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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화자가 말하는 소설을 써보고 싶었어요”

늦겨울-이른봄, 혼령의 사랑과 적막의 소리가 스며들다 [상상마당 북콘서트] 『파씨의 입문』 황정은, 『적막 소리』 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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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열린 북콘서트. 소설집『파씨의 입문』 황정은 소설가와 NY물고기, 시집 『적막 소리』 문인수 시인과 강허달림이 함께 한 책과 음악의 만남이다.

한국 문단과 음악계에서 독특한 지분과 세계를 가진 두 작가(소설가, 시인)와 두 뮤지션이 지난달 22일 늦겨울의 밤을 지폈다. 봄이 오는 소리라고 해도 좋겠고, 가는 겨울에 대한 아쉬움을 달랜 읊조림이라고 해도 좋겠다.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열린 북콘서트. 소설집『파씨의 입문』 황정은 소설가와 NY물고기, 시집 『적막 소리』 문인수 시인과 강허달림이 함께 한 책과 음악의 만남이다.


오만하고 외로운 뮤지선, NY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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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음악손님, 최근 3집 앨범, 을 낸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NY물고기. 자기소개가 흐른다. “‘뉴욕물고기’로 1집을 냈고, 2집부터 NY물고기를 썼다. 이번 달에 3집을 냈다. 뉴욕물고기는 당시 뉴욕에서 녹음을 했는데, 뉴욕이 인상 깊었고, 회도 좋아하고 물고기를 키우기도 해서, 엉뚱하고 재밌으라고 지은 이름이다. (웃음)”

앞선 앨범들에선 유명 뮤지션의 참여가 활발했던데 반해, 이번 앨범, 혼자 많이 했다. “(앨범 제목처럼) 오만하게 음악을 하고자 했으나, 썩 오만한 것 같진 않다. (웃음) 4집에는 무지하게 오만하게 할 생각이다. 앨범의 전체 콘셉트는 사는 이야기다.” 그 오만함. 자신의 음악적 기량과 소양을 쏟아 붓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 들린다. 애러건트. 멋있다.

앨범 곳곳을 장식한 그림도 도드라진다. 직접 그렸다. “그리는데, 오래 걸렸다. 그림 보는 재미까지 주려고 했는데, 재밌다는 사람도 있고, 무섭다는 사람도 있다.” 그의 음악과 잘 조응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NY물고기. ‘외로운 가수’다. “회사에서 외로워 보였나 보더라.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콘셉트를 그렇게 하니까, 더... (웃음)”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NY물고기는 인정받는 뮤지션이다. “내가 그렇다고 말하기가... (웃음) 집 팔고 음악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런 부분에서 생각해주지 않았나 싶다.” 곡이 흐른다. 2집에 있는 「Love Again」.


간결하고 새롭고 매력적인 작가, 황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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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고 새롭고 매력적”이라는 표현이 따라다니는 소설집 『파씨의 입문』을 낸 황정은 작가가 나타났다. 짧은 인사말. “소설 쓰는 황정은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질문

간결하고 새롭고 매력적이라는 표현이 작품에도 어울리고 작가의 스타일도 그렇다. 언뜻 읽으면 쉽고 짧은 문장이다.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답변

정답은 딱히 없다. 원고를 쓸 때 이 문장은 이래서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독자들에게 그런 뜻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진 않다. 그게 가능하지도 않다. 독서는 오해의 경험이고, 어떤 오해든, 내 손을 떠났으니 그건 독자의 몫이다.

질문

「대니 드비토」라는 단편, 왜 그런 제목을 붙였나?

답변

‘대니 드비토’라는 이름이 딱 두 차례 언급이 된다. 주인공이 귀신으로 남아 너무 쓸쓸하게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머물면서 자기도 쓸쓸함을 느끼고, 마지막에는 사라진다. 죽어서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자신가 사라지니까, 사랑하는 사람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뜬금없이 그것을 호명한다. 그 이름 대신 다른 사물이나 신, 나비나 고양이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 것에라도 빌고 싶은 마음을 그 이름에 담았다.

질문

NY물고기는 「대니 드비토」, 어떻게 읽었나?

답변

(NY물고기) 무척 재미있었다. 보면서 어? 뭐지? 하는 생각하며 놀랐다. 일반적이지 않아서.

질문

「야행」은 대화로 주로 진행되는데, 굉장히 간결하다. 어떤 상황 설명이 없는데,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작가의 성격도 그런가? 궁금하다..

