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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연회]어떻게 바뀌면 좋은 사회가 될까? 거인의 상상력을 빌리자! -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 김수행

“보이지 않는 손이 뭐 같나? 안 보이니까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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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김수행 교수님이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이의 목소리였다. “세계 경제 불황, 자본주의 맥 짚기 & 대안 찾기”라는 주제로, 『자본론』 『국부론』을 약 90분 동안 강의하는 자리였다. 아니, 그게 과연 가능할까?

다시 『자본론』 『국부론』을 읽어야 하는 까닭

“생각을 자꾸 해보라고. 그래야 길이 나는 거야.”

백발의 김수행 교수님이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이의 목소리였다. “세계 경제 불황, 자본주의 맥 짚기 & 대안 찾기”라는 주제로, 『자본론』 『국부론』을 약 90분 동안 강의하는 자리였다. 아니, 그게 과연 가능할까? 『자본론』의 일인자 김수행 교수님은 가능했다. 주구장창 설명하지 않았다. 『자본론』『국부론』을 비교하며 설명한 뒤, 청소년을 위한 고전 시리즈를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귀에 쏙 들어왔다. 눈이 번쩍 뜨였다. 허허, 고작 90분 가지고 과장이라고? 문장이란 해석되는 것이라서, 하나의 개념만 바로잡아도, 익숙한 책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적어도 교수님 덕분에 이제, 저 책들은 내게 이전과는 다른 책이 되었다.

김수행 교수님이 누구신가? 1989년 국내 최초로 『자본론』을 완역했던, 국내 마르크스 경제학의 권위자다. 2008년 서울대에서 정년퇴임 후 성공회대에서 자본론 강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 겪었던 가난이 그에게 커다란 질문을 던져주었다. 왜 우리는 가난한가? 왜 사회는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가? 그 질문은 경제학 공부로 이어졌고, 당연한 수순으로 마르크스를 만나게 된다. 김수행 교수님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사회과학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연 1850년대의 영국 경제를 분석하며 쓴 글이 2010년 대한민국에도 유효할까? 교수님의 대답은, 물론 “YES”다.

“2008년 경제 위기는 주류 경제학이 주장하는 자본주의의 실패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현 자본주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황을 잘 설명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자본론』은 제대로 읽기도 어렵지만, 그보다 제대로 번역하기도 쉽지 않다. 번역이란 그 책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앞뒤를 꿰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연구 없이 단지 문자만 번역해놓은 책은, 마르크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글은 기존의 생각을 그저 강화해주고 말 뿐이다. 그래서 제대로 연구하고 『자본론』을 번역했고, 이를 어려워하는 청소년과 일반인 대상으로 청소년 고전 시리즈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이 새로운 자극을 주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길러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강의 시작 전,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독자들은 사인을 받기 위해 교수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니까, 이 줄이 좀체 줄지를 않았다. 무슨 일일까? 봤더니, 교수님, 한 사람 한 사람 근황을 묻고 그에 걸맞은 사인 문구를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적어주고 계셨다. 사회 선생님에게는, 이 책으로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워주시라고, 학생들에게는 근면하게 공부하라고, 나에게는? 기자님, 열심히 읽고 익히고 정진하시라고.

스미스에 대한 오해 1. 있는 사람만 잘 살게 하는 자유방임?


『국부론』은 1776년에 쓰였고, 『자본론』은 백 년쯤 후인 1867년에 쓰였다. 우리는 『국부론』이라고 하면, 그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떠올린다. “모든 사람에게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게 하라. 그리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사회의 이익이 증진될 것이다.” 정규교육 사회 교과서에는 이 문장만으로 『국부론』을 설명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이 말을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역할을 최대화한다는 뜻으로 주류 경제학자들이 받들기 시작했다, 때문에 마르크스와 대척점에 있는 경제학자처럼 설명되곤 하는데 애덤 스미스가 이를 알면 어이할꼬? 이러한 해석은 그를 너무나 오해한 것이다.

