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만든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다. 강제규 감독은 소재의 장대함을 영상의 생생함으로 살려냈다. 특히 아시아의 톱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펼친 열연은 큰 화제가 되었다. 세계시장에서도 떳떳할 수 있다는 올겨울 최대 기대작 <마이웨이>를 소개한다.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이야기
-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에서 발견된 한국인의 기적 같은 실화
이야기의 발단은 작은 사진 한 장이었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된 이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사이트에 게재되어 네티즌의 큰 관심을 끌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승리한 연합군에 끌려온 독일군 포로 중에 발견된 동양인. 그가 하는 말은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었고, 미 정보국에 넘겨진 그는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에서부터 몽골, 소련, 독일을 거쳐 프랑스 노르망디에 이르기까지 지구 반 바퀴에 이르는 12,000km 전장을 가로지른 여정, 그 속에서 살아남은 그는 다름 아닌 조선인이었던 것.
이 기이한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2005년 SBS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시 한 번 조명되어 국내에 알려졌다. 이 다큐멘터리를 접한 강제규 감독은 큰 충격과 뜨거운 감동을 받았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노르망디 코리안 실화를 차근차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마이웨이>의 출발이다.
2차 세계대전을 옮겨놓은 듯한 스케일! 전쟁을 넘어선 드라마!
<마이웨이>는 순제작비만 28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다룬 작품으로, 그 소재만으로도 스케일을 가늠해볼 수 있다.
실제로 <마이웨이>에는 노몬한 전투, 독소전, 노르망디 해전 등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전투씬을 한 편의 영화 속에 재현해내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적인 스케일을 경험케 한다.
이는 강제규 감독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이후 7년 만에 발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강제규 감독은 제작을 결정한 후에 약 3년간 시나리오 작업과 프리프로덕션에 매진했고, 2010년 10월 첫 촬영을 시작, 8개월 156회차의 대장정을 거쳐 <마이웨이>를 완성시켰다.
적으로 만나 서로의 희망이 된 조선과 일본의 두 청년
1938년 경성.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조선 청년 준식(장동건)과 일본 최고의 마라톤 대표선수 타츠오(오다기리 조). 어린 시절부터 서로에게 강한 경쟁의식을 가진 두 청년은 각각 조선과 일본을 대표하는 세기의 라이벌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준식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고 그로부터 1년 후, 일본군 대위가 된 타츠오와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일본군으로 다시 만난 준식과 타츠오는 2차 세계대전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던져진 채,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까지 3개국의 군복을 입고 노르망디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는 전쟁을 겪게 된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전장에서 버티며 둘은 점차 서로의 희망이 되어 간다.
아시아 최고의 별들이 뭉쳤다!
<마이웨이>를 위해 국적을 초월한 최고의 배우들이 모였다.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김인권이 그 주인공이다. 주인공 준식 역은 <태극기를 휘날리며>에서 이미 강제규 감독과 함께한 경험이 있는 ‘장동건’이 맡았다.
그리고 장동건의 라이벌이자 동지로는 일본의 ‘오다기리 조’가 맡았다. 오다기리 조는 <비몽>, <공기인형> 등을 통해 이미 한국 영화와의 인연을 맺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넓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배우다.
또한, 공리, 장쯔이의 계보를 이어 중국 최고의 여배우로 손꼽히는 ‘판빙빙’은 일본군에게 죽임을 당한 가족의 원수를 갚는 중국 저격수 역을 맡았다.
<마이웨이>는 이렇듯 국적을 초월한 배우들이 만나 강렬한 시너지를 뿜어낸다.
# 시사회 현장스케치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열린 시사회 자리에는 ‘강제규 감독’과 스크린을 빛낸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김인권’ 3국의 배우가 모였다.
강제규 감독, “<태극기를 휘날리며>이후 전쟁영화를 다시는 안 하겠다고 했지만…”강제규 감독은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찍고 너무 힘들었다며 전쟁영화는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전작을 뛰어넘는 전쟁영화로 7년 만에 관객을 찾아왔다. 한?중?일을 아우르는 캐스팅에 노르망디 현지 로케이션 촬영까지. 스케일이 장난이 아닌데…
“이걸 영화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어요. 처음에는 시나리오 작업에만 참여하려고 했죠. 하지만 SBS에서 방영된 <노르망디 코리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큰 울림을 받았고 잠을 못 잤어요. 그러고 나서 직접 연출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날로부터 2년 반이 지나 오늘이 왔습니다.” (강제규 감독)
7년 전 <태극기를 휘날리며> 촬영장에서 강제규 감독과 함께 전쟁터를 뛰어다녔던 일인. 장동건 역시 전쟁영화 출연결정이 쉽지 않았을 듯한데.
“사실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을 마치고 나서 당시에는 이제 전쟁영화는 더 이상 할 수 없고, 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업이 워낙 고되기도 했고 한국에서 전쟁이야기로 무엇을 더 이상 할 수 있겠나 싶었어요. 그 후 3년, 감독님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들었고 이후 감독님이 직접 연출하신다는 소식에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장동건)
장동건, “전쟁영화 고참으로서 아는 척 좀 했죠.”말 그대로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 기존의 전쟁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세트를 보며 입이 쩍 벌어진 배우들. 다들 얼떨떨해하는 가운데 그나마 여유롭게 세트를 훑어보는 이가 있었으니.