답변

내가 파악하기로, 나는 그리 분명한 사람이 아니다. 나도 내 성격을 잘 모르겠다. (웃음) 그래도 ‘넌 생각보다 친절하구나’하는 얘기도 듣는다. 최근 <문장>(www.munjang.co.kr)의 인터넷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언변이 늘었다. 그래서 지금 나와서 주절주절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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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물고기의 낭독. 「대니 드비토」의 일부다. 원령이 유도 씨에게 붙어있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이다. “사양하지 않고 나는 붙었다. 정수리부터 발가락까지, 내키는 곳에 내키는 대로, 붙어다녔다. 유도 씨의 정수리와 오른쪽 팔이 가자 좋았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유도 씨가 하루라도 빨리 죽어서, 원령으로서,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저 기다렸다.” (pp.42~44)

질문

혼령의 움직임 등이 묘사돼 있어서 호러 같은 느낌도 있다. 그런 경험이 있나? 어떻게 혼령을 소재로 삼고자 했나?

답변

귀신의 존재는, 어릴 때 그런 경험, 한 두 번씩 갖고 있지 않나? 연애 초반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집에 오면 그 사람이 계속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런 걸 살려서 얘기하고 싶었다. 죽은 화자가 말하는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NY물고기) 나는 읽고 되게 공감을 많이 했다. 굉장히 직설적이고 표현을 잘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를) 쓰다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웃음)

질문

9편의 단편이 있다. 자신의 색깔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답변

기본적으로 다 애착이 있다. 그 중에서도 「대니 드비토」가 가장 신경이 쓰이는 친구다. 「낙하하다」라는 작품도 애착이 많이 간다.

황 작가의 낭독이 따른다. 「파씨의 입문」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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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의 선생님이 말합니다. 위문편지를 씁시다.(…) 파씨는 종이에 안녕하세요, 한 줄을 적고 나머지를 빈 채로 남겨둡니다. 왜냐하면 파씨는 조그맣고, 조그만 파씨의 조그만 평화조차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세계의 평화 같은 것은 파씨가 감히 소원해볼 수 없는바, 파시는 편지를 내버려두고 부엌으로 내려가서 불을 켭니다.”(pp.214~215)


질문

「낙하하다」를 보면,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것 같다. 바닥은 어디에 있을까?

답변

(황정은) 없지 않을까? 나는 여태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NY물고기) 나는 그걸 보고 가위에 눌리는 것을 생각했다. 원은 한 바퀴인데, 뭔가 더 있는 거다. 360도가 아니라, 720도. 그렇게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질문

소리 묘사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시계소리가 독특한데, 소리를 달리 표현할 의도가 있었나?

답변

나는 시계바늘 소리가 ‘책책책책’으로 들린다. (웃음) 책을 본 사람들이 「대니 드비토」의 냉장고 움직이는 소리에 대해서 많이 묻는다. 예전 우리집에 그런 소리가 나는 냉장고가 있었다. 체질이, 사람이 이렇게 생겨먹어서 그렇게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웃음)

“거기다 이 시계. 아무래도 고장난 거 아닌가. 왜냐하면. 그보다. 보통 시계 소리는 이렇지 않잖아. ‘똑’하고 ‘딱’은 아니더라도. 그거야, 손목시계니까. ‘틱’이라든지. ‘째깍’이라든지. 그런데. 책. 책. 책. 책. 무슨 시계 소리가. 책. 책. 책.”(p.19)

“무덥고 맑은 오후였다. 잔, 잔, 잔, 잔, 하고 냉장고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도시에서 그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냉장고는 오로지 그 냉장고뿐일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고, 이제 죽은 입장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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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독자질문)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걸 쓰고 싶을 때는 어떤 방식으로 캐치하나?

답변

나는 주로 내가 겪은 경험을 기본으로 삼아 쓴다. 사실 직간접으로 겪은 것을 다루는 것도 버겁다. 겪어보지 못한 것을 써보고 싶다.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가 겪은 것을 기본으로 삼아 잘 풀어보고 싶다.

질문

(독자질문) 질문 세 개가 있다. 작가는 먼 훗날 혼령이 돼서 떠날 때 어떤 말을 하며 떠나고 싶은가? 독특한 이름을 가진 인물이 많은데, 작명할 때 특별한 방법이 있나? 은희경 작가를 좋아하는데,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 영향을 많이 받거나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답변

첫째 질문은 그 상황이 돼 봐야 할 것 같다. 깔끔하게 사라지고 싶긴 한데, 뭐라고 할까, 제길? (웃음) 작명은, 나는 인물을 호명하면서 쓴다. 인물의 이름에서 딱 걸리면 문장이 잘 써지질 않더라. 내가 잘 호명할 수 있는 작명을 한다. 나름 신경을 많이 쓴다. 은희경 작가는 좋아하는데, 비슷하다는 얘긴 처음 듣는다. 좋아하는 작가는, 막강 도스토예프스키다. 『죄와 벌』은 굉장히 여러 번 읽었다.

