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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오제은 교수의 『자기 사랑 노트』

당신 속에 웅크린 상처 입은 내면아이, 춤추고 웃을 때까지 사랑으로 위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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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상담 전문가이다. 7월 7일 저녁 신촌 민들레영토에는 강연을 들으러 온 독자 15명이 모였지만, 그들은 독자인 동시에(혹은 독자라기보다)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 길을 더듬어 찾아온 ‘아픈 영혼들’이기도 했다. 상담사인 저자는 그 점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도 지독한 상처로 죽으려고 결심했던(책에 적힌 그의 자살 시도는 너무 절실해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옛 유행가 가사의 한 대목처럼, 우리 모두는 내면 깊은 곳에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다가 시시때때로 밖으로 튀어나와 더 깊고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상처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덮어 둔다. 치유의 방법을 모르기도 하거니와 더 큰 이유는 상처와 마주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 대부분은 끝없이 깊은 상처에 시달리면서,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저자에 따르면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달래주고 어루만져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사랑 노트』의 저자인 오제은 교수가 들려주는 ‘내면아이의 상처를 반드시 치유하라.’는 메시지와 그 방법.

고통의 속을 들여다보면

저자는 상담 전문가이다. 7월 7일 저녁 신촌 민들레영토에는 강연을 들으러 온 독자 15명이 모였지만, 그들은 독자인 동시에(혹은 독자라기보다)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 길을 더듬어 찾아온 ‘아픈 영혼들’이기도 했다. 상담사인 저자는 그 점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도 지독한 상처로 죽으려고 결심했던(책에 적힌 그의 자살 시도는 너무 절실해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담사는 자신의 경험을 내놓아야 한다. 진심으로 상담을 하러 온 사람과 동화되어 함께 아파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담사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는 있기 마련이므로. 혹시 ‘함께 아파하다’라는 말에 해답이 얹힌 건 아닐까? 누군가 내 아픔을 똑같이 느껴서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 준다면? 하지만 누가?

“고통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치유의 길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저자는 말문을 열었다. 오래 고통 받아 온 사람에게는 반드시 치유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 말처럼 헛되이 느껴지는 말도 없다. 그도 온갖 노력을 해 왔을 것이고 늘 실패해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들의 그런 미묘한 마음까지 다 안다는 표정이었다.

저자는 “고통이 왜 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참석자 한 명 한 명에게 물었다. 어떤 이는 “욕심 때문”에 고통이 생긴다고 답했고, 어떤 이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했으며 또 어떤 이는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힘에 부쳐서”, “충돌, 갈등, 부딪힘 때문에” 등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찬찬히 모든 이야기를 들은 저자는 그 모두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한마디를 제시했다. 그건 “내가 누구이든, 내가 나임을 깨닫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법은 “나는 나다!”라는 선언이다. “내가 나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라고 되묻고 싶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자신이 ‘무엇이어야 한다.’고 강제한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에게 온갖 역할을 지워 주고 부여된 역할로만 살기를 강요한다. 누구의 딸(아들), 누구의 아내(남편), 누구의 며느리(사위), 충성스러운 회사원, 능력 있는 사업가, 부모, 친구, 형(누나, 언니), 동생, 집안의 희망, 소년 소녀 가장, 착실한 학생 등등. 그 모든 걸 걷어내 버리고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것, 내가 누구든 무조건 사랑하고 아껴 주는 것, 그것이 유일한 해법이란다.

저자가 시키는 대로 참석자들은 일제히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소리 내어 말했다. “나는 나다. 내가 누구이든 나는 나를 그냥, 무조건 사랑한다.” 그러자 희한하게도, 자신이 조금은 더 사랑스러워졌다.

누가 고통을 덜어줄까?


누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명백하다. 바로 ‘나 자신’이다. 알다시피 상처 입은 내면아이는 또 다른 자신이며 무의식이다. 내면아이의 상처는 오로지 사랑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 어린 시절 어느 순간에 학대받고, 소외되고, 내팽개쳐져 혼자서 울던 나를 누가 사랑해 줄 것인가? 그건 그 누구도 아닌 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므로 저자는 고통이 큰 사람은 상담사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칼 융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와 상담했을 때의 이야기예요. 매일 밤 꿈에 칼을 든 정체 모를 사람에게 아슬아슬하게 쫓겨 잠을 잘 수 없다는 이에게 융은 자신이 도와줄 테니 믿고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라고 설득했어요. 설득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그건 죽음의 공포와 맞서라는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러나 결국 그는 융 앞에서 꿈속으로 빠져들어 갔고, 멈춰 서는 순간 죽을 것 같은 공포를 이겨내고 뒤돌아서서 마주보았습니다. 그가 발견한 괴한, 즉 칼을 겨눈 건 자기 자신이었어요.”

