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아이들 마음을 어떻게 지킬까
『마음트리』 성진아 저자 인터뷰
"다가올 미래사회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교과지식뿐 아니라 사회적 스킬 및 정서 발달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특히,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하면서 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회성·감성 교육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죠." (2021.12.28)
성진아 박사는 20여 년간의 현장 경험과 연구가 녹아든, 이미 한국과 미국의 학교 현장에서 그 효과를 검증받은, 체계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성·감성 향상 프로그램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건강한 자존감을 갖고 자신의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기술을 갖추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음트리’가 지향하는 사회성·감성 교육의 목표이다. 서로 마음을 트고 건강한 마음이 쑥쑥 자란다는 의미의 ‘마음트리’,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비대면 환경에서도, 또 교실수업에서 비접촉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성·감성 교육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활동을 포함시킨 점은 『마음트리』의 특장점이다.
박사님께서는 현재 <사회성·감성 교육연구소> 소장으로 계신데요, '사회성·감성 교육'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국내에서는 사회성·감성 교육을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알려주세요.
‘사회성·감성 교육’은 영어로 ‘Social-Emotional Learning’인데, ‘사회정서학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는 이 개념이 좀 더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사회성?감성 교육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성’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말하고, ‘감성’은 감정과 관련된 능력, 즉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뿐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갈등해결, 의사소통, 자신에 대한 이해, 감정 조절 및 표현, 공감 등 이 모든 능력이 포함되죠. 우리가 학교, 가정,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삶의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사회성·감성 교육은 이미 20여 년 전 미국에서 그 중요성에 대한 자각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이제는 전 세계의 교육현장으로 점점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식 전달에 치우쳤던 공교육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사회성·감성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거죠. 다시 말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잘 살아가려면, 또 다가올 미래사회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교과지식뿐 아니라 사회적 스킬 및 정서 발달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특히,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하면서 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회성·감성 교육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죠.
국내에서도 사회성·감성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미 2014년 12월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습니다. 당연히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반영이 되었지요. 그러나 초등교육과정에서만 약간의 변화가 있었을 뿐 중등교육과정에서는 그다지 실효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중고등학교의 기능과 역할은 대부분 대학입시에 맞추어져 있는 게 현실이니까요. 더욱 안타까운 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교육문제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도 학습결손, 학습부진, 학력격차 등 여전히 ‘학습’에 치우쳐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이들의 정서 및 사회성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효과적인 학습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미 뇌과학으로도 증명이 되었지요.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라야 학습이 가능하고 학습 효율도 높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감정은 학습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말도 있거든요. 분명한 건 앞으로 사회성·감성 교육의 중요성이 훨씬 커질 거라는 겁니다. 교육부도 학부모님들도 사회성·감성 교육에 지금보다는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게 필요해요.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마음트리』는 초등학생의 사회성·감성 교육 프로그램이자 교사를 위한 수업지도안과 활동자료를 담고 있는 안내서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교사로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인성 및 정서 발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분야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어서 박사과정을 밟았습니다. 제가 다닌 곳은 뉴욕의 컬럼비아대였는데 대도시에 위치한 대학원이다 보니 사회성·감성 교육 관련 세미나도 자주 열렸고, SEL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관에 인턴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욕의 학교 현장을 다녀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는데, 박사과정의 연구를 통해서 미국의 공교육 현장에서 사회성·감성 교육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몸소 겪은 체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되었고, 이것이 바로『마음트리』프로그램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2013년에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해서는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라는 비영리단체의 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에 소속되어 국내 활동을 시작했어요. 