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혜 “막막함마저도 나중에는 추억이 될 것”
『쉬운 천국』 유지혜 작가 인터뷰
『조용한 흥분』, 『나와의 연락』의 유지혜 작가가 3년 만에 신작 에세이집 『쉬운 천국』을 출간했다. 두 번의 뉴욕, 다섯 번의 런던, 네 번의 파리, 세 번의 베를린, 그리고 한 번의 비엔나 방문기를 담은 이 에세이집은 장소뿐만 아니라 시절을 여행하는 기분을 안겨준다. (2021.01.25)
2015년 『조용한 흥분』 출간으로, 독자들을 ‘인스타그래머의 책’이라는 낯선 정체성으로 이끌었던 유지혜 작가.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물음에 그저 “학생”이라고 대답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그는 ‘글 쓰는 사람’이라는 단단한 자아를 보석처럼 발굴해 나가는 시간을 보냈다. 그사이 두 번째 책이 출간됐고, ‘유지혜 페이퍼’라는 정기 메일링 서비스를 시즌 9까지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서른 살을 앞둔 2020년 늦가을, 마침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100퍼센트의 당당함으로 소개할 수 있는 세 번째 책 『쉬운 천국』 을 세상에 내놓는다.
새해를 맞아 서른이 되셨죠. 서른을 맞은 기분은 어떠신가요?
이제 시작이라는 기분이 들어요.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펼쳐질 것 같은 기분이요. 좋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하루의 걸음이 중요할 거예요. 서른인 2021년은 닥치는 대로 많은 인풋을 쌓는 한 해로 만들고 싶습니다. 매일을 밀도 있게 살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정체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잡지 표지 모델로 서기도 했고, 선우정아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고, 또 어느덧 세 권의 책을 펴낸 작가이기도 합니다.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글 쓰고 여행하는 사람’이라고 답하곤 합니다. 모델 일들은 섭외가 들어오면 간간이 하는 편이고요. 패션과 글은 어떻게 보면 전혀 결이 다르지만, 표현하는 작업이라는 의미에서는 방향이 같아요. 다만 저는 어떻게 하면 둘 사이에서 보기 좋게 균형을 맞출까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제가 들었던 말 중에 인상깊었던 것이, 제 사진, 영상, 글의 느낌이 전부 비슷하다는 말이었어요. 이미지는 어쨌든 ‘겉모습’이기에 피상적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이기도 해요. 다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진과 그림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맥락 없이 단순히 예쁜 이미지보다는 이야기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이에요. 작가라는 말을 듣기에는 스스로의 작업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많이 훈련하고 쓰려고 노력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데요, 사진 느낌이 소위 ‘인스타그래머블’ 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예쁘장하다는 느낌보다 개구지다는 느낌도 많고, 미니멀하거나 정돈된 느낌보다는 있는 그대로 모습이 많은데요, 인스타그램 계정을 꾸려 가는 원칙, 소신이 있으신가요?
같은 질문에 항상 똑같은 말로 대답하곤 하는데요. 사물이나 사람 모두 자연스러운 게 가장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정돈을 잘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웃음) 예쁘장한 얼굴이 아니기도 해서, 있는 그대로를 담아 내는 것이 저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세 번째 책 『쉬운 천국』을 출간했습니다. 책을 쓰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독자들이 어떻게 읽어 주기를 바랐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함, 담백함. 이 두 가지입니다. 다른 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히기를 바랐습니다.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나 특별한 깨달음이 담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 속에 스며들기를 바랐습니다.
『쉬운 천국』이 출간되고 독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망원동 작업책방 씀에 가시는 날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서점을 찾아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큰 사랑, 열광적인 독자들에 대한 소감을 들려주세요.
사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으리라고 전혀 기대하지 못했어요. 서점에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셔서 놀라기도 했지만 제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더욱 감격하기도 했습니다. 제 책이 ‘사랑’이라는 단어와 함께 소개되고 읽히는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수많은 메시지들을 읽으며 항상 다짐해요. 이 개별적인 애정들을 절대 덩어리지게 받아들이지 말자고요. 무뎌지지 않고, 당연시 여기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사람들의 애정을 전달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독자분들을 감히 친구라고 부르고 싶어요. 나와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기 이전에 언제라도 만날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영어로 하면 available한 사람. 접근이 용이한 곳에서 항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책이나 글과 관련하여 앞으로 계획된 일들이 있다면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세요.
책이 출간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취소된 행사들이 꽤 있어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서점 북토크를 다시 꾸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작업해서 올해 가을이나 겨울 즈음에 네 번째 책으로 인사드리고 싶다는 목표도 있습니다. 시즌 9까지 진행한 메일링 서비스 ‘유지혜 페이퍼’는 2월부터 다시 진행할 계획이고, 코로나가 지나가면 여행지에서 진행하게 될 시즌들을 어떻게 구성할지, 특별한 무언가를 미리미리 준비해 두고 싶습니다. 그림이나 사진 작업을 하는 친구들과 콜라보도 계획 중이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쉬운 천국』은 작가님에게 20대의 문을 닫는 책이기도 하고, 작가님의 20대를 생생하게 담은 책이기도 합니다. 또 20대 독자분들이 특히나 많이 찾는 책이기도 하고요. 새해를 맞아 이제 스무 살이 된 독자들에게 한 말씀 전해 주세요.
지금 느끼는 그 막막함마저도 나중에는 추억이 될 거예요. 자신을 지독하게 만들거나 웃게 만드는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하고 싶은 일을 전부 해낼 수 있다는 신화 같은 말을 지금은 믿으세요. 그리고 그 믿음으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두고 보세요. 기대하며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가 보시길.
*유지혜 쓰는 사람, 여행하는 사람. 『조용한 흥분』, 『나와의 연락』, 『쉬운 천국』 등을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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