당연한 결론인 것 같기도 하고, 아는 내용인 것 같기도 하지만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를 괴롭히는 건 결국 우리 자신’임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주었다. 피하기만 해서는 결코 치유될 수 없음에 대한 강조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평생을 피해 다니면 죽을 때까지 상처와 고통에 끌려 다녀야 한다고 했다. 힘들더라도 고통을 직시하는 것, 상처 입은 내면아이와 마주보는 것,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한없이 위무해 주는 것, 그 아이가 춤을 추며 기뻐할 때까지 사랑해 주는 것, 그것만이 치유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저자 역시 자신의 내면아이를 알지 못했다. 자신의 고통이 어디서 유래하는지 몰라서 숱한 방황의 세월을 거쳤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목회자가 될 것을 강요하며 교회에 낼 헌금으로 딴 짓을 한 자신에게 심한 매질을 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한 내면아이와 만났다. 하느님께 바칠 재목이 못되는 아이로 아버지께 낙인 찍혀 집을 떠난 소아마비 작은형에게 덩달아 심하게 군 내면아이와도 만났다. 그 형의 죽음이 얼마나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는지를 그는 나이 들어서까지도 알지 못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내면아이를 마주볼 용기가 없어서였을 것이다.

“무의식은 마주하기가 두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치심, 공포, 내가 살기 위해 등한시하고 억눌러 놓았던 모든 것,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등. 무의식과 만나는 순간은 일시적인 죽음과도 같아서 감히 시도할 엄두가 잘 나지 않지만, 무의식은 끊임없이 나의 의식에 말을 걸어오고 있는 겁니다. 일종의 경고지요. 빨리 마주보고 해소하라고 하는 거죠. 거기에 대답해 주고, 대화하고, 상처를 잘 대접해 주어야 더 이상 쫓아다니며 고통이라는 알람을 울리지 않습니다. 고통스럽다는 건 신호예요. 신호를 알아차려야 하는 겁니다.”

저자는 마틴 부머의 “나는 너를 만나는 것이 아니고 너를 통해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자기 사랑 노트』의 제목을 원래는 『나는 내가 그냥 좋다』로 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고통을 해소하는 방법의 시작이자 끝이 바로 이 말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의 내면아이와 만나는 것, 그 아이가 아파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위로해 주는 것, 무조건 사랑해 주는 것. ‘네가 아닌 나를!’ 사실이 그렇다. 사랑이란 ‘무엇이 되어라.’ 하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타인에게는 오죽할까?

드러내고 대화하고 만나기


‘고통스럽다고 하여 외면하는 것이 고통을 영원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 ‘무의식은 결국 고통의 해소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알람’이라는 말은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무섭기도 하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내면아이를 간직한 사람은 다 못한 숙제를 자식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안의 누군가에게 상담이 필요하다면 그건 가족 모두에게 상담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요즘 부쩍 반항이 늘고 있는 중학생 딸아이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사춘기려니 하고 지나쳐 버리는 게 혹시 아이에게 숙제를 유산으로 물려줘 놓고서도 여전히 나 자신의 내면아이를 마주하고 싶지 않는 내 욕심,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누구나 예외는 아니어서 독자들의 표정은 저마다의 고통 때문에 상기되었다. 말할 수 없고, 말하고 싶지 않은 수많은 고통들. 그러나 드러내야 할 고통들.

“내면아이와 만나는 일의 시작은 ‘말’을 하는 겁니다. 고통이 있다는 건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상담사가 된 것도 내 얘기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입니다. 말은 치유입니다. ‘거기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것’은 ‘거기로부터 벗어남’을 의미하며 들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상담사이거나 친구이거나,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 주는 사람과 만나 말을 하기 시작하면 내면아이와 만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금기할 것은 자신을 탓하는 일이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믿어 버리는 것이 가장 나쁘다고 저자는 말했다. 무조건 사랑해 주어야지, 자신에게 역할을 강요하거나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고 했다. 역할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지만 역할이 나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이 말했듯이 “더 이상 갈 필요가 없고, 지금 나는 여기 도착했고, 여기가 거기다.”라는 것. 마찬가지로 “내 내면아이가 어른이 될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잘라 말한다. 그저 아이의 상처에 대해 애도해 주어야지, 자꾸 무엇이 되라고 하지 말란다. 매우 단순해 보이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하는 말이다.

내면아이에 대한 다양한 설명 끝에 “내가 나를 대접하는 만큼 우주가 나를 대접해 준다.”는 ‘연금술의 핵심’을 짚어 주는 것으로 강연은 마무리되었다. 의외로 강연은 즐거웠다. 고통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시종일관 저자는 유머러스하고 화통한 대화법으로 웃음을 이끌어 냈다. 편히 자기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분위기여서 오래 친하게 지낸 사람에게나 털어놓을 법한 사연들이 나오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타인의 고통이 담긴 사연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고통이라는 부분에서는 우리 모두가 동지이기 때문이다.


강연회 참석 전에는 낯선 이들과의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드러날 수치심이나 억눌린 내면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오히려 가벼운 마음이 된 표정으로 강연장을 나섰다. 웃음이 함께 한 진솔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각 장마다 스스로 내면아이를 만나 치유할 수 있게 이끄는 활동지가 안배되어 있었던 것에 생각이 미쳤다. 자꾸 고통스러운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하는 것 같아 그냥 넘겼는데, 거기서 이끄는 대로 조목조목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가 여는 3박4일 상담 프로그램에 선뜻 가기가 부담스럽다면, 그 방법을 온전히 담아 놓았다는 이 책으로 스스로 내면아이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나니 그제야 책 앞에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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