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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창의력 원하면 학원을 반으로 줄여라! - 『상상목공소』김진송

상상력은 공감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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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경계와 분야를 넘나드는 종합지식인 김진송 작가를 만났다.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경계와 분야를 넘나드는 종합지식인 김진송 작가를 만났다. 저자는『상상목공소』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이 있었다고 한다. 편한 자기계발서를 기대했던 분들에게 “학술서도 아닌데, 책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단다. 책장을 펼치면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정답이 들어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수한 ‘질문’이 들어있다. 바로 그 지점이 이 책에 담고자 했던 내용의 일부분이다.

저자는 목수이다. 15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동안 나무 작업을 하면서 그전에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느끼거나 상상할 수 없었던 걸 상상케 했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먹물 지식인”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나무를 만지니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 “도끼나 톱 등 무지막지한 도구들을 만지게 된 것이죠.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이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언어적 지식과 경험적 지식은 작동 방식이 다르거든요. 경험적 지식이 언어적 또는 과학적 지식으로 변경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식의 형태가 달라졌습니다.”

무거운 나무를 작업장까지 가지고 와서 2~3년을 말리고, 작업을 하기까지 저자에게 필요한 건, 경험적 지식이었다. “나무의 곰팡이와 벌레를 들여다보며 자연적 지식을 쌓”은 저자는 지식의 서열화에 반대했다. “우리는 언어적 지식은 지식으로, 경험적 지식은 경험으로, 자연적 지식은 본능과 생태로 부릅니다. 이렇게 분류하며 서열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온 것이죠. 자연적 지식은 사회적으로 열등한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나누자면 오히려 “우위에 있는 것은 자연적 지식”이라는 것이다.


“체계화된 지식이란 언어화된 코드로 나열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불과합니다. 언어와 문자라는 코드로 엮이지 않는 경험은 ‘열등한’정보와 지식으로 전락하고 말죠. 우리의 문명 전체를 부정하지 않는 한, 그리고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현재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한, 언어와 문자의 체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지식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과 정보를 전달하는 문자와 그리고 그렇게 기록된 지식체계에 대한 확신이 오히려 우리가 지니고 있던 풍부한 지식, 바로 자연의 지식과 경험적 지식을 열등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는지도 모르죠.”

“자연의 생태와 본능과 감각과 경험을 덜 분화된 지식의 형태라고 말하기 전에, 전혀 다른 지식의 체계로 보려는 시각은 지식에 대한 새로운 정의라기보다는 하나의 태도입니다. 인간의 문명이 만든 지식의 서열화가 가져온 일상적 폭력 즉, 인간 서로에 대한 그리고 자연에 대한 폭력에서 벗어날 길은 그것 말고 달리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배움을 대단히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지식의 축적은 사회적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정당하고 바람직한 수단으로 간주된다. 지식은 어디나 넘쳐난다. 게다가 오늘날은 정보의 시대다. 미디어에서 하루를 쏟아내는 정보의 양은 실로 엄청나다. 하루 동안 쏟아진 정보를 전부 소비하는 데만 평생이 걸려도 모자랄 지경이다.

쉴 새 없는 정보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것 역시 대견한 일이다. 만일 쉼 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아낌없이 빨아들인다면 패스트푸드를 먹고 뱃살에 지방을 축적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가 뇌 속에서 일어날 것이다. 물론 미디어의 모든 정보가 한때는 아무 탈이 없이 받아들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트랜스지방처럼 추방되어야 할 대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의 정보는 소모적이며 일시적이다. 그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큼 시대에 뒤처질 것 같던 정보도 하루가 지나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오늘날의 정보는 생산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되기 위해 존재한다. (p.275~276)


우리 사회는 “권력관계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며 타자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저자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타자를 느끼라고 말한다. 타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희망이 생긴다. 거듭해서 말한다. ‘크리에티브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공감력이다. 공감은 생존능력이다.’

메뚜기를 예로 들었다. 비가 오는 날 마당에 있는 메뚜기. “메뚜기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면 어떨까요. 메뚜기에게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어떤 크기로 느껴질까요. 메뚜기의 생김새를 봅시다. 몸 속 뼈가 없고 겉이 단단하죠. 바로 그들의 법칙과 질서에 맞게끔 성장해왔습니다. 이렇듯 타자의 내면으로 펼쳐져야 상상력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코끼리와 생쥐를 그려보자. 이 둘의 언어가 같다면 어떨까. 언어가 같다고 해도 소통이 불가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그 세계를 들어가서 세상을 바라봐야 상상력이 열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상상력과 창의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국내 굴지의 기업이 빼먹지 않고 언급하는 가치가 있다. 바로 창의성이다. 저자는 “기업이라는 조직이야말로 창의성이 나오기 힘든 사회집단”이라고 말한다. “최근 ‘카이스트 사태’에서 보듯 창의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기업 안에서 누군가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냈을 때 주위에서 창의성을 온전히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을까. 타인의 창의성을 보아주는 시선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창의성을 발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작품 전시를 끝내고 앉아있을 때 일입니다. 한 아주머니가 저에게 아이들의 상상력을 길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셨습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학원을 오후 내내 다닌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학원을 절반으로 줄이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를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일주일을 두면 어떨까요. 장판을 뜯어내고 벽지를 긁어놓을 것입니다. 그때부터 상상력에 빠지는 것이죠. 창의성과 상상력은 심심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에요. 하루 종일 일하는 직장인들도 심심하기는 마찬가지죠. 일상의 중독되었으니까요.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상상력과 창의성입니다.”

