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문 “청소년 소설의 중심은 중학생”
『남성여중 구세주』 양호문 저자 인터뷰
우리 청소년들이 더 넓은 미래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사춘기’라는 불안한 다리를 건너야만 하지요. 저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2021.08.05)
청소년소설 베스트셀러 『꼴찌들이 떴다!』 양호문 작가가 신작 『남성여중 구세주』를 출간했다. 소설은 투병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간병에 지친 엄마까지 집을 떠난 뒤, 짐덩이처럼 떠넘겨져 작은고모 댁 이불 공장 지하방에 살게 된 혜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마음의 문을 닫고 외롭게 지내던 혜진에게 다가온 같은 반 친구 ‘구세주’는 텅 비어버린 혜진의 마음을 채워주며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나간다. 자꾸 자신에게만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만 같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좌절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는 양호문 작가, 그의 따뜻한 시선을 함께 따라가 보자.
중학교 3학년을 다룬 『중3 조은비』, 중학교 1학년을 다룬 『공주 패밀리』에 이어 중학교 2학년을 다룬 『남성여중 구세주』로 작가님의 중학생 시리즈가 완성되었는데요, 중학생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청소년 소설의 중심은 중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은 대개 사춘기가 끝나고 가치관과 인생관이 어느 정도 정립되어 성년에 가까우니까요. 그래서 아직은 많이 미숙하고 많이 흔들리고 많이 방황하는 사춘기 중학생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더 넓은 미래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사춘기’라는 불안한 다리를 건너야만 하지요. 저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말 그대로 좌충우돌, 발랄하고 귀여운 중학생 여자아이 네 명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칠순 잔칫집에서 그룹을 ‘급’ 결성해 노래도 부르고, 산사태 피해를 입은 학교에서 때 아닌 ‘보약 노동’도 하고, 비 오는 날 하수도에 빠져 지옥 여행도 하지요. 작가님께서는 집필하시면서 어떤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으셨는지요?
잔칫집 에피소드는 학교생활에 지친 아이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주려는 목적이었고, 보약 노동 에피소드는 노동의 힘듦과 땀의 가치를 체험시키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옥 여행은 한순간의 실수와 잘못된 결정이 모두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하려는 목적이었지요. 세 가지 다 이번 소설의 중요 요소지만, 특히 지옥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로 네 명 중 한 명이 사망하는 걸로 그려서 어린 소녀들이 친구의 죽음을 대하는 심리적 상태를 보여주는 건 어떨까 많이 고민했거든요. 하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다 살렸답니다.
남편과 아들을 잃고 외롭게 살아왔지만,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장아찌 할머니’의 모습이 따뜻한 소설과 참 잘 어울렸어요. 어쩌면 또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러한 인물은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중2 꽃다운 15세 소녀들과 대비되는 롤모델 인물이 필요했지요, 할머니를 통해 소녀들이 먼 미래 자신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하려고요. 그리고 나이가 많이 들어 백발이 되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해도 인간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그러니까 홀로 사는 83세의 백발 할머니를 등장시킨 것은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를 배우고 느끼라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교훈적인 설정이었습니다. 물론 100% 상상적인 인물이고요.
주인공 아이들과 앙숙이었던 ‘오이소박이 패’도 궁금해요. 10년 후 아이들이 ‘오이소박이 패’ 오도희의 결혼식에 찾아가기로 한 것이 참 인상 깊더라고요. 학창 시절엔 앙숙과 같았던 오도희의 결혼식에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무엇을 얘기해주고 싶으셨나요? 또, 아이들은 결혼식 이후 오도희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사춘기 철없던 때의 일시적 갈등과 다툼(반복적, 습관적으로 가하는 심각한 학교폭력이 아닌 한)을 성년이 된 이후까지 계속 유지하는 건 어리석은 행위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미성년 때와 성년 때는 언(言)과 행(行)이 분명 달라야 한다는 충고지요. 모름지기 성년이라면 언어와 행동이 성숙되어야 함은 물론, 심적으로도 화해와 포용의 정신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뒷이야기라면, 그동안 구세주의 언행으로 볼 때 오도희를 만나서 진정으로 화해를 하고 진심으로 축하해주어 좋은 친구가 될 거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지요.
『남성여중 구세주』는 이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주인공 혜진이는 제게 일어난 불행을 아빠 탓으로 돌려보기도 하고, 오지 않는 엄마를 원망하기도 하고, 연락이 뚝 끊긴 세주에게 서운해하기도 하지요. 사춘기는 이런 이별을 배우는 시기가 아닌가 싶은데요, 청소년들이 이런 아픔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생각지도 못한 불행이 닥쳤을 때, 그것도 연속적으로 닥쳤을 때, 누구나 크게 아파하고 좌절해 삶의 의욕마저 잃게 되지요. 혼자만의 힘으로 그 아픔과 좌절의 늪을 헤치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타인, 즉 누군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 누군가가 바로 주변인들입니다. 그중에 친구의 위로와 도움이 가장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당사자가 처한 개인적 사연, 상황을 모를 수 있다는 거지요. 특히 은밀한 가족사는 당사자가 말을 안 하면 알 도리가 없잖아요. 따라서 혹여 혜진이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감추려 하지 말고, 자존심을 버리고,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아픔을 딛고 좌절을 이겨내는 첫 단계라 하겠습니다.
『남성여중 구세주』를 마지막으로 중학생 시리즈가 완성되었는데요, 이제는 어떤 글을 쓰시고 싶으신가요? 차기작 계획이나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지 등 작가님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공상과학소설을 한 편 쓰고 싶어요. 청소년들을 소설 속에서나마 우주 공간으로 데리고 나가 그곳에서 일어나는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일들을 경험시키고 싶습니다. 또, 역사 소설도 한 편 쓰고 싶어요. 임진왜란이나 한국전쟁처럼 나라 전체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청소년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떻게 그 험난한 시절을 견뎌냈는지를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세상과 인간을 보는 따스한 사랑의 눈과 냉철한 독수리의 눈을 함께 갖춘 작가가 되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마지막으로 『남성여중 구세주』 속 유쾌하고 발랄한 친구들을 꼭 닮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세상에는 꽃이 참 많습니다. 봄에 피는 꽃, 여름에 피는 꽃, 가을에 피는 꽃, 심지어 겨울에 피는 꽃도 있습니다. 어느 시기에 피든지 모두가 아름답고 향기롭고 개성적이지요.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은 모두가 꽃입니다. 진짜 꽃보다 더 아름답고 더 향기로운 꽃입니다. 세상을 밝게 하고 사회를 정겹게 할 인간꽃입니다. 힘내세요! 아자자자!
*양호문 1960년에 태어나 강원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건설 회사, 철 구조물 생산 회사, 농산물 유통 회사, 서적 외판, 편의점 경영, 입시학원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두루 거치며 삶의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작가가 되어 글을 쓰는 평생의 꿈을 저버리지 못하고 문학에 끈질기게 구애하여, 마침내 중편소설 『종이비행기』로 제2회 허균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고등학생인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일념으로 써 내려간 『꼴찌들이 떴다!』로 제2회 블루픽션상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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