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아 "새로운 열정을 찾아 몸을 던져보자는 거죠."
『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 정경아 작가 서면 인터뷰
새로운 배움에 도전하면서, 타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홀로 또는 함께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은 천만 실버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노년에도 또 다른 기쁨과 설렘과 재미가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2023.12.18)
‘이 나이쯤 되면 배우는 게 최고 놀이'라는 68세 할머니가 지구생활 60년 기념사업으로 동네문화센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노년을 명랑하게 탐사해가는 에세이가 출간 되었다. 새로운 배움에 도전하면서, 타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홀로 또는 함께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은 천만 실버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노년에도 또 다른 기쁨과 설렘과 재미가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노년에 대한 두려움은 덜어내고 희망과 용기를 키워주는 노년 탐사 관찰서의 주인공, 정경아 작가를 만나봤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갱년기 무기력증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 마련한 작은 책상 위에서 시작된 글쓰기를 기점으로 이렇게 한 권의 책까지 쓰게 되셨습니다.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은데요. 책을 출간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무사히 할머니가 되고 벌이는 자축 행사라고나 할까요. 나이 60 넘어 동네문화센터에 다니며 중국어를 배우는 저는 “어디에 쓰려고 배우느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취직할 것도 아니고 진학 목적도 아닌데 외국어를 배우는 게 좀 뚱딴지같다는 거죠. 하지만 동네문화센터에 가면 새로운 배움을 통해 열정을 되살리고 있는 시니어들을 숱하게 만날 수 있어요. 사용 목적이 아니더라도 ‘배움 놀이’에서 즐거움을 찾는 겁니다.
퇴직 후 무력감을 느끼는 동년배나 후배들, 그리고 황혼 육아에 조금씩 시들어가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 시간’을 내라고 권하고 싶어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든 라인 댄스를 배우든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독립적 공간을 만들어보라는 거죠.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누구에게 어떻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셨는지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미 노년기를 보내고 있거나 노년기 진입을 앞둔 분, 그리고 갱년기라는 치명적 전환기를 통과 중인 중년들에게 권합니다. ‘어르신’으로 불리기를 싫어하는 시니어들은 앞으로의 인생이 지루하고 심심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에 시달리고 있죠. 그분들이 제 책에서 작은 영감을 얻기를 바랍니다. 인생의 어엿한 한 단계인 세 번째 30년을 제멋대로, 그러나 알차게 살아내겠다는 결심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제 방법론이 정답은 아니에요. 각자 자신의 방식을 찾아내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들에게 외칩니다. “Live Actually!”
책 전반에서 동네문화센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동네문화센터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동네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아요. 걸어서 갈 수 있고 버스나 지하철로도 쉽게 갈 수 있어요. 나이 제한도 없습니다. 경로 할인을 제공하고, 숙제와 시험에 대한 부담이 없어요. 관심사를 공유하는 새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큰 재미고요.
동네문화센터를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배움’에 도전하고 계신데요. 요즘은 어떤 것에 도전 중이신가요? 최근에 시도하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새롭게 배우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새해에는 아르바이트를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부족한 연금을 충당하려고요. 최근에 영미권 성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한국어 과외를 시작했어요.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도 저에겐 새 공부이고 도전이에요. 상호작용을 통해 가르치면서 배우는 거니까요.
1955년생 작가님께서는 이제 70대를 앞두고 계신데요. 현명하고 즐거운 노년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혼자 노는 능력과 건강관리 능력이 필요해요. 다시 말해 ‘자생능력’입니다. 정신적·정서적으로 독립운동을 해야 해요. 배우자나 자식들을 너무 믿지 마세요. 그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고,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아야죠. 성인이 된 자식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쏟는 것은 건강하지 않습니다. 바쁜 그들이 자주 전화하지 않는다고 삐칠 필요도 없어요. 30대인 제 딸과 아들은 결혼하지 않은 채 각자 독립했어요. 저는 그들의 인생에 대한 ‘최소 개입 원칙’을 굳게 지킵니다. 요청에 의해서만 조언하는 식으로요.
