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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미래, 독서에 달려있다 - 『책으로 크는 아이들』 백화현

독서모임을 통해 아이들은 어떻게 훌쩍 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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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우리교육 독서교육 릴레이 강연(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책과 사랑에 빠질까?)


얼마 전,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김별아 작가는 수도권 새도시의 이른바 ‘명문’ 중학교 도서반에 문학 강연을 나갔다가 겪은 낭패감을 칼럼에 썼다. 제목은, <사육장 앞에서(링크)>. 요약하면 이렇다. 아이들 거의 대부분은 특강을 위해 온 연사를 신경쓰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몰두하거나 난장판 혹은 개판. 냉소적인 몇몇은 자신들끼리만 수업하자고 했다.

괴롭고 싫다면 하지 않는 게 더 좋다는 생각에 놀 자유를 주자고 해도, 학교의 방침 때문에 수업은 해야 했다. 할 수 없이 아이들과 말을 섞으면서 물었더니 거의 모든 아이가 학원을 다녔다. 이웃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에 대해 말이 나왔는데, 자기네 학교에선 그런 학생이 없다며 이렇게 덧붙였단다. “우린 좀 독하거든요.”

김 작가는 말한다. “학교를 대체한 학원에서 너무 많이 공부한 아이는 더 이상 배우고 싶은 게 없다.” 그럼에도, ‘인간관계를 맺고, 갈등을 조정하고, 성취와 좌절을 경험하고, 질서와 부조리를 동시에 체득할 수 있는’ 학교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배움에 대한 열망 없는 그곳을 그녀는 ‘잘 지어진 사육장’이라고 덧붙였다. 강연 시간이 끝나고, 그녀는 서둘러 ‘사육장’을 빠져나왔다.

지금-여기의 이른바 ‘교육열이 높다’는 말은, 지식이나 지혜, 배움과는 무관하다. 자녀 주변을 맴돌며 간섭?지시하거나 자녀의 필요 혹은 이전에 미리 채워주는 헬리콥터(혹은 찍찍이) 부모의 극성이 어마어마할 때, ‘내 자식이 어떻게든 높은 점수를 받게 하겠다’며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때, 교육열이 높다고 표현한다. ‘교육열’이라고 말하지만, 그 증상은 ‘사육병’이다.

아이들은 무기력하고 점수만 따는 기계가 됐다. 약간 과장해서 오렌지색 불빛 아래 하루 종일 알만 낳는, 살아있는 동안 양계장에서 알 낳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난형성 닭과 다를 바가 없다. 알면서도, 이 냉정한 현실 앞에선 어쩔 수 없다고?

아니다. “자식이 어릴 때는 따뜻하게 품 안에 안아주고, 사춘기 때는 지켜봐 주며, 스무 살이 넘으면 냉정하게 정을 끊어 홀로설 수 있게 해주는” 냉정한 사랑을 처방한 법륜스님(『엄마수업』)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백화현 교사(봉원중학교) 는 ‘아이들은 책으로 큰다’는 사실을 옆에서 지켜보고 확인한 증인이다. 그래서 그 임상실험(?)의 결과를 책으로 낸 것이 『책으로 크는 아이들』(백화현 지음|우리교육 펴냄)이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우리교육 독서교육 릴레이 강연(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책과 사랑에 빠질까?) 두 번째 시간, 백화현 저자가 ‘책을 만나면 아이들이 달라진다’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내 자녀 어떻게 키워야 할까, 우리의 아이들 어떻게 키워야 할까, 고민하는 부모들과 책을 통해 아이들이 자람을 확인하는 시간.

저자는 현재 재직 중인 봉원중학교의 독서동아리 이야기를 꺼냈다. 독서마저 입시와 연결 짓는 현실이지만, 봉원중학교 독서동아리는 다르다. 동아리 학생들은 독서를 좋아서 하고 자발적으로 만든 독서동아리가 무려 22개다. 3명에서 6명까지 적은 인원으로 꾸리는 독서동아리에서 아이들? 책을 읽고 수다를 떨거나 토론도 나눈다. 신문스크랩도 하고, 영화도 본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그렇게 큰다. 자세한 이야기는 9월26일자 한겨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억지로 독서’ 우리 학교에는 없어요!(링크)>

“우리는 입시독서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입시교육은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람은 배움을 좋아한다. 배움은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 내적인 동기유발, 자발성이 중요하다. 그래야 오래 지속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고, 욕구를 느낄 수 있게 하지 않는다. 그전에 너무 많이 먹인다.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그게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다.”


