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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새누리당은 놓쳤던 샅바를 다시 쥔 형국” – 박성민 『정치의 몰락』

보수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권력의 탄생 “4·11 총선의 결과를 가르는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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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전면전이라는 구도 속에서 심판론이 오가는 가운데, 정당의 승패에 관심을 두기 전에 정치의 근본부터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가 있다. ‘MIN 정치 컨설팅 그룹’의 대표이자 20년 넘게 수많은 선거를 치러온 정치 명장, 박성민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최대의 관심사는 정치다. 총선을 앞두고 수많은 예상이 오가는 가운데,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은 말한다. “변수라고 예상하는 것은 변수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기지 못할 게임을 이기게 만드는 것이 정치컨설턴트다”. 이기지 못할 게임에 변수를 만들어 온 정치의 명장, 박성민에게 정치의 본질과 총선 예상을 들어보았다.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전면전이라는 구도 속에서 심판론이 오가는 가운데, 정당의 승패에 관심을 두기 전에 정치의 근본부터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가 있다. ‘MIN 정치 컨설팅 그룹’의 대표이자 20년 넘게 수많은 선거를 치러온 정치 명장, 박성민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정치의 몰락』이라는 저서를 편찬하며 그간 쌓아온 정치적인 견해를 종합했다.


정치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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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행복의 기준으로 확실성을 든다. 미래가 불확실하면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예컨대 입소 첫날의 신병 교육대나 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병원에서 사람들은 초조하고 불안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치의 본질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에 있습니다. 정치란,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불투명함을 투명함으로 바꿔주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가 대낮의 고속도로처럼 훤히 예측되어야 해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는 어두컴컴한 야산을 지나듯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의 본질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는 국내정치의 흑백논리적인 성향도 크게 작용한다.

“사실 저는 현실 정치 세력을 분류할 때 보수, 중도, 진보로 구분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실을 분석하는 그런 논리가 별로 유용하지 않아요. 우리 인생은 그렇게 나뉘지를 않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오랜 세월 분단과 독재를 거치면서 극단론에 너무 물들어버렸어요.”


정치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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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인 이데올로기가 영웅을 만든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전쟁영웅이,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혁명가들이, 그리고 냉전이 끝나고 나서는 경제를 주도하는 이들이 영웅이 되었다. 그 가운데 정치계에서도 많은 영웅이 탄생했지만, 현대에는 정치적 영웅이라 할 만한 이가 없다. 이는 정치가 세계화라는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되면서 모든 것이 호환됩니다. 한국의 영화감독이 미국에 가서 영화를 만들 수 있어요. 기업들도 세계시장으로 진출해요. 24시간 세계 각국의 뉴스가 쏟아져요. 모든 사항이 빠르게 변해갑니다. 그런데 정치는 여전히 자신의 국경을 넘지 못하고 법안 하나 통과시키려고 해도 구시대적인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요. 정치가 공간과 속도와 영향력 면에서 현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정치가 영향력을 가지려면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과학과 문화는 끊임없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며 발전해 왔다. 일례로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핸드폰은 스마트폰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이러한 패러다임에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업계 최고 성장을 보이던 코닥과 노키아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처럼.

“비주류가 이 세상을 뒤엎는 게 혁명입니다. 그리고 주류가 스스로 자극해서 변하는 것이 혁신이에요. 역사는 비주류의 혁명과 주류의 혁신이 부딪혀서 이뤄집니다. 주류가 혁신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무너집니다. 코닥과 노키아처럼요. 권력도 마찬가지예요. 혁신하지 못하면 권력이 이동됩니다.”


총선구도

 

