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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속물 아닌 자 돌을 던지라면, 누가 돌 던질 수 있을까 - 『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건, 순진하게 살다가 뒤통수 맞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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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였을까. 나와 다를 바 없는 그 속물들의 속살을 듣고 싶었어. 이름마저 거룩하여라. 『거룩한 속물들』. 꺄오~ 이런 똑 부러진 진리를 설파하는 소설이라니.

속물 같은 놈. 마음속에서 가끔 쿡쿡 찔러. 사실 ‘같은’이라고 붙일 것도 없지. 속물. 그 말 하나면 충분해. 내가 본 최고의 속물? 딴 연놈 볼 것 있나. me! 그렇다고 그런 나를 부정하진 않아. 내 속엔 내가 많고, 속물은 그중의 하나이니까. 사실, 누구나 타는 외줄 아냐? 속물인가, 아닌가. 기고 아니고의 문제라기보다 그 빈도가 문제겠지.

그래. 난 어쩔 수 없이, 속물이야. 인정, 인정. 속 빈 속물이 되기 싫어서, 커피를 만들고 글을 쓰는 사람을 택했지만, 늘 한결같은 마음이진 않아. 그런 것 있잖아. 악마적 퇴폐와 고질적 순수. 후후, 멀 것 같지만 아주 가까워. 속물과 비루함 사이, 역시 아주 가깝지. 죽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그야말로 잘하고 있다고 토닥거리곤 하지.

그런 반면, 간혹 예기치 않게 닥치는 불편함 때문에 흔들릴 때도 있지. “나 더럽고 나쁜 놈이라도 좋으니까, 돈 많은 속물 할래”라며 다 떨쳐 버리고 싶은 순간이라고 왜 없겠어. 까짓 눈 딱 감고 유혹에 넘어가 버리고도 싶은…… 뭐,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 사람이잖아. 아침의 주림을 저녁의 다담상으로 잊는 게 사람. 아무리 굳게 지어 먹은 마음이라도,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훅~ 어이없이 꺾일지 모르는.

그러다 보니, 속물은 속물을 알아보는 법. 딱 한눈에 알아봤다지. 이 세 속물 덩어리들. 쿠쿠. “과 친구이자 고교 때 옆 반 학생이기도 했던 명이 너무 돈이 많아 고상한 속물이라면, 나는…… 너무 돈이 없어서 비루한 속물이고, 지은은 그냥 원래 속물이다.”(p.9) 사회복지학을 전공한다지만, 그건 그저 속물적 본성을 희석하기 위한 치장일 뿐. 사명감, 봉사 정신, 이런 것도 애당초 없어. “경영학과, 회계학과, 의예과 등등에만 이재에 밝은 속물들이 진을 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면 당신은 단수가 낮다. 의외로, 돈과 아주 무관해 보이는 전공일수록 하얗고 고상한 얼굴의 속물들이 지뢰처럼 포진하고 있는 법이다. 돈과 아주 가깝거나 멀수록 속물이 될 확률은 높아진다.”(p.12)

그래서였을까. 나와 다를 바 없는 그 속물들의 속살을 듣고 싶었어. 이름마저 거룩하여라. 『거룩한 속물들』(오현종 지음 | 뿔 펴냄). 꺄오~ 이런 똑 부러진 진리를 설파하는 소설이라니.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건, 순진하게 살다가 뒤통수 맞는 인생이다!” 그래서 두리번두리번. 레이더에 빠직. 오현종 저자와 함께하는 토크. 아마도 속물 토크? 후후. 지난 4월 4일, 서울 홍대 부근의 카페를 찾아간 이유였지.

