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태극전사들의 월드컵 16강 원정 진출을 향한 응원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열기가 무르익고 있던 6월의 토요일 오후 대치동 문화센터에서, 가끔 세상을 놀라게 하는 양심선언과 같은 냄새를 폴폴~ 풍기는 『학원은 사기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김준교의 저자 강연회가 있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준교 쌤으로 이름나 있는 저자는 채 2년이 안된 수학강사 경력의 소유자로, 개인 블로그를 통해 무료 수학 인터넷 강의를 진행하다 현재는 멤버 수 4천 명이 넘는 ‘준교쌤 수학교실’이란 카페를 운영하며 여전히 무료 인터넷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 시간이 넘게 꽥꽥 소리를 높여가며 강연하는 모습이 약간 어설프기도 했지만 나름 열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튼 ‘학원은 사기다!’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지 않을 학부모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것도 다름 아닌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는 강남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현직 강사에게서 나온 말이라면 더더욱 놀라지 않을까? 아마도 열일을 제쳐두고라도 당장 그 강사를 찾아가 진위를 추궁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이 공공연한 대세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에서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날의 강연 주제인 ‘이렇게 하면 수학 점수가 오른다’라는 강연에 앞서 자진하듯 저자가 밝힌
『학원은 사기다』라는 제목에 대한 이유 있는 해명을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학원강사들에게 몰매 맞을 소리를 겁 없이 했겠느냐? 더구나 현직 수학 강사인 내 얼굴에 침 뱉는 소리를 했겠냐? 2년쯤 전에 대치동에서 학원강의를 시작했는데 내 보기에 학원에 치여 사는 아이들이 많더라. 학원에 치여 자기 공부를 못하고 점점 수동적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글을 쓰게 되었다.
학부모 중에는 학원에 등록하는 순간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학원 자체가 해결책은 아니다. 학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사기가 될 수도 있고 보약이 될 수 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원을 다니더라도 자기 공부를 해야 한다. 예습과 복습, 특히 복습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학원뿐만 아니라 인강(인터넷강의)이고 과외고 다 시간 낭비 돈 낭비가 될 뿐이다.”
그러고 보면 ‘학원은 사기다’라는 말은 결코 학원가의 비리나 잘못을 고발하는 양심선언 같은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보약이 될 수도 있지만 사기를 당한 것과 같이 돈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홀랑 날려버릴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왠지 제목만 보고 넘겨짚었다가는 큰 코를 다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학원도 문제이지만 무턱대고 학원에만 의지하려는 학부모나 학생들에게는 새겨들어야 할 현직 강사로부터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인 셈이다.
비교적 길지 않은 학원 강사 경력이지만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며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한 저자로부터 수학 점수가 오르는 비법 외에 공부와 관련한 생생한 정보들을 들어보았다.
목표의식과 동기부여가 중요
“목표의식이 (대)학교를 결정한다. 학원 강의를 해보니까 확실한 동기부여가 돼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에는 천지차이가 있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학생들은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하는, 강의 시간? 멍~하니 있다가 가기 일쑤이다. 오히려 쉬는 시간에는 생기가 넘쳐난다. 목표의식이 있는 학생은 수업태도에서부터 시험 결과까지 차이가 있다. 너무 아이를 닦달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대화를 통해 왜 인생에서 공부가 필요한지, 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이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EBS, 잘못하면 역효과
“지난해 10월 곽덕훈 신임 사장의 취임이후 수능과의 연계가 언론 보도를 통해 부각되고 있어 EBS 문제집을 통째로 외우려고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는 언론 보도에 휘둘려 EBS 문제집의 답만 외우는 학생까지 있는데, 얼마 전에도 평가원의 연계문제가 나왔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비교적 쉬운 3점짜리 문제로 EBS뿐만 아니라 다른 교재에도 나오는 문제이다.
EBS 문제가 수능과 연계한다고 하더라도, 확실히 개념을 잡고 틀린 것만 풀거나, 기출문제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등 부분적으로 활용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다.”
전혀 의미 없는 무조건 양치기
양치기를 아시나요? 물론 동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에 나오는 양치기가 결코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하실 텐데, 과연 양치기가 무엇일까요?
