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하루를 위한 질문과 태도들
『내일은 모르겠고 하루만 열심히 살아봅니다』 최현송 저자 인터뷰
내가 개입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한 뒤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저는 몸을 씁니다. 평소에 잘 안 되는 요가 동작 같은 걸 하면 생각할 틈이 없어지거든요.(2020. 07. 13)
‘그저 해보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 해보기만 하다니, ‘앞으로는 어쩌려나’ 같은 약간의 걱정이 생깁니다. 동시에 홀가분한 삶에 대한 부러움, 그러면서도 나는 그러지 못해 질투도 납니다. 당신도 이런 양가적인 기분이 든다면, 혹시 이건 어떠세요? ‘그저 해보는 삶’을 매일 한다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데, 그저 해보기만 했지만 괜찮은 일이었다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랬다면, 그런 하루들이 모여 삶이 되지 않을까요?
『내일은 모르겠고 하루만 열심히 살아봅니다』는 걱정과 불안, 막연한 기대 때문에 쉽게 잊기 마련인 오늘 하루를 붙잡는 말들, 오늘 하루를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이 나온 그날 하루는 이미 지났는데, 또 다른 모습의 하루가, 책에 담기지 못한 좋은 하루의 모습이 새로 생긴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을 쓴 최현송 작가님을 붙잡았습니다.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를 사는 법은 명쾌하고, 그 방법을 실천하는 데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지만, 삶에서 그저 하루일 뿐이니 해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지나고…(무한반복). 지금 당장, 당신의 하루를 붙잡는 말과 행동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책 속 글 말미마다 하루에 집중하도록 돕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 이 질문만은 잊지 말고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싶은 질문을 꼽아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모닝 루틴에 대하여 쓴 글의 ‘아침에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는?’입니다. 하루를 가꾸기에 가장 효과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눈 떠서 내가 하고 싶은 일, 혹은 기분 좋은 일을 하면 하루 전체가 기분 좋게 굴러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꼭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성취감이 큰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도 아침형 인간이 못 되거든요. 몇 시에 일어나든 하루를 시작하는 잠깐만큼은 의식적으로 보내고자 노력할 뿐이죠.
이 글을 읽은 한 독자분의 댓글이 기억나는데요. 그 분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기르는 식물이 밤새 안녕한지 살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신다고 해요. 아주 훌륭한 모닝 루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지금 당장 떠올려 보셨으면 하는 질문도 있는데요. ‘오늘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이라는 질문입니다. 조금 막연하다면 지금 현재 감사한 일로 바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긍정하고 감사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순간 카페의 쾌적함이 기분 좋고 창밖으로 펼쳐진 키 큰 가로수의 푸름이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소확행’보다 더 작지만 더 확실한 행복인 ‘초소확행’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어요. 초소확행을 맛볼 수 있는 행동 하나만 추천하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무엇을 사거나 함으로써 소확행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책에서 언급한 초소확행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많은 예가 있겠지만 모두에게 가장 평등하며 지금 즉시 맛볼 수 있는 행복이라면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꼽겠는데요. 자연이라고 말하면 뒷산에라도 올라야 한다고 믿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인간과 가장 밀접한 자연은 그저 날씨입니다. 비 오는 날, 점심 메뉴로 수제비나 파전을 고르는 직장인들이 많잖아요. 이미 날씨에 따른 초소확행을 누리는 것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봄이나 가을의 화창하고 맑은 날씨를 축복이라 여기지만, 여름의 폭염에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있잖아요? 땡볕 아래를 걷다가 카페에 들러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실 때 기쁨은 따뜻한 날 마시는 커피랑 비교도 할 수 없죠. 계절 혹은 날씨의 변화를 내 생활 속에 들이고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의식하는 것이 가장 쉬운 초소확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여행의 기분을 낼 수 있는, 최근에 작가님이 하고 계신 여행 기분을 내는 일 하나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여행에서 숙소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호화로운 숙소를 선호하진 않지만 지저분하거나 진정한 휴식의 철학을 담지 못한 공간에 묵으면 그 여행 전체의 인상이 나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매일을 묵는 우리 집 혹은 내 방을, 좋았던 숙소를 닮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우리가 ‘호텔’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톡톡한 흰 이불과 수건 같은 건데, 사실 이걸 일상에 바로 들이기엔 관리 면에서 난이도가 좀 높지요. 이런 것들 대신 여행지의 쾌적한 숙소 기분을 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샤워가운을 추천합니다. 고단한 여행 후 호텔로 돌아와 깨끗이 씻고 샤워가운을 입고 나올 때의 그 기분을 떠올려 보세요.
저는 막 여행을 시작하던 20대 중반부터 집에서도 샤워 후엔 샤워가운을 입었습니다. 좁은 욕실에서 급하게 물기를 씻고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면 목욕 후의 상쾌하고 이완된 기분이 빨리 사라지는 것 같아서요. 기분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샤워가운을 입으면 장점이 많습니다. 몸 구석구석 천천히 바디로션을 바를 수 있고 옷 젖을 염려 없이 머리를 말리기도 좋고요. 시중에 다양한 샤워가운이 있지만 타월 회사에서 만든 것이 무난합니다.
하고 싶지 않은 것, 싫어하는 일을 피하다 보니 얻게 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과거에 싫어했던 것이 지금의 작가님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미래의 작가님을 만들 지금 싫어하는 것,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으실까요?
