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원 “고구마 탐정, 어떻게 탄생했냐고요?”
『고구마 탐정1』 서지원 저자 인터뷰
추리는 그런 면에서 좋은 교육 도구라고 생각해요. 추리물이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어린이 친구들에게 분석과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도구였으면 좋겠습니다. (2021.02.06)
그 누구도 풀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면 어느새 그가 달려온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두뇌를 가동시키고,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하는 고구마 탐정. 미스터리 사건이 발생하면 그 자리에 마치 원래 있던 것처럼 고구마 탐정이 나타난다. 이쯤 되면 고구마 탐정이 사건을 쫓아다니는 건지, 아니면 사건이 고구마 탐정을 쫓아다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늘은 인공 지능 로봇이며 조수인 알파독을 데리고 사건 현장에 고구마 탐정이 나타났다. 어김없이 엉뚱한 추리로 사건을 뒤죽박죽 엉키게 만든 나뚱뚱 경감을 뒤로 하고 고구마 탐정은 달콤한 군고구마 냄새를 풍기며 사건을 척척 해결해 나가는데... 고구마 탐정의 시선으로 사건을 보다 보면, 어느새 나도 진정한 탐정이 되어 있을 것이다.
『고구마 탐정』 책 표지에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꽤나 유쾌하고 재미있는데요,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설정하게 된 건가요?
저희 딸 친구 중에 부끄러움을 엄청나게 많이 타는 남자 친구가 있어요. 무슨 말만 하면 얼굴과 귀까지 빨개지는 친구예요. 그 친구 말에 의하면, 가슴에서 뜨거운 뭔가 쑥 올라오며 얼굴이 붉어진다고 했어요. 성격이 몹시 내성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할 말은 하는 인싸 같은 아싸지요. 저는 주목받는 사람보다는 주목받고 싶지만, 또 반대로 주목받는 것이 부끄러운 친구들을 좋아합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많은 탐정이 영웅처럼 뛰어난 외모와 놀라운 능력을 갖췄지만, 고구마 탐정은 조금은 부족한, 부끄러워서 남들 앞에 잘 나서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정의의 이름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에요.
사건 해결 능력은 부족하지만, 성실해서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나뚱뚱 경감도 나름대로 훌륭하지 않나요? 사람보다 더 똑똑해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알파독도 마음에 들고요. 악당을 비롯해 이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약간씩 뭔가 부족하지만, 그래서 모두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입니다.
캐릭터들의 모델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고구마 탐정은 작가님 본인이라든가, 알파독은 집에서 키우는 개라든가, 뭐 이런 설정이요.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제 친구 중에 쌍둥이 형제가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는데, 그건 아쉽게 끝난 만화영화가 내일 어떤 내용으로 진행될지 예측한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려고 아이들이 몰려들곤 했어요. 쌍둥이 형제는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을 때도 강아지가 물어간 것을 찾아주었고, 장난감이 부서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었어요. 쌍둥이 형제는 우리는 생각할 수 없는 엉뚱한 방법으로 해결했지요.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 동네의 탐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 쌍둥이 형제가 예측한 만화영화 이야기는 거의 맞지 않았지만요. 쌍둥이 형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추리하고, 자신들이 어디선가 얻어들었던 지식을 이용해,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거쳤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기억 속에는 쌍둥이 형제의 진지한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나 봅니다. 초등학교 때 멀리 이사하여서 지금은 어디 사는지 알 길이 없지만, 제가 쓰는 탐정물들은 쌍둥이 형제를 매번 떠올리곤 합니다.
알파독과 비슷한 캐릭터는 지금 제 옆에서 잡니다. 우리 집에 함께 사는 밀키라는 비숑 프리제를 모델로 했거든요. 물론 알파독과 외모만 닮았고, 지능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꽤 많은 이야기를 책으로 써 내고 있는 작가인데요, 『고구마 탐정』을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평소 이야기를 만들 때 어떤 일들이 그 책을 쓰는 계기가 되나요?
문제 푸는 걸 좋아하는 어른은 거의 없어요. 어린이 친구들도 마찬가지지요. 어른들이 싫어하는데, 어린이라고 좋아할까요? 『고구마 탐정』을 쓰게 된 계기는 문제 푸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문제에 계속 도전하지 않으면 사고력은 발전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추리라는 방법을 통해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있는 과학 원리를 추리 열쇠로 삼아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의 동화를 썼어요.
앞으로 우리 사회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난다고 해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라면 상상력과 창의력, 논리력이 매우 중요하지요. 다른 사람처럼 똑같은 방법으로 생각해서는 똑같은 생각밖에 하지 못하잖아요. 다른 사람과는 다른 방법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해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못 풀어낸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으니까요. 어른들은 자신이 경험해 본 것만 강요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어린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어른들이 경험한 세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평가하기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해주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줄 필요가 있어요.
추리는 그런 면에서 좋은 교육 도구라고 생각해요. 추리물이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어린이 친구들에게 분석과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도구였으면 좋겠습니다.
