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두꺼운 책을 좋아해요. 주로 유럽 소설들은 책이 얇아요. 미국은 땅이 넓어서 그런가 책도 두꺼워요.(웃음) 존 어빙 같은 소설가들 너무 좋죠. 이야기 솜씨와 그런 걸 보면 가슴이 설레요, 지금도. 새 책이 나와서, 이렇게 두꺼운 책을 들고 있으면 벅차요. 이 얘기를 했더니 박민규 씨가 그러길, “형, 그런 책을 보면 이런 생각 들지 않아?” “무슨 생각?” “허, 이 사람 참…….(웃음)” 그래서 한참 웃었던 생각이 나요.
아무래도 제가 젊은 시절에 읽은 책들이 기억에 남아요. 요즘엔 읽긴 읽어도 새삼 감흥이 그때만 못한 것 같아요. 젊을 때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장 에슈노즈 저/용경식 역
재작년에 『고래』가 프랑스에서 출간되었어요. 그때 어느 독자가, 제가 장 에슈노즈랑 비슷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사람은 항상 이렇게 얇게 쓰거든요. 군더더기도 하나도 없고. 고래처럼 구라가 넘치는 소설이 이렇게 간결한 소설과 어떻게 비슷할까 생각했어요. 그 사람 얘기가, ‘이야기하되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거예요. 이야기는 넘치지만, 에슈노즈는 설명하지 않아요.
조이스 캐럴 오츠 저/강수정 역
짧은 단편들인데, 여성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소설은 좀 끔찍한 살인을 다루고 있는데, 내면에 접근하는 방식이 섬세해요.
커트 보네거트 저/김한영 역
십수 년 전부터, 커트 보네거트를 몰래 좋아했어요. 그땐 아무도 몰랐어요. 그런데 요즘은 좋아한다는 사람이 많아서 김이 샜어요.(웃음) 커트 보네거트의 모든 책이 그렇듯이 읽어 보면 누구나 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죠. 지식인으로서의 유머가 넘치지만, 어떤 태도, 통찰 이런 것을 잘 보여 주고,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소설가 천명관의 소설과 영화 김태훈의 편견 ⑩ 소설가 천명관 원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