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넓고 푸른 바다가 펼쳐지기를
어릴 때 원양 어선의 선원이었던 아빠를 오래 기다리기도 했지만, 아빠가 바다에서 가져다주었던 선물들은 저에게 또 다른 세상이기도 했어요. 그 힘을 동력 삼아 저만의 바다를 펼쳐 나갈 수 있었죠. 저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한 이 책이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 힘이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제1회 창비그림책상 수상작 『아빠, 나의 바다』가 출간되었다. 『아빠, 나의 바다』는 바다로 일하러 나간 ‘마도로스’ 아빠를 그리워하는 주인공이 상상을 통해 위안을 얻고 단단하게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으로, “어린이가 어른의 세계를 관찰하면서 그것을 뛰어넘어 성장하는 모습을 나타냈다는 점이 새롭다. 자신의 길을 찾아 가는 여자 어린이 주인공이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아빠, 나의 바다』는 일 년에 한 번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아빠의 그림이 가득한 연습장을 보물처럼 아끼고, 선물로 받은 인형을 헤질 만큼 안고 다닌 이경아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진솔한 이야기이다. 그 시절 작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시간들이 『아빠, 나의 바다』 속 주인공의 상상을 통해 아름답게 펼쳐진다. 저마다의 깊은 밤을 지나는 독자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 줄 따스한 상상 세계로 초대한다.
『아빠, 나의 바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제1회 창비그림책상 수상작으로 독자분들께 소개할 수 있어 더욱 뜻깊습니다. 작가님이 소개하는 『아빠, 나의 바다』와 함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출간 이후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빠, 나의 바다』는 겨울바람도 닿지 않을 만큼 멀고 먼 바다에서 일하는 아빠, 그런 아빠가 있는 바다를 동경하고 꿈꾸며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저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해서 이 책을 보여 드릴 수 있어 정말 기뻐요.
책이 출간되고 저는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요. 아빠와 저의 삶을 소재로 한 책이다 보니 이 책은 저희 가족에게도 큰 선물이거든요. 다 같이 책을 읽으며 아빠를 그리워하고, 아빠의 산소에 찾아가 인사도 드렸어요. 또 책의 빈 페이지에 소라 껍데기를 그려서 조카들에게 선물해 주기도 하고요.
아이와 아빠가 바다를 바라보는 표지가 애틋해요. 책을 다 읽은 후에는 표지 속 푸른 바다가 아빠의 넓은 사랑이자 아이의 세계이었음을 알고 더욱 뭉클해졌는데요. 아이와 아빠가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을 표지로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본문 작업이 끝나갈 때쯤 편집자님이 아이와 아빠가 함께 있는 모습을 먼저 제안하셨고, 여기에 여러 디테일들을 더해 가며 지금의 표지가 완성되었는데요. 아이와 아빠가 배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을 여러 번 그렸어요. 아이와 아빠가 서로 마주 보는 장면도 있고, 아빠가 아이보다 앞에 앉은 장면도 있었어요. 그중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는 앞으로 나아갈 세상을 바라보고, 아빠는 그런 아이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모습이 이 책의 이야기와 닮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빠, 나의 바다』 속 주인공 아이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아빠가 들려준 바다 이야기를 마음속 나침반 삼아 항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잔잔하고도 따뜻해요. 외로움에 휩싸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니 아이가 겪었을 긴 기다림의 시간이 헤아려져 애틋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아이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이야기를 짓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말씀드렸듯이 이 책에는 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처음 이 책을 짓기로 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2017년,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작가 지망생이 모여 부산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만드는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내가 나고 자란 곳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요. 어릴 때 원양 어선의 선원이었던 아빠를 오래 기다리기도 했지만, 아빠가 가져다주었던 선물들은 저에게 또 다른 세상이기도 했어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막내딸에게만 주었던 손 그림 가득한 노트, 다칠까 봐 다락방에 숨겨 두었던 큰 조개껍데기, 장식장 안을 가득 채운 낯선 인형, 바다에서 사용하는 통신 장비… 모두 저에게는 새로운 놀이 같았거든요. 그래서 아빠가 가져다준 선물을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두고, 이 아이가 꿈꾸는 아빠의 바다를 따라가며 아이만의 세상을 만들다 보니 지금의 주인공이 만들어졌어요.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빠, 나의 바다』를 보는 동안 아이가 사는 바닷가 마을, 다채로운 바다 풍경, 항구의 경치 구석구석에 자리한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는데요. 특히 만선을 기원하는 거북이를 만난다거나 적도 근처를 지날 때 느껴지는 무더운 열기, 이국적인 바다 풍경이 생생하게 느껴져요. 이런 디테일들을 표현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까 사소한 부분이라도 사실과 비슷하게 표현하려고 공들였는데요. 그래서 많이 돌아다녔어요. 물론 적도 근처에 있는 섬까지는 가지 못 했지만, 대신 부산의 항구와 아이가 살았을 법한 바닷가 마을을 찾아다녔고요.