질문

(독자질문) NY물고기 팬이다. 공연 계획이 언제 잡혀 있는지 궁금하다.

답변

3월4일, 홍대 ‘벨로주’에서 공연 계획이 있고, 17일에 다른 곳에서 공연이 잡혀있다.

두 사람의 만남이 끝났다. NY물고기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3집 앨범 중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는 「위난의 바다」. 그리고 3집의 타이틀곡인 「여기에」.


솔직담백한 모습으로 돌아온 강허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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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음악손님. 2집 <넌 나의 바다>를 낸지 한 달여 된, 블루스 싱어, 강허달림이다. 그녀, 지난 2008년, 명반의 지위를 획득한 1집 <기다림 설레임>으로 평단과 팬들 모두에게 호평을 받은 블루스 여성보컬리스트다. 3년 8개월 만에 <넌 나의 바다>를 냈는데, 쉽지 않았다. 그녀, 새 음반이 나온다는 얘길 2년 전부터 했는데, 시간이 더 걸린 것은 1집이 공감과 호응을 얻은 때문이기도 했다. 즉, 그만큼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이번엔 담백하게 담고 싶었다. 솔직한 나의 모습이 어떤 것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2집이 나오니까, 많은 사람들이 ‘블루스 싱어’라는 이름을 버려야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한다. 일부러 블루스적인 느낌을 많이 뺐다. 그런데 지금은 블루스를 많이 듣고 있다. (웃음)”

그만큼 1집과 비교했을 때,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1집에서 블루스로 워낙 큰 호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1집과 2집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비교 대상이 됐다. 그녀의 말로는 중간이 없단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극과 극이다.

첫 곡이다. 최근, 조선 세종의 며느리였다가 쫓겨난 봉빈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린 『채홍』의 김별아 작가가 가사를 쓴,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


이 세상에 없는 것으로 詩를 쓰는 문인수 시인

이 세상에 없는 것을 가지고 詩를 쓴다는, 대구에서 시를 쓰는 문인수 시인과 가수 강허달림이 함께 하는 시간. 문인수 시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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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등단을 85년에 했다. 좀 늦게 데뷔한 것 같은데... 시를 계속 마음에 품어왔을 텐데, 그전까지는 어떻게 지냈나?

답변

한국 문단의 늦깎이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당시로선 신문에 날 일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했고, 문학청년 시절을 보냈다. 객기도 부리고 일탈도 하고, 밤새 술도 마시는 짓거리도 하고. (웃음) 그런데 어느 날, 엉뚱한 길로 갔다. 심정적인 계기는 없었으나 사는 문제에 쫓기다 보니, 그리 됐다. 그러다 돌아와 보니, 마흔이었다.

질문

읽다보면 가슴에 쿵, 하고 묵직하게 내려오는 게 있다.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나?

답변

이런 저런 과분한 평가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나는 詩를 쓰면서 조심하는 몇 가지 태도가 있다. 미사여구를 쓰지 않으려고 애쓴다. 詩를 통해 크게 깨닫거나 남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지양한다. 감동보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詩를 쓰고 싶은 게 소박한 바람이다.

질문

강허달림은 어떻게 詩를 봤나?

답변

가슴을 툭툭 건드리는 부분이 많았다. 글보다 다큐를 보고 있는 느낌도 받았다. 처음에는 그게 뭘까 생각했는데, 실체가 있는 듯 없는 듯, 고민하고 숙연하게 만드는 詩였다.

강허달림의 낭독이다. 「해녀」(p.33)

질문

해녀 할머니가 끝까지 넘어서 가려고 했던 것을 무엇일까?

답변

늙기 전까지 사소한 소원이었는지 몰라도, 갈 때까지 온 나이에선 대단한 소원이 있겠나.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 그런 거겠지. 우리에겐 바다가 엄청난 것이지만, 뭍에 있는 사람은 바다의 엄청남 앞에 당황하지만, 그들은 늘 바다에 있으니 그렇지 않지.

질문

시집 제목이 『적막 소리』이다. 적막은 소리가 안 나는 건데, 그런 소리 들리던가?