한국의 공교육 현장에 사회성·감성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고 전파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서울과 인천의 초등학교 현장을 찾아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수업을 해보기도 하고 포항과 대전의 초등선생님들과 함께 사회성·감성 교육 연구모임을 하며, 실제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업지도안과 활동자료들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축적해왔지요.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이 손쉽게 사회성·감성 교육을 실천하실 수 있도록 오랜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쳐 나온 그 결과물이 바로 『마음트리』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젠 포스트 코로나를 기대하기보다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응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은데요. 요즘 교실 내 분위기는 어떠한지,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발달 측면에서 코로나 키즈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지금은 사회 각계 각층이 모두 힘든 시기이지만, 특히 선생님들이 겪고 계신 어려움은 훨씬 큰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변수에도 대응하셔야 하고, 불안과 스트레스 등 정서적 어려움으로 학습에 집중하기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도 진행하셔야 하니 너무 힘들고 지치실 것 같아요. 2학기 들어 등교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원격수업보다는 학생들 간 상호작용이 늘었지만 여전히 한계가 많다고 해요. 일단 모든 학생들이 가림막이 있는 책상에서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앉아서 수업을 받고, 모둠활동이나 짝활동을 거의 하지 않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 친밀한 관계 형성이 어렵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에도 조용히 혼자 밥을 먹고,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잡담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이 학년말인데도 아직까지 학급 친구들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구요. 또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같은 반 친구들의 얼굴조차도 다 알지 못한다고 해요. 이런 상황에서는 학급 친구들 간에 친밀감을 느끼거나 공동체라는 소속감을 느끼기는 어렵죠.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은데요.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지내면서 신체 활동에도 많은 제약을 받다 보니, 짜증이나 스트레스가 늘고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서는 부모에 의한 학대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구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특히 취약계층 아동 청소년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학교라는 안전망이 제 기능을 못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도 위태한 지금 상황에서 그 어느 곳에도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의 마음 건강이 너무나 걱정되고 가슴이 아픕니다. 기댈 곳 없는 아이들에 대한, 그 아이들의 상처 받은 마음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곧 겨울방학이 시작됩니다. 역시 코로나 이전의 방학과는 조금 다를 텐데요, 긴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의 사회성·감성 발달을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사회성·감성 발달 관련하여 호소하시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요즘 부모님들이 호소하시는 자녀교육의 어려움은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과 관련한 갈등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 중에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아예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문제가 더욱 심화된 건 사실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통제하려는 접근보다는 좀 더 현명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는 ‘디지털 원주민’이고 어른들은 ‘디지털 이민자’라는 근원적인 차이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학부모님들께서 방학 동안 자녀들을 지도하실 때 다음 사항을 유념하시길 부탁드릴게요. 첫째는,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님들은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사용하면서, 아이들에게만 사용시간을 제한하려 하면 자녀와의 갈등과 반항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공정함에 대해 매우 민감하거든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장소와 시간에 대한 규칙을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정하고 실천하는 것은 사회성·감성 발달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책임감과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부모님이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길 권해드립니다. 이것은 스마트폰의 경우와 마찬가지인데요. 부모님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만 독서를 강요하면 아이 마음 속에는 불만이 쌓이고 책을 싫어하게 됩니다. 또 대부분의 부모님은 자녀가 한글을 읽기 시작하면 책을 읽어주는 것을 멈추는 경우가 많은데,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도 부모님이 계속 책을 읽어주고 함께 대화를 나누면 자녀의 정서적인 안정은 물론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에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그림책 읽기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할 수 있고, 부모님과 자녀 모두에게 부담이 덜 되기 때문에 적극 추천해드립니다.
