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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송희 “축구를 사랑한 한 청춘의 가슴 뛰는 분투기”

『저질러야 시작되니까』 양송희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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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단’이라는 게 우승, 승리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조직인 건 맞지만 결국 이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전 인천 구단에서 일하는 동안 사람을 통해 참 많은 위로와 고마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2021.08.19)

사진 제공_이연수

‘아, 나는 다른 일은 못 하겠구나.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축구밖에 없겠구나.’ 책 『저질러야 시작되니까』는 축구를 사랑한 한 청춘이 가슴 뛰는 일을 향해 도전하고 분투하는 여정을 솔직발랄하게 담아낸 양송희 작가의 첫 에세이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여,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한 인간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인천유나이티드 축구단에서 꽤 오래 일하셨는데요. 스포츠 구단에서 일한다는 건 일반 기업에서 일하는 것과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구단에서 일하게 되면 더 큰 ‘소속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매주 경기가 있고, 경기마다 승무패가 결정되다 보니 이긴 날은 기쁘고 비긴 날은 아쉽고 진 날은 슬프거든요. 그만큼 월급을 받는 직장의 개념을 넘어 내 팀이라는 소속감으로 더욱 일에 몰두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워라밸의 경계 또한 모호해지기도 하죠. 남들에게 프로축구는 취미인데, 구단 직원에게 프로축구는 취미이자 일이 되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일반 기업보다 본인이 하는 일에 더욱 큰 자부심과 애정을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유나이티드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정말 구단이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당시 인천 구단 재정이 좋지 않아 팀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떠났고, 감독 선임도 늦어지면서 팬들의 여론이 좋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저희 팀 훈련 스케치 및 영상 인터뷰 촬영이 있었는데 저는 인천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었고 촬영 팀은 이미 제주에 내려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바빠 훈련 구장이 A에서 B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깜빡하고 촬영팀에게 안 한 거예요. 다행히 수습해서 촬영에 차질이 생기는 대참사는 피할 수 있었지만, 저 때문에 자칫 큰일 날 뻔했던 만큼 저는 전전긍긍 죄인의 심정이었죠. 사무실에서 머리를 끙끙 싸매며 야근을 하는데 촬영팀 PD님이 보낸 동영상 파일이 하나 오더라고요. “숭의에 계신 양 사원 님, 많이 힘들겠지만 우리 힘냅시다.” 영상 속 주인공은 저희 팀 김도혁 선수였고, PD님이 덧붙여 보낸 카톡에는 ‘인터뷰 끝나고 생각나는 사람한테 영상 편지 보내라고 했거든. 뜬금없이 송희 씨한테 한 대서.’라고 써있었어요. 울컥, 그때 느낀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몇 초 되지도 않는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며 정말 큰 위로를 받았거든요. ‘축구단’이라는 게 우승, 승리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조직인 건 맞지만 결국 이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전 인천 구단에서 일하는 동안 사람을 통해 참 많은 위로와 고마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출처_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를 좋아하다가 축구 쪽 일을 하게 되셨잖아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좋은 점은 뭔가요? 반면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좋은 점은, 막연히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는 것이에요. 동경의 대상이었던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과 동료가 되어 같이 일을 하게 됐죠. 제가 도전해보지 않았다면 꿈으로만 남았을 일이었는데, 꿈이 현실이 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아쉬운 점이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결국 지겨워진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만 남겨둬야 된다’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저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기 때문에 더 좋아하게 됐어요. 그만큼 축구를 보는 시야도 더 넓어지고, 축구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지고, 또 저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동료로 만날 수 있다는 게 행운같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인지 아쉬운 점을 느껴본 적이 크게 없어요.

토트넘 리테일 스토어에서 일하셨던 경험이 특이해요. 어떻게 일하게 되신 거예요? 손흥민 선수 유니폼이 정말 불티나게 팔렸다고 책에 쓰셨는데요.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인천 구단을 그만두고 영국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어요. 다른 나라 구단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영국 런던 소재 EPL 구단들 홈페이지의 구인 공고를 찾아 지원한 뒤, 서류와 면접 등을 거쳐 운 좋게도 토트넘 홋스퍼 리테일 스토어에서 일하게 됐죠. 그땐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8-2019시즌이었으니까, 손흥민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인 관광객들도 정말 많이 왔어요. 매 경기 스토어는 줄을 서서 들어와야 할 만큼 팬들로 북적였는데, 그 중 70% 이상이 한국인 손님이였으니 말 다했죠. 덕분에 유일한 한국인 직원이었던 저는 항상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그래서 더 행복하고 재밌었어요. 다른 나라에서 일하면서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기분이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뿌듯하더군요.

토트넘에서 일하면서 배운 점이나 느낀 점이 있다면요?

일 적으로 배운 것들은 수도 없이 많죠. 단순하게는 유니폼 예쁘게 진열하는 법, 영어로 하는 고객 응대 등부터 크게는 K리그보다 훨씬 긴 역사는 물론 전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EPL이 팬들을 위해 어떤 시도와 노력을 하는지, 또 영국인들에게 축구란 무엇인지 등등이요. 일 외에 배운 것은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낯선 나라에서 제 꿈을 위한 도전을 하고, 동시에 어느 상황이건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처지에 놓이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에 대해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연스레 나 자신에 대해 배워가요. 저조차도 몰랐던 ‘인간 양송희’에 대해 배웠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쌓여간 애정은 자신에 대한 신뢰를 주고, 그 신뢰에서 오는 안정감이 스스로에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


출처_한국프로축구연맹

지금은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일하고 계시지요. 계속 스포츠 업계에서 열일하게 만드는 축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작가님에게 '축구'는 무엇인가요?

한국에 돌아온 뒤 저는 K리그 경기를 볼 때마다 어서 저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리고 운 좋게 한국프로축구연맹 경력직 공채를 통해 연맹으로 들어오게 됐는데요. 연맹에 들어오고 다시 축구 일을 시작한 뒤 저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었어요. K리그라는 내 집 같은 울타리를 저 혼자 잠시 나갔다가 돌아온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냥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축구가 없는 제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어요. 앞으로도 제 가슴을 이 정도로 뛰게 하는 일은 축구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일로든, 취미로든 말이에요.

작가님의 에세이를 어떤 독자분들이 읽어봤으면 하세요? 이 책을 통해 독자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제 에세이 독자분들은 아무래도 저의 이력과 주요 에피소드들 때문에 주로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대다수일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책은 비단 축구 이야기가 아니라, 가슴 뛰는 일을 하기 위해 도전하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한 인간의 성장기이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그 ‘가슴 뛰는 일’이 축구였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니까 읽는 분들에 따라 다를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꿈을 좇는 분들이 제 책을 많이 봐주셨으면 해요. 그것이 무엇이든 가슴 속에 뜨거움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나이, 성별에 무관하게 누구든지요.



*양송희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라면 죽고 못 살았다.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를 졸업하고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에 입사해 한 팀이 굴러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토트넘홋스퍼 리테일 스토어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으로 근무하며 가슴 뛰는 일의 가치를 온몸으로 느꼈다. 현재 다시 K리그로 돌아와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에서 근무하며 스스로 워라밸이 모호한 삶을 즐긴다. 사는 데 축구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때로는 전부 같다.



저질러야 시작되니까
저질러야 시작되니까
양송희 저
시크릿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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