사랑의 시작,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독서동아리 그 이전, 가정독서모임이 있었다. 저자는 왜 가정독서모임을 하게 됐을까? 시작은 저자의 큰 아이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 공부를 너무 못했다.

“아이 아빠도 교사인데, 나는 한 번도 아이가 공부를 못할 거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웃음) 벼락을 맞은 것 같더라. 어쩜 이리 공부 못하는 아이가 있을까, 싶었다. 아이의 뇌를 해부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이해가 안 가더라.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애를 봐도 웃음이 안 나오고, 칭찬할 게 없었다. 애도 엄마를 볼 때, 빙빙 돌면서 눈치만 보고.”

‘공부’ 때문에 서먹했던 모자 관계가 지속되고 있을 즈음이었다. 아이가 초등 3학년 끝날 무렵, 저자의 남동생, 아이 외삼촌이 왔다. 아이와 함께 방에 들어갔는데 웃음소리가 계속 났다. 궁금해서 들어갔다. 아이의 외삼촌은 아이를 ‘시 천재’라고 했다. 문학도였으며 학원강사를 하는 외삼촌은 아이의 감성과 생각을 칭찬했다. 도시 아이로서 생각할 수 없는 발상과 감각이라면서.

“애, 우리 조카가 시인이구나. 시가 기가 막힌데? 이거 진짜 네가 쓴 거 맞아?” 라며 아이가 쓴 시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내가 쓴 거 맞아요. 정말 그 시 잘 쓴 거예요?” 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p.19)

“동생 칭찬도 감격이었는데, 그 때문에 감동받은 건 아니고, 아이의 표정에 감동받았다. 삼촌이 칭찬을 하는데, 그걸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 행복에 겨운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저자, 그날 밤, 펑펑 울었다. 아이와 10여년을 살았는데, 한 번도 그런 표정을 보지 못했던 엄마로서 가진 감정이었다. 아이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로서의 직무유기. 사랑한다고 하면서, 과연 뭘 사랑했는가. 사랑한다는 건 뭘까. 부모는 자식에게 어떤 존재인가. 나는 엄마로서 뭘 했는가. 아이와 자신 사이에 ‘공부’라는 큰 산이 가로막고 있어서 다른 걸 보지 못했다는 깨달음. 사랑 아닌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생각에 며칠을 울었다.

이 우연한 사건은 엄마로 살아온 지난 10년을 처음부터 되돌려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게 할 만큼 내게는 두고두고 커다란 사건으로 남았다. 나는 분명 우리 아이를 사랑하고 우리 아이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는데, 왜 아이는 자꾸 내 눈치를 살피고 나는 아이를 윽박지르며 기쁨이 사라져 가는 것일까?(p.20)

진짜 문제는 반성 다음부터다. 저자에게도 그랬다. 이런 걱정. ‘반성하고도 이전과 똑같이 하면 어떻게 하지?’ 그러던 어느 밤, 온 몸을 깨우는 신내림 혹은 벼락같은 깨달음이 왔다.

‘그래, 공부를 내려놓자. 그리고 아이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안 됐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추슬렀다. 나는 나고, 아이는 아이다. 그것으로 결론, 땅땅땅. 공부를 무시할 수 없었지만, 공부가 다른 것을 무너뜨릴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님을 깨달은 엄마는 그렇게 마음을 잡았다.

한순간에 나를 온전히 바꿀 수는 없었지만, 이후로 나는 아이가 잘하지 못하는 것들에 집착하기보다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런 눈으로 아이를 보니 우리 아이에게도 장점이 많았다.(p.21)

이어 행동에 돌입했다. 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야?

“학교수업이 재미가 없고, 대학 가기 싫고, 시인과 농부가 되고 싶다는 거다. 시 쓰고 농사를 짓고 싶은데, 대학에 가야 하느냐고 묻더라. 마음을 잡았음에도, 고민이 됐다. (웃음) 그래도 다시 엎을 순 없잖나. 그러면 학원비를 모아뒀다가 스무 살이 되면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을 사주겠다고 했더니, 무척 신이 나서 4~6학년을 얼마나 행복하게 보냈는지 모른다.”