이와 관련하여 『마음트리』 활용 팁을 간단하게 드릴게요. 『마음트리』에는 주제별(공동체, 자존감, 감정, 공감, 소통, 나눔) 단원마다 자녀에게 읽어주면 좋은 그림책 목록이 나와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회성·감성 교육과 관련된 주제의 그림책을 읽어주고, 자녀들의 생각과 경험뿐 아니라 부모님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아이들과 함께 나눈다면 친밀한 관계는 물론, 자녀의 사회성·감성 발달까지도 가능한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단, 이때의 대화는 자녀가 책의 내용을 이해했는지를 묻고 평가하는 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자녀의 느낌이나 생각, 경험을 묻고 이에 관해 서로 주고 받는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트리』 에는 학년별로 다양한 활동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이 책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다양한 과목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설령 사회성·감성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안다고 해도 이에 관한 수업지도안을 직접 만들거나 활동자료를 개발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마음트리』는 바로 이 부분에 착안했습니다. 바쁜 선생님들이 손쉽게 활용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친절하고 자세하게 수업지도안을 만들었고, 상황과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활용하실 수 있는 활동자료들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수업지도안과 활동자료를 6개의 주제(공동체, 자존감, 감정, 공감, 소통, 나눔) 단원별로 제공하되 고학년용과 저학년용으로 구분해서 선생님들이 좀 더 편하게 사용하시도록 했습니다.
『마음트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릴게요.
‘마음트리 프로그램’ 시간을 1주일에 1회 정도 마련해서 실행을 하고, 이 뿐 아니라 다른 교과목(국어, 도덕, 사회, 음악, 미술 등)이나 학급 운영 및 생활지도와 접목해서 실행해주시면 효과적입니다. 마음트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익힌 사회성·감성 스킬은 한번 수업을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의 여러 상황 속에서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령, 마음트리 수업시간에 갈등해결 대화법 및 전략으로 ‘나-전달법 (I-message)’과 ‘윈-윈 (win-win)전략’을 배웠다면, 학급 내에서 실제 갈등이 발생했을 때 ‘나-전달법’과 ‘윈-윈 전략’을 활용해보는 것입니다.
또 『마음트리』에는 그림책 읽어주기, 공동체 놀이, 명상, 역할극 외에도 초등학생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과서 위주로 학습을 하는 다른 교과목과는 달리 마음트리 수업에서는 신체활동을 장려하고, 상호작용을 유도하며, 각종 체험활동을 통해 느낀 점을 친구들과 공유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도 마음트리만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한다 해도 활동으로만 끝난다면 애초에 의도했던 교육 효과를 기대만큼 거두기는 힘들 것입니다. 마음트리에서는 활동 후에 반드시 각자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성찰하고 그것을 친구들 앞에서 공유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협동에 대해 배운다면 먼저 공동체 놀이를 합니다. 그런 다음 ‘협동이 왜 필요한지, 협동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협동을 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각자 체험을 통해 깨달은 점을 함께 이야기하도록 합니다. 이 과정은 사회성·감성 교육의 학습 과정 및 효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 기초학력문제가 교육계의 화두인데 기초학력문제와 사회성·감성 발달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정서가 안정되어야 공부도 잘된다는 얘기일 텐데요, 이와 관련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저는 미국의 교육 현장을 두루 거치면서 지역· 인종· 사회· 경제적 배경이 각기 다른 학생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젠 오래 전 일인데요, 박사과정을 할 때 뉴욕 할렘가의 초등학교에서 학습부진 학생들을 일대일로 가르친 적이 있어요. 3년 정도 지속했는데 이 때 절실히 깨달은 것이 있어요. 학습부진의 문제 대부분이 학생들의 정서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었어요. 학생들의 학습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학생들의 감정을 존중하고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저한테는 놀라운 깨달음이었어요. 그 전에는 감정과 학습은 별개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물론, 사회성·감성 공부를 계속하면서 또 뇌과학의 여러 연구결과를 접하면서 감정과 학습의 연관성을 확실히 알게 되었지만요. 당시 제가 가르쳤던 학교에는 아프리칸 및 라틴계의 빈민층 자녀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고, 가정에서 적절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이었습니다. 또 제가 만난 아이들 중에는 공격적인 성향으로 인해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아이들도 대다수였습니다.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교사에게도 또래 친구들에게도 환영 받지 못해 무기력과 분노로 가득 찬 그 아이들에게 얌전히 앉아서 공부하라며 읽기와 쓰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죠. 처음에는 아이들을 매일 30분씩 일대일로 만나면서 각자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감정을 읽어주는 데 치중했어요. 이 과정을 한동안 계속했어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 것이지요.