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을지라도 자신의 감정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다스릴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누구는 행복한 삶을 살고 누구는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당신의 행복과
성공은 주변 사람들과 처한 환경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당신 안의 감정이 결정
한다. 그러므로 우리 안의 감정은 결코 무시 할 수도 없고 무시해서도 안 되는, 소중히
여겨야 할 우리의 일부분이다.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책 표
지에서)
‘자기PR’이란 단어는 이미 닳고 닳은 말이 되었지만, 정작 자신을 PR하는데 ‘감정’은 고려되지 못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다수의 ‘개인’이 변했다. 감정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되며, 감정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물론 대인 관계에서도 미덕이 된 것이다. 지난 7월 출간한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이 한 달 만에 18쇄를 돌파한 것도 눈여겨볼 사건이다.
압구정 티테라피에서 함규정 감정코칭 전문가를 만났다. ‘내 감정이 행복해지는 Tea & Talk 타임’으로 이름 붙여진 이 만남에 열 명의 독자가 함께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과 30대 후반의 임원급 회사원, 그리고 40대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자리를 채웠다. 넓은 테이블에 앉은 참석자들 앞에 주문한 차가 올라가자, 대화가 시작됐다. 저자는 먼저 참석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제안했다. 잠시 머뭇하던 이들도 서슴없이 자신을 소개했다. 소개가 이어지자, 이내 온기가 흘렀다. 그리고 ‘감정’소개가 계속됐다.
감정 관리, 왜 해야 할까?
저자가 준비해 온 종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 한 장씩 나누어 줬다. 감정 체크판이었다. 저자는
“감정 체크판(Mood Meter)을 활용하면, 내 감정을 보다 잘 읽을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이 체크판은 예일대 데이비드 카루소 박사가 개발한 자기감정 진단 방법으로, 자신의 신체 에너지와 기분을 토대로 감정을 정확히 읽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정확한 사용법은 같은 책 30, 31페이지 참조).
“저 또한 하루에 세 번 체크를 해요. 코칭을 하기 위해서 지금의 ‘나’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감정에는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에 해당하는 사건과 궤적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러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감정을 체크한 참석자들은 저마다의 감정을 이야기했다. 크게 네 가지 색깔 즉, 네 가지 감정 상태로 구분되었는데 쉽게 현재의 이 감정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떠올리고 말하는 참석자들도 있는 반면, 스스로 되묻거나 몇 차례 저자의 질문과 답이 오고가서야 어떻게 현재의 감정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발견한 이들도 있었다.
이런 감정,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내 안의 감정들에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무언가 감
정이 느껴지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면 된다. 있는 것을 없다고 하고, 없는
것을 있다고만 하지 않으면 된다. 당신의 감정은 소중하고, 당신의 감정이 상처받으면
당신이 상처받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중략) 물론 단순히 다양한 감정들을 느낀다
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잘 관리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안의 감정들을 인정하는 ?이다.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
에 휘둘리는 사람』 , p.22~23)
“스트레스에 놓인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의 질문에 참석자들은 속속 답을 내놓는다. 운동이나 청소가 많았고, 잔다는 응답도 있었다. 모두 적당한 방법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가정은 예외”다. 그리고 ‘잠’은 감정적 사건으로부터 시간적 거리를 확보해주는 유용한 수단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을 세게 하려는 경향이 있죠. ‘미치겠다’, ‘죽겠다’. ‘못 살겠네’ 이렇게 혼자 내뱉는 언어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저도 아이가 있고, 남편이 있기 때문에 여기 참석한 분들이나, 저를 찾아오시는 상담자 분들과 다르지 않아요. 중요한 건,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감정 체크와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울’은 어떻게 관리를 해야할까. 참석자들의 대화가 오고 간 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무엇보다 몸을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몸을 바꾸면, 감정이 바뀌게 되죠. 이를테면,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걷는 거죠. 아까의 우울과는 다르다는 게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 건강한 우울은 문제가 없습니다. 회복만 된다면 말이죠.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먹는 것은 죄책감을 얻는 경우가 많아요. 음악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몸을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눈을 감고 열 번 심호흡하는 것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죠. 감정이 이완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 입니다.”
우리는 ‘화’라는 감정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참석자들이 화를 내지 못하여, 혹은 화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여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으로서 부당하고 불합리하며 부정한 상황을 묵묵히 감내해야하는 것에 대한 소회를 말했다. 공감과 탄식이 이어졌다. 서로간의 코칭도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도대체 ’화‘는 어떻게 해야할까.
“부당한 일을 당할 때 자연히 생기는 감정이 ‘화’이죠. 참으면 화병이 되기도 합니다. 내 건강보다 ‘화’를 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화를 내고 나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내 건강을 헤쳐가면서 화를 냈는데, 성과가 없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것이죠. 화를 내야겠다는 결정을 했다면, 어떤 방법으로 화를 낼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먼저, 조짐을 보여야 하죠. 늘 받아내는 쪽이었다면, 상대방은 당황하게 마련이니까요. 이 때, 마음이 약해서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화에는 전략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화를 내지 못하면 끌려 다닐 수도 있죠. 큰소리를 내는 것만이 화가 아닙니다. 화의 표현법 또한 중요합니다.”
타인의 감정에서 나를 보다
상대방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감정을 아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껍데기가 아
니라 상대의 감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가까이 가고 싶지만 벽이 느껴져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 자주 만나고 밥도 여러 번 같이 먹었는데도 친밀함을 느낄 수 없는 누군가
가 있다면 이는 마음의 거리 때문이다. 감정의 문제는 곧 업무의 문제가 된다. 동지애,
팀워크를 느낄 수 없는 사람과 좋은 성과를 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니 마음을 여
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소통해야 건강하다. 방문을 꼭꼭 닫아 놓고 여행을 다녀오면
방 안 공기가 탁하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열고 소통해야 당신의 마음이 건강하
고, 당신의 인간관계가 건강해진다.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
p. 72)
최근에 눈물이 많아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는 참석자가 있었다. 친구의 연애 문제나 누군가의 가정사, 그리고 직장 동료와의 대화 사이에서 이야기의 당사자보다 더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는 그녀는 그럴 때마다 자신의 감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저자는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로 답을 시작했다.
“얼마 전에 지인을 만났는데, 그 분이 어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보면서 통곡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분의 경우는 조금 지쳐있는 상태였어요.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경우가 그렇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나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은 그렇습니다. 대부분은 본인이 감정적으로 지친 경우에 타인 감정에 더욱 공감할 수 있어요.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내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 감정을 뭔가 계기로 울고 싶어 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쉬어야 해요. 휴식, 휴가가 필요한 거죠.”
이와는 반대로 일부러 그 감정을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무감각 해지려는 경향이 생기는 것인데, 저자는
“평소에 감정노동을 하는 경우, 그런 일이 많다”고 말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강제로 웃어야 되는 경우들이 생긴다. 여성의 경우 시어머니, 남편 친구 등등을 만나고 대화하는 일도 감정 노동이 된다. 이렇게 감정을 외면하는 경우가 계속되면 결코 좋지 않다고 경고한다.
“내 감정을 방치해두는 것이에요. 나의 감정을 인지하고 인정하기 위해서 나를 위해 사소한 일이라도 빨리 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 감정의 주인이 되면 일과 일상이 행복해진다!’ 책 뒷표지 붉은 글씨가 더욱 선명해졌다.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질 듯 했지만, 정해진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며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마친 참석자들의 표정은 밝고 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