“국부론은 시장만능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애덤 스미스는 특권층에게 돌아간 혜택을 없애고자 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때는 절대왕정 시절, 왕이 제 입으로 “나의 권력은 신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안으로는 ‘왕 멋대로 통치’를, 바깥으로는 식민지 약탈을 자행하던 때였다. 국가는 수출 장려정책으로 금과 은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관세를 높여 수입 억제 정책을 가동했다. 애덤 스미스가 보기에 이러한 정부의 모습은,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는 데 결코 일조하지 않았다. 식민지 건설 역시 영국에게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하여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증명해내려고 한 것.

“중상주의 정책의 실체는 결국 일부의 제조업자, 무역업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었다. 자유를 억제하고 일부만 잘살게 하는 중상주의 비판이 이 책의 3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이 책의 핵심이 된다. 그러므로 여기서 자유방임이란, 억압받고 못살던 사람들을 잘살게 하라는 의미에서의 자유방임인데, 스미스를 계승했다는 주류 경제학자들은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들이 외치는 자유방임은 있는 사람만 잘살게 하는 자유방임이다. 이 얼마나 왜곡된 것인가?”

스미스에 대한 오해 2. 보이지 않는 손이 뭐 같아? 안 보이니까 모르지


“자꾸 보이지 않는 손을 이야기하는데, 『국부론』에서 이 표현은 딱 한 번밖에 하지 않는다. 내가 번역한 책 552페이지에 있다.(웃음) 딱 한 군데 나오는 얘기이기 때문에, 말실수일 가능성도 많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개념이었다면 여러 번 언급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뭐 같나? 안 보이니까 모르지.(웃음)”

‘보이지 않는 손’은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 이전에 쓴 저서 『천문학의 역사』에도 등장한다. “우리는 주피터 신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런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까지 깨닫지 못했다.” “주피터 신이 우주의 각종 운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하면서, 주피터 신의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스미스는 우주의 운동을 법칙적으로 해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자연적인 질서나 신의 섭리가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보이지 않는 손’을 끌어들인 것처럼 보입니다.(p.217)”

스미스가 강의한 도덕철학이라는 학문은, 신학, 윤리학(도덕학), 법학(정의학), 경제학을 총괄하고 있는, 사회철학이라고 말해도 손색없는 과목이다. 여기서 스미스는 자연신학을 설명하면서, 이 세계를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은 인정하지만, 자연적 질서는 뉴턴의 만류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를 사회문제에 접목해보면 어떨까? 이성을 갖고도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는 과연 어떠한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거다.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겐 모르겠지만, 일단 ‘보이지 않는 손’으로 해두자는 거다.

핵심은 이렇다.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은, 가진 자를 위한 경제학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잘살게 하는 경제학이다. “‘당시 대무역상과 제조업자가 무역을 독점하는 중상주의 정책을 비판했다, 국민 전체의 부를 국부로 보고, 노동자 수를 높이고 노동 생산성을 높이자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일단 선동해야 할 것 아닌가. 절대왕정에 도전하고, 이를 무너뜨리려는 시대 상황을 두고 해석해보자면, ‘보이지 않는 손’은 혁명 구호다. 혁명 구호는 진리일 필요가 없다. 이기면 되는 거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돈이 돈을 굴린다. 지금의 자본주의, 천민자본주의라는 비판에도 찍소리 못 할 정도로, 병색이 완연하다. 마르크스가 쯧쯧 혀를 찰 일이다. 어떻게 하면 임금을 보다 적게 주면서 많은 노동을 시킬까 골몰하는 자본가들의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단 말씀.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긴다. 이는 다시 사회주의로 돌아가자는 얘기냐, 사회주의는 이미 끝을 보여주지 않았느냐. 자자, 김수행 교수님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책 이름이 『자본론』이니까, ‘자본’에 관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흔히들 국정원, 검찰, 경찰이 이야기하듯이 “『자본론』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관한 책이다.”라는 판단은 전혀 옳지가 않습니다. (…) 결국 『자본론』에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유지되고 발전되는가?’에 관한 연구가 전체의 99.5퍼센트를 차지하는 데 반해, ‘자본주의가 무슨 이유로 새로운 사회로 넘어가는가?’에 대한 언급은 0.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자본주의 체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말해야 옳을 것입니다.(P.11)

사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잘 듣고 있으면 멍해진다. 이를 테면 이런 얘기다. “공장제 수공업만 해도, 숙련 노동자가 대우 받을 수 있었는데, 기계제 대공업이 나타나면서 자본주의는 제 발로 섰다. 이제는 기계가 모든 걸 대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미숙련 노동자가 되고, 자본가가 완전히 노동자를 지배, 억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동자들은 일하고, 주주들은 집에서 배당이나 하고, 돈을 불리고 있다. 사회의 노동자들이 회사 일이고 나라 일이고 다 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자본가가 돈 모을 생각을 하지 않고, 함께 잘살자고 생각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나은 세상이 온다.”