아이에게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도 물었다. 중국 만화 고전을 읽었는데, 당시선이 그렇게 좋았다고 했다. 특히 아이는 이태백, 장자에게 매료됐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태백과 장자에게 매료된 아이의 꿈은 시인이자 농부. 저자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독서모임,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


“6년 내내 공부 못한 건 똑같았다. 소설이 아니더라.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 (웃음) 다만 초반 3년은 불행했다면, 나머지 3년은 행복해했다는 것. 그렇게 집에 평화가 왔다 싶었는데, 중학생이 되자 다시 불행이 왔다. 중학교는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나누는데, 문제를 못 풀면 벌을 세우고 애를 패는 거다. 나는 아이를 인정했는데, 다른 교사들은 아이를 인정하지 않는 거다. 아이가 피어나려다가 다시 쪼그라들어서 학교를 그만두게 할까 고민도 했다.”

대안학교를 가도 된다고 했지만, 아이는 친구들 때문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공부가 절대적이 아님을,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려줘서 아이를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줘야 했다. 공부를 못하는 것은, 공부를 못하는 바보라고 낙인을 찍어서 그렇다. 너는 지금으로도 훌륭하다. 피아노도 잘 치고, 시도 잘 쓰고, 학교 공부에 맞지 않을 뿐이다. 나는 너를 믿는다. 자신 있게 나가라. 그렇게 말해줬는데, 어렸을 때와 달리 엄마가 자신을 위로해주려고 하는 말이라고 여기는 거다.”

돌파구가 책이었다. 엄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선.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도록 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한국엔 그런 사람이 많지 않아서, 책 속에서 찾자고 아이에게 제안했다. 독서모임의 시작이었다.

“대학 안 가도 좋다. 성적 상관없다. 너를 알고 너를 긍정해라. 너를 믿고 도전해라.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것. 그게 시작이었다. 학교 교육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안다. 그 공부는 대단하지 않다. 너는 더 큰 공부를 하라고 말했다. 책 속에 스승, 친구가 있으니 더 큰 공부를 해 보거라. 그러려면 책을 읽는 힘을 갖고 있어야 하니 독서모임을 해보자고 했다.”


가정독서모임은 이렇게


저자는 가정독서모임 운영 목표를 이렇게 정했다.

가정독서모임 운영 목표1
* 책을 좋아할 수 있도록 한다.
* 다양한 책들을 깊이 있게 타을 수 있도록 한다.
* 배움과 나눔과 만남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자기 자신이 중심을 갖고, 사랑을 주고받고 살 수 있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불행할 것 같다. 사랑이 행복의 바탕에 깔린 근본이잖나. 그 사랑은 그냥 되는 게 아니라,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누구로부터 사랑받고, 사랑한 경험이 주어졌을 때, 축적이 되는 것 같다. 타고나는 건 아니다.”


저자가 보기엔, 요즘 많은 아이들이 사랑을 할 줄 모른다. 자기 욕망을 투영하는 이기적인 사랑은 하나, 다른 사람을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인정하고 사랑을 주고받는 것은 못한다. 친구들끼리도 잇속만 따지고 계산적이다. 그게 요즘 아이들의 불행의 근원이라고 봤다. 그래서 두 가지를 또 다른 목표로 뒀다.

가정독서모임 운영 목표2
* 자아를 튼튼히 키울 수 있도록 한다.
*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반드시 단서를 단다. 가정독서모임을 교사나 어른이 주도하면 안 된다는 것. 그렇게 되면, 또 하나의 교실을 만든다는 이유다.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한다.

“교사가 먹여주는 수업은 진짜 수업이 아니다. 스스로의 삶을 끌어갈 수 있는 힘, 스스로 배움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강남에서 교사를 했을 때, 기막힌 일이 많았다. 뭘 하자고 해도,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을 못한다. 뭐든 엄마한테 물어보고 해야 한단다. 아무리 아이라도 생각이 있다. 웬만한 것은 아이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면 자신의 일에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된다. 네가 결정하고 프로그램도 만들어보라. 그것이 나의 교육방침이 됐고 독서모임도 그렇게 하도록 했다.”

가정독서모임 원칙
* 함께 만들어 간다.
* 책임감 있게 활동한다.
* 자기 속도대로, 꾸준히 걷는다.
* 독후활동에 연연하지 말고 읽는 일 자체를 즐긴다.
* 함께 만들어 가는 추억거리를 소중히 여긴다.

