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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人터뷰]‘구라쟁이’가 비틀어 해석한 『구라 삼국지』, 개그맨 전유성과 독자의 만남

개그맨 전유성과 독자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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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 가장 많이 발행된 책은 ‘성경’이라고 하지만, 유료로 팔린 책을 기준으로 한다면 ‘운전면허시험문제집’ ‘수학의 정석’과 더불어 ‘삼국지’를 꼽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 가장 많이 발행된 책은 ‘성경’이라고 하지만, 유료로 팔린 책을 기준으로 한다면 ‘운전면허시험문제집’ ‘수학의 정석’과 더불어 ‘삼국지’를 꼽는다고 한다.

삼국지는 ‘동아시아 천 년의 베스트셀러’로 일컬어지고,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가 80년대 중반 출간돼 지금까지 1,700만 부나 팔렸다고 한다.

여러 판본은 대충 열거해 보아도 박태원, 박종화, 정비석 등 쟁쟁한 작가들의 판본은 물론 최근엔 황석영(창비), 장정일(김영사)이 가세했고, 고우영본(애니북스)의 만화, 한학자 김구용(솔)의 정통 번역본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최근 개그맨 전유성 씨가 『구라 삼국지』란 이름으로 또 새로운 판을 추가했다. 이름만 들어도 벌써 입가에 웃음을 띠게 하는 저자가 푸는 구라 삼국지는 또 어떤 맛일까? 지난달 27일(금) 저녁 그 현장에 다녀왔다.

최근 『구라 삼국지』를 펴낸 개그맨 전유성이 독자와 만났다.

급성 대장염에다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통원치료 중인 상태에서도 예정된 강연회에 맞춰 나온 저자는 지팡이를 짚고 나오면서 “전직 대통령 같죠?”라는 말로 청중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다른 삼국지 쓰고 싶었다

“많은 사람이 삼국지를 읽었고, 또 무척 잘 알아서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부담감과 중압감을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800년 전의 이야기, 즉 ‘구라’를 친 얘기를 너무 달달 외우듯이 알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전투에서 만 명이 전투하면, 9천 명 정도는 보급지원병이고, 500명 정도가 싸웠다고 그래요. 적벽대전에서도 100만 명 싸웠다는데 100만 명이 다 설 수 있는 곳도 없다잖아요.”

서두를 이런 말로 꺼내며, 개그맨인 자신이 재미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삼국지를 쓰고 싶었음을 밝혔다. 책의 저자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웃음 속에 현실을 비판하는 풍자의 의연함이 있듯이, 구라 속에서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오늘날의 지혜’를 찾으려 함이었다.

“흔히 ‘삼국지 3번 읽은 사람하고는 송사를 하지 마라’라는 말을 하는데, 송사할 사람한테 그걸 물어본 다음 안 할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웃음) 삼국지를 지혜의 보고(寶庫)로 생각하고, 교훈과 도움이 되면 되는 거지, 읽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신도 삼국지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지만, 읽어야 할 다른 책이 많은데도 우리나라에서 유별난 삼국지 열풍에 대한 지적처럼 들리기도 한다.

급성 대장염에다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통원치료 중인 상태에서도
예정된 강연회에 참석한 저자.

“취재차 간 중국의 청도, 곤명에서 삼국지를 읽었느냐고 물었더니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드라마를 통해 봤다고 합니다. 정작 우리만 삼국지를 많이 읽고, 또 이것을 실용서 개념으로 읽고 있지는 않았나 생각해 볼 일입니다.”

다른 실용서가 많은데도, 왜 1,800년 전 남의 나라 이야기인 삼국지에 열광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나도 그게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책을 읽는 건 독자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는 걸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했다.

“책을 왜 읽는가? 가장 싼 돈으로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남의 경험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인데, 교훈은 발견하는 자의 몫입니다.”

