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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소설 시리즈> 김동식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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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설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재미의 요소는 다양합니다. 단지 웃기고 소름 돋는 장르적 재미만 재미가 아니라, 공감대나 깨달음도 재미의 요소 중 하나거든요. (2024.08.12)

『회색 인간』으로 데뷔하며 ‘초단편 소설’이라는 장르를 개척해 문단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김동식 작가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어린이·청소년까지 확장한다.

학교도서관저널 ‘주니어소설’ 시리즈는 어린이에게 맞춰진 ‘동화’와 청소년에게 맞춰진 ‘청소년소설’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이야기로, 문해력이나 정서 차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읽고 즐길 수 있는 문학으로 기획되었다.

주니어소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김동식 작가의 세 작품 『우주 학교』 『108요괴의 수염』 『인생 게임 현질 상점』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소재로 포착하는 시선, 속도감 넘치는 전개, 짧은 분량 안에서 반전을 감각적으로 쌓아 가는 묘미로 십 대들을 ‘읽는 재미’로 안내하고 있다.

초단편소설 『회색 인간』부터 작법서 『초단편 소설 쓰기』, 에세이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썼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주니어소설은 첫 집필인데 쓰면서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기출간한 김동식 소설집을 10권으로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지만, 사실 주니어소설은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 작업은 제게도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신선했죠. 게다가 독자를 상정하고 글을 쓴 건 처음이었습니다. 덕분에 신기한 일이 펼쳐졌습니다. 글쓰기가 마치 전략 게임의 보스를 공략하는 것처럼 느껴진 겁니다.

‘이런 포인트에서 상상의 여지를 주고, 이런 포인트에서 웃게 만들고, 이런 포인트는 왠지 좋아하지 않을까?’

많은 작업을 한 번에 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우주 학교』는 마지막에 후속편을 암시하며 끝나는데요. 처음으로 설정 노트를 만들기도 하셨다고요. 초단편소설과 연작은 집필하시며 느낌이 또 다르셨을 듯합니다.

초단편은 사건과 이야기가 중심이기에, 저는 초단편 소설을 쓸 때 캐릭터를 ‘배우’로만 생각합니다. 그들은 제가 이끄는 극단의 배우들이고, 그들 중 이야기에 어울리는 배역을 가져와 붙인다는 개념이죠. 그런데 『우주 학교』를 쓰면서 처음으로 제 극단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우주 학교 캐릭터들은 정말 어딘가에 살아있는 일반인들처럼 느껴집니다. 우주 학교도 어딘가에 존재하는 학교인 것만 같고, 그들에게 일어난 추억들도 정말 사실인 것 같고 말입니다. 그래서 유독 정이 갔습니다. 제 최애는 ‘선유’입니다.

『108요괴의 수염』은 일상적인 일들과 기묘한 상상을 연결해 소재를 만드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예를 들면, 「수박의 비밀」은 우리가 수박을 살 때 잘 익었나 보려고 똑똑 두드리는 모습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평소에 소재를 어떻게 길어 올리시는지, 소재를 찾는 선생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박의 비밀은 정말 마트 과일 코너에서 수박을 두드려보다가 떠올린 겁니다. 안에서 ‘누구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재밌을 것 같단 발상이 시작이죠. 이런 식으로, 저는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겪는 모든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려고 합니다. 평범하게 흘려보내던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정지시킨 다음. ‘뒷 내용이 궁금해지는’ 모든 경우의 수를 망상해 보는 거죠. 이상하면 이상할수록 좋습니다. ‘뒷 내용을 어떻게 책임지지?’란 생각이 들면 대성공이죠. 그래야 독자분들이 흥미를 느낄 테니까, 그 감당하기 힘든 뒷 내용을 재밌게 책임지는 것이 작가의 일인 거죠.

『인생 게임 현질 상점』은 온라인 게임뿐만 아니라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게임’의 순간을 소재로 삼아서 게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각 작품 모두 선생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반전’이 돋보이는데요. 짧은 분량 안에서 반전을 탄탄하게 구축하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저도 반전은 어렵습니다. 인터넷 연재 당시에는 항상 댓글로 독자와 승부를 했습니다. 만약 예상한 결말이란 댓글이 달리면 패배감이 들었고, 상상도 못 했단 댓글이 달리면 이겼단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지요. 그래서 가끔은 이기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던졌다가 핀잔을 들은 적도 많습니다. 하하. 그러다 보니 한 가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반전은 결국 독자와의 승부고, 반전을 잘 내는 방법은 ‘독자의 예상을 예상하는 거’다!

독자의 예상이 무엇일지를 예상해 내면 무조건 이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반전을 잘 내려면 다양한 반전을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가 예상할 반전을 예상할 수 있거든요.

김동식 작품세계’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반전’과 ‘메시지’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번 주니어소설에서도 사회성 짙은 메시지가 강조되는 작품이 눈에 띕니다. 『인생 게임 현질 상점』에도 거대한 자본에 의해 아이들의 일상이 영향받는 모습이 등장하고, 『우주 학교』에도 아이들의 경쟁심을 부추기는 학교 밖 어른들의 시선이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선생님께서 작품을 통해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를 생각해 보도록 하시는 이유 등이 궁금합니다.

저는 소설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재미의 요소는 다양합니다. 단지 웃기고 소름 돋는 장르적 재미만 재미가 아니라, 공감대나 깨달음도 재미의 요소 중 하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생각할 거리가 주는 재미가 고차원의 재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생각할 거리가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재밌으려고 말입니다.

평소에 학교 강의를 활발하게 다니시며 아이들과 많이 만나기도 하시죠.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특별히 꼭 말씀하시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전문 강연자가 아니기 때문에 늘 제가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만 하는 편입니다. 제가 경험하기로 제 인생을 바꾸어준 것은 꾸준함과 좋은 태도였습니다. 모두가 연결되어 누구나 보일 수 있는 연결의 시대에서 이 두 가지는 정말 큰 힘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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