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홀 "『5번 레인』, 어린이문학에 스포츠물을 쓴 이유"
『5번 레인』 은소홀 작가 인터뷰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현실감이 없었어요.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후에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가 오는데 ‘아, 역시 착오가 있었던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020.09.25)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심사 당일, 일곱 명의 심사위원이 모인 자리는 시작부터 활기를 띠고 있었다. 예심에서부터 빼어난 작품들이 상당해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심사였다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동화로서의 강점을 또렷하게 지닌 두 작품을 두고 긴 시간 논의한 끝에, “우리 아동 서사에 새로운 물꼬를 터 줄 것”이라는 부푼 기대감으로 이례적인 공동 대상을 결정했다. 그중 한 작품이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은소홀 작가의 『5번 레인』 이다.
열세 살 수영부 아이들의 고락을 그린 『5번 레인』 은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에서 드문 스포츠물이라는 점, 그 수영이라는 소재로 ‘몸과 마음의 성장’이라는 주제 의식을 훌륭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은 심사위원 전원이 특히 한목소리로 찬사를 보낸 지점이었다.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하신 것, 그리고 첫 책이 출간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현실감이 없었어요.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후에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가 오는데 ‘아, 역시 착오가 있었던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만큼 꿈같은 일이었어요. 조금 정신을 차리고서는 고마운 사람들이 떠올랐고요. 가족, 친구들. 그리고 한겨레아동문학작가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그래서 혼자 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운이 참 좋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무사히 책이 나오고 나니 독자들이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고 설렙니다.
『5번 레인』은 어린이문학에서 드문 스포츠물이에요. 동시에 두근거리는 연애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처음 이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게 된 순간이 궁금해요.
육상이나 수영 같은 기록경기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스포츠 경기의 특성상 다른 선수들과 승부를 겨루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습이나 경기 자체를 보면 결국 다른 사람과의 경쟁보다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으로 보였어요. 그런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가지는 성실성과 단단함이 멋있게 느껴졌고요. 우연히 수영을 배우게 되면서 그 운동 자체의 매력을 느꼈던 것도 큰 몫을 했던 것 같아요. 물로 가득 찬 공간이 주는 힘이 엄청나더라고요. 연애 이야기는 제가 워낙 좋아해요.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제가 가진 것의 120퍼센트를 꺼내게 만들잖아요. 그런 힘이 건강한 방향으로 흐르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수영부 아이들의 훈련 장면, 대회 장면 등이 생생합니다. 어떤 문장들은 실제로 물에 들어가 보지 않고는 쓸 수 없는 말처럼 느껴졌어요. 입수가 잘되면 사이다와 같은 수백 개의 공기 방울이 얇은 이불처럼 몸을 감싸 준다, 라는 버들이의 표현도 그렇고요. 정보를 어떻게 얻으셨나요? 혹시 작가님도 수영을 하시나요?
수영 좋아해요. 나루처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수영할 때 느낀 감각과 감정을 떠올렸어요. 글이 잘 안 풀릴 때에는 수영장에 다녀오기도 하면서요. 관련 서적이나 영상도 찾아봤고요. 다이빙도 배워 볼까 생각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고소공포증이 있거든요. 대신 감사하게도 다이빙 지도자분과 선수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 해 주신 이야기들이 큰 도움이 됐어요. 전국 대회는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왔고요. 아무래도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이야기다 보니, 꼼꼼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빈 곳이 바로 티가 날 것 같았어요. 자료로 틀을 만들어 놓고 상상으로 채워 넣는 과정이 재밌었는데, 관계자분들에게는 어떻게 읽힐까 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생애 첫 연애”의 설레는 순간순간들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요.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으며 뛰어가는 장면이라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두 켤레의 스니커즈가 톡, 하고 맞닿는 장면이라거나, 아무도 없는 학교 수영장의 물속에서 고백하는 장면이라거나.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의 사랑을 묘사할 때 가장 염두에 두신 점이 있다면요?
순간의 반짝거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모든 연애는 반짝이는 순간이 있지만 첫 연애는 조금 더 특별하잖아요. 처음이다 보니 별것 아닌 일도 아주 큰 일로 느껴지고, 모든 순간들이 낯설지만 소중해서 일기장에 자세히 적어서 간직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정작 두 사람은 본인들이 얼마나 예쁠지 모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옆에서 몰래 보고 있다가 대신 기록해 주는 마음으로 썼어요. 주인공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고, 수영 선수잖아요. 두 사람의 시선이나 생활 반경을 따라가다 보니 스니커즈나 수영장 고백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 같아요.
보통 성장담에서는 주인공이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그 외의 인물들은 주인공의 성장을 뒷받침해 주기 위해 서 있는 듯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5번 레인』에선 모든 아이들이 각자의 레인에서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한 명 한 명의 눈앞에 고유한 레인이 펼쳐져 있고, 저마다 자신만의 터치패드를 향해 나아가요. 어떻게 이야기 속 모든 아이들을 매력적으로 두텁게 그릴 수 있으셨나요?
사실 이 부분은 편집자님의 도움이 컸어요. 초안은 지금보다 나루와 태양이 이야기에 좀 더 집중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아이들도 궁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내가 다른 아이들을 너무 납작하게 그렸나 하고 미안한 마음에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똑같이 6학년이고, 수영 선수라 하더라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제각기 다른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이 아이는 왜, 어떤 마음으로 수영을 할까 생각하면서 한 가지씩 큰 줄기를 잡았어요. 그 줄기가 아이들의 매력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더 늦기 전에 수영을 제대로 해 보고 싶은 태양이, 수영을 이제 그만해야 할지 신중하게 생각하는 승남이, 다이빙으로 전향해 환한 미소를 보여 주는 버들이까지.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님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어차피’ 라는 낱말을 시작으로 부정적인 말들이 따라붙기 쉽잖아요. 어차피 질 거야. 어차피 국가 대표 할 것도 아니잖아. 어차피 늦었어.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길 바랐어요. 지레 포기하지 말고 더 노력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자신이 바라는 꿈에 열중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풍성해진다는 것을 보여 주려 했어요. 누구나 그런 순간을 누릴 권리가 있고요. 요즘은 꿈도 효율성을 따져 가며 꿔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기 안을 들여다볼 새가 없고요. 상황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데 어른으로서 미안함이 있어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중이라면 일직선이 아니라 삐뚤빼뚤 걸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었어요. 사실 장거리를 지치지 않고 가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혹시 넘어지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울타리를 쳐 주는 게 어른들 몫이겠죠.
『5번 레인』으로 독자들에게 처음 인사하셨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저만의 방식으로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면 무척 힘이 날 것 같아요.
*은소홀 『5번 레인』으로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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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은소홀> 글/<노인경> 그림 11,250원(10% + 5%)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수영부 6학년 에이스 '나루'의 꿈과 사랑이 눈부신 여름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화입니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꿈을 향해 땀 흘리며 나아가는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이 담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