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 일상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
『시시한 하루 시 같은 순간』 박종민 저자 인터뷰
느낌의 실체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세요. 한번 시작하면 계속하게 됩니다. 그것이 일상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니까요. (2021.01.12)
이제는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디카시’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과 짧은 글이 함께 어우러진 감각적인 문학 작품이다. 제4회 디카시 공모전 대상 작품이 수록된 『시시한 하루 시 같은 순간』은 일상에서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장면에 의미를 더한 글을 함께 담아냈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따뜻한 시선으로 박종민 작가가 들여다본 광경을 함께 즐기며 소소한 행복함을 느껴보면 어떨까.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셀프 소개 및 책 소개 함께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자랑하거나 내세울 만한 거리가 있을까 잠깐 생각해 보았는데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죄송) 차라리, 길에 대한 은유로 두리뭉실하게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길에서 자연과 사물이 말을 걸어올 때는 가끔 멈추기도 하고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지만, 사색을 통해 길에서 보낸 시간의 길이만큼 인생은 여물어 간다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책 속의 길에서 뼈 때리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 인생길에서 마음 따뜻한 사람을 만났을 때도 길을 걸으며 느끼는 희열을 고스란히 맛봅니다. 지구의 한 모퉁이에 뚜벅뚜벅 발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삶은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책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 5행 이내의 문장인 디카시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로 구성된 디카시집입니다. 17 음절(5-7-5)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를 포함해서 모두 152편을 시집에 담았습니다. 사진은 일상 공간에서 산책하거나 걷기 및 등산 동호회 활동 중 시심(詩心)을 자극한 시적 형상을 순간 포착하여 직접 촬영한 것이며 시(문자)는 자연이나 사물을 보고 느낀 시심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 시집은 보통 시와는 다른 '디카시'라는 장르인데요. ‘디카시’의 자세한 설명과 이쪽 장르의 시를 쓰게 되신 계기에 대해 알려주세요.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사진과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을 말합니다.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이란 점에서 SNS 환경에 가장 적합한 장르이며 문자는 5행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사진은 반드시 본인이 찍어야 하며 사진 너머의 보이지 않는 심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해야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습니다. 예술을 일상화하고 일상을 예술화한다는 모토 아래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를 포함하여 매년 다양한 공모전이 열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계간지 <디카시>가 다시 서점에도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디카시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시에 대한 관심이 많아 습작하던 중 하이쿠를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 하이쿠는 계절을 나타내는 계절어를 반드시 한 개 포함해 계절의 운치를 담아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데 매번 계절어를 넣어 습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이쿠”에 매료되어 글자수만 맞춘(5-7-5) 하이쿠류 시를 SNS에 가끔 올리던중 디카시를 접하게 된 거죠. 공모전에 처음 참가하여 대상까지 수상하게 되었고요. 아마도, 하이쿠 습작이 디카시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느낌 있는 사진과 글의 조합인 디카시가 요즘 트렌드에 맞고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작품을 습작했습니다.
작가님께서 2018년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 제 4회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때의 수상 소감과 이번 책의 출간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2018년 처음 참가한 공모전에서 대상 받을 대상자로 통보받았을 때는 솔직히 착오로 통보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공모전에 처음 참가해서 대상이라니… 그동안 꾸준하게 공모전에 참가한 실력 있는 분들에게 엄청 미안한 일이니까요. 시에 대한 감각은 유지하고 있었지만, 대상까지는 당연히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디카시 창작 능력이 부족함에도 대상을 수상한 일이 미안해서 이후 본격적으로 디카시를 습작하게 되었습니다. 디카시와 하이쿠 풍 시를 SNS에 공유하던 중 지인들부터 책 출간 권유가 있었지만, 출간은 남의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그러던 중, 후배로부터 안목 있는 출판사를 소개받아 출판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디카시집이 출판 시장에서 통할까 나름대로 면밀하게 시장 조사를 한 결과, 책의 디자인, 편집 및 수록될 작품의 양에 대해 기출판된 디카시집들과 차별화하면 가능할 거라 판단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간된 책을 보니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만큼 적당한 문구가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마터면, 집 밖에도 한번 나가지 못하고 평생 집돌이로 있을 뻔했던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낸 부모의 마음을 누가 알겠습니까?
공모전 대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지만, 책 출간은 공모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공모전 대상 수상은 주위 몇몇 지인에게만 알려줬지만, 책 출간은 만천하에 출생 사실을 선언한 것이니까요. 무엇보다도 책을 통해 여러 사람과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기쁜 일이죠. 책으로 제 마음을 보여주니 독자들도 그동안 감춰진 마음을 보여 주시더라고요.
제가 책을 읽어보니 '이렇게도 사물을 볼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요. 특히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어떤 부분인가요?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서 작품 2개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연의 법칙”과 “부부”에 담긴 구절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인연의 법칙”은 회사에서 하는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달동네로 독거노인들께 도시락 배달을 하던 중 떠오른 작품입니다. 노인이 사는 3층 집 앞에서 어지럽게 늘어져 있거나 꼬여있는 전선을 내려보며 방금 만난 노인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보낸 인연들이 어떠했길래 힘든 노후를 보내고 계실까. 인연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길지 않아도 “꼬이지 않게” 잘 이어가는 게 좋은 인연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인연의 줄이 꼬여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누구라도 빨리 풀어내는 게 서로를 위해서 현명한 태도라고 생각됩니다.