타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시작하면, 무한하게 증폭이 가능하다. 도시 공간의 폭력성이 보이고 구멍투성이 도시가 보인다.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 상상력이 쓰인다. “이를테면 청소기를 만드는 기업을 떠올려보죠. 청소기를 쓰는 아주머니의 시각을 통하기도 하고 발자국 더 가서 청소기가 되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로 부족함이 메워지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상상력은 모든 언어들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메워주는 가장 간단한 수단이자 유일한 방법이며 또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인식의 원리이기도 합니다. 언어가 간접적이며 시간적이고 구조적이라면 이미지는 직접적이며 즉흥적이고 공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죠.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미흡한 글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글에 이미지의 요소를 집어넣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흡하고 비어 있는 이미지의 공간을 글쓰는 이의 상상과 독자의 상상으로 채우는 순간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될 때까지 하라, 그러나 아니면 말자

현실의 층위를 그대로 두고, 인간 의식의 지평을 얼마나 확장시킬 수 있을까. 의식의 지평을 확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의 조건은 ‘자유’이다. 아무거나 상상할 수 있는 자유는 방종을 수반한다. 저자의 말이다. 다소 과격한 이 말의 뜻을 풀이할 때 필요한 인물이 있다. 바로 공자다. 공자의 말 중 ‘하고자 하는 바가 선이다’라는 말처럼, 상상을 할 때도 그러한 단계에 이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유는 말 그대로 자유여야 한다. “어떤 식의 제약이 있다면 안 됩니다. 상상이 발동하기 위해선 방종을 수반한 자유가 있어야만 합니다.”

“글을 쓰는 작업과 나무를 만드는 일이 다르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영상 작업을 하면서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모든 일들이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효율성 때문에 한 가지 일을 강요받지만 자연은 결국 총체적인 것이죠. 저를 비롯해서 머리가 나쁜 사람은 될 때까지 머리를 쥐어짜면서 하는 것뿐입니다. 누군가 제 작품을 보고 어떻게 만들었느냐, 물으면 생각이 안날 때가 있습니다. 확실한 건 머리를 쥐어짜서 했다는 것이죠. 될 때까지 하는 것입니다. 그것 외에는 없습니다. 이 비법은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될 때까지 하기 때문이죠(청중 웃음).”


저자의 강연이 끝난 뒤, 그가 이야기를 만들고, 나무를 조탁한 뒤 영상을 찍고 편집한 <움직이는 인형>시리즈를 감상했다. ‘책의 바다에 빠져달다’, ‘악몽’, ‘지구에서 살아남기’, ‘꽃을 만들다’ 등 나무와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야기는 시종일관 온화했다. 나무의 결처럼 따뜻한 이야기가 끝나고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형성하는 일종의 비법을 전수해주셨는데 될 때까지라고 말씀하셨지만 저처럼 될 ‘때’가 언제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될 때까지 하는 힘은 어디서 오나요.

“호기심에서 온다고들 하죠. 태생적인 면도 있습니다. 앞에서 ‘아이를 방에 가둔다’는 말을 했는데, 제가 그렇게 자랐습니다. 그런 과정이 토대가 된 거 같아요. 저에게는 ‘될 때까지 한다’는 것 외에 또 하나의 소신이 있습니다. ‘아님 말고’. 아니면 말자라는 소신도 있습니다(청중 웃음). 징그럽게 어떻게 끝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의 수사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웃음). 살아가는 것을 즐기는 방법은 많죠. 제가 택한 방법은 그 시간들을 길게 저미고 썰고, 잘라서 제 것으로 삼아가는 것 일 뿐입니다.”

<움직이는 인형>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짧게 이야기하자면 이야기라는 구조를 공간과 결합시키고 싶었습니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이 흥미로웠죠. 사람들과 호흡해야겠다는 측면에서도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만들어가는 삶의 방식이 무척 부럽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 분들이 준비해야할 것이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저도 가벼운 마음에 내려갔습니다. 돈을 벌기위해 목수 일을 시작했죠.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이 배우려고 하죠. 책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매뉴얼을 보지 않고 계속 부딪치면서 해나가면, 자신 안에서 뜻하지 않은 것도 무수히 확장됩니다. 목수일도 굉장히 쉽습니다. 대패질도 배울 필요가 없죠. 도구를 만지면 어떻게 잡아야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만 배우고 부딪치고 확장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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