대안이 없으면 대안을 꿈꾸자


그러니까, 재산을 공유하자는 말씀. 마르크스의 말씀. 공유라는 말만 나오면 부정적인 상상력만 가동하시는 분들, 빨간색 떠올리는 분들, 다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는 말씀이다. 재산을 공유하면 정말 사회가 무너질까? 속된 표현으로, 정말 망할까? “한번쯤 상상해봐야 할 일이다. 사회가 무너지거나 비효율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노동자를 자본가의 착취와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그러면 자본가가 있을 수 있다. 노동자가 해방되면? 자본가가 해방된다. 아마 자기도 죽을 지경일 거라고!” 이런 의미에서 김수행 교수님은 여전히 사회운동 중에서 노동운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서부터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소련이 망했으니까, 자본주의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도 옳지 않습니다.(…) 사회가 부자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기의 의견을 발표하는 가운데 모든 주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도 잘 알았습니다. 우리가 이런 경험에서 얻은 슬기를 모아 더 많이 연구하면서 새로운 사회의 모델을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P.318)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회주의도 아니고, 공산주의도 아니다. 나는 새로운 사회라고 부른다. 『자본론』에서 말하는 새로운 사회는 이 사회에서 착취와 억압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절대주의보다 자본주의가 낫다고 말했다. 이때의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잘 사는 사회의 의미로서의 자본주의다. 민주적인 사회를 꿈꾼 것이다.”

‘새로운 사회, 착취와 억압이 없는 사회를 꿈꾸자’라고 제목을 뽑아놓고 보니, 무슨 선동문구 같다. 하지만 결국 이런 얘기다. 도심 광장도 맘대로 못쓰는 사회, 월드컵도 전 국민이 못 보는 사회(SBS 안 나오는 지방은 어떻게 하라고?!),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운 떼면 영장 나오는 사회(허위사실유포죄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속에서 우리 이미 충분히, 다른 사회를 꿈꿀 준비가 되지 않았나? ‘정치가 개판이다’ ‘경제가 죽을 쑨다’는 푸념 대신 변화를 상상해보는 게 훨씬 내 건강에도 나라 건강에도 이롭다.

대안이 없으면 상상해야 한다. 그런 상상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멋진 상상을 그려 놓은 저자들의 책을 통해, 그들의 상상력을 좀 빌려야 된다. 가만 보니까, 한국에서 화내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없겠더라. 이 사람 아니다 싶어 저 사람 믿어보고 싶지만, ‘저 사람’이 되어줄 사람 참 마땅찮다. 대안이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옳다 싶은 곳에 적극 마음 바쳐 지지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 한 명 두 명 모이면 스스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6.2 지방선거 후 진중권 선생님의 개탄. “두고 보니 민주당이 아니다 싶어, 한나라당을 뽑았다. 이건 더 아니다 싶으면, 그걸 깨달았으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지 어째서 다시 민주당이냐.” 그저 진보신당이다, 국민참여당이다, 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에잇, 썩 맘에는 안 들지만, 그나마 이게 낫잖아. 요런 마인드 말고, 이제 진짜 원하는 것, 살고 싶은 사회를 상상하고 노력해보자는 것. 『자본론』 『국부론』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는 걸, 교수님 덕분에 알았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청소년들이 너무 일방적으로 대규모 신문과 방송이 매일 앵무새처럼 되뇌는 정부의 선전과 같은 주류 경제학의 이데올로기에 현혹되지 말고, 진실 찾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 뒤에는 현상을 지배하는 ‘본질’이 있다는 생각을 하길 바라며, ‘본질이 현상과 꼭 같다면 경제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라는 것을 인식하기를 바랍니다.(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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