책에도 썼듯이 좋아하는 것은 변하지만 싫어하는 것은 정말이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싫어하는 것은 여전히 같습니다. 책에서는 같은 시간에 출근해 직장 상사를 모시는(?) 조직 생활을 예로 들었는데 이게 결국은 다양성보다 획일화나 권위를 중요시하는 기존 질서를 뜻하거든요. 20대 때 저와 일했던 사람들은 모두 저를 외향적이고 활동적이며 인맥도 넓은 사람으로 기억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저는 그 반대인 사람입니다. 아무리 프리랜서에 하기 싫은 걸 안 하며 살아왔다고 해도 사회 초년생 시절엔 활발하고 화통하고 성격 좋은 막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남았던 것 같아요. 물론 저에게 그런 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진짜로 그런 성격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깨달았어요.
나이가 드니 싫어하는 걸 더 확실히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내공과 경험이 생기면서 자기다워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저는 과거의 저보다 지금의 제가 훨씬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마음에 듭니다. 이제는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저 스스로를 지키며 사는 걸 넘어 글을 통해 조금 더 다양한 질서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친구, 지인이 많으면/적으면 어떻다’라는 식의 고민은 평생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작가님께서도 책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요, 흥미로웠던 한 가지 지점이 ‘친구가 많은 사람 중엔 오히려 외로움을 잘 다루지 못하거나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결국 인간관계에 대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른 방법으로 고민하는 이유가 ‘외로움’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외로움을 얼마나, 어떨 때 느끼시는지,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특정한 상황에서 주기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편은 아니에요. 돌아보면 저는 20대 때 가장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은데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누군가를 통해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외로움으로 표출되었던 것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요즘도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들면 그런 증상인지 아닌지, 먼저 따져봅니다. 그게 아니라 인간으로써 갖는 자연스러운 외로움이라면 창작의 동력이 되기도 해서 피하지 않고 즐기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금언처럼 여겨지는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이 말을 인간은 누구나 외로우니 견뎌라가 아니라 그러니 서로 사랑하라는 뜻으로 이해해요.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를 곁에 두려하기 보다는 저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건넬 만큼 사랑이 가득 찬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요.
‘나는 반드시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선 정말 괜찮을까? 하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 쪽이었다.’라고 말하셨어요. 서른세 살을 기점으로 치열하게 고민하셨던 것 같고요. 그 의심을 어떻게 거두셨는지, 지금도 괜찮으신지, 앞으로는 결혼에 대해 작가님은 어떻게 대할 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앞의 질문과 이어지는 답변인데요. 서른세 살에 했던 ‘괜찮을까’를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나중에 외로울까 봐’ 혹은 ‘남들도 다 하는데 나만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이 두 가지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나보니 근본적인 외로움은 타인을 통해 해소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깨달았고, 뒤처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에 대한 의심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더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깰 수 있었습니다. 제 생각보다 세상엔 다양한 삶이 존재하고 저마다 자기 삶을 꾸리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관심이 없더라고요. 이러쿵저러쿵 남의 삶에 대해 말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지만 정말 관심이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부모님이 살던 세상과 달라진 지금, 부모님의 염려도 많은 부분 노파심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보다, 부부 또한 인간관계의 다양한 종류 중 하나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고난이도의 인간관계랄까.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면서도 애인이나 부부 관계에 대해선 다소 환상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달까. 사랑만으로 혹은 결혼했으니 그냥 굴러가는 거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좋은 결혼 생활이란 잘 해냈을 때 만족감이나 성취감도 크지만 희생해야 할 것도 많죠. 그리고 배우자와 함께하는 삶을 원한다 해도 결혼이라는 제도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저는 결혼에 대한 당위에서 자유로워진 뒤 제가 누군가와 그토록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싶은지,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적합한 상대를 찾을 수 있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찾는다고 해도 결혼 제도 안으로 들어갈 것인지는 따져볼 게 많습니다. 그때 가서 생각 할래요!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면 안정적인 애착 대상이 있을 때 삶이 훨씬 나아지는 분들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잘 이해하고 선택하면 좋겠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오늘에 집중하지 행복하지 못하고, 오늘을 흘려보내기 쉽습니다. 작가님도 그러신 적 있는지,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흔히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고 막연히 표현하지만 따지고 보면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한 두려움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시험이나 취업에 대한 불안감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떠날까봐 불안하기도 하죠. 혹은 당장 내일 회의와 발표가 걱정돼 잠을 못 자기도 하고요. 저도 이런 종류의 불안을 숱하게 겪습니다. 저는 이때 무엇이 나를 두렵게 하는지 쭉 적어보고 내가 개입해서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저 사람의 마음이 떠날까 불안하다면 그가 좋아할만한 행동을 할 수는 있지만 그의 마음을 붙들어 어디에 매달아 놓을 수는 없잖아요? 다음날 프레젠테이션이 걱정이라면 한 번 더 연습할 수는 있지만 나머지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렇게 내가 개입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한 뒤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저는 몸을 씁니다. 평소에 잘 안 되는 요가 동작 같은 걸 하면 생각할 틈이 없어지거든요. 낑낑대다가 진이 빠져서 누워버리면 웃음이 나더라고요.
* 최현송 방송 구성작가, 강연자, 책 관련 스타트업 등을 거치며 빠르게 사는 동안 하루를 잊고 지냈다. 최우선 에너지를 밥벌이에 밀어 넣는 고달픈 프리랜서지만 언젠가 하루를 낯설게 발견하며 어슬렁거리는 게으른 여행자처럼 살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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