“바로 무조건 문제만 푸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질보다 양인 셈이라고나 할까. 무조건 많이 푼다는 아이들의 문제집을 펴보면 개중에는 아는 것만 풀고 어렵거나 모른다싶은 문제는 건너뛰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많은 문제를 풀어도 확실히 모르고 지나가면 의미가 없다.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특별반 수학을 맡은 차기봉 선생님도 틀린 문제를 확실하게 체크해서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닦달하지 않던가. 한 문제를 풀더라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시간이 들더라도 모르는 문제는 체크해 놓고 일주일 혹은 한 달 후에라도 다시 풀어봐야 한다. 적은 문제를 풀더라도 100%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 어떻게 해야 잘할까
“대부분 학생들에게 수학은 재미가 없는 과목이다. 또 수학은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학을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흥미(재미)와 자신감, 두 가지이다.
먼저 흥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맟는 것이다. 정답을 맞히게 되면 자신감도 얻게 되는데, 개념 이해가 100% 되었을 때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제대로 된 개념정리란
“개념을 외워서 정리는 잘하는데 계산(문제풀이)은 못하는 아이가 있다. 기초가 아예 없는 아이들은 개념을 외워서 쓰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해 어떤 학원에서는 실제로 그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개념을 외우고 정리를 하는 것은 제대로 개념정리가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완벽히 개념정리를 했다면 예제문제(풀이과정이 있는 문제)와 유제문제(확인문제, 풀이과정이 없는 문제), 연습문제 중 테크닉이 없는 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한다. 개념정리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시험에서 80점 정도는 받을 수 있다.”
수학, 선행인가 심화인가
“선행을 할 것인가 심화를 할 것인가 하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일단 자기 학년에 충실히 하고 아이와 함께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선행이 먼저다 심화가 먼저다 할 수 있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은 효율적인 공부법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오답노트 활용
“아이에 따라 활용가치가 제각각이다. 오답노트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시간 낭비가 되기도 한다. 일부 학원에서 오답노트를 강조하기도 하는데 솔직히 학부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략인 경우도 적지 않다. 오답노트 자체가 주가 되면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자신이 틀린 문제, 아리송한 문제, 불안한 문제를 바로 확인해서 볼 ? 있어야 한다. 마치 필요한 것을 검색하면 바로 볼 수 있는 구글처럼.”
수능생을 위한 알짜 팁
“수능에서 수리영역은 30문항이 출제되는데 그 가운데 난해한 문제가 한두 개 정도 출제된다. 대개 10번이나 11번과 같이 중간쯤에 출제되기도 하는데 모르는 문제에 부딪히면 당황하지 말고 일단 아는 것부터 차근차근 풀고 답안지에 마킹까지 끝내고 그다음에 풀도록 한다. 막상 실제로 닥치면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주의해야할 점이다.
검산을 염두에 두지 마라. 수능시험은 긴장때문에도 검산할 시간이 없다. 평소 잘 풀던 문제도 수능시험에서는 주눅이 들어 잘 못 풀기도 한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풀 수 있는 것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점수를 얻는 비결이다.
너무 꼼꼼해서 시간 안배를 못 하는 경우라면 테크닉이 부족한 경우이다. 이때는 실제 시험을 치듯 90분 시간을 재면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마킹하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타이트하게 시간을 정해서 문제를 풀어본다.
또 수능문제(모의고사)에는 심심찮게 중학교 문제도 나오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개념원리를 풀어보거나 중학교 문제집을 따로 사서 풀어보는 것이 좋다. 또 모의고사에서 시험을 망쳤다면 바로 다음날 복습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
끝으로 재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다. 실제로 주위에 재수해서 대박(?)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한마디로 재수는 독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하겠다. 재수를 하려면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 낭비 돈 낭비에 불효까지 하게 되니 말이다.”
꿈만 같던 16강 원정 진출을 이루어낸 태극전사들이 아쉽게도 8강의 벽을 넘지 못한 이후 월드컵의 뜨거웠던 열기는 어느새 일상 속에 묻혀버린 듯한 요즘이다. 아마도 이날 강의에 앞서 올해 수능을 앞둔 학생들과 부모들의 입장에서라면 우리나라가 16강도 넘지 않아야 할텐데…… 라던 강사로서의 당연한 저자의 바람이 정말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일까?
세계인의 이목이 하나로 집중되는 월드컵 경기를 위해 4년 동안 땀 흘리는 축구선수들 못지않게 정말 오랜 시간 (초등학교 입학부터 치자면 무려 12년이 아닌가??) 수능을 준비해온 고3 학생들의 마지막 열정을 위해 함께 파이팅을 외쳐본다.
비록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해에는 수능고사 점수가 다른 해보다 낮게 나온다는 뉴스도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