분모로 나뉩니다. 성취를 100만큼 했는데, 기대가 1,000이면 그 사람은 행복하기 어렵죠. 반대로 성취를 50밖에 못했더라도 기대가 50이었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과도한 기대치를 안고 오로지 성장만을 위해 달려왔다. 물론 그러한 성장위주의 경제발전을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40년 전만 해도 지구상에서 가장 못살던 나라를 이만큼 성장시킨 것은 그러한 패러다임이 중요하게 작용한 까닭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패러다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되었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성취하려 하는가?’, ‘무엇을 기대하며 살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가 한걸음 물러서서 사회와 개인에 대해서 성찰하고 기대치를 낮추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런 사회가 올 것이고 새로운 사고방식이 우리를 조금 더 행복하게 해줄 것입니다.”
김난도 교수는 2012 흑룡의 해에 yes24독자 모두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빌며, 그 소원들 가운데 자신의 소원을 더했다.
“2012년은 좀 더 화합이 잘 이뤄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에요. 토론과 투쟁을 통해서 변증법적으로 합일되고 더 고양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합’이라는 구심력이 필요합니다. 대립하는 원심력만으론 계속되는 갈등만 키워갈 뿐이죠. 제가 2012년에 드래곤 볼을 통해서 비는 소원은 ‘화합’, ‘통합’, ‘조화’ 이런 것들입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소망을 가지고 2012년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소망을 이루는 데는 언제나 난관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런 난관을 예측하고 조금이라도 더 현명한 계획을 세우고 싶다면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2012』를 읽어보라 권해주고 싶다. 여러분의 ‘바람(wish)’이 ‘시대의 바람(trend)’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