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 자신을 더 잘 보기 위해서 타인의 눈을 필요로 하고, 나 자신의 욕망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서 타인의 촉감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감정이란 막고 통제하려고 하면 굴레가 되지만, 느끼고 만끽하려고 하면 자신을 더 잘 알게 하는 마술의 틀이 되는 것이다.” (작가의 말)
우리 옛 그림을 포함한 동양의 그림과 서양의 그림은 다르다. 그렇기에 동양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과 서양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각의 흐름도 다르다. 그러나 ‘그림’과 ‘예술’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일맥상통하는 감수성을 공유한다. 다만 취향의 문제는 아니다. 태생적으로 동양의 그림에 마음이 가 닿는 사람이 있고, 20세기 서구 교육의 영향으로 서양의 그림을 동양의 그림보다 더 쉽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로 미술을 알기 쉽게,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 손철주. 삶이 막막할 때 그림에서 치유를 얻는 다는 성신여자대학교 미술교육학과 교수 이주은. 동양화와 서양화에 일가견이 있는 두 사람이 만났다. 이 책은 손철주 작가가 서양미술사학자인 이주은 작가를 생각하며 선정한 동양화와 글, 반대로 이주은 작가가 손철주 작가를 생각하며 선정한 서양화와 글을 실었다.
YES24 채널예스에 연재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던 두 작가의 글은 다소 독특하다. 동양과 서양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서양과 동양의 그림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듯한 서술방식을 택했다. 사실 그 방식의 차이일 뿐 모두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예술이 가진 본래의 목적을 되찾다
이주은은 그리움을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라는 답신을 보낸다. 반 고흐의 아몬드 꽃에서 반 고흐의 조카가 오랫동안 그리워했을 반 고흐의 모습을 찾아낸다. 누군가는 그림 속에서 ‘성공의 키워드’를 찾을 때, 이들 작가는 그림에서 현대인이 잃어버린 삶의 가치를 찾아낸다. 그림을 ‘그리움’이라는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는다. 예술이 가진 고유의 가치 역시 되살린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서양의 회화’를 편애하는 관성에도 부드러운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삶에서 소중하다 느끼는 가치와 행복하려는 욕망은 어느 시대나 나라 모두 한결 같다. 또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건 동서양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금은 돈의 가치에 밀려 잊고 살았던 삶의 조건들 10가지를 선정해, 동서양에서는 그것의 가치를 어떻게 설정하였고, 어떻게 표현했는지 살펴본다. 옛 그림에서 지혜를 얻고 동시에 서구식 교육을 받아온 세대들에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을 동시에 제공하여 삶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데 균형감을 선사한다.
국내 첫 시도, 동서양 미술의 만남손철주의 글에는 ‘서양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쓴 글과 내가 선정한 그림이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하다. 이는 이주은으로 대변되는 ‘서양미술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향한 궁금증이기도 하다. 이에 이주은은 손철주가 보낸 글과 그림을 보고, 자신의 그림을 선정하고 글을 썼다. 이 역시 ‘동양미술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향한 궁금증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들이 나눈 글에는 ‘서양에서는 혹은 동양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삶을 이야기하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이 없다. 하지만 동양의 시선을 의식한 서양의 그림, 서양의 시선을 의식한 동양의 그림을 선정했다. 동양의 그림이 서양의 그림과 소통하고, 서양의 그림이 동양의 그림 속에 스며들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