“제가 이전에 전쟁영화 경험이 있기 때문에 촬영 들어가기 전, 동료 배우들이 폭파규모나 총소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많이 물어보더군요. 그때 잘난 척하면서 설명해주고 마치 전투를 한번 겪은 고참처럼 굴었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서는 제가 가장 많이 놀랐어요(웃음). 어느 정도라고 미리 예상을 했는데,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화력과 규모 때문에 그랬던 같아요. <태극기를 휘날리며> 때와는 확실하게 달랐습니다. 기술적인 진보가 많이 이뤄졌어요.” (장동건)
한국은 그나마 군대문화라는 게 있어서 풍문으로라도 군에 대해 접하기 마련. 하지만 의무적으로 군대에 갈 필요가 없는 일본남자들은 군대가 생소할 터. ‘오다기리 조’는 전쟁영화를 찍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
“굉장히 힘든 촬영의 연속이었어요. 뒤돌아서 생각해도 힘든 일만 생각날 정도예요. 그럴 때마다 상대역인 장동건 씨가 많이 배려해주고 이끌어 줬어요. ‘여자라면 정말 반할 거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죠. 사실 남자여도 반할 정도였습니다(웃음).” (오다기리 조)
판빙빙, “저는 바람기가 많고 남자 욕심이 많은 여자예요”자상한 군대 고참 역할을 톡톡히 해낸 장동건.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울 때 묵묵히 침묵을 지키는 한 사람. 남자들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유일한 홍일점이었던 판빙빙은 어땠을까.
“먼지 속에서 엄청 굴러야 했어요. 특히 폭파와 사격씬이 많아서 걱정이었죠. 열심히 하는 ‘장동건’ 씨와 ‘오다기리 조’ 씨를 보면서 ‘겁내지 말고 견뎌야지!’라고 다짐했어요. <마이웨이>를 촬영하면서 배운 한국말이 있어요. 현장에서 힘든 씬을 찍고 나면 장동건 씨가 항상 ‘피곤해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안 피곤해요!’라고 대답하는 걸 배웠죠(웃음).” (판빙빙)
그러면서 판빙빙은 강제규 감독에게 부탁의 말을 전한다.
“이 자리를 빌어 강제규 감독님께 한 말씀 드리고 싶어요. 만약 이후에 멜로 영화를 하시게 되면 꼭 불러달라는 거예요. 전쟁영화는 정말 너무 힘들어요. 멜로영화를 하고 싶어요(웃음).” (판빙빙)
비록 멜로 영화는 아니었지만, 판빙빙은 아시아에서 최고의 꽃미남이라 불리는 두 명의 남자배우와 함께 촬영하는 호사를 누렸다. 흔치 않은 기회인데,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 중에 판빙빙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상형은 누구일까.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영화 속에서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멋진 카리스마를 보여주시는 분들이에요. 하지만 저는 바람기가 많고 남자욕심이 많은 여자라 둘 중에 한 명만 고르기는 어려울 거 같네요(웃음).” (판빙빙)
오다기리 조, “부산에서의 싸인 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마이웨이>에는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의 격투씬이 많이 나온다. 서로 치고받는 가운데 실제 감정이 상하거나 다쳤던 적은 없을까. 둘 다 국보급 얼굴이라 서로 부담이 컸을 텐데.
“개인적으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 장동건 씨와의 격투씬이었어요. 제 펀치가 장동건 씨 얼굴에 맞아버리는 바람에 소름이 끼쳤어요. 장동건 씨 얼굴에 상처를 냈다가는 ‘앞으로 한국에 입국 못 하는 것은 아닌가!’, ‘국제적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에요(웃음).” (오다기리 조)
하지만 오다기리 조를 소름 돋게 만들었던 일은 단지 촬영 때뿐만이 아니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때 한국을 방문했던 오다기리 조는 식사를 하기 위해 음식점을 찾는다. 그곳에서 싸인을 부탁하는 음식점의 아주머니께 일본어로 싸인을 해준다. 그런데 종이에 쓰인 일본어는 ‘오다기리 조’의 이름이 아닌 ‘코다 쿠미’라는 엉뚱한 이름이었던 것. 그에 대해 네티즌은 “일본어를 모르는 아줌마를 우롱했다”, “한국인을 우습게 봤다”며 분노했다.
“부산에서의 싸인 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했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본에서도 싸인을 해달라면 그림을 그리거나 그때그때 생각나는 말을 써서 드린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오해가 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오다기리 조)
강제규 감독, “아시아의 영화 역사를 새로 쓰겠습니다”명품을 만드는 장인의 정신으로 한 씬 한 씬 정성 들여 찍은 <마이웨이>. 개봉하자마자 관객반응이 뜨겁다. 톰 크루즈의 내한으로 관심이 한 층 높아진 <미션임파서블4>와의 경쟁이 한창인데. 과연 올겨울 흥행의 주역은 어느 작품이 차지할 것인가.
“해외 어느 영화 못지않다고 자부합니다. 전쟁사를 아시아의 시각으로 새롭게 조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제규 감독)
“영화가 아주 재밌게 만들어졌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고생하며 찍은 작품인 만큼 실망시키지 않을 자신감이 있습니다.” (장동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