속물에게도 봄은 오나니
(※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성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봄이네, 봄봄. 속물에게도 봄은 오는 법. 약간 화사한 기운을 띤 옷을 입은 오현종 작가가 봄 인사를 건넨다네~ “봄나들이 안 가고 문학 이야길 들으러 와 줘서 고마워요. 독자 만남에 대한 이미지는, 하나가 있어요. 영화 <비포 선셋>을 보면, 제시(에단 호크)가 작은 동네 서점에서 독자들과 문학에 대한 이야길 편하게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하잖아요. 그 이미지가 항상 있었고,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직접 독자들을 뵐 수 있으리라 미처 생각 못했는데,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아, 기억나지, 기억나. 내 인생의 영화 중 한 편인, <비포 선셋>. 9년 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원 나잇 스탠드를 보낸, 제시와 셀린느가 재회한 파리의 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서점을 어찌 잊으리오. 뒷골목 서점이지만, 파리의 문화유산이자 관광 명소가 된 이곳. 서점 하나가 어떻게 한 시대와 공간의 정신적 발원지가 됐는지를 보여줬던 이곳. 아, 속물일수록 이렇게 문화적 유산에 대해 집착하는 척한다니까.^^;

사실 이 책, ‘속물들’이라는 제목 덕분에 반응이 좋았다지. 공감도 많이 받았고. 작가 역시, ‘속물들’이라는 단어를 먼저 생각했대. 인터넷 연재를 시작하기 전, 제목과 내용도 결정되기 전, 조조 영화를 보러 가 영화가 시작되기 전의 광고를 보다가 무심코 떠오른 단어가, 속물들. 자신도 어떻게 그 단어가 연상됐는지 모르겠지만, 속물 이야기를 쓰면 재미있겠다 싶었대.

다만, 속물들 그것만으론 맨송맨송하던 차, 김수영 선생님의 산문 「이 거룩한 속물들」에서 빙고~ ‘거룩한 속물들’로 쓰자! 이리된 거지. 물론 ‘거룩한’을 수식어로 쓴 의도 역시 있었다지. 『거룩한 속물들』이라는 제목을 역설적으로 받아들여도 무리는 없겠지만, ‘거룩한’이라는 의미 자체로도 연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종교적 의미로 ‘거룩한’을 많이 사용하잖아요. 종교적인 순교를 할 때, 거룩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 속물성에서 거룩하다는 건 물질 만능주의에 따라가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를 잃고 타인의 시선을 따라 사는 것일 수도 있고. 쉽게 말해, 속물성이라는 것에 자진해서 몸을 바치는 것일 수도 있겠죠.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것처럼, 우리 대부분은 자신을 속물성에 바치고 있지 않나요. 속물성 입장에선 이걸 거룩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어요.”

행여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주인공 기린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속물적 세계에서 빠져나갔단 생각은 말았으면 좋겠어. 속물이 표백제를 덮어쓴다고 말끔한 백조가 되는 건 아니거든. 오 작가도 그런 말을 했어. “기린이가 자기를 좀 더 찾아 속물성에서 약간 벗어난 것도 있지만, 작가가 되려고 하는 것, 예술가가 된다는 것이 속물적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속물적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고, 속물적이지 못해서 세상에서 뒤처지는 것 같다는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어요. 고백하자면, 내게도 기린처럼 속물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시기도 있었고. 누구나 갖는 고민인 것 같아요.”

작가는 어떤 속물을 최강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속물들을 생생히 그렸으니, 속물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속물 관점이 있지 않을까. “자기가 속물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를 갖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속물이 아닐까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속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누구나 할 거 같아요. 김수영 선생님 산문은 거룩한 속물을 고급 속물로 얘기하고, 고급 속물은 철저한 속물인데, 그렇게 되기 쉽지 않아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 아니죠.(웃음) 그러니 외로울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고독감을 얘기하셨는데, 공감을 많이 했어요.”

살다 보면, 속물한테 뒤통수 맞을 수 있잖아. 제아무리 속물이라도 순진하게 생각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좀 더 고급 속물에게 당하는 경우지. 오 작가라고 그런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래. 나만 상처 입고 당한 것 같은 생각,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기 마련이지. 살면서 누구나 가질 법한 일들인데, 작가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런 상처를 받은 사람만이 성장할 수 있고, 상처를 준 사람은 성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어떤 인간관계든 주는 사람도 있고 받는 사람도 있잖아요.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고. 그럴 땐 편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고통을 받은 사람이 성장을 한다고 스스로 위안을 느끼고, 그렇게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아무것도 얻어 내는 게 없다 생각하면 서글프잖아요.”