세상의 권위와 진지함에 대한 화끈한 조롱

이 책의 저자 전유성은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구라쟁이’란 일상용어를 ‘개그맨’이란 그럴듯한 직업명으로 창조한 셈인데, 그의 기발함은 90년대 중반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라는, 그 엉뚱함을 무기로 한 책을 펴내 작가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패러디한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썼고,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아이디어로 돈벌 궁리 절대로 하지 마라』등 그의 엉뚱함을 보여주는 책도 썼다.

『구라 삼국지』에 대한 영화감독 이준익의 평처럼 그는 ‘엇박자를 통해서 세상의 모든 권위와 진지함, 딱딱한 편견에 대해서 하나의 조롱’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입담이 웃기는 것은 주위 사람들을 웃기면서도 자신은 웃지 않는,
아주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지도 모른다.
이날도 어찌 보면 약간 화나 보이는 평소의 얼굴 그대로다.

“TV 아침프로를 보면, 초대한 부부에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남편한테는 ‘젊을 때 부인한테 고생 많이 시키셨죠?’라고 꼭 물어봅니다. 그런데, 부인한테 이런 말 하는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의 얘기가 이어진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꼭 마지막에 ‘한날한시에 나지는 못했지만, 저 세상 갈 때는 꼭 한날한시에 같이 갑시다’란 말을 하는데, 이거 안 될 말이에요. 아니, 한날한시에 함께 가는 건 교통사고든지 사고사 아니면 그럴 경우가 없거든요.”

우리 시대의 영웅, 새롭게 정립해야…

그는 삼국지의 주인공들이 현재 우리 시대의 영웅호걸로 그려지는 데 대해서도 뼈 있는 한마디를 아끼지 않았다.

“삼국지의 주인공들 자신만의 야심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민초가 희생을 당했습니까. 과연 이들을 영웅으로 봐야 합니까? 어느 자리에서 요즘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기에, 록펠러라고 했습니다. 그는 사후에도 뉴욕시민에게 물값을 대신 내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프라하가 아름다운 여행지로 알려졌는데, ‘믹 재거’라는 가수가 자기처럼 밤에 와서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을 보지 못하고 가는 사람들을 위해 조명시설 비용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이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할 만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영화와 책의 행복한 만남.
영화관에서 듣는 책 이야기에 매료된 강연회 참석자들.

현재 『구라 삼국지』는 1권과 2권이 나왔는데, 나머지 책은 5월 말쯤 원고를 모두 끝마쳐 장장 4년여에 걸친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번 작업은 자신이 ‘대빵’으로 있는 콘텐츠 창작집단 <구라공방>의 여러 식구가 함께한 작품이다. 르포작가 이남훈, 사진작가 김관형은 물론 김효창 심리학 박사가 본문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영웅호걸들의 행동 이면을 살펴보는 ‘구라 심리학’ 부분을 담당했다.

다음은 독자와의 1문 1답.

Q) 출판사 사장님이 여러 차례 권유하셨다고 하는데, 전유성 씨는 어떤 목적으로 쓰셨습니까?

“다른 삼국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보통 소설가 분들이 쓴 책, 만화가가 낸 책이 나왔는데, 구라쟁이, 개그맨이 낸 책도 하나 있어야 나쁘지 않을 거 같았습니다.”

Q) 중국 취재차 가셨는데, 어디가 인상적이었습니까?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유적지는 한 군데도 안 갔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이 갔는데, 나까지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Q) 자료를 조사하고 책을 쓰시면서 새롭게 평가한 사람이 있는지?

“새롭게 평가할 위치에 있지는 않고, 학구적인 접근은 내 권한 밖인 거 같습니다.”

Q) 애초에 계획한 것에 비교해 집필 결과에 만족하십니까?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해서 많이 고심했습니다. 어떤 선물을 줄까도 고민하고요. 꼭 필요한 생활 중국어를 넣을까도 생각 중입니다. 마지막 문장을 살짝 공개하면, ‘역사의 이름 모를 단역들아! 다시 부활하라, 이제 너희들이 주인공이다’라고 했습니다.”

