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마무리하며 YES24 고객선정 <올해의 음반 2011> 투표가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 투표 결과 보기)
투표에 응모한 회원 중 400여명이 초대되어, 2011년의 마지막 날 신세계문화홀 본점에서 인디밴드 공연이 펼쳐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관객이 자리한 가운데, 노련한 ‘허클베리 핀’과 상큼한 ‘더 핀’의 무대는 음악이 주는 보편성과 흥겨움을 입증해 보였다. 2012년 새해에도 많은 음악들, 음악인들이 소개되고 사랑받게 되기를…
고독을 감수한 채 의지를 지니고 걷는 이들의 상징, ‘까만 타이거’5집 음반 <까만 타이거>가 공개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치 못한 제목이다.”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허클베리 핀이 보여준 ‘어둡다’ ‘가사에 은유가 많아 시적이다’ ‘외곬수다’라는 이미지와 <까만 타이거>라는 키치적 네이밍이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것.
이에 대해 밴드 리더인 이기용 씨는
‘작명을 하며 예상했던 반응이다. 이번 앨범은 흥미로워 보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고독하지만 강한 의지를 가지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떠올려 만든 제목이다. 무리지어 생활하는 사자와 달리 홀로 살아가는 호랑이, 그리고 그 호랑이가 계속 걸어가게 하는 확신을 상징한다.
올해로 데뷔 15년을 맞은 허클베리 핀은 1997년 데뷔 후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목록에 1집과 3집을 차례로 올려놓았다. 200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모던록 음반상을 수상했다. ‘홍대 인디씬’의 맨 앞에서 묵묵히 걸어왔던 시간이다. 이번 앨범에 대해 허클베리 핀 멤버들은
“이후 십년을 준비한다는 자세로 만든 음악들이다.”고 말했다.
3년 단위로 음반을 냈었지만 이번엔 4년이 걸렸다. 이번 앨범이 전자음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도로 대중의 주목과 대중음악 평단에 큰 관심을 받았으므로 그동안의 공이 헛되지 않았다. <까만 타이거>는 기존의 모던 록 성향에서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를 시도해, 개성을 잃지 않는 바운더리 안에서 대중에게 친화된 음악을 보여준다는 이들의 행보에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 춤추자, 노래하자, 견뎌보자2011년의 마지막 날 열린 예스 24 주최 ‘올해의 음반 기념 콘서트’. 명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 문화홀은 연인끼리 친구끼리 온 관객들로 북적였다. 허클베리 핀의 팬 모임인 듯 지난 공연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비트로 변화를 모색한 5집 <까만 타이거>의 연주를 들을 기대로 관객들의 ?굴엔 흥분이 떠올랐다.
<I know>를 시작으로, <빗소리>, <타임 투 세이>,<비틀 브라더스> 등의 신나고 달리는 곡 위주의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공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관객들은 하나 둘 일어나 발을 구르고 박수를 쳤고, 가사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넌 내가 뭘 원해도 들을 줄 몰라 도대체 머리 속에 다른 사람 따윈 없어 커다란 성을 쌓고 눈을 가리네 time to say, time to say it loud |
경쾌한 비트와 흥이 넘실대는 댄서블 록 <쫓기는 너>에서는 보컬 이소영의 이전의 건조한 톤의 보컬에 기교가 얹어져 색다른 면모를 볼 수 있기도 했다.
청춘, 네게 반한다 리듬에 반한다
해 어지러울 법했던 해 여름이 둘러싼 마을 겁을 모르는 지금 저 태양이 사라지고 발을 디딘 곳이 갈라진다 해도 나는 그대에게 반할거야 |
음반
<올해의 앨범>의 트랙인 ‘청춘’의 가사다. 오해 마시라, 음반 제목이
<올해의 앨범>이다. 청춘다운 패기 넘치는 제목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저게 전부다. 하긴, 청춘은 복잡하지 않고, 장황할 것 없고, 망설이지 않으며 앨범 제목을 이렇게 지어 놓아도 귀엽다 소리 들으며 용서받는 시기다.
Dance with The Finn!
아직 신인밴드에 가까운 더 핀, 아직은 구구절절한 이력이 없다. 그들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내놓을 수 있는 ‘사건’이라면 2010년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에서의 ‘데모 CD사건’이다. 공연팀도 아닌데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음악이 담긴 CD를 나눠줘 잔잔한 화제를 모았다. 그러던 그들이 갤럭시 익스프레스, 검정치마, 국카스텐이 소속된 <루비살롱> 소속으로 정규 앨범
<Beatles Over Zeppelin>을 들고 나왔다. 약간의 노이즈가 깔려있는 사운드, 심드렁한 톤의 보컬, 그와 달리 경쾌하게 두드리는 드럼, 찰랑찰랑한 기타 사운드 등 전체적으로 흥겨운 곡들을 그들의 첫인상을 호감으로 만들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말이 없던 것처럼>,<여우에게>,<공개무시금지>,<에보> 등으로 이어지는 연주 틈틈이 보컬 임장현의 밉지 않게 재기 넘치는 멘트들이 분위기를 살렸다.
“제 꿈을 바탕으로 한 가사인데요. 꿈에서 한 대 맞았을 당시의 감정이 기타 솔로에 담겨 있어요.”(관객들의 ‘귀여워요’ 소리)
“네, 알아요. 우리 엄마도 매일 그러시는데 오죽하시겠어요.”더 핀의 노래 <Dance with an Indian>은 낯선 인디언과도 덩실덩실 춤을 추자고 나서는 노래다. 청춘 그들의 태도가 이것과 같다. ‘지구 멸망의 해’라는 2012년이 왔지만 우리 춤 한 번 못 출까. 추운 날씨에 어깨가 굽어도, 뭐 굽은 채로 흔들거리며 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춰 보자. 한 해가 끝나도, 새로운 해가 와도 노래할 뿐, 춤을 출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