타인 때문에 나를 잃지 않기


속물. 어느 정도 감이 잡히지? 속물은 결국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는 존재야. 남들 보기에, 남들이 생각하기에.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더 중요한. 웃기는 거지.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비친 나로서 살아간다는 거잖아. 작가도 그 말을 건네고 싶었나 봐. 기린이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세상에서 벗어난 건 아니지만, “아아, 무섭다. 나는 보다 철저한 속물이 되어야겠다”(p.20)며 극점까지 간 뒤, 자신을 찾으려고 나서잖아. “타인의 시선에 의해 속물이 돼요. 끊임없이 의식하고. 누구든 속물성에서 벗어날 순 없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속물성 때문에 자신을 잃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속물성, 굳이 피할 순 없어. 사람 관계가 이뤄지는 곳에선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정말 싫다면 산골에 들어가 은둔하는 수밖에 없겠지. 한편으로 속물성이 과도하면 스스로 잠식당할 수밖에 없어.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욕망하는지, 아는 것. 정말 내가 원하는 간절한 것을 속물적인 세상이나 타인 때문에 잃어버리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작가의 바람도 그래.

책은 속물을 찬양하지도, 마냥 비난하지도 않아. 작가의 말, 한번 들어 볼까. “속물 권하는 사회에서 속물이 되지 않으려고, 혹은 속물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사는 데 대한 고독감을 얘기한 거예요. 앞서 쓴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이 외고에 대한 변명이라면, 이 소설은 된장녀를 위한 변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비싼 커피 마신다고 쉽게 된장녀라고 단정 짓는 사람이 싫고, 타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로 상처 주는 걸 싫어해요. 그런 게 나한테는 속물스럽게 느껴져요. 속물이 아닌 사람은 돌을 던지라고 한다면,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작가라고 물론 외줄을 타지 않는 건 아냐. 돈 많은 속물과 빈곤하지만 자기 뜻을 갖고 사는 사람, 두 유형 중에 한 가지를 고르라는 짓궂은 질문. “작가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긴 부족한 직업인 것 같아요. 이십 대에 여러 방황을 많이 했고,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곤 속물적인 것과 멀게 살아야지 다짐도 했지만, 물질적인 욕망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거든요. 때때로 돈도 많으면 좋을 것 같다는 욕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어요. 나 역시 주인공들처럼 고민을 거쳐 왔고 아직도 그 고민이 완료가 안 돼서 이 소설을 썼어요.”

