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산토리니서울에서 낭만 고양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작업실의 고양이』고경원 저자와의 따스한 만남이 같은 곳 3관에서 지난 4월 8일 열렸다. 고양이의 매력을 작품에 담는 젊은 예술가 15인. 저자는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크게 세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고양이란 동물이 지닌 예술적인 매력에 대해서입니다. 두 번째로, 젊은 작가들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작업실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마지막으로, 고양이와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결국 고양이를 통해서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자, 이제 고양이로 가득한 작가의 작업실을 눈으로 따라 거닐어 보자.
(보다 많은 작가와 사진을 보고 싶다면,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catstory.kr)과 『작업실의 고양이』를 참조하면 된다.)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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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ww.catstory.kr | |
“그녀는 네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지만 1998년에 입양한 첫째 마리에 대한 마음이 가장 깊다고 해요. 마리캣이라는 닉네임도, 회사명인 마리캣그래픽스도 모두 마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죠. 그래서 마리캣은 마리를 ‘내 영혼의 고양이’라 부릅니다.”
생활사진가 김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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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봉천지국장인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매일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봉천동 250여 가구에 신문을 돌립니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은 고단하지만, 새벽마다 자신을 기다리는 길고양이들을 생각하면서 다음날 또다시 새벽 거리로 나설 힘을 얻는다고 해요. 죽은 길고양이를 이따금 마주치게 되면서부터 늘 검은 대형 비닐봉투를 가지고 다닌다고 합니다. 신문을 배달하며 오가는 길에 죽은 길고양이를 발견하면 일단 봉투에 담았다가, 일이 끝나면 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 묻어준다고 합니다.”
도예가 김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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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고양이의 실루엣을 빚어내는 작업을 계속하는 동안, 그녀의 작품에는 변화가 생겼죠. 창이라는 요소가 추가된 것이에요. 창밖의 세계를 그리운 듯 바라보는 고양이를 만드는 작가에게, 창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경계선인 동시에 다른 세상과 통하는 문이기도 한 거죠. 고양이 특유의 호기심과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네모난 창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인형작가 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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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업실 입구는 피규어로 쌓은 작은 성벽 같았어요. 어두운 지하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리관처럼 투명한 상자에 담긴 피규어가 벽을 따라 벽돌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죠. 그가 인형을 만드는 작업실이 온라인 피규어 쇼핑몰 창고도 겸한 까닭이었어요. 기이함과 아름다움 사이를 넘나드는 그녀의 인형들이 태어나기에 알맞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화가 신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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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아이와 고양이의 눈에만 보이는 장난 꾸러기 ‘개미요정’을 상상하고, 이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화폭에 펼쳐 보이는 것이 이색적입니다. 정해진 프레임을 뛰어넘는다는 설정이 고양이의 성향과도 잘 맞아 떨어졌죠.”
일러스트레이터 유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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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업실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한적한 주택가라 소음에 시달릴 염려가 없고, 홍대입구역에서 그리 멀지 않아 작업하기에도 좋았죠. 게다가 정오께 작업실로 출근해 셔터를 올리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곤 밥을 졸라대는 길고양이까지 있으니, 고양이 작가의 작업실로는 더 바랄 게 없는 셈이죠. 여섯 살배기 고양이 제이와 단둘이 사는 작가는 고즈넉한 작업실 한편에서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고양이 쿠션도 만듭니다.”
설치미술가 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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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ww.catstory.kr | |
“그녀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도시 길고양이와 비둘기의 상징성에 주목해요. 부산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의 1기 입주 작가로 여러 작가와 한 건물을 쓰지만, 2층 창가에 놓인 길고양이와 비둘기 덕분에 그의 작업 공간이 어딘지 한눈에 알 수 있었죠.”
이 밖에도 저자는 조각가 홍경님과의 만남을 앞두고 눈시울이 붉어졌던 일화를 말했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로, 언젠가 찾아올 이별을 생각해보곤 하죠. 고양이를 기르거나 길러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그런 생각을 해보셨으리라 생각해요. 조각가 홍경님과 만날 약속을 잡다가, 이메일 한 구절에 목이 멘 것도 그래서였어요. 그녀는 옷 어딘가에 고양이 털을 묻힌 채 저를 방문해주시는 손님이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문장이 마음에 남았어요.”
작가들 중에는 건강한 고양이와 살고 있는 분도 있지만, 아픈 고양이와 함께 투병하거나, 무지개다리 너머로 고양이를 떠나보낸 분도 있습니다. 동물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마음먹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주는 기쁨만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사랑스런 모습뿐 아니라 생로병사까지도 함께 겪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순간을 어떻게 책임지고 견뎌갔는지, 그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과 보람은 어떤 것컀지, 함께 살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을 그 순간들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양이와 한 집에서 살지 못하더라도, 고양이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주변의 길고양이에게 마음을 주는 일이지요. 작업실 근처로 찾아오는 길고양이를 돌보거나, 길고양이에게 연민이나 경외심을 느껴 작품에 등장시킨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 또한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내 고양이는 아니지만, 세상에는 우리 모두가 돌봐야 할 고양이도 존재하니까요.(p.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