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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건축설계사가 사막을 뛴 이유 - 『청춘경영』 유지성

“1등과 꼴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완주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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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사로서 국내의 유명 기업과 미국계 건설회사(필리핀 마닐라 소재)에서 근무했던 작가는 건축설계업에서 자신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곧 ‘인생을 어떻게 새롭게 도전하고 바꿔야 할까.’ 고민을 시작했다. 고민 끝에 그는 미련 없이 직장을 정리하고 사하라 사막으로 떠났다. 2002년 참가한 ‘사하라 사막 레이스’였다.

누구에게나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해도,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긴다 해도 그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큰 의미를 가지는 일. 그 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리그를 살아가고 있다.

작가 유지성의 리그, ‘오지레이스’는 우리에게 낯선 세계다. 심지어 많은 이들이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

“네이버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면 마라톤 선수라고 뜹니다. 네이버 측에 이야기했더니 이렇게 응답이 왔습니다. ‘대한민국에 오지레이서라는 직업은 없습니다. 그냥 마라톤 선수 하세요.’(웃음) 저는 한국 사회에서 분류도 안 된 직업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그에게서 청춘을 경영하는 방법과 인생을 완주하는 방법에 대해 듣고자 하는 것일까.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사막과 극지, 밀림을 달려온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가 최근 출간한 책 『청춘경영』의 표지에는 ‘인생이라는 사막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매혹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인생과 사막, 이 둘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분모가 있는 것인지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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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열정이 있다면 항상 청춘입니다.
열정이 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에 어마어마한 대군을 얻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청춘이라고 하면 나이와 연관을 짓습니다. 저는 청춘이란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열정은 곧 꿈입니다. 열정과 꿈이 있다면 항상 청춘입니다.”

19세기의 시인 사무엘 울만은 자신의 시 <청춘>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장미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열정을 말한다.…(중략)…나이를 더해 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2세기가 지난 지금, 작가 역시 꿈과 열정이 있는 한 청춘은 나이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의 철학 첫 번째로 ‘꿈을 가질 것’을 꼽았다.

“꿈이 없는 인생은 죽음입니다. 꿈은 실체가 없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꿈은 절대 클 필요가 없고, 작은 꿈부터 이루다 보면 큰 꿈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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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는 작가에게 있어서 바람이 아닌 확고한 믿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자 하는 일을 한다면 분명히 방법이 생기게 된다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의도하는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인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열정’이다.

“열정은 남을 감동시키는 자신만의 매력이자 강력한 무기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자신의 에너지를 비춰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에 어마어마한 대군을 얻게 됩니다. 열정을 버리지 않는 한 주위의 도움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 등을 통해 작가와 교류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하루 만명이 넘는다. 기업과 단체들의 특강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미 그는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의 인기강사다. 이 모든 현상들을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 열정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눈을 빛내는 작가를 보며 다시 한 번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변화가 필요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막힌 길을 뚫고 가거나, 다른 길로 돌아서 가거나.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최후에 승리하면 그것은 신화가 됩니다.’(영화평론가 심영섭) 이 말에 비추어 보면 작가 유지성은 살아있는 신화로 존재하는 인물이다. 건축설계사로서 국내의 유명 기업과 미국계 건설회사(필리핀 마닐라 소재)에서 근무했던 작가는 건축설계업에서 자신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곧 ‘인생을 어떻게 새롭게 도전하고 바꿔야 할까.’ 고민을 시작했다. 고민 끝에 그는 미련 없이 직장을 정리하고 사하라 사막으로 떠났다. 2002년 참가한 ‘사하라 사막 레이스’였다.

“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변화가 필요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막힌 길을 뚫고 가거나, 다른 길로 돌아서 가거나.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 좌절하고 자책하지만 그는 달랐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였다. 하지만 오지레이스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철저히 준비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하라 사막으로 출발하기 전 몸무게는 90kg에 육박했고, 마라톤 동호회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봤지만 사람들은 도전을 말릴 뿐이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들은 그의 겉모습만을 보고 ‘사하라에 가면 죽는 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포기하지 않았다. 외려 오기가 생겨 체중 감량을 시작했다. 6개월 동안 16kg을 감량하며 장거리 레이스에 적합한 체력을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시작부터 녹록치 않았던 사하라 레이스는 6박 7일 동안 250km를 달리는 내내 시련 그 자체였다. 발에는 온통 물집이 잡히고 살갗이 벗겨졌다. 온전히 땅을 디딜 수 없어 발을 세워 옆날로 한걸음씩 떼어야 했다. 경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자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 배고픔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렇게 힘들게 다녀온 사막이었지만 이렇다 할 보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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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지키고, 개척하고, 발전시키려면
스스로 내구력을 길러야 합니다.

