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며 독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통해 문학에 눈을 뜬 독자들이라면 이제 다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단편집으로 독서의 세계를 한 뼘 더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
긴 호흡의 장편소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거나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장편소설은 종종 독서의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편집은 이러한 장벽을 낮춰주며, 입문서로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스24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 사이에서 한국소설 중·단편 분야의 판매량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20대의 한국 소설 중·단편 구매 비중은 2018년 대비 약 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문학을 부담 없이 즐기려는 독자들에게 적합한, 짧은 호흡이 매력적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단편집을 소개한다.
첫 번째로 추천할 도서는 한강의 『여수의 사랑』이다. 이 단편집은 한강 작가가 이십 대 초반에 쓴 단편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자 그의 첫 소설집이다. 삶의 본질적인 외로움과 고단함을 섬세하게 살피며 존재의 상실과 방황을 그려냈다. 한강 특유의 서정적 문체로, 짧지만 진한 울림을 남긴다. 한강 작가 노벨 문학상 수상의 여운을 즐기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도리스 레싱은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그의 대표적인 단편집은 『19호실로 가다』다. 현대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19호실로 가다’와 ‘옥상 위의 여자’를 통해 페미니즘 작가로서의 레싱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수록된 여러 작품들 속에서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개인의 일상과 욕망, 그리고 저항을 창의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중년 여성 인물들에 주목하며 그들이 지닌 긍정적인 힘과 연륜을 보여주고, 이들 간의 우정과 연대도 그려 담아냈다.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는 단편집과 인연이 깊다. 노벨문학상 심사 당시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그의 마지막 작품인 『디어 라이프』 역시 단편 소설집이다. 열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이 단편집은 섬세한 통찰력과 빼어난 구성으로 짧은 이야기 속에 복잡하고 미묘한 삶의 한순간을 그려내는 저자의 능력을 여과 없이 만나 볼 수 있다.
2017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은 음악과 사랑을 주제로 한 다섯 편의 소설을 모은 단편집이다. 젊은 시절 한때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었던 이시구로의 정체성이 내밀하게 투영된 이 책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젊은 날의 희망이 차츰 멀어질 때 음악과 인생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이들의 애잔한 삶을 부드럽고 정교하게 그려 낸다.
폴란드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최근 단편집 『기묘한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독창적이고 신비로운 세계를 선사했다. 현실 속에 숨겨진 기묘한 요소들을 환상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며, 철학적 상상력을 즐기고 싶은 독자들에게 색다른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단편집은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각자의 독창적인 시선과 문체로 문학의 다양한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긴 작품이 부담스러운 독자들에게 이들의 단편집은 문학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짧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텍스트힙’을 넘어 진정한 애독자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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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마케터, 민음사 출판그룹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