소설을 쓴다는 것

속물 얘기 참 많이 했네. ‘속’에서 ‘물’이 나올 지경이야.^^; 이 속물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까. 이 속물들이 활개를 친 곳은, 애초 인터넷이었어. 매회 11~13매를 인터넷에 꾸준히 올리면서 풀어 나간 이야기였지. 익숙하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서 시작한 인터넷 연재를 하면서 매체에 대한 고민도, 부담도 많았대. “독자들이 찾아서 읽는데, 아깝지 않게 해야겠다는 부담도 있었고, 연재하는 공간을 작가로서 책임지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 됐어요. 사실 예전보다 문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가독성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제대로 읽히지 않으면 인터넷 연재의 의미가 없어서요. 책도 중요하지만 인터넷 연재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한 가지. 새로운 매체에 대한 적응과 함께, 글 쓰는 태도의 변화. “예전에는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것보다 스스로의 만족이랄까,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자기 보완의 의미로 썼어요. 근데 이번 작품은 다른 느낌이 있었어요. 쓰면서 타인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독자들이 읽을까. 독자들이 어떤 감정적인 균열을 받을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고요. 이전 작업이 작가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독자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그녀는 재능에 대한 회의를 많이 하는 편이래. 작가로서 재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지만, 그만큼 조금 더 열망을 갖고 노력을 많이 하고. TV 드라마도 가끔은 보고 싶고(TV가 없단다),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도 있지만,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해. 대신 영화나 책은 많이 챙겨 보면서. 소설에는 그녀의 일부분이 조금씩 들어가 있다고 믿으며, 그녀 소설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의 미미 양. 가장 닮은 캐릭터는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의 은효.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담고 있는 건 사실이란다. 그렇다면 이번 『거룩한 속물들』은? “여러 인물에 투영이 돼 있어요. 주인공 3인방뿐 아니라, 동기인 최도 닮은 면이 있고, 부모도 닮은 면이 있고. 소설은 액션의 차원에서는 닮진 않아도,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내가 느낀 부분이 많이 투영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번 소설, 쉽지 않은 작업이었대. 예전에는 글이 써지질 않아서 괴로웠던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괴로웠고, 글이 써지질 않아 힘들다고 생각한 적도 처음이었다네. 물론, 이유야 있었지. 이전에는 쓰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을 때만 썼는데, 이번에는 인터넷 연재다 보니 안 쓸 수가 없었던 거지. 웹진 연재는 보름 전에 결정됐는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진행된 측면도 있었던 것 같아. “며칠 동안 구상해서 첫 주에 100매 이상을 써서 넘겼으니까, 쓰는 동안 힘들었어요. 작가가 힘든 게, 팀으로 하는 작업이 아니라 책임이 혼자에게 주어져 있다는 거죠. 쓰는 동안에도 긴장감을 유지하느라 힘들었고, 집중해서 빨리 쓰는 편인데, 안 써지다 보니 책상 앞에 계속 붙어 있기도 했어요. 어떻게든 써야 되니까 마우스를 계속 붙잡고 있었더니, 나중에는 어깨에 경련도 일어났어요.(웃음) 글이 써지지 않아도 결국은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소설의 나쁜 점이고, 나의 불행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리얼리즘에 가까운 소설이야. 원래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작가의 성향과 달리, 우리가 사는 세상, 주변의 사람들 모습을 실험적인 기교 없이 날것 그대로 드러내 보고자 하는 생각으로 썼다고 하네. 그래서 다음 작품은 리얼리즘을 벗어난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어. 구체적으로 구상된 단계는 아니지만 장르 코드를 장착한 소설을 생각하면서 공부 중.

참, 집 나간 기린 아버지. 너무 쉽게 용서한 것 아니냐고? 그러게. 별다른 저항 없이 집에서 다시 받아 주는 것을 보고선, 그게 현실에 더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은 들면서도 싱겁더라고. 오 작가 역시 고민이 있었나 봐. 결말은 어쩌면 독자들과의 소통 결과지. “댓글을 읽으면서 희망이나 구원을 갈구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결말을 따뜻하게 해 달라는 분은 없었지만요. 문학적으로 간다면 따뜻한 결말을 포기했을 수도 있는데, 고민이 됐어요. 문학이 뭘까,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 물론 제게 문학은 대단한 것이고 종교 같은 것이지만, 소설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아요. 이 소설을 쓰기 전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어요. 날짜도 촉박하고 연재에 들어가기 전에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잠자면서도 하루에도 4~5번을 깨고. 그런데 소설을 쓰면서 많이 가라앉았고, 쓰면서 이번에는 문학적인 것을 포기하면서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애증도 한몫하면서 결말도 자연스레 그리 됐나 봐. “가족이 아니면 안 되는 것도 있더라고요. 이성적으론 기린의 아버지를 다시 내쫓아야죠. 진심으로 다 받아들인 것도 아니고, 이해하고 용서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감수하고 집에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족이기 때문에 이성과 다르게 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것이 인정사정없는 세상에서, 가족에게 조금은 기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해서 이런 결말을 맺었어요.”

뿔뿔이 흩어진 속물 3인방이 다시 만났는지 알 수 없지만,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작가의 말)처럼, 우린 만난다면 가벼운 눈인사라도. 우리 속물끼리 통할 수 있잖아, 응? “언젠가 우리가 만날 수 있다면, 한 권의 소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서로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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