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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왜 여자 때문에 상처 받을까? -『여자는 왜 여자 때문에』 피오나

본격적으로 여자들의 여자관계를 다룬 책인 만큼 강연회의 컨셉은 ‘여자들끼리의 수다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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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저녁 7시 30분, 네스카페 삼청동점. 저자가 나오기 전부터 삼삼오오 짝을 이룬 독자들이 시끌 시끌 ‘여자들의 여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어공주는 왜 결혼하지 못했을까?』를 시작으로 연애의 이론과 실제를 꾸준히 탐구하며 행복하게 연애하는 방법을 제시해왔던 저자는 “남녀관계는 이제 좀 알겠는데 같은 여자끼리 관계가 때로는 더욱 힘들다”는 독자들의 고민을 받고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책이 시작될 무렵만 해도 이 책의 제목은 지금보다 길었다. ‘여자는 왜 여자 때문에 힘들어하나’ 그러나 비단, 힘들기만 할까. 위로도 되고, 속상하기도 한다. 즐겁기도 하고, 질투도 난다. 그리하여 뒷말은 자연스레 축약되었다.


본격적으로 여자들의 여자관계를 다룬 책인 만큼 강연회의 컨셉은 ‘여자들끼리의 수다회’였다. 6월 3일 저녁 7시 30분, 네스카페 삼청동점. 저자가 나오기 전부터 삼삼오오 짝을 이룬 독자들이 시끌 시끌 ‘여자들의 여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심은 전염된다. 저자의 삽질 연애기



저자는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의 모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기도 했다. 하지만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을 즈음, 내적인 고민이 있었다. 악성 댓글로 인해 피해를 받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인 위기의식이 생겨났다고 한다. “제가 하고 있는 서비스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더는 일을 할 수 없겠더라고 말했다. 저자가 일본으로 가게 된 이유였다.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장거리 연애를 오래했어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연애였죠. 그러던 중 여러분들이 예상할 수 있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당시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았던 거죠. 후에 알았지만 그 사람이 사내연애를 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술을 마시고 그 남자의 음성사서함에 욕을 남겼습니다. 다음날 오전, 집으로 택배가 왔습니다. 며칠 전에 주문했던 책이었죠. 그 책의 제목이 『그 남자에게 전화하지 마라』였어요(청중 웃음). 지금도 많이 추천 드리는 책 중에 하나예요. 그 이후로 고민을 시작했죠.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에 대해서 냉정하게 생각하게 된 거죠.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미팅과 파티, 결혼정보회사, 인터넷 매칭사이트 등등을 경험 하면서 깨달은 게, 좌절이었어요(웃음). ‘사회적인 가치’와 ‘여자로서의 가치’는 다른데, 당시까지 저는 그 두 가지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했던 거죠.”


그즈음 저자를 눈 뜨게 만든 일이 있었다. 멋진 일본 남자를 만난 것이다. 공무원이었고, 굉장히 지적이면서도 마라톤을 취미로 갖고 있는 건강한 남자였다고 한다. 문제는 첫 만남이 온라인이었다는 점이었다. 여러 번의 이야기가 오간 뒤에 약속을 잡아 남자를 만났다. 저자의 기대치보다도 더 잘생긴 사람이었다. 저자는 첫 만남의 순간을 회고하며 “그 사람의 눈빛이 좋지 않은 걸 단번에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밥을 사주더군요. 이 사람이 잘생긴데다, 웃으니까 더욱 멋있더라고요(청중 웃음). 그 자리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죠. 그 과정 속에서 깨달은 것이 많았어요. 내면보다 외모가 중요한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머리를 기르고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저자는 “주변에 여자 친구들이 ‘너 지금 예뻐, 살 빼지마’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고 당부한다. 막상 살을 빼고 나면 어떨까. “분명히 칭찬해줄 것”이다.

저자의 필명인 ‘피오나’도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 “원래 제 닉네임이 ‘슈렉’이었어요. ‘슈렉’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좋아했죠.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었으니까요. ‘슈렉’을 닮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 닉네임을 달고 여러 동호회 모임을 나갔었죠. 이런 모임에는 6개월만 다니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동호회 안에서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남자가 있다면 6개월 안에 표현을 할 것이기 때문이죠.” 저자는 모임에 나갈 때면 초록색 옷을 입고 나가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슈렉’을 만나려면 ‘피오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불어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의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연애를 하던 방식과 반대로 해보자”는 각오를 정하고 저자는 남자친구에게 점점 잘해주는 패턴을 버렸다. “만나서 돈 쓰지 않는 것, 남자에게 잘해주지 않는 것 등의 원칙을 정하고 실행에 옮기자, 깊은 관계는 가지 못했지만 만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여자들끼리 수다회의 첫 번째 제시어는 고정관념



첫인상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고정관념’이라고 말한다. “첫인상보다 선행되는 게 고정관념이에요. 그렇다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바꾸기도 힘들죠.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내 이름은 칸>을 보면서 깨달은 건, ‘이슬람교도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다’라는 고정관념이었죠. 과연 그럴까요? 실제로는 테러리스트 중 0.5퍼센트 정도만이 이슬람교도라고 해요.” 고정관념은 깨기 힘들다. 중요한 건, 상대방에게 어떤 고정관념을 주느냐이다.

