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창 저
한국 최고의 생존 인문학자라 할 저자의 첫 평론집입니다.. ‘현대문학과 사회에 관한 에세이’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이 책은 그 바탕이 문학비평서지만 문학 바깥 공간에도 뾰족한 시선을 건넵니다. 뒷날 저자의 라벨이 된 ‘심미적 이성’(비록 이 개념의 저작권은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에게 있지만)의 뿌리가 이 책에 박혀 있어요. <궁핍한 시대의 시인>에서는 미학과 논리에 대한 살핌이, 실존과 가치에 대한 성찰이 완미하게 얽히죠. 내용도 형식도 이성과 감성을 아울러 휘젓습니다. 김우창 선생님의 문체는 강철 같은 사유인의 문체이자, 흐르는 물 같은 예술가의 문체라고 할 수 있어요.
칼 포퍼 저/이한구 역
앞 책에 대한 해독제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을 먼저 읽어버리면, <공산당선언>이 재미없어집니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겠다 마음먹었으면 <공산당선언>을 읽은 뒤에 읽는 것이 좋습니다. 포퍼의 날카롭게 벼려진 언어의 칼이 이 책에서 겨누는 것은 플라톤과 헤겔과 마르크스예요. 저자가 보기에 이들은 전체주의의 이념적 두목들입니다. 누군가의 말을 좀 고쳐 훔쳐오기로 하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도 마르크스주의자가 될 수는 없어요!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저/이진우 역
마르크스나 엥겔스의 책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쉽고 가장 선동적인 책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공산당선언>은 한 세기 이상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죠. 이 책의 시작(유령 하나가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과 끝(모든 나라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은 독자들에게 익숙할 겁니다. 그러나 통독을 권합니다. 물론 낡고 일그러진 세계관이에요. 저도 이 책의 세계관에 공명하지 않아요. 그러나 이 책은 고전입니다! 또 이 19세기 책에서, 바로 지금의 자본주의에 대한 몇 줄기 통찰이 읽히기도 합니다.
서정주 저
시중 서점에서 이 얄팍한 시집을 따로 구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서정주 시전집>을 사서 <화사집> 부분만 읽어도 좋을 것 같네요.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말은 이제 글 좀 쓴다는 장삼이사 아무한테나 붙이는 상투어가 돼버렸지만, 이 오마주를 진실무위한 차원에서 독차지할 자격이 있는 한국어 화자가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서정주 선생님이지요. <화사집>은 그이의 첫 시집입니다. <화사집>을 읽는 것은 한국어의 관능 속에 깊이 잠겨 그 속살을 더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시집을 읽으면서도 전율하지 않는다면, 자기 한국어 감각을 의심해 보는 게 좋아요. 열번이고 백번이고 읽으세요. 모국어가 얼마나 아리따운지 알게 될 겁니다. 그렇지만 아주 슬픈 일 하나는 꼭 기억하세요. 이렇게 아름다움 모국어를 쓸 줄 알았던 시인의 삶이 추레하기 짝이 없었다는 거요. 그걸 생각하면 문학이라는 건 참 하찮은 것 같아요.
WORD POWER made easy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
노먼 루이스 저/강주헌 역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책은 곧이곧대로 말하자면 영어 낱말 학습서입니다. 실용성도 그리 크다 할 수 없어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지 않는 ‘낡은 낱말들’도 적잖이 수록돼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어원을 중심으로 영어 낱말들의 세계를 주유하는 이 책은 제게 처음으로 지적 충격을 준 책입니다. 저는 10대 후반에 이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어(를 포함한 현대유럽어)에 ‘그레코로마니즘’이라 부를 만한 문화유전자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깨닫게 되었죠. 좀 구식으로 표현하자면, 이 책은 ‘태서(泰西)문화 입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고종석의 절필은 한국 사회가 야만으로 치닫는 징후 글은 세상을 바꾸는 데 무력한 것 “책은 안철수 같은 사람이나 쓰는 거야!” 고종석의 절필 혹은 비판적 지식인의 퇴출
해피 패밀리: 사실 우리는 얼마나 가족에게 무관심한가!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
고종석 “『해피 패밀리』는 내 막내자식이고, 그래서 특히 정겹다” 고종석이 바라보는 특별한 지점, 고종석이 위치하고 있는 유일한 지점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