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그레이엄 존스의 대표작 『엘크 머리를 한 여자』
『엘크 머리를 한 여자』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저자 인터뷰
‘범죄’라는 것이 오래전에 일어났을 때 그리고 그 범죄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전과 달라졌다면, 혹은 아마 더 나아졌다면, 그 처벌에 관해서 무엇이 맞고 틀린지에 관한 생각을 찔러보고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2022.05.25)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는 수천 년 동안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대를 이어 살아가던 원주민들의 지워지고 잊힌 목소리를 호러 소설의 장으로 옮겨와 다시 들려준다. 이들은 미국 사회에서 폭력적으로 해체된 존재인 동시에, 그 폭력의 수레바퀴에 함께 휘몰린 인물들이기도 하다. 강렬하고 압도적인 ‘엘크 머리를 한 여자’가 작품 곳곳에 도사리며 잠재된 죄의식과 공포를 유발한다.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는 심도 깊은 주제와 치밀하면서도 시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을 인물들의 환상과 공포, 대면하지 못한 과거에 직면하게 한다. 『엘크 머리를 한 여자』는 직시하지 않은 폭력의 역사가 우리 앞에 어떻게 되돌아오는지 그것을 마주하는 과정을 놀라운 방식으로 보여주며,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공포라는 장르를 새롭게 감각하게 할 것이다.
『엘크 머리를 한 여자』로 한국 독자들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셨습니다. 소감과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엘크 머리를 한 여자』를 쓴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입니다. 이 소설은 미국 몬태나주의 블랙피트 원주민 자치지구에 사는 네 명의 남자가 11월의 어느 날 사냥을 하게 되는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무언가라도 사냥을 꼭 하고 싶었던 그들은 엘크 보호 구역에 들어가, 불법으로 엘크 여러 마리를 죽이게 됩니다. 그들에게는 단순한 사냥이었지만, 그로부터 10년 후 그날의 무언가가 이제는 그들을 한 명씩 한 명씩 사냥하기 시작합니다.
『엘크 머리를 한 여자』는 환상과 공포로 빚어진 놀라운 소설인데요, 작가님은 오랜 시간 공포 소설을 써오셨어요. 이 장르를 사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40년 가까이 호러물을 읽고 봐왔습니다. 그리고 많은, 아주 많은 호러물을 써왔습니다. 호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호러는 독자로부터 본능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장르이고, 그 점이 저를 빠져들게 했습니다. 독자들은 그들이 읽는 일들이 사실은 일어나지 않았고, 아마도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새벽 2시에 공포물을 읽을 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공포물이 매력적인 이유이고, 왜 제가 계속 독자로 관중으로 그리고 작가로서, 이 장르로 계속 계속 돌아오는지에 대한 이유입니다. 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악몽을 꾸게 하는 것을 즐깁니다. 왜냐고요? 놀라고 나면, 악몽을 꾸고 나면, 당신은 얼마나 당신이 살아 있는지를 느끼게 되죠. 그리고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를요.
이 소설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소설의 주된 테마인 ‘복수’에 담고 싶었던 것을 말씀해 주셔도 좋아요.
2007년, 블랙피트 원주민 자치구역에서 사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저는 소 엘크(cow elk)를 잡았습니다. 그 소 엘크에게, 제가 사냥하는 모든 동물들에게 하듯이, 너의 어떤 것도 낭비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후 미국을 횡단해야 하는 일정이 생겼을 때, 소 엘크의 고기를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버렸죠. 저는 1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고, 마침내 『엘크 머리를 한 여자』를 씀으로써 죄책감을 떨쳐내기로 했습니다.
