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밖에서 생각하려면? 현대미술을 보자
『아트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 김태진 저자 인터뷰
현대미술의 거장들에게서 배우는 아트인문학 (2021.08.31)
『아트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은 예술 이야기에 인문학을 녹여낸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정평이 난 김태진 작가가 ‘현대미술에서 배우는 창조성의 비밀’을 키워드로 붙잡고 집필한 책이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거나 압도당하지 않고, 그 파도 위에 기꺼이 올라타서 그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시대를 앞서는 과감한 기획력과 틀을 깨는 상상력이 필수다. 세잔, 마티스, 폴록, 워홀, 뒤샹, 백남준 등 이미 만들어진 길을 걸어가지 않고 ‘자기만의 미술’을 선보이며, 그 자신이 결국 ‘시대의 아이콘’이 된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독자들은 새로운 시대를 돌파해나갈 혁신과 창조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그동안 세 권의 『아트인문학 여행』 시리즈와 『아트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으로 색다른 문화예술 감상법과 인문학적 사유를 제시하셨습니다. 이번 책은 기존의 시리즈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먼저 나왔던 책들을 떠올려보니, 작가로서 저는 제법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좋아서 공부하고 책을 냈던 것인데 여행기 첫 두 권이 나왔던 2015년 무렵엔 유럽 여행 붐이 일어났고, 미술사를 다룬 『아트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을 냈을 땐 마침 미술을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것이지요. 또한 인문서로서 시리즈 내내 다룬 '시대변화'와 '창조성'의 메시지가 몇 년 사이에 전 사회적 화두가 되었습니다. 이런 우연들이 모여 제 부족한 책들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번 책에서 다룬 분야는 20세기 현대미술입니다. 르네상스 이후 서양미술을 담은 『아트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과 짝을 이루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차이 외에도 이 책이 기존의 시리즈와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그건 작가로서 제 마음의 '절박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야말로 시대변화가 쓰나미처럼 덮쳐드는 상황입니다. 특히 감염병 사태 이후 우리 모두는 미래 세상으로 빨려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대변화'를 다루는 서술의 시점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즉 기존의 시리즈가 '미래시제'로 기술되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현재진행형'으로 기술된 것입니다. 그만큼 창조성에 대해 보다 실질적 고민을 담아야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트’와 ‘인문학’ 그리고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의 만남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어떻게 집필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이 책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트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과 짝을 이루는 작업입니다. 서양미술사에서 다루고 있는 영역도 다르지만, 창조성과 관련해 탐구하는 분야도 다릅니다. 창조적 사고를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역량이 필요합니다. 바로 '통찰력'과 '독창적 사고'입니다. 통찰력은 '보이는 것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힘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정보와 지식의 지표면'을 뚫고 내려가 '통찰의 지층'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전작『아트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에서 다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 '독창적 사고'를 다뤄야 했지요.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이라는 제목에 그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즉 이 책은 전작을 쓸 때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워낙 방대한 내용을 완전히 소화해내야 하는 작업이라 책이 나오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만 현대미술의 재미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현대미술' 하면 난해하고 어렵게 여겨지는데, 20세기 미술을 다섯 갈래의 경로선으로 풀어낸 이 책은 정말 쉽고 재미있게 읽힙니다. 그야말로 현대미술을 완벽히 소화해 낸 결과물로 생각되는데요. 어떻게 이런 구성을 이끌어내신 건가요?
20세기를 빛낸 위대한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책들은 많습니다. 대부분 시대순으로 '나열'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처럼 나열하게 되면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얻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현대미술을 보는 눈을 열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눈이 열리려면 '전체 얼개와 흐름'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20세기 예술가들을 시대순으로 나열해 거대한 미술 지도를 그린 뒤 그 위에서 다섯 개의 선을 집어냈습니다. 이 선들이 바로 '경로선'으로, 고전 미술이 파괴되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미술이 탄생하는 25개의 순간을 지나가는 선입니다. 그간 현대미술을 전혀 접하지 않았던 분들도 이 경로선을 따라서 놀랍고도 충격적인 창조의 순간들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현대미술의 얼개와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되실 겁니다.
창의력, 그중에서도 독창적 사고를 배우기 위한 가장 좋은 교재로 현대미술을 꼽아주셨어요. 난해한 현대미술을 우리는 실제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저는 21세기를 살아감에 있어 현대미술을 보는 눈을 여는 것이 모두에게 필수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열심히만 살아왔던 우리는 창조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시대 요구에 막막함을 느끼고 있는데요. 이처럼 막막할 때에는 창조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를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됩니다. 그곳이 바로 미술입니다. 독창성은 '현재의 불편함'을 자각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위대한 예술가들도 모두 이러한 불편함을 붙들고 고민했던 이들입니다. 그리고는 '형식'이 잘못되었는지 '본질'이 잘못되었는지 구분한 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과감히 뒤집어 버렸습니다. 이들의 생각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를 현실에 적용하면 삶에서 독창성의 가능성이 생겨납니다. 주변에서 불편함을 찾으십시오. 많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시작해 보세요. 틀 밖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실 겁니다.
책에는 시대와 예술가별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유명한 예술가지만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면들까지 담겨있는데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혹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하나만 고르는 게 아닐까 합니다. 중요한 에피소드가 참 많지만 그래도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에 얽힌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미술이 지금의 모습처럼 되는데 절대적 영향을 미친 인물이 뒤샹이거든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뒤샹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지실 거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가장 결정적인 열쇠 역시 뒤샹 편에 담겨있으니 더 주의해서 읽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아트인문학의 세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기대됩니다. 다음 작업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계시는가요?
미술 지도는 넓다 못해 무한합니다. 지금도 이 지도는 넓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미술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찾아가야 할 영역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중세 미술이나 한국미술, 21세기 미술도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간직한 영역입니다. 그리고 그간 미술과 인문학의 배분에서 미술에 방점을 두었는데, 인문학에 방점을 둔 책도 생각하고 있으며, 인문학 영역 중에서도 그간 역사에 중심을 두었는데 점차 철학이나 미학에 중심을 둔 기획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구상은 구상일 뿐, 또 무언가에 생각이 꽂히면 그리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아트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그간 부족한 제 책을 열심히 읽어주시고 또 새로운 책을 기다려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책으로 멀게 느껴지던 현대미술과 친해지고 더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재미를 넘어 여러분의 삶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새로운 시대는 우리에게 '노동자의 삶'이 아닌 '예술가처럼 창조하는 삶'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예술가 되기'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거대한 시대변화의 물결을 헤치고 앞으로 과감히 나아가는 도전에 함께 해주신다면 저는 너무나 큰 보람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김태진 문학적 감성으로 예술 이야기에 인문학을 녹여내는 작가이자 강연가.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파리 예술혁명, 그리고 스페인 문화예술을 다룬 세 권의 《아트인문학 여행》과 서양미술의 역사를 독창적 시각으로 다룬 《아트인문학: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을 통해 선보인 ‘김태진 식의 문화예술 감상법’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호응을 받았다. 현재 온?오프라인 강연을 통해 수준 높은 예술 애호가들과 교류하고 있으며, 대학 최고의 강의에 수여하는 ‘베스트 티처’ 상을 수상할 만큼 흡인력을 자랑하는 그의 강연은 늘 예외 없이 청중들의 열렬한 앙코르 요청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19세기 프랑스의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샤를 보들레르를 전공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겸임교수이며, 기업인재연구소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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