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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지 않은 현실을 버티게 하는 작지만 단단한 ‘토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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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삶이든 녹록지는 않겠지만 다르게도 살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하고 또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현실은 버겁고 꿈은 멀리 있지만 손끝에 만져지는 것이 있다. 소설집 『꿈과 토템』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토템을 만지작거리는 여성들은 슬쩍 방향을 틀어 본다. 토템을 손에 단단히 쥐고 마음을 달리 먹어 보기, 그렇게 앞에 놓인 현실을 조금 다르게 보기. 은모든 작가의 말대로 소설 속 인물들은 이 “신통한 토템”을 “서로의 손에 슬며시 쥐여 주기”도 하므로, 『꿈과 토템』은 또한 우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걸음 용기 내어 일상을 바꿔 나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독자들 역시 어느새 손에 쥐어진 토템과 함께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꿈과 토템’, 수록작의 제목을 가져온 것이 아닌 소설집 자체의 고유한 제목인데요. 제목이 정해지게 된 스토리가 궁금했습니다. 특히 토템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끕니다. 

교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는 수록작 중 한 편인 ‘친구가 되어드립니다’를 제목으로 고려하고 있었어요. 머리맡에 두고 꺼내 보면서 오랜 시간을 함께한 소설이 어느새 오래 사귀어 온 친구처럼 다가오는 때가 있잖아요. 제 소설도 그렇게 어느 독자분의 친구처럼 느껴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서 꼽아 두었지요. 그러다 좀 더 수록작 전체의 인상을 담은 제목을 고민하시던 담당 편집자님이 『토템, 토템 』이라는 수록작의 ‘토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제의해 주셨고, 고민을 거듭하다 최종적으로 ‘꿈과 토템’이라는 제목이 낙점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수록된 소설 『토템, 토템 』 속 빨간펜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세상에 채점당하는 대상이 되기보다 세상을 자신만의 잣대로 바라볼 수 있는 뚜렷한 채점자가 되는 것으로 읽었는데요.

채점 당하는 대상에서 스스로 채점자로! 상쾌한 전환을 떠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기쁜 일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잣대’ 그 자체가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교와 평가와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실상 현대 인류의 기본값이라 누구도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면서 세상의 잣대에 마냥 초연하기를 바라는 일도 어불성설일 테고요. 그럼에도 나의 잣대와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는 일, 그 기준을 우선으로 두는 일은 해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여깁니다. 서로 공감하는 기준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공감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일상을 다루는 작품부터 인공 자궁이 있는 근미래를 다룬 SF소설 『탄생 』, 좀비물과 복수극을 배합한 『501호의 좀비』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실려 있어요. 이런 다양한 작품들이 하나의 단편집으로 묶일 수 있었던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단편을 쓸 때는 자유롭게 작업하다가 후에 소설집으로 모아 놓고 보면 당시의 경향성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마찬가지로 저도 2018년에 작업한 단편부터 지난해에 쓴 소설까지 모아두고 보니 어떤 이유로든 소진된 인간이 회복하는 순간을 자주 그렸구나 싶었어요.

수록된 단편들 중에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질문이 늘 가장 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애착이 가는 소설에 관해서라면 저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다복한 가정의 조상님 같은 대답을 반복해 온 팔불출이랍니다.

지인들의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지켜보며 인공 자궁이 있는 세계를 꼭 써 보고 싶었던 터라 『탄생 』에 애착이 가지고 있고요, 『501호의 좀비』의 후반부는 상당한 쾌감을 느끼며 썼습니다. 한동안 ‘물경력’이라는 말에 꽂혀서 자신의 커리어가 물경력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을 썼는데 현실적인 톤으로 풀었던 『꿈은, 미니멀리즘』과 한 스푼의 환상성을 첨가한 『토템, 토템 』에 모두 애정을 느끼고요. 이러다 결국 전부를 꼽을 것 같아서 여기에서 멈출게요!

작가님의 소설을 즐겨 읽는다면 반가울 만한 성지, 은하, 민주 세 캐릭터가 이번에도 소설집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같은 인물들을 새로운 이야기에 등장시키는 특별한 의도나 이유가 있을까요?

민주와 성지와 은하. 세 명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연작 소설집 『우주의 일곱 조각』에서 밝혀 두었지만, 시작은 한 대담집에서 어느 30대 사회학자의 “평행 우주가 100개 있다면 저는 그중 80개 세계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99개 세계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았을 겁니다.”라는 발언을 읽은 일이었어요. 워킹맘으로 악전고투하는 여성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오롯이 담긴 그 말에 그분이 아이를 낳은 세계와는 다른 양상으로 살아갈 99갈래의 세계를 지어나가기로 곧장 마음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초단편 소설 쓰기도 즐기는 덕에 99라는 숫자에 별다른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신나게 새 폴더를 만들었었지요.

따라서 시작은 제멋대로 누군가를 대신하여 진행한 한풀이의 느낌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30대 여성 세 명이 조금씩 다르게 사는 모습을 그린 소설을 쓰는 일은 다른 누군가의 한풀이만이 아니라 저 자신의 염원을 풀어 놓는 일이기도 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어요. 또래 친구들, 언젠가부터는 더 낮은 연배의 지인들마저 자기 삶에서 새로 선택하거나 기대할 만한 게 더는 남아 있지 않다는 투로 자조하는 일을 거듭 접했거든요. 과연 그럴까, 어느 삶이든 녹록지는 않겠지만 다르게도 살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하고 또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한 편의 소설은 하나의 세계라고 여깁니다. 따라서 민주와 은하와 성지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평행 우주로 보아 주셔도 좋고 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의 스핀오프나 리부트가 된다고 보아 주셔도 좋습니다. 어쨌거나 이 세 명은 앞으로 다른 소설을 쓸 때도 또다시, 자주 등장할 예정입니다. 

『꿈과 토템』은 갈등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여성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서로에게 힘이 되고 변화를 가져오는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책을 읽으며 나도 한 번쯤 가져 보고 싶은 관계들이 많다고 느꼈는데,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 중 작가님이 가장 동경하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잘 드러내는 문장 하나를 꼽아 주신다면요?

“내가 가까운 데로 이사까지 온 거 보면 몰라?”

『토템, 토템 』에서 소하가 은경을 향해 던진 이 말이 맨 먼저 떠오르네요. ‘동네 친구’라는 단어는 소박한 느낌을 주지만 거대한 도시에 살며 심리적인 거리와 물리적인 거리가 모두 가까운 관계를 맺고 가꾸는 데는 다양한 노력은 물론이고 운도 따라 주어야 하니까요. 게다가 은경과 소하는 즐기는 술 취향까지 잘 맞으니 더욱 금상첨화지요.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작품으로 돌아오실지 궁금합니다. 출간 예정된 작품이나 구상 중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달 초에 여의도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의 초고를 마무리하면서 다음 단편집은 서울의 각지를 비추는 소설로 모아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에 앞서 새 장편 연재를 앞두고 있는데요. 배경은 현대이지만 주요 등장인물은 『심청천』의 심청이를 비롯해서 『가믄장애기』와  『바리데기』 설화 속의 인물에서 착안했어요.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도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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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꿈과 토템

<은모든> 저13,500원(10% + 5%)

손에 잡히는 작지만 단단한 것 우리들의 토템 그리고 꿈 은모든의 신작 소설집 『꿈과 토템』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를 비롯해 SF 장편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 연작소설 『우주의 일곱 조각』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해 온 은모든은 유려한 필치로 일상을 그리며 그 위에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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