답변

적막을 보고 소리 없다고 하면 이야기하나 마나겠지. 뒤집어볼 수 있는 것이야말로 詩가 갖는 미덕이요, 능력이다. 침묵을 보고 소리가 없다면 아무 재미가 없다. 악기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에도 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자연소리는 데시벨로 재면 도시 소음보다 크지만 우리를 짜증나게 하지 않는다. 자연은 소리를 껴안고 있는 적막의 어머니 같은 거지. 적막이 사실 소리를 더 크게 낸다. 그게 자연이기 때문에 시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거다.

질문

이 시집에는 유난히 죽음이 많다고 했는데, 의도적인가?

답변

죽고 싶은 마음에 그런 건 아니고. (웃음)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그쪽으로 당기는 것 같다. 쓰고 보면 죽음을 다루고, 쓰고 보면 죽음을 다루는. 가만히 생각해 봐라. 삶의 모든 양상에선 이뤄 내거나 이뤄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죽음만은 다 이룬다. 죽음만큼 공평한 것이 없다. 누구라도 해 내고 겪어내는 것이 죽음이다. 죽음만이 살았다는 것의 확실한 증거다. 어차피 죽을 거 죽자는 게 아니고 죽음의 표정이 그렇다는 거다.

질문

모량역이 참 많이 나오는데...

답변

모량역, 그 시들을 쓰면서 처음 겪었다. 동일한 장소에서 여러 편이 딸려 나왔다. 그전까지 가장 정선역이 가장 많았다. 정선 아라리의 애타는 가락은 한의 모습을 실오라기처럼 뽑아낸 소리다. 정선 아라리에 미쳐서 60여 편 詩를 썼고, 인도에 다녀와서 열댓 편을 쓴 바 있다. 그런데 모량역은 불과 두 시간 있었는데, 눈에 띄고 가슴에 와서 박히는 게 참 많더라. 한 자리에서 두 시간 있으면서 이렇게 많은 詩를 길어낸 적은 처음이다.

문 시인의 낭독이 따른다. 「적막 소리」.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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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읽다보면 냄새라는 표현이 나온다. 냄새와 향기, 느낌이 확연히 다른데...

답변

냄새라고 하면, 그 사람의 인상이나 인생도 그려지는데, 향기는 간지럽고 한정적이다. 늙은 시인으로선, 향기는 말의 허리가 너무 가늘다. 냄새야 말로, 삶이 팍팍 묻어 있는, 힘이 센 단어라고 본다. 그래서 냄새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실감나라고.

질문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받았다.

답변

정말 돌아갈 수 없는 게 비극이고 문제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 좋다. 제대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그만한 축복도 없을 것이다. 돌아가신 어머니 하관을 할 때, 처음에는 어머니를 심는 중이라고 詩를 발표했는데, 나중에 덧붙여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태어나지 말라면서 심는다고 표현했다. 이율배반적이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고, 이승 아닌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돌아가라는 뜻도 있다. 윤회로부터도 벗어나는 해탈이 가장 큰 행복이다. 무엇으로 태어나봤자, 안 태어난 것보다 행복하겠나.

시인은 이어 「공백이 뚜렷하다」(p.96)를 읊는다.

질문

(독자질문) 詩를 다시 쓰게 한 원동력이 궁금하다. 詩를 쓰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하나?

답변

詩를 안 쓸 때, 휴화산 같았다. 결국 그것을 주체할 수 없었겠지. 애인이자 친구인 詩는 속이 좁고 이기적이다. 하루 말을 안 걸면 한 달 동안 대꾸도 않고. (웃음) 늘 말을 걸어주는 태도, 이름을 불러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질문

쓰기 싫을 때는 아직 없었다. 안 쓰여서 답답했고, 공포에 떨었지. 詩가 안 될 때는 첫 줄을 쓰라고 한다. 그 첫 줄이 다음 줄을 불러준다. 사물을 관찰한다는 건 말을 건다는 얘긴데, 사물이 답을 한다. 사물에 대한 관찰, 말 걸기를 하면 제목이라도 불러준다.

답변

마무리 인사가 이어졌다. 문인수 시인이 먼저. “감사하다. 우리나라만큼 시인이 사랑받는 나라가 없다더라. 다 여러분 덕분이다. 시를 사랑하는 여러분과 함께 있으니, 오늘 참 편안하다. 10년 지기 같은 정서여서 좋았다.”

강허달림도 한 마디. “공백과 적막의 소리를 담은 음악을 하고 싶다. 열심히 부대끼면서 노래하고 공연을 통해 열심히 노래하겠다. 단독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즐기면서 좋은 소리와 가사를 계속 담고 싶다. 마포아트센터에서 6월1일 단독공연을 한다.”

강허달림의 노래,「사랑」이 이젠 막바지에 다다른 겨울밤을 밝힌다. 사랑이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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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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