시간 부자가 된 노년에 하고 싶은 일을 실천에 옮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다가오는 새해에 하모니카나 오카리나 같은 악기를 배우는 것도 좋고요. 요가나 근육 운동을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연금보다 근육’이라는 말이 진짜임을 실감할 거예요. 좋아하는 가수 덕질을 하는 것도 갱년기와 초기 노년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새로운 열정을 찾아 몸을 던져보자는 거죠.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자식들에게 예의를 지켜 오래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입니다. “어린아이 세 살이면 부모 은혜 다 갚는다”는 옛말 들어보셨나요? 태어나 3년 동안 눈부신 재롱으로 부모에게 기쁨을 안겨줬잖아요. 거의 30년간 양육과 교육에 허리가 휜 건 사실이더라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면서 은근 보답을 기대하거나 채권자처럼 굴지 말아야 해요. 자식들은 내가 이 세상으로 초대한 백년손님입니다. 그들이 성장하고 독립한 뒤엔 사회적 인간관계의 예의와 규칙을 지키는 것이 서로 오래 사랑하는 기술입니다.
두렵고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노년, 그 노년을 누구보다 명랑하게 보내고 계신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노년의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사회생활의 가장 큰 스트레스인 경쟁 압박을 벗어나 밥값 못하는 인간으로 모드 전환한 게 제일 즐거워요. 누군가를 이겨야 하고 내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식은땀 흘리던 시절이 끝났잖아요. 좀 게을러도 되고 남의 눈치 안 봐도 되니 꿀맛 같은 노년입니다.
인생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목표에 미달하는 자신을 질책하는 이들을 많이 봅니다. 하지만 삶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경험 부자’가 되자는 거죠. 남의 눈에는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기만의 자잘한 성공을 이루고 쌓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요. 또 그 성공 공식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요. 양평에 사는 66세 친구 한 명은 산티아고를 다녀오더니 새해 목표는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이래요. “이 나이에 무슨 외국 트레킹?”이라던 다른 친구들도 동요하고 있어요. 경험을 가진 이와 함께 걷는다면 자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죠. 공동 목표를 달성하면 우정이 무지무지 깊어집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다음 에세이를 기대해봐도 좋을까요?
새로 시작한 일대일 한국어 과외 아르바이트를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고요. 브런치 같은 플랫폼에 계속 글을 쓰다 보면 10여 년 후 ‘80세의 관점’을 이야기하는 책을 출간할 수도 있겠네요. 그다음은 ‘90세의 관점’이 될지도 몰라요.
*정경아 내세울 것 하나 없는 30여 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베이비부머 여성 노년기 탐사에 나선 1955년생 68세 동네 할머니. ‘만나면 좋은 친구’ 남편이 사는 대구 산골 집과 서울 집을 오가면서 반반살이 하며 ‘결혼한 독신주의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혼자 놀기 능력 배양법. 동네문화센터라는 새로운 놀이터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는 중이다. 대부분 ‘공부생활자’로 살면서 때때로 매 순간이 파티인 ‘명랑 K-그랜마’가 됐다가, 계절의 변화에 빛의 속도로 반응하며 사는 ‘감동주의자’도 됐다가, 호쾌하고 발랄한 ‘빈둥빈둥 잘 먹순이’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건강하게, 해피엔딩은 당연한 결과임을 굳게 믿으면서, 당분간 계속될 삶의 여정을 즐겁게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
추천 기사
<정경아> 저15,120원(10% + 5%)
“뭐든 놀 듯이 느슨하게 배우면 되지! 안 가본 길도 기웃대고 쓸모를 증명하려는 마음 없이 한없이 자유롭게 살면 되지! 이런 생각이 들자 지금 내 곁도 커다란 가능성으로 활짝 열렸다.” * 김혼비(작가) 추천 지구생활 60년 기념 사업으로 시작한 공부! 문화센터라는 놀이터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