원래 추리물을 좋아하셨나요? 좋아하는 추리소설이라든지, 주인공이 있으실까요?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 그러니까 1970년대에 흑백 텔레비전으로 <형사 콜롬보>라는 드라마를 즐겨 봤어요. 배우 피터 포크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형사물입니다.
콜롬보는 결코 잘 생기지도 않았고, 신체가 건장하지도 않았으며, 싸움을 잘하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좀 부족하고, 모자란 편이었지요. 어떻게 저런 사람이 머리 좋고 부자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악당들을 잡을까 싶었지요. 그런데 그런 콜롬보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한 가지 있었지요. 그것은 질문하는 능력이었어요. 콜롬보는 늘 “한 가지만 더 물어봅시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헤어지려고 하다가 “아! 한 가지만 더 물어봅시다.” 하면서 계속 쫓아다니면서 정말 지겹도록 질문을 해대는 거예요. 정말 민망할 정도였어요. 콜롬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범인의 논리에 구멍을 발견합니다. 정말 멋진 탐정이 아닐 수 없잖아요. 질문을 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해요. 쉽게 결론 내리지 않고, 끝없이 의심하고, 반성하고, 도전하는 용기 말입니다.
‘과학’ 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과학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과학이 싫은 사람은, 과학이 싫은 게 아니라, 과학을 잘못된 방법으로 가르친 교육 방식이 싫은 게 아닌가 하는. 저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과학은 불독이다!’라고 말하곤 해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천재적인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했냐고 질문하자, 아인슈타인은 천연덕스럽게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 단지 문제를 오래 연구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대답했다고 해요. 아이작 뉴턴은 중력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묻자, 오직 그것 한 가지만 생각했다고 대답했답니다. 호기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호기심을 자신의 힘으로 풀어내는 것이 진정한 능력이지요. 불독처럼 한번 물면 놓지 않듯이, 인내하며 노력하는 어린이로 키워야 해요. 그런데 많은 어른은 “실패하면 안 돼!”, “왜 또 실수했어!” 하면서 완벽한 점수를 얻기를 원하지요. 완벽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더 어려운 도전을 하는 친구들을 응원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1권이 과학 편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럼 후속편이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후속편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2권은 수학을 이용한 추리 동화입니다. 앞으로 고구마 탐정은 계속 나올 예정입니다. 초등 교과서에 나온 과학과 수학의 원리를 이용해 추리 문제를 푸는 열쇠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교과서는 재미없고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느낌이겠지만, 추리를 통해 교과서도 이렇게 쉽고 즐겁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고구마 탐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세기의 명탐정 셜록 홈즈는 이런 말을 남겼어요. “범죄는 흔하다. 그러나 논리는 흔치 않다.” 탐정은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해결할 때 결코 분노와 폭력을 사용하지 않아요. 폭력이 아니라 분석과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지요. 얼마나 멋진가요!
앞으로 과학과 수학이 딱딱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학문이 아니라, 무한한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펼쳐지는 세계로 인도할 것입니다. 공부가 싫은 사람은 모두 오세요! 흥미진진한 사건을 통해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과학과 수학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입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추리 동화를 읽으면서 고구마의 달콤한 맛의 세계로 떠나보세요!
*서지원 강릉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1989년 [문학과 비평]에 소설로 등단한 후, 현재는 동화 작가와 논픽션 작가, 초등 국정 교과서 집필진 및 검토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민이 읽어야 할 올해의 책, 원주시민이 읽어야 할 올해의 책,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뽑은 우수문학도서 등에 선정되었으며 여성가족부 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상, 환경부 우수환경도서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지식 탐구 능력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책 250여종 중에서 중국, 대만에 수십 종의 스토리텔링 책이 번역, 출판되었다. 2009 개정 초등 국정 교과서와 고등 모델 교과서를 집필했고, 초등학교 4 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동화가 수록되었다. 「신비아파트 수학 귀신을 잡아라!」, 「안녕 자두야 과학 일기」, 「신통방통 수학」, 「몹시도 수상쩍은 과학 교실」, 「빨간 내복의 초능력자」 시리즈를 비롯해 『최고의 행복 수업』, 『떴다! 지식 탐험대-물리』, 『떴다! 지식 탐험대-화학』,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 왔다』, 『어린이를 위한 리더십』, 『원더랜드 전쟁과 법의 심판』, 『』, 『훈민정음 구출 작전』, 『4차 산업 혁명과 미래 직업 이야기』, 『Oxford Path Maths Adventure』, 『마지막 수학전사 1~5』, 『한눈에 쏙 세계사 2: 고대 통일 제국의 등장』, 『만렙과 슈렉과 스마트폰』, 『안녕 자두야 역사 실력이 빵 터지는 한국사 퀴즈』 등 많은 책을 썼으며 여러 매체에 삶의 양식과 행복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글을 연재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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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서지원> 글/<이승연> 그림11,520원(10% + 5%)
고구마 탐정과 사건을 풀어 나가다 보면 나도 어느새 진정한 탐정! 그 누구도 풀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면…… 어느새 그가 달려온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두뇌를 가동시키고,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하는 고구마 탐정. 미스터리 사건이 발생하면 그 자리에 마치 원래 있던 것처럼 고구마 탐정이 나타난다. 이쯤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