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
『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저자 인터뷰
소설 쓰는 일을 생각하다 보면 가끔 어떤 한 사람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자신을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을 만큼 자기 자신과 백 프로 포개져 있는 사람이요. (2021.06.22)
정제된 문장을 차분히 쌓아올려 단숨에 폭발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 작가 최은미의 세 번째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후의 한국문학을 위한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라는 평과 함께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여기 우리 마주」와 젊은작가상 수상과 더불어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발표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눈으로 만든 사람」을 비롯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2020년대 한국문학을 이야기할 때 첫머리에 놓이게 될 작품집을 쓴 작가 최은미를 만나보자.
『눈으로 만든 사람』에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5년간의 소설이 한 데 묶여 출간되었는데,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지난 5년은 소설과 현실이 어느 때보다도 밀접하게 맞물린다는 감각으로 글을 썼던 시기였어요. 동시에 인물들이 계속해서 과거와 대면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현재에 개입하는 과거에 대해 생각하게 된 시간도 길었고요. 책을 낸 지금은 제 인물들한테 어떤 다음의 시간이 올지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 우리 마주」는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현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 더욱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모두가 예상치 못한 변화들로 가득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요. 작가님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요.
기본적으로는「여기 우리 마주」의 인물들과 비슷한 상황 속에서 지냈어요. 소설 작업에 있어서는 변화된 작업 환경에 적응하려고 했던 시기였는데요. 소설을 주로 카페에서 써왔는데 집에서 나와 카페에서 작업을 하는 시간이 제게는 바깥과 연결되는 꽤 중요한 통로나 접점이었다는 걸 뒤늦게 느꼈어요. 업무 메일도 집에서는 잘 안 써져서 메일을 쓰기 위해 일부러 카페에 갈 때도 있었는데요, 몇 차례의 감염 대유행과 아이의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면서 작년부터는 집에서도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모색했어요. 실패와 성공이 자잘하게 반복되고 있는 중입니다.
「11월행」은 템플스테이를 가게 된 은형, 규옥, 하은의 이야기이고, 「점등」은 봉축 시즌이 배경인 소설입니다. 두 편 모두 불교적 시공간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는데요. 그 창작 배경이 궁금해요.
이전 소설집 『목련정전』에선 불교 설화를 모티프로 하는 소설을 여럿 썼는데요, 이번엔 불교 관련 업무나 수행자 등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가 좀더 등장했어요. 「점등」과 「11월행」은 호흡을 고르는 마음으로 쓴 소설들이기도 해요. 불교와 정서적으로 밀접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불교 관련 테마로는 쓰고 싶은 것들이 늘 생겨나요. 「점등」을 쓰면서는 몇십 년 전의 오대산 선원을 떠올렸고 이즈음엔 몇 세기 전의 석굴사원이 종종 떠올랐어요. 언제 쓰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서 생각을 돌리고 싶을 때 사원의 인물을 떠올리면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순수한 욕구가 떠올라서 다시 에너지를 얻곤 합니다.
소설집을 읽다보니 각 단편이 어떠한 사건의 폭력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기보다, 그 이후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일상이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묵묵히 일상을 견디고 살아내는 인물들로부터 위로를 받는 독자가 많을 것 같아요. 소설을 쓰시면서 어떤 부분을 특히 고려하셨는지 궁금해요.
이들이 묵묵히 일상을 견디는 인물들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웃음) 이들로부터 위로보단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있었고요. 소설을 쓰면서 다른 무엇보다 인물들의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자 했어요. 저는 소설 속에서 통찰을 읊조리는 인물보단 마음 밑바닥을 뒤집어 보이는 인물에 훨씬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이해받고 싶어 죽겠는 마음을 뱉어버리고 절박함을 막 들켜버리는 인물들한테 애정이 갑니다. 제가 동원하는 소설의 형식들이 어떤 마음을 발설하기 위한 순간에 바쳐진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고요.
이번 소설집에 실린 모든 단편이 현실에 굉장히 밀착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인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장면과 인물들이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여운이 깊었어요. 이번 소설집에서 특별이 더 애착이 가는 인물 혹은 공간이 있을까요?
「보내는 이」와 「운내」 두 단편을 특별히 아끼고 있어요. 2019년 초부터 초여름까지 이 두 단편을 연이어 썼는데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몰입감을 즐기면서 쓴 소설들이 아닐까 싶어요. ‘나를 사로잡은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경험’이었다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말처럼 쓰는 동안에 일어나는 일이 작가에게 얼마나 중요한 경험으로 남을 수 있는지 이 두 단편을 쓰면서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경험이 줄기가 되어 다음 소설들을 이끌어주었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이 두 단편을 쓰면서 느낀 자유로움의 자장 안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올해로 등단하신 지 14년차가 되셨어요. 작가님에게 ‘소설 쓰는 일’이란 무엇일지 궁금해요.
소설 쓰는 일을 생각하다 보면 가끔 어떤 한 사람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자신을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을 만큼 자기 자신과 백 프로 포개져 있는 사람이요. 저한테 소설을 써온 시간은 어떤 틈도 여분도 없이 나 자신과 포개져 있던 상태에 공간을 만들어온 시간이었어요.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리와 공간이 확보되면 독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 또한 생긴다는 걸 소설이 알게 해주었어요. 소설 쓰기가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올해를 시작하며 목표하셨던 바는 무엇이었을지, 하반기 집필 계획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어요. 더불어 『눈으로 만든 사람』을 읽을 독자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가 시작되면서 ‘마주’라는 제목으로 새 장편소설 연재를 시작했어요. 하반기까지 계속 장편 연재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여기 우리 마주」의 인물들이 2020년 봄을 넘어서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펼쳐 보일 예정이에요. 『눈으로 만든 사람』과 거기에서 이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이들과 같은 시간대를 지나온 독자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최은미(소설가) 1978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났다. 2008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울고 간다」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目連正傳)』, 그리고 『눈으로 만든 사람』, 중편소설 『어제는 봄』,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 등이 있다. 제5회, 제6회, 제8회 젊은작가상, 대산문학상, 2019년, 2020년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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