“부부”에서는 마지막 행 “아버지, 진작에 좀 그러시지 그랬어요”란 구절에 우리네 일부 가부장적인 아버지들께 느끼는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사진 속 실제 모델은 제 부모님입니다. 뷰가 멋지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앞서가기만 하던 아버지께서 2층에서 계단 난간을 잡고 내려가시는 어머니를 뒤에서 걱정스레 지켜보며 따라 내려가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현재, 어머니는 병환 중(입원 중)으로 코로나로 인해 거의 3개월째 뵙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쾌유하셔서 다시 볼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지금은 아버지를 탓하기보다 나부터 “진작에 좀 잘해 드릴걸” 하고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해서 찍은 사진들이 정말 많은데요. 혹시 작가님만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일명 '소확행' 활동이 따로 있으신가요?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에는 주말이나 휴일 오전 가끔 동네 카페에서 라떼를 마시며 미술사 혹은 미술 에세이 책을 보는 것을 즐기곤 했습니다. 그림을 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며 책장을 넘길 때는 실내에 퍼지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오감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책 속의 그림을 통해 그림 너머 세상을 상상함으로써 글을 쓰는 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시집에 포함된 “연애시절”과 “비밀의 방”의 확대된 꽃 사진은 미국의 대표적인 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그린 꽃 그림들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소영 작가와 유경희 작가의 책을 즐겨보고 요즘은 집에서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 2 (한국 편)을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지난 한 주를 정리하거나 머리에 떠오르는 단상들을 노트에 적어 보기도 합니다. 이때가 가장 몸과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시간입니다. 요즘은 주말에 집 주변 중랑천변 길을 따라 도봉산역 앞 창포원 공원까지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 저의 소확행입니다. 그 외에 도심에 숨어있는 동네 책방 순례도 작지만 확실한 기쁨입니다.
작가님께서 혹시 '디카시'라는 장르의 출간 계획이 한번 더 있으신지 혹은 도전하고 싶은 출간 분야가 따로 있으신지요?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기에 길에서 자연과 사물과의 대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시집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새로운 시집을 낸다면 이번 출판된 시집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시집을 내놓고 싶습니다. 무엇이 업그레이드 된 시집인지는 고민을 더해봐야겠지만, 시를 읽고 나서 독자들 얼굴에 살며시 미소가 번지거나 가슴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시를 계속 쓰고 싶습니다. 독자들 마음을 흔들어줄 시집이 아니라면 굳이 시집을 다시 낼 생각은 없습니다.
시집 이외에 도전하고 싶은 출간 분야는 디카시 혹은 시를 품은 에세이를 쓰고 싶습니다. 김남희 작가의 “길 위에서 읽는 시”란 여행 에세이를 읽고 단번에 반해 버렸습니다. 문장이 탄탄하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며 옆에서 작가가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는 글입니다.
그 외, 책을 한번 손에 쥐면 다 읽을 때까지 놓을 수 없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이 작업은 5년 이후에나 가능할 거로 생각되지만 꼭 시도해 보고 싶은 작업입니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위트있으면서 유머러스하고 리얼하게, 독자의 혼을 쏙 빼놓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이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믿고 봅니다.
『시시한 하루 시 같은 순간』을 읽으실 그리고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시집들의 무성한 숲속에서 제 시집을 용케 발견해 차근차근 읽어 주시는 자체만으로 작가는 큰 힘을 얻습니다. 제 시집을 보고 계시는 독자 근처에 있다면 옆에 다가가서 인사라도 드리고 즉석에서 북 토크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시집을 보시고 나서 “이거 공감이 가는데..” “이건 내 이야기네..” “이 작품 참 좋은데..“ “이거 해볼 만한데..”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고 생각이 드신다면 작가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디카시는 특정 시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길을 걷다가 느낌오는 대상물이 있다면 일단 폰카로 찍으세요.. 그리고, 그 느낌의 실체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세요. 한번 시작하면 계속하게 됩니다. 그것이 일상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니까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꾸벅
*박종민 길을 걸을 때 가장 나다워진다. 길에서 만나는 사물과 풍경에 관심이 많다. 그들이 말을 걸어와 그 말의 의미를 풀어낼 때 잠시 시인이 된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와 새로운 문학장르인 디카시에 매료되어 시시한 하루에 시 같은 순간을 즐긴다. 가끔은 몸을 흔들어 놓아야 마음의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생각으로 일 년에 한번은 춘천에 가서 마라톤을 뛴다. 세상의 모든 길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2018년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 제4회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인스타그램 @okimpa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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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박종민> 저12,420원(10% + 5%)
한 컷의 사진과 시가 만나다 이제는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디카시’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과 짧은 글이 함께 어우러진 감각적인 문학 작품이다. 제4회 디카시 공모전 대상 작품이 수록된 『시시한 하루 시 같은 순간』은 일상에서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장면에 의미를 더한 글을 함께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