이제 ‘복수’에 관해 말해봅시다. 『엘크 머리를 한 여자』는 복수 혹은 정의라는 것에 기반을 둡니다. 저는 복수와 정의를 아주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당신이 행위 혹은 역동성(dynamic)이라고 부르는 그 무언가는 사실 당신이 어느 편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하여튼, 이 소설에 대한 저의 생각은 ‘범죄’라는 것이 오래전에 일어났을 때 그리고 그 범죄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전과 달라졌다면, 혹은 아마 더 나아졌다면, 그 처벌에 관해서 무엇이 맞고 틀린지에 관한 생각을 찔러보고 탐구하고자 함입니다. 그들은 벌을 기꺼이 수용할 만큼 여전히 죄책감에 시달릴까요? 처벌이 그들이 한 짓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디언 금기와 농구가 흥미진진하게 연결되어 이야기가 흘러가는데요, 복수와 게임이 얽힌 구조가 흥미롭습니다. 구상 당시에 어떻게 두 지점을 연결하게 되셨나요? 그리고 엘크 머리를 한 여자와 마지막에 대결하게 되는 천재적 농구 소녀, 데노라와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의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농구를 하며 자라서, 늘 농구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많은 원주민들은 저만큼 농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엘크 머리를 한 여자』가 원주민 공동체를 배경으로 삼는다면, 농구는 당연히 이야기 속에 포함되어야 했습니다. 저에게는요. 농구가 없다면 그 원주민 공동체는 가짜 공간이 됩니다. 소설가는 당연히 이야기를 진짜처럼 만들고 싶어 하죠.
그리고 ‘엘크 머리를 한 여자’는 그녀의 희생자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빼앗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그녀가 데노라와 맞닥뜨렸을 때, 데노라는 농구를 통해 자기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들은 농구 코트에서 마주쳐야 했습니다. 그녀와 데노라의 관계는 슬래셔 장르의 연쇄살인마와 마지막 희생양의 관계와 같습니다. 동전의 양면이죠. 마지막 희생양은 연쇄살인마가 휘두르는 칼질의 폭력 사이클을 끊어버리는 존재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스웨트 로지를 비롯한 추수감사절 고전(Thanksgiving classic) 등의 원주민 문화들이 이야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소설로 끌어올 때 작가님의 개인적인 경험과 맞닿은 부분이 있을까요?
이 소설은 저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네이트’라는 소년의 모습에는 제가 처음으로 스웨트 로지를 경험했을 때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추수감사절은 미국에서는 외면할 수 없는 거대한 기념일입니다. 하지만 그 기념일은 유럽인들에게 ‘신대륙’에 대한 발견의 권리를 부여하고, 과거의 참혹함을 은폐하기 위해 만든 식민주의 신화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원주민들은 이를 모욕적인 날이라고 여깁니다.
소설의 원제목인 ‘좋은 인디언은 오직(The Only Good Indians)’은 소설 곳곳에 등장하며 캐릭터와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좋은 인디언(Good Indian)이란?’ 하는 질문을 여러 번 던지면서 틀에 박힌 소수인종이 아니라, 살아있는 각 개인을 마주하게 합니다. 백인들은 ‘좋은 인디언’에 관한 노래를 부르며 어린 인디언 소녀를 압박하기도 하는데요, 소설의 제목에 담고 싶었던 의미가 궁금합니다.
이 물음은 소설 속 모든 캐릭터들이 공유하는 중심 질문입니다. 그들은 전통과 세상 사이에서 밀쳐내지고 당겨지는 혼란 속에 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어느 곳의 가치를 따라야 할지, 무엇에 충성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혹은 그들의 성공의 문턱이 어디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한 세상에서의 성공이 다른 세상에서의 실패를 말한다면, 상황은 꽤 빠르게 복잡해질 거예요.
앞으로 어떤 주제나 장르의 작품을 쓰고 싶으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확실히 공포물입니다. 그리고, 특정 장르를 꼽는다면, 슬래셔 이야기입니다. 저는 12살인가 13살 때부터 슬래셔 장르에 깊이 꽂혔고, 그것은 아직까지 나를 놔주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평생 나를 놔주지 않길 바랍니다. 적어도 나는 놔주지 않을 거예요.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Stephen Graham Jones) 블랙피트족 출신으로 자전적인 북아메리카 원주민 이야기와 호러 소설을 주로 써왔다. 『나의 심장은 전기톱』(2021), 『엘크 머리를 한 여자』(2020), 『잡종』(2016), 『Z복음서』(2014) 등 30여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수십 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썼다. 셜리 잭슨상과 레이 브래드버리상, 브램 스토커상, 독립출판사 다문화 소설상, 네 번의 이것이 호러다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의 이베나 볼드윈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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