2003년부터 가정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처음엔 학년, 성적 등 편차가 심해서 다 같이 할 수 있는 그림책부터 시작했다. 이후 환경, 소설 등 주제가 정해지면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고 소감을 써서 발표하는 것으로 했다. 처음엔 글을 쓰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1년 지나니 아이들이 무척 재밌어했다.

“나는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반절은 떠들고 노는 거다. 그러니 재밌는 거지. 여학생 두 명이 예뻤는데, 남자 애들이 여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열심히 하는 거다. (웃음) 1년이 지났는데 수준이 높아졌다. 동양철학, 서양철학도 읽을 정도가 됐다.”

1기모임 프로그램의 특징
* 그림책, 동화책, 동서양의 고전문학, 역사, 철학, 종교, 신화, 정치, 경제, 과학, 환경 등 여러 분야의 책들을 함께 읽고 글을 쓰고 토론한다.
* 방학 때마다 주제가 있는 독서기행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함께 여행한다.

4년을 그렇게 하다 1기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책 읽기가 힘들어졌다. 1기에 함께 끼어서 하던 둘째 아이가 계속 하고 싶어 해서 2기를 조직했다. ‘스펙 쌓기’가 아니다보니, 사람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2기는 1기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운영했다.

2기모임 프로그램의 특징
* 그림책, 동화책, 동서양의 고전문학, 역사, 철학, 종교, 신화, 정치, 경제, 과학, 환경 등 여러 분야의 책들을 함께 읽고 글을 쓰고 토론한다.
* 신문스크랩 5줄 비평쓰기를 한다.
* 방학 때마다 탐구과제를 정하여 탐구보고서를 써서 발표하고 토론한다.


아이들은 기계가 아니다


독서모임으로 아이들이 달라졌다. 그리고 달라진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20년 교사생활을 했던 저자도 그동안 놓쳤던 것을 찾았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인간은 마음의 문제다. 마음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를 공부 잘하게 싶으면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정서가 먼저다. 책을 읽고 떠난 여행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자기만의 중심을 잡으면서 꿈을 꾸게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아이들과 여행하면서 깨달았다. 아이들은 스스로 크고 단단해진다. 쥐어짜서 문제집만 풀어서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저자는 확신했다. 독서모임과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넓어지고, 인생이 뭣인지도 깨닫는다. 공부가 깊어지고 성적도 좋아지는 건 부수적인 문제다.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하는 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닌 마음이 없어서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내적 동기가 확실하면 아이들은 솟아오른다. 아이들 표정을 잘 봐라. 아이들은 쉽게 말하지 않지만, 글쓰기를 시켜보면 엄마에 대한 분노가 대단하다. 죽이고 싶다는 글도 봤다. 부모는 다 아이 잘 되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리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이들도 자기 삶은 자기가 살고 싶은 거다. 나중에 아이가 분노하면 걷잡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어렸을 때부터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아이를 쥐어짜서 억지로 가게 만들 것인가, 아이가 마음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받쳐주는 역할을 할 것인가. 둘 가운데 부모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독서는 밥의 문제, 생계가 달린 문제다. 우리나라 부모, 교사는 산업화 시대 똑같은 물건을 찍어내는 그대로다. 방향이 잘못됐다. 내겐 이게 숙제다. 혼자선 못 푼다.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이유다. 아이들 미래는 한두 사람이 움직여서 될 문제가 아니다. 교과서보다 다양한 책과 정보를 접하게 해야 한다. 소규모 독서모임을 통해서 스스로 읽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우리 아이들 미래가 달려있다. 이건 실천을 요구한다. 머리로 알아봐야 소용없다.”

저자의 첫째는 초등 4학년 때와 생각이 달라졌다. 스스로 대학을 가겠다고 결정했고, 좋아하는 것을 따라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갔다. 현재 군 복무 중이다. 아마, 책으로 큰 아이는 더 큰 세계를 만나면서 계속 자랄 것이다. 멈추지 않을 것이다. 책으로 컸으니까. 1기 가정독서모임의 한 멤버였던, 지금 대학생인 학생의 독서모임 후기가 그것을 방증한다.

서로가 쓴 글을 읽고, 이런 저런 토론을 한 후 집으로 가던 버스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충격을 진정시키면서 되뇌던 많은 다짐들이 떠올라 다시 마음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함께 보낸 4년의 시간들은 앞으로 내 삶에서 40년 넘게 따뜻하고 감동스런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박유미, 대학생)

자, 당신의 아이, 사육할 것인가, 스스로 서게 할 것인가. 답은 나와 있다. 실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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