다음 책은 여행서와 법률상식 시리즈

Q) <구라공방>에서 준비하는 다른 작품에 대해서 소개 좀 해주세요.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책은 『환갑 넘어 떠나는 고급여행』이란 제목입니다. ‘7박8일 6개국 유럽여행’, 뭐 이런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빡빡한 여행스케줄이 나이 든 어르신들에게는 맞지 않아서입니다. 그리고 『법률상식 시리즈』도 준비 중입니다. 제 책이 내용보다는 제목으로 떴잖습니까? ‘여자가 이혼하고 싶을 때 알아야 할 법률상식 50가지’ ‘매 맞았을 때 알아야 할 ~’ ‘보험들 때 알아야 할 ~’ 뭐 이런 식으로 내려고 합니다. 기차여행 할 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들입니다.”

Q) 출판사 사장님이 집필을 강권해서 이 책을 쓰셨다고 하는데요. 혹시 경제적인 필요 때문은 아니었는지요?(일동 웃음)

“제가 빚이 좀 많습니다. (역시 평소의 그답게 자신은 웃음기를 띠지 않는다. 다만, 청중만 웃음바다다.) 개그맨으로 데뷔하고 싶어도 나이 많다는 이유로, 그리고 여러 번 시험에 떨어져서 활동하지 못하는 후배들을 위해 극단을 차려서 운영하다 보니 그런 것입니다. 1기생을 2년 동안 최종적으로 15명을 배출했는데, 예전엔 식사 시키면 500원 더 비싼 음식도 물어보고 시키고 그랬는데, 요즘은 안 그렇더라고요. ‘모이 값’이 좀 많이 들어갔죠. (모두 폭소)

사실 이 극단의 단원을 모집할 때도 좀 독특하게 했습니다. 선착순으로 했습니다. (일동 폭소) 이 후배들은 전부 다 ‘방출’했습니다. 주위에서 많은 사람이 ‘왜 공짜로 키워주고 다 방출하느냐?’라고 했지만, 선배 중에서 그런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 사람도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내가 대선배인데, 말년에 (매니지먼트 한다고) 30%, 40% 떼먹을 순 없잖습니까? (웃음) 극단에서 배출한 개그맨들은 안어벙, 박희순, 신봉선, ‘웃찾사’ 희한하네 팀, 대빡이 김대범 등입니다. 곧 2기 멤버를 모집할 계획입니다.”


이후 예정된 바쁜 일정에도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는 ‘작가’로서의 모습.

Q) 많은 사람이 먹고사는 데 바빠 여행을 다니지 못하는데, 저자님은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밥맛과 여행맛, 어떻게 다릅니까?

“혓바닥이 세계화되거나, 아무 음식이나 잘 먹어야 하니까요, 언어가 세계화되거나 해야 하는데…. 어릴 때 아버지가 동경올림픽 보신다고 가출(?)을 하셨는데, 결국은 일본엔 못 가시고, 부산에서 TV를 보고 오신 적이 있어요. 아마 그런 영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Q) 공격형 인간과 수비형 인간 중에 저자님은 어떤 사람입니까?

“나이 들어감에 따라 수비형으로 돼가는 것 같습니다. 젊은 때는 TV에서 연기 못하는 후배들 2명 정도 있으면, 그중에서 아는 후배한테만 ‘연기를 못하면서 왜 나오느냐?’라고 질책했거든요. 그런데, 모르는 후배한테는 그런 말을 안 하니까 질책받은 후배는 억울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다음부턴 그런 소리 잘 안 하게 됩니다.”

강연회를 마치면서 저자는 고 백남준 작가의 ‘도박에서 100% 이기는 길이 있다. 그 도박의 룰을 당신이 만들어라’라는 말을 인용하며, ‘여러분들도 인생에서 여러분만의 공식을 만드시기 바란다’는 말로 1시간여의 ‘작가와의 만남, 아름다운 人터뷰’를 멋지게 마무리했다. 또 어떤 엉뚱한 상상력으로 우리를 즐겁게 할지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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