저자는 참가한 독자들끼리 테이블 별로 ‘보기와 달리 이런 점도 있다’는 것이 부각될 수 있도록 자기소개를 해볼 것을 권했다. “저 같은 경우는 보기와 달리 운동을 정말 싫어해요(웃음). 고등학교 이후로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 없을 정도죠. 제 외모를 보고 사람들이 어떤 운동을 좋아하냐고 많이 물어보시죠(청중 웃음).” 수다회의 첫 번째 주제가 정해지자 웅성거림 속에서 탄식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고정관념이 깨질 때의 반응이 여기저기서 계속되었다.

여자와의 관계, 인간관계와는 어떻게 다를까


저자는 “남자관계를 깨닫게 되면서 그들과의 관계가 여자관계와는 다르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대했을 때 다르게 반응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죠. 심지어는 반대로 대해야하는 부분도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여자를 대할 때 저만의 룰을 만들어보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잘해주면, 상대방도 잘해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으나 예상은 빗나가게 마련이었어요.”

“여자의 인간관계를 거리와 깊이 기준으로 나누면 ‘얕고 넓은 관계’, ‘좁고 깊은 관계’, ‘그 사이’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누어 봤어요. 얕고 넓은 관계는 수적으로는 많으나 신경을 좀 덜 써도 되는 거리의 사이이고, 좁고 깊은 관계는 수는 적지만 시간이나 에너지는 많이 할애해야 할 거리의 관계죠. 그리고 가장 고민거리가 많은 관계가 얕고 넓지도 않고, 좁고 깊지도 않은 그 사이의 애매한 관계가 아닐까 싶어요. 관계 때문이 아니라 서로가 생각하는 다른 ‘거리’ 때문에 상처받고 있는 것이라면, 각 거리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대하면 되는지를 알아두면 인간관계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죠.”

세 가지 관계별로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를 아주 짧게 간추린 법칙이 있다. 바로 ‘KFC법칙’이다. “얇고 넓은 관계에서는 친절하게(Kind) 대하며, 좁고 깊은 관계에서는 친근하게(Friend) 대하고, 그 사이의 관계는 끊임없이 고민을 하되 가급적 부정적인 사람을 밀어내고, 긍정적인 사람을 택하는 것(Choose)이 좋다”는 것.

각 세대별로 우정의 전환기가 있다. 친하고 잘해주면 우정 성립되는 십대를 거쳐 이성관계가 개입되는 이십대를 지나면, 삼십대에는 다시 우정이 중요해진다. 저자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 <섹스 엔 더 시티>, <써니>를 봐도 수많은 여자관계 속에서 이성관계가 등장한다”며, “결혼을 하면 여자 관계가 더 중요해지는”데, 가끔은 “남편보다 가까이 지나가는 남자가 도움이 될 때도 있다(웃음)”고 말한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법



스트레스는 스트레스의 원인과 개인의 신체적 조건과 받아들이는 방법 그리고 가치관과 성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라고 느끼는 게 정말로 스트레스인가”, “우리가 ‘얇고 넓은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진짜인가”를 꼭 되물어보는 것이 중요한 과정임을 강조했다.

“‘스트레스를 일으킨 일’을 생각할 때, 사건을 중심에 두는 것과 인간을 중심에 두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어요. 사건을 중심으로 보지 말고 인간을 중심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어요. 엄마한테 듣는 말이 가장 속상하기 마련인 것과 같아요. 예컨대 인터넷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때, 그 반응 중에 나한테 중요한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거죠.”

여자의 적은 여자일까?

얕고 넓은 관계의 친구들이 모였다면,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고민한다. 그러다보면 화장실도 가지 못한다. 좁고 깊은 관계에서도 때로는 여자의 적은 여자가 되기도 할까? 저자는 그러한 논리라면 “사방에 적이고, 인간이 적”이라고 말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은 상대방이 기대를 하기 때문에, 기대감이 깨질 때 쓰는 말인 거 같아요. ‘남자는 나쁜 남자’고, ‘여자는 적’이라면 우리는 누구와 살아야 할까요(청중 웃음). 여자가 적으로 간주되는 때는 의외로 단순하죠. 정말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식에 안 왔다거나.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거나(웃음).”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연하게도 ‘나와 그 사람’과의 거리는 변한다. “좁고 깊은 관계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얕고 넓은 관계로 돌변할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다. 그리고 전혀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도 못했던 사람이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거리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여전히 상처받고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 매일의 날씨처럼 변화무쌍하고, 예측한다고 해도 어긋나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다. 하지만 그렇기에 매일 다른 즐거움이 있는 건 아닐까? 어쨌든 사람 때문에 웃고 사람 때문에 운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혼자가 아닌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다.(p,25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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