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던 아이들은 누군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꾸준히 관심을 보여주자 놀라울 정도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전체적으로 아이들의 학습 동기가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특히 가장 폭력적인 성향의 남학생은 1년 간 눈부신 성장을 한 모범생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정서적인 안정과 따뜻한 관심이 학습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수업 결손에 따른 학습부진과 기초학력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 교육계의 공통적인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습결손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수업을 보충하고 학업시간을 늘리는 것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사회성과 정서 발달의 공백을 메워주는 일입니다. 특히, 심리적인 고립감과 불안감, 소외감, 외로움, 분노 등을 해소해주고 정서적인 안정을 찾도록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 이른바 욕구위계설을 기억하시나요? 우리 인간은 먼저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가 해결되고, 사랑 받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욕구, 존중 받고 인정 받고자 하는 존중의 욕구가 채워지고 나서야 비로소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는 건데요. 자아실현을 학교에서의 학업 성취로 본다면, 학생들의 학업 향상을 위해서는 먼저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고, 그 다음 사회적 욕구와 존중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회성·감성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결국 학생들의 학력 향상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트리』를 보실 선생님들께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더해주세요!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서도 교육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혜롭게 헌신적인 노력을 해오신 선생님들께 먼저 감사드리고 싶어요. 이에 더해 두 가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먼저 선생님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돌보시라는 것입니다. 요즈음 부쩍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선생님들의 마음도 그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힘들 것입니다. 선생님 자신도 모르게 번아웃(소진현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감정을 읽고 돌보며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선생님들 스스로 몸과 마음 건강을 잘 돌보셔야 합니다. 좋은 프로그램이나 교육과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르치고 전달하는 교사입니다. 교사의 태도에 따라 교육은 얼마든지 큰 차이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둘째는, 사회성·감성 교육을 학생들을 위해서만 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선생님 자신을 위해서도 한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사회성·감성 교육은 학생들끼리 또래와의 관계뿐 아니라 학생들과 선생님과의 관계 개선에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친밀감과 신뢰 관계가 형성된 학급 분위기는 아이들의 정서 및 사회성을 향상시키고, 학습동기와 수업에의 몰입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교사로서의 보람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게 해줍니다. 결국 아이들도 선생님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음트리』 프로그램을 사용하신 선생님들에게서 받은 피드백 몇 개만 소개해드릴게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아이들의 감정은 물론 제 자신의 감정도 살피고, 또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의 관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어요.” “분노를 조절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저도 많이 배우고 성장했어요. 어쩌면 아이들보다 제가 더 많이 배웠는지도 모르겠어요.” “사회성·감성 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막연하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생활을 잘 마쳐서 어른이 되었고 또 교사가 되었으니까요. 사회성·감성을 쉽게 가르칠 수 있다고도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가르친 모든 과목 중에서 제 자신이 가장 많이 배우고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 게 바로 사회성·감성 수업이에요. 『마음트리』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그 변화가 보였거든요. 정말 경이로웠어요!”
*성진아 현재 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 소장이자 한동대학교 교육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간 미국의 시애틀과 뉴욕 지역의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교사로 일하고, 뉴욕 공립초등학교의 사회성·감성 교육(Social-Emotional Learning) 실행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컬럼비아대학(Columbia University)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부터 한국의 학교 현장에 맞는 사회성·감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 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그 외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성·감성 향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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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성진아 박사는 20여 년간의 현장 경험과 연구가 녹아든, 이미 한국과 미국의 학교 현장에서 그 효과를 검증받은, 체계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성·감성 향상 프로그램 ‘마음트리’를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건강한 자존감을 갖고 자신의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며 더불어 살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