우리의 정치권도 현재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혁신할 것인가’, 아니면 ‘혁명할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는 둘 중의 하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사회에 만연한 ‘불안’이 국민으로 하여금 현 정권에 등을 돌리게 했기 때문이다.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고, 특히 젊은이들은 일자리에 대한 불안으로 현 정부를 신뢰하기 어려워졌다.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을 때 기대한 것은 다른 것은 몰라도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잘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도 분노를 키운 원인이다. 이러한 분노는 결국 정권심판론에 이르렀다. 민주통합당이 내세우는 정권심판론이 총선구도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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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나 시장선거처럼 광역화된 선거에서는 심판론이 호소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는 투표권이 선거구 안으로 좁혀지기 때문에, 심판론이 호소력을 가지려면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해요. 야당에 대한 심판론이라 치면, 야당후보가 야당의 상징적인 인물이어야 합니다. 또는 여당후보가 투표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요소가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심판론이 큰 영향을 미치기가 어렵습니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경쟁 정당을 규정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야당이 선거를 치르기가 더 쉽다. 특히 집권 말기에는 야당의 공세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야당은 심판자의 입장에 서고, 여당은 심판당할 것만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이 샅바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집권 초기에는 지역발전과 국정안정의 이유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지만, 집권 말기에는 그런 말마저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야당이 그런 유리한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실수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새누리당이 다시 샅바를 쥔 형국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 선거를 가르는 요소로 작용하는 게 돌발상황입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은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미 전략도 어느 정도 다 나왔고, 선거에 임하는 정신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승부를 가르는 건 박 대표가 ‘돌발상황’이라 표현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관해 많은 언론이 변수에 관한 요소를 거론하고 있다.

“언론에서 예상하는 변수는 변수가 아닙니다. 이미 다 예측하고 있는 것이죠. 예상할 수 없으니까 변수예요. 예를 들면 작년 4.27재보선 당시 선거를 이틀 앞두고 강원도에서 터진 불법 콜센터 사건 같은 게 변수라 할 만합니다. 박빙의 선거를 치르는 와중에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터지죠. 그런 변수가 선거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냉정하게 사태를 꿰뚫어보는 박 대표는 섣부른 예상보다는 사태를 파악하고 관련 전략을 짜는 컨설턴트다운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저는 정치컨설턴트예요. 정치평론가와는 다르죠. 어느 축구팀 감독도 자기 팀이 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라운드에 서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치컨설턴트는 이길 생각만 해요. 그리고 실제로 이겨내죠.”


정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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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사회에 팽배한 대립구도를 없애려면 더 늦기 전에 ‘승복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대표자 선출방식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1987년 체제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다섯 명의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그런데 그중에 어떤 대통령도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적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등과의 차이가 고작 1.5퍼센트,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작 2.3퍼센트였다. 따라서 2등을 지지한 이들은 승복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에서 승복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출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한국 정치 역사에서 반대파의 승복이 가능했던 정치 지형은 75대 25였습니다. 따라서 다수표를 얻은 대통령이 나올 수 있도록 결선투표제를 두고, 국회의원의 경우 유권자의 75퍼센트가 당선자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도 바꿔야 합니다.”

끝으로 박 대표는 문제점을 알았다면 해결 방안을 사람에게서 찾지 말고 시스템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정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을 따라가지 말고, 정책과 사람에 따라 가야 합니다. 실제 우리는 삶 속에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돼요. 그리고 한 사람 안에는 진보와 보수가 다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군중이 되면 이러한 다양성이 단순화 돼요. 모든 색깔을 합치면 무채색이 되어버리는 이치죠. 그렇더라도 세상은 유채색입니다. 좀 더 다양하고 여유롭게 세상을 봤으면 합니다.”





◈ 작가소개


박성민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 컨설턴트. 1991년 설립한 정치 컨설팅 그룹 MIN의 대표이다. 20년 넘게 수많은 선거를 치러오면 뛰어난 현장 감각을 익혔다. 정파를 가르지 않고 정치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조언을 하는 컨설턴트로 유명하다. 대표작으로 정치게임에서 승리하는 스무 가지 법칙을 담은 『강한 것이 항상 옳은 것을 이긴다』, 『불량 사회와 그 적들』(공저), 『불확실한 세상』(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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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몰락 박성민 저 | 민음사

지금 대한민국을 ‘분노’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나꼼수’의 ‘막말’과 ‘셀러브리티’의 코멘트에 열광하는 20대, 그들이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보수 타도’와 ‘진보 박멸’을 외치며 여전히 이념 전쟁에 머무르고 있는 ‘촌스러운’ 기성 정치인들, 과연 보수를 타도하고 진보를 박멸할 수 있을까? 무상 급식 논쟁에 재정 논리로 답하는 게으른 보수, FTA 논쟁에 최루탄 던지는 진보, 이런 무책임한 정치에 20대에서 40대까지 모두가 등을 돌렸다. 지금의 반한나라당 연합은 과연 ‘진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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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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