“사하라에 다녀오면 제 인생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귀국해 보니 현실은 진흙탕이더군요. 수입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앞날이 캄캄했습니다.”

그는 주저앉아 한숨짓는 대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 한국의 오지레이스 시장을 개척했다. 성공에 대한 그의 철학, ‘내구력을 길러야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진정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지키고, 개척하고, 발전시키려면 스스로 내구력을 길러야 합니다. 버틴 자가 살아남습니다. 역사도 살아남은 자들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단계별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3년 버티면 5년을 버틸 수 있습니다. 5년을 버티면 7년이 되고, 그 7년이 10년이 됩니다. 10년 동안 버텨내니 세상이 인정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오지레이스를 결심한 순간부터 최초의 한국 오지레이스 시장을 개척하기 까지, 작가의 지난 10년은 도전으로 점철된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전에 대한 작가의 지론은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도전하지 못하는 자신을 두려워하라.’는 것이다.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실패를 해야만 내구력이 커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러한 ‘무한 긍정의 마인드’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건 자신이 즐겁게 살다보면 다른 사람들까지도 즐거워진다는 생각이 밑바탕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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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 되려면 자신의 발자국을 남겨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남기는 발자국을 보고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때로는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연습을 통해 모든 것을 비우고 공간을 만들면

진짜 커다란 것이 왔을 때 받아낼 수 있습니다.

1등과 꼴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큰 테두리 안에서 모두가 완주자입니다.
완주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1호 오지 레이서’, ‘한국인 최초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 달성자’, ‘한국의 오지레이스 시장 개척자’. 작가 유지성을 설명하는 타이틀들을 살펴보면 유난히 최초, 최고를 의미하는 수식어들이 많다. 최초, 1등이 되기 위한 그의 전략의 첫 번째는 앞서 걷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사막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이의 발자국을 소중히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발자국을 따라가면 분명히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2등 전략입니다. 1등이 되려면 자신의 발자국을 남겨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남기는 발자국을 보고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1등의 전략에는 준비가 필요하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1등이 된 이후의 ‘next 전략’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극한의 환경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최초와 최고의 타이틀을 만들고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고 혹독하게만 살아왔을 것 같지만 작가는 오히려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뒤돌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작가의 두 번째 성공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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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사다리를 오르려면 손을 놓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을 놓지 못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당시에 내가 쥐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가치 없고 쓸데없는 것이었는지 알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그것이 제일 중요한 줄 알지요. 그래서 놓지 못하고 꽉 잡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된 삶을 살게 됩니다. 버려야 채울 수 있습니다. 비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연습을 통해 모든 것을 비우고 공간을 만들면 진짜 커다란 것이 왔을 때 받아낼 수 있습니다. 의외로 많은 새로운 것들을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성공을 위해 앞만 보며 뛰어가라고 말하지만, 작가는 모두가 앞만 보며 뛰어갈 때 뒤를 돌아보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이야기한다. 남과 다른 생각, 엉뚱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인생에 있어 스승이라고 이야기하는 스티브 잡스 역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사람들의 예상 혹은 편견대로 작가가 그저 치열하게만, 어느 것도 놓지 못하고 살아왔다면 지난 10년의 여정을 완주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천천히 가다보면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다고, 1등이면 어떻고 꼴찌면 또 어떻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그렇기에 가능한 것이다.

“저는 잘 달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꼴등은 많이 해봤습니다.(웃음) 제가 있는 세계에서는 1등은 박수를 받지만, 꼴등은 박수도 받고 칭찬도 받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1등과 꼴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큰 테두리 안에서 모두가 완주자입니다. 완주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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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많은 계산을 해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통장을 개설할 때도, 물건 하나를 살 때조차 끊임없이 ‘치밀하게’ 계산한다. 지금껏 우리는 그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믿어왔다. 어쩌면 이곳은 필요 이상으로 선택 가능한 것들이 넘쳐나고, 그에 못지않게 유혹도 많은 기묘한 사막 한가운데 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세상을 향한 작가의 외침은 너무나도 명료하다. 그럴 때일수록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을 믿으라는 것. 유지성 작가와의 만남은 ‘눈과 귀와 마음이 어지러운 상황일수록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만드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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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경영 유지성 저 | 북노마드

『청춘경영』은 한국인 최초로 사막 레이스에서 그랜드슬램(고비, 아타카마, 사하라, 남극 레이스 완주)을 달성한 작가가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 강연’을 통해 인생이라는 이름의 사막을 완주하는 법을 나눈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대한민국 제1호 오지 레이서’ 유지성이 사막을 달리며 깨달은 인생 법칙을 이 땅의 청춘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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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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