제가 어릴 때 살던 집은 주인공 아이의 집과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는데요. 비슷한 점은 집 옥상에 올라가면 이웃집 옥상이 마치 놀이터의 모래사장처럼 쭉 펼쳐지고 경사가 급한 골목길이 있다는 것이고요. 다른 점은 멀리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데요. 그래서 멀리 항구와 정박지가 보이는 부산의 주택가 위주로 많이 돌아다녔어요.
또 배를 실제로 보고 싶어서 제 아들과 함께 해양 박물관이나 내부를 볼 수 있는 배가 전시된 박물관, 수리 조선소가 있는 곳도 가 보고 정박지 근처를 도는 유람선을 타기도 했어요.
아빠가 항해한 바다나 그곳에 있는 섬에 직접 갈 수는 없어서 그 당시 동영상이나 신문 기사를 검색해서 자료로 모으고요. 마지막으로 제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얻은 경험담에 제 상상을 더해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때 선원들이 머물던 적도의 그 섬도 꼭 가 보고 싶어요.
또 사늘한 바닷바람,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 빛처럼 과감한 붓질과 강렬한 색감으로 그린 다채로운 바다 풍경은 스스로 단단하게 성장해 가는 아이에게 내재된 상상력에 힘을 실어 주는 듯해요. 그런 아이를 어루만지는 청쾌한 색조 또한 아이가 쌓아 가는 단단한 세계와 어울려 더 감동적입니다. 가장 중요하게 표현하고자 한 게 있었을까요? 의도하신 것 중에 특별히 독자분들이 더 보아 주었으면 하는 요소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가 책을 만들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였습니다. 저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 그리고 꿈을 향한 상상’ 같은 요소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아이들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어떤 것들이요. 그래서 아이가 여행하는 상상의 세계는 강렬하고 생기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렇지만 그곳은 아빠가 실제로 일하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호기심 어린 상상만으로 장면을 만들 수는 없었어요. 선원들의 거친 일터 속에서도 미지의 세상에 대한 동경과 상상이 자리했으면 했어요. 그런 의도를 담아 그렸는데, 독자분들도 공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과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을 알려 주신다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아빠의 얼굴만 보이는 첫 장면이에요. 멀리 일하러 떠나기 전 아빠의 모습인데, 거친 바다를 마주할 마도로스의 여러 감정을 담으려고 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기억하는 출항하기 전날의 아빠와도 많이 닮은 장면이라서 애착이 가요.
반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아빠 냄새가 나는 돌을 든 아이가 보이는 장면이에요.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 물씬 묻어나는 장면이기도 하고. “돌에서는 아빠 냄새가 나요. 돌은 아빠처럼 따뜻해요.” 이 글과도 잘 어울리게 표현하고 싶어서 몇 번이나 다시 그렸어요. 욕심을 부릴수록 설명하듯 그려져서 고민이 많았는데요. 그러다 문득 아이들이 바닷가에 놀러 갔을 때 하는 행동들을 찬찬히 떠올려 보았어요. 발가락 사이로 흐르는 바닷물을 보며 예쁜 돌을 줍고 냄새를 맡기도 하잖아요. 입에 넣을 때도 있고요, 하하. 그런 모습들을 몇 번이고 떠올리다 보니 지금의 장면을 그릴 수 있게 되었어요.
아빠가 그리울 때, 아이가 상상 속에서 아빠의 사랑을 느끼며 위로를 받는 것처럼 이 책 또한 많은 큰 위로로 다가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께서는 이 이야기가 독자분들께 어떤 의미로 전달되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빠, 나의 바다』가 독자분들께 ‘미지의 세계를 거침없이 항해하는 따뜻한 성장 이야기’로 전해지면 좋겠어요. 독자